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 침을 사용한 한의사도 있으니까요.”
“듣기는 했네만…. 조금 믿기 힘들어서 말이지….”
예전에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있었다.
글쓴이는 등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게 취미였다.
그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마칼루산에 도전하기 위해 원정팀을 꾸렸다.
올라갈 때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정상을 찍고 내려올 때, 그는 발목과 발이 무척 아팠다.
꾹 참으며 산을 내려오고 보니 그의 발이 어마어마하게 부어있었다.
병원에서는 동상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발가락이 점점 꺼멓게 죽어갔다.
그는 어떻게든 발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부정적인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발가락을 절단하자는 의사들의 말을 들은 그는 큰 절망에 빠졌다.
결국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절망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는 사람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동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를 찾아갔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한의사는 동상 때문에 죽어버린 부분을 침으로 찔러댔다.
처음에는 감각도 없었지만, 날이 지날수록 점점 고통스러워졌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까맣게 죽어있던 살들이 떨어져 나가고 빈자리를 새살이 채우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치료되었다.
이 이야기는 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의학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도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사내의 발을 치료했던 한의사가 사용했던 침.
그것이 바로 독을 품은 성게의 가시를 특별한 조합법으로 조합해 만든 침이었다.
한의사가 U.M.A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문에 비전으로 내려오는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아무리 독과 약이 한 끗 차이라고는 해도 말이지….”
치명적인 독을 지닌 가시가 죽은 부위를 살려내는 침이 된다니, 이렇게 극단적인 물건을 찾기도 어려웠다.
“뭐, 다른 건 몰라도 제조법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좋군.”
가시가 가지고 있는 독을 중화시켜서 사람을 치료하는 침으로 만드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긴 했지만, 성신 입장에서는 구하기 어렵거나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오는 물로 세척하면 된다는 거지?”
“네.”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오는 물은 일반인도 구하기 쉬웠다.
산을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약수터의 물이 대부분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독을 중화시킬 때 사용되는 것은 최대한 희석되지 않은 물이어야 했다.
다행히도 비밀 연구소 수원 지부 지하에 불어나는 물의 원천이 있었다.
“것 참…. 어떻게 침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아냈을까, 그 한의사의 조상이라는 사람도 대단하군.”
처음부터 알고 만든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정보가 없는 이가 맹독을 뛰어난 효과를 지닌 침으로 바꿨다는 게 중요했다.
권영식은 테이블에 연결된 홀로그램을 조작해 U.M.A가 들어있는 수조를 감시 중인 CCTV 화면을 띄웠다.
화면에는 평범한 성게와는 달리 은색으로 빛나는 성게가 있었다.
“확실하네요.”
성게의 모습을 확인한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상태가 나아지면 가시 하나를 뽑아서 독성 검사를 해보면 더 확실해지겠죠.”
성게는 보통 독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가시에서 독성 성분이 검사되면 독을 품은 성게라는 게 확정될 터였다.
권영식은 강신의 대답을 듣고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 녀석은 정말 큰돈이 될 거야.”
“약으로 개발하시려는 겁니까?”
강신이 묻자 권영식이 고개를 저었다.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 하거나 잘린 부분을 자라나게 하는 건 아니었지만, 죽은 피부를 살려냈다고 들었다.
그래서 권영식은 치료제가 아닌 다른 물건을 구상했다.
“물론 성분을 조사해서 약으로도 사용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덤이고 큰돈이 될만한 분야는 아무래도 미용용품이니까.”
“아….”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중에 많은 이들은 나이가 들어 처지거나, 주름진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 큰돈을 사용했다.
독을 품은 성게를 통해 만들어낸 침이 새살을 돋아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면, 노화로 죽어버린 세포도 살아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없어서 못 팔겠네요.”
“그렇지.”
화장품이나 미용을 위한 상품으로 만들면 어마어마한 이윤이 생길 게 분명했다.
‘효과가 좋으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겠지.’
물론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은 많이 있었다.
독을 품은 성게의 가시를 치료 효과를 가진 물건으로 만드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치료 효과를 지닌 성분을 조사, 추출해야 했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양산해야 했다.
‘제품 개발까지 시간도 상당히 걸리겠지.’
미 정부에서는 해당 개체를 단순히 극독을 가진 U.M.A라고만 알고 있었다.
때문에 모든 연구를 성신이 처음부터 진행해야 했다.
“후후…. 이번 성과급은 기대해도 좋네.”
딱히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매달 성과급 명목으로 몇천만 원씩 통장에 꽂히고 있었지만, 이번 건은 성신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줄 가능성이 컸다.
‘몇억, 아니 십억 단위가 꽂힐지도….’
강신이 속으로 뿌듯해하고 있는 동안, 권영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볼일은 이게 끝이네. 이미 중간 보고서는 잔뜩 받았으니까, 자네도 오늘은 이만하고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서 푹 쉬게.”
늦은 시간까지 잡아두고 있던 것이 미안했는지, 권영식은 보고서 제출 기간을 미루어 주었다.
“네, 그럼 오늘은 조금 피곤하니…. 이만 퇴근해야겠네요.”
강신은 퇴근하는 길에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 1+급 한우를 양손 가득히 들고 돌아갔다.
* * *
다음날, 강신은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오후가 되어서 출근했다.
전날 미루어 두었던 보고서 작성을 하고, 그동안 잠시 하지 못했던 운동도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회사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큐브를 산책 중인 산토와 그의 새끼들, 그리고 최태준을 만나 한참을 떠들었다.
큐브로 돌아온 강신은 바로 다음 현장을 찾아보려 했지만, 갑자기 바빠져 현장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포획한 탐욕을 기르는 뱀과 아홉 생명의 고양이, 독을 품은 성게까지….
U.M.A의 연구를 진행하는 이들이 계속 강신에게 자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강신은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연구원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렇게 며칠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연구가 안정 궤도에 오르자, 연구원들이 강신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강신이 슬슬 다음에 나갈 현장을 물색하던 중에 갑자기 임상무가 울프 팀을 소집했다.
임상무가 울프 팀 전원을 소집한 건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울프 팀에 맡길 일이 생겨도 보통 임상무는 강신을 따로 찾아와 일을 부탁했다.
그래서 강신은 이번 일이 보통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강신만은 아니었는지, 개인 큐브에 모인 대부분의 울프 팀 요원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책임님, 혹시 임상무님에게 따로 들은 이야기 없습니까?”
김대리가 슬그머니 강신 옆으로 다가가 말했지만, 그도 먼저 전달받은 사항은 없었다.
“네. 저도 무슨 일 때문에 소집하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신과 김대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임상무가 급하게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임상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걸 보니 예삿일이 아닌 듯했다.
“다 모이셨습니까?”
“네.”
임상무는 모여있는 울프 팀을 쭉 훑어보고는 미리 준비해둔 자료를 테이블 중앙 홀로그램에 띄웠다.
“다들 바쁘신데, 갑작스럽게 소집해서 죄송합니다. 그만큼 시급한 일입니다.”
홀로그램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에라 마드레와 멕시코 몬테레이를 비추고 있었다.
“위치(Witch)가 나타났습니다.”
“위치면…. 마녀를 말하는 겁니까?”
“아니요. 마녀가 아닌 위치입니다.”
“…둘이 다른 건가요?”
“네.”
임상무의 대답에 김대리의 표정은 의문이 가득해졌다.
그야 위치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녀였으니까.
사실 이런 혼란을 위치가 한자문화권에서 마녀라고 번역되었기에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본래 위치는 성별에 관계 없이 요술을 부리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보며 하죠.”
임상무가 한 파일을 재생시키자,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이 플레이되었다.
영상은 산에서 촬영되었다.
탁 트인 절벽 근처 공중에 검은색 실루엣이 존재했다.
주변이 어두워 제대로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질적이었으니까.
촬영자도 신기한 물체를 보고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꿀꺽….”
괴상한 물체를 확인한 장웨이가 침을 삼켰다.
그리고 곧 영상 속 실루엣이 촬영자의 우측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실루엣이 가까워지자 그것이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조작은 아닌 거죠?”
김대리가 묻자, 임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전문가에게 조작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온 겁니다. ”
김대리가 신기하다는 듯이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있는 사이, 장웨이가 질문했다.
“이렇게 급하게 울프팀을 소집할 정도로 위치라는 존재가 위험한 겁니까?”
임상무가 위치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 갑자기 카밀라가 끼어들어 답했다.
“위험한 것보다는…. 아마 그들이 말썽을 많이 일으켜서일걸요?”
마치 위치를 알고 있는 듯한 카밀라의 말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향했다.
그리고 임상무는 그런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들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죠.”
임상무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금 보신 영상도 일반 시민이 촬영한 것으로 멕시코 정부에서 대처가 늦는 바람에 매스컴을 타버렸습니다.”
“네…? 이 영상을 시민들도 봤다고요?”
“네, 지금 뒤늦게 수습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봐버린 탓에 조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것뿐만은 아닌 거죠?”
단순히 위치를 많은 사람들이 봤을 뿐이라면, 이렇게 급히 울프 팀을 소집할 이유는 없었다.
“네, 위치가 영상으로 잡힌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시에라 마드레에서 위치를 목격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죠.”
영상뿐만이 아니라 목격담이 세계 곳곳에 퍼졌고, U.M.A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U.M.A 국제회의 참여국들은 대책을 세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