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88
287화
하늘을 붉게 만든 신호탄을 확인하자마자, 강신은 척준신과 눈이 맞았다.
“한번 빠져서 재정비 후에 움직이죠.”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강신은 불길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고려해 우선 신호탄이 터진 방향과 가장 가까운 외곽으로 움직였다.
강신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이들이 있었다.
“방화복을 입고 있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소모형 보호 장치를 떼어낸 요원이 땀을 닦아내며, 자신들이 본 침입자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주에서 입는 우주복처럼 두꺼워 보이는 복장을 한 이들은 등 뒤에 연료통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손에는 기다란 총처럼 생긴 관을 들고 있었다.
“얇은 관이었지만, 그 관에서 화염이 솟아났습니다.”
숲속 마을에 불을 지른 게 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명이나 있었습니까?”
“그곳에서 본 인원은 다섯이었습니다.”
“다섯이라….”
눈으로 확인한 게 다섯이라면 그 이상 있다고 생각해도 무관했다.
성신에서 사용한 신호탄은 너무나도 밝았다.
그런 빛을 침입자들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들도 누군가가 이곳에 왔다는 걸 알아채고, 그에 대비할 게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적들은 이곳에 있는 게 성신의 요원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곳을 침입한 이들은 누구지? 그리고 어디에서 보낸 것일까, 어떻게 들어왔지?’
머리가 복잡해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것 때문인지, 강신답지 않게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대화를 시도할까 고민했지만, 마을을 불태우는 그들을 보면 과연 대화가 통할지도 의문이었다.
‘차라리 먼저 공격하는 편이 좋으려나….’
적들은 이미 불에 대비해 방호복을 준비한 상태였다.
반면 성신 요원들은 불 속에서 움직일 수는 있어도 그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불 속에서 상대하는 건 성신이 불리해 보였다.
하지만 강신은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1팀 요원들은 불 속에서도 저들을 충분히 제압할 능력이 있다는 걸….
“후우….”
강신이 한숨을 쉬고 요원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은 다 끝났나?”
“네, 저들을 제압해야겠습니다.”
“나쁘지 않군. 그거야말로 우리가 전문이지.”
강신이 자신이 끼고 있는 건틀릿을 점검하자, 척준신이 피식 웃으며 강신을 말렸다.
“자네가 나설 필요도 없네. 김대리와 함께 이곳에서 기다리게.”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척준신이 한국에서 챙겨왔던 하늘색의 검을 꺼내 들자, 검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었다.
파직….
그 모습을 본 다른 요원들도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척준신이 현재 상황에서도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요원들에게 말했다.
“그럼 출발해 볼까.”
“네!!”
척준신이 자신 있게 앞장서서 불길이 가득한 마을로 들어가자, 요원들도 그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타는 마을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총성과 뇌성이 터졌고,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마을로 들어갔던 척준신과 요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들어갈 때와 달리 붉은 방호복을 입고 있는 침입자들을 질질 끌고 나왔다.
그렇게 끌려온 침입자들은 멀쩡한 이들이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화염 방사기는 고철 덩이로 전락해 있었으며, 팔과 다리가 꺾여 있거나 방호복이 뜯겨진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멀쩡해 보이는 침입자는 척준신이 끌고 왔다.
그는 얼굴을 보호하고 있는 소모형 보호 장치가 답답했는지, 바로 손으로 뜯어내더니 자신이 끌고 온 침입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었네. 복장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실력이 떨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딱히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는지, 전투를 치렀으면서도 척준신의 모습은 처음 불길에 들어갔을 때와 비교하면 조금의 그을림이 생겼을 뿐이었다.
“이들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습니다.”
강신은 침입자의 방호복을 벗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불 속에 있어서 아직 열기가 다 빠지지 않은 방호복이었지만, 건틀릿이 강신의 손을 보호해 주었다.
뜨드득….
방호복의 재질은 이곳에서 판단할 수는 없었으나, 네 겹으로 이루어져 착용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방호복을 다 벗기자, 옆에 있던 김대리가 정체불명의 적을 보고 말했다.
“상당히 단련된 몸인데요?”
강신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산소마스크를 벗겼다.
그러자 그 안에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문 채, 기절해 있는 침입자의 얼굴이 보였다.
“라틴계 외국인이군요.”
그리고 산소마스크를 살펴보는데, 거기에 새겨진 로고를 보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와플?”
조금 해져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반쯤 먹은 와플의 그림이었다.
“와플이 왜 여기 있지?”
“그건 내가 설명해 주지.”
갑작스럽게 들린 낯선 목소리에 현장 요원들이 바로 전투 태세를 취했다.
강신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노파가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이 불타고 있음에도 노파의 표정은 매우 흡족해보였다.
“대모님….”
“이대로 이야기하기 조금 그러니, 우선 불부터 끄는 게 좋겠군.”
쏴아아!!
노파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타고 있는 마을에만 장대비가 쏟아졌다.
장대비는 마을을 불태우고 있는 불길을 순식간에 소화해 버렸다.
노파가 너무나 쉽게 불을 끄자, 지금까지 자신이 이곳에서 했던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강신의 생각을 알기나 하는지, 노파는 발로 바닥을 몇 번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노파가 딛고 있는 발 주변에 푸른 잔디가 깔렸다.
그리고 나무가 순식간에 자라나더니, 의자와 탁자가 만들어졌다.
“자, 서서 이야기하기 조금 그러니, 앉아서 이야기하지.”
노파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 * *
강신은 어느 때보다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저 간단한 거래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금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와플이 갑자기 이곳에서 마을을 불태운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불을 쉽게 끌 수 있었음에도 마을이 불타게 내버려 둔 노파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 살고 있던 위치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궁금했다.
딱히 노파가 강신을 속이진 않았지만, 말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당연히 강신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강신을 보며 노파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바로….
“미안하네.”
사과였다.
“아무리 미래에 대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 건 우리 잘못이네.”
“지금이라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겁니다.”
강신이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며 말하자, 노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우선 저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볼까.”
노파는 쓰러져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와플 요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이 우리 앞에 나타난 건 얼마 안 됐네.”
정부에서 위치들에게서 손을 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위치를 찾는 기업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 기업 중에는 와플이 포함되어있었다.
어떻게 알아낸 건지 모르겠지만, 와플은 위치들이 사는 마을을 발견했고 위치들과 접촉하려고 했다.
“그들은 마치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네.”
노파는 그들에게 불사의 비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노파가 노커의 눈물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구해주겠다고 하더군.”
“…그게 언제쯤이었죠?”
“몇 달 전이었네만….”
노파는 정확한 날짜를 말하지 못했지만, 몇 달 전이라는 소리에 강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쩐지 노커를 잡으려고 한국까지 왔다는 게 이상했어.’
많고 많은 현장 중에서 와플이 한국으로 요원을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원래 그런 짓을 많이 하던 기업이어서 넘어가긴 했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노커를 노린 것이었다.
‘위치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노커를 잡아가려던 것이었어….’
“그래서 그들은 노커의 눈물을 대가로 뭘 요구했죠?”
비록 노커의 눈물을 얻는 것은 실패했지만, 와플이 위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리를 원했네.”
와플은 위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원한 게 아니라, 요술을 부리는 위치 그 자체를 원했다.
“정확히는 그들이 요구할 때, 필요한 요술을 가진 위치들을 파견한다는 조건이었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요술을 다룰 수 있는 위치의 도움을 받는다면 대처하긴 힘든 U.M.A를 포획도 어렵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커의 눈물을 가지고 오는 것에 실패했지. 그러니 다른 조건을 제시하더군.”
돈이면 돈, 땅이면 땅, 위치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물건들은 위치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위치들은 그런 것보다 자유를 좋아하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러자, 그들의 태도가 돌변했네.”
와플은 갑자기 위치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숲속 마을로 들어올 수 없었고, 위치들은 와플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노커의 눈물을 얻을 방법을 찾고 있던 모나카가 미래에 대한 선택지를 가지고 왔다.
“평생 쫓기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비록 마을은 불타겠지만 노커의 눈물을 가진 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쫓기지 않는 평온한 삶을 살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네.”
당연히 노파가 선택한 건 후자였다.
하지만 노파의 설명을 들은 강신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저희가 아니었어도 이들을 충분히 제압할 힘이 있으셨을 텐데요?”
척준신과 1팀이 너무나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심지어 와플의 장비를 보면 이들은 마을을 불태우긴 했지만, 위치를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위치들을 협박하고 터전을 잃게 만드는 게 목적으로 보였다.
와플 요원들을 신비한 요술을 사용하는 위치들이 제압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들을 제압해도 끝나지 않을 테니까.”
저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 공간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강신의 말대로 위치들이 저들의 공격을 막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와플은 이번 공격이 실패했다고 해서 이곳을 포기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마을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이상, 몇 번이고 도전할 게 분명했다.
“또다시 쫓기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네.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거든….”
위치 중에서 강력한 요술을 부릴 수 있는 이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 위치들은 와플의 공격에서 무사할지 몰라도, 힘이 약한 위치들은 위험했다.
이겨도 큰 손해를 보게 될 와플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강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와플과 분쟁이 일어나도 상대할 수 있는 체급을 가진 기업이 바로 성신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지금은 HG 그룹도 함께였으니, 아무리 와플이라고 해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위치들이 와플에게 대항하지 않고, 마을이 불타는 걸 보면서까지 저들과 싸우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저희를 이용해서 그들의 시선을 돌릴 생각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