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89
288화
처음부터 끝까지 노파의 손에 놀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제가 여기서 와플과 손을 잡으면 어쩌시겠습니까?”
강신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기 위해 노파가 당황할 만한 말을 꺼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위치가 한 일들은 너무나 괘씸했다.
이미 와플과 사이는 이미 틀어질 때로 틀어졌지만, 손을 잡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는 게 이 바닥이었으니까.
노파가 우물쭈물하면서 강신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었네. 우리를 도와줄 수는 없겠나?”
노파가 간절히 부탁하는 걸 들은 강신은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들겼다.
‘위치를 도와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애원하는 노파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랜 삶을 살아온 노파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으며, 하얗게 물들어 버린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안쓰러워 보였다.
오로지 주변 사람들의 평온을 위해 몇백 년을 살아온 노파의 모습을 보고,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보상을 바라고 남을 도와주었지?’
강신은 신비한 U.M.A를 보기 위해 성신에 입사했다.
스스로가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지만, 손에 닿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다짐을 잊어버리고 보상부터 생각하다니, 스스로가 창피했다.
‘그렇다고 얻는 게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노커의 눈물을 대가로 받기로 한 건 불사의 비약을 만들고 나오는 찌꺼기였다.
찌꺼기라고 하지만 그 부산물도 하나의 비약으로 취급될 만한 물건이었다.
‘바르기만 해도 신체가 다시 수복되는 비약이라니….’
사고로 잃은 신체를 완벽하게 수복해주는 비약.
불사의 비약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은 단 1회분으로 불사의 비약 못지않게 귀중한 물건이었다.
이 물건을 쉽게 분석해서 양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더 바라는 건 아마 욕심이겠지.’
받기로 한 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신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은 건 기분 나쁘지만, 눈앞에서 애원하듯 부탁하는 노파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강신이 노파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도 그렇게 행동했을 테니까.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강신이 돕겠다고 이야기하자, 어두웠던 노파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우리는 저들이 모르는 곳으로 거점을 옮길 생각이네. 거점을 옮기는 동안 무방비해지는 나를 보호해 주기를 원하네.”
“거점을 옮긴 다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말했지만, 이 공간은 내가 만든 곳이지.”
노파의 요술로 만든 이 공간은 외부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단점 중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이 공간을 생성한 장소에서 움직일 수 없다네.”
현재 노파가 위치들의 마을을 만든 장소는 시에라 마드레였다.
멕시코 몬테레이와 더불어 일반인들이 위치를 목격했다고 했던 장소이자, 와플이 위치를 찾고 있던 도시였다.
“잠시만요…. 저희는 몬테레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요?”
첫 번째는 산속, 두 번째는 그들이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노파의 말대로였다면 오직 시에라 마드레를 통해서만 이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니, 이는 매우 모순된 상황이었다.
“우리 마을은 내 요술만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닐세.”
공간을 제공한 건 분명 노파였지만, 원래대로였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공간을 마을로 만든 건 다른 위치들의 요술이었다.
“내 공간에서 다른 장소로 향하는 문을 만드는 건 모니카가 담당했지. 방금 불을 끈 폭우는 알레한드로의 요술이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의자는 플람이라는 아이가 만들어 준 거라네.”
뒤쪽 공터에서 밤하늘을 박아 놓은 것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운 커튼이 펄럭였다.
그리고 그 커튼 뒤에서 숲속 마을에 살고 있던 위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저 별빛 커튼은 마리엘의 요술이지.”
커튼 뒤에서 나타난 위치들은 서글픈 눈으로 재밖에 남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땅을 만들고 나무를 키워 집으로 만들었지. 그리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모두 저 아이들의 요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네.”
혼자서는 단점이 많은 능력이었다.
모니카는 노파의 공간이 아니면 문을 만들지 못했고, 문을 열면 본인도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무를 키워 집을 만들어준 플람의 요술은 횟수 제한이 있었다.
비를 내린 알레한드로는 대기 중에 수분이 없으면 비를 내리지 못하고, 비가 오는 면적도 한정적이었다.
그런 이들이 함께하며 서로를 보완했기에 비로소 이런 마을을 만들 수 있었다.
어쨌든 이 공간은 노파가 만든 곳이었다.
모니카가 이 공간을 다른 곳과 연결해 문을 만들어도 노파는 그 문을 사용하지 못했다.
노파가 마을에서 나가게 되면 이 공간을 처음 만들었던 시에라 마드레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쓰러진 와플 요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시에라 마드레는 이미 저 녀석들이 진을 치고 있지.”
“좋아요, 도와드리죠.”
“정말인가?”
노파가 깜짝 놀란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미래를 보는 모나카가 강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지만, 그걸 들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강신의 몫이었다.
“네.”
함께 있던 성신의 요원들은 처음부터 강신이 그렇게 대답할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노파의 뒤쪽에 있던 위치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럼 제대로 거처를 옮길 작전을 짜보죠.”
강신이 노파를 도와주기로 결정하자, 바로 외곽을 지키고 있던 HG 그룹 요원들과 일행들을 불러모아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이후, 성신과 HG 요원, 위치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정부가 위치들을 압박할 때, 큰 피해를 주었던 위치가 힘을 쓰면 와플의 시선을 끌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건 김대리였다.
정부가 포기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위치라면 와플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 어렵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한 위치가 슬그머니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가 필요하겠네요.”
이어진 이야기를 듣고 다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국가조차도 손댈 수 없는 강력한 요술을 사용했던 두 명의 위치.
각 나라의 정부들은 아직도 강력한 요술을 부리던 두 명의 위치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위치는 모두 이들이 만든 가짜였다.
“그러니까…. 그게 다 꾸며진 일이었다고요?”
“……네.”
여러 명의 위치가 힘을 합쳐 이 마을을 만든 것처럼 강력한 요술을 부리던 위치 또한 위치들이 연합해서 만든 것이었다.
“잠깐만요…. 그렇게 정부를 속일 수 있었다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게…. 그때 상황의 주축이었던 분이 지금은 돌아가셔서요….”
정부를 속이는 대사기극을 펼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술을 쓰던 위치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치의 수명은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으음….”
김대리가 침음을 삼켰다.
그러자, 다음으로 장웨이가 질문했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요술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는 있으십니까?”
“그건 어렵지 않지.”
위치의 요술은 정말로 다양했다.
공간을 만들고 비를 내리고 나무를 키운다.
그리고 불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지정된 물건을 비행시키는 요술도 있었다.
장웨이가 그들의 요술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동안 어째서인지 강신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강책임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구은혜가 의문을 품고 묻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이번 작전에 위치를 포함 시키기는 어려울 겁니다.”
“네? 어째서요?”
“다들 잠시 깜빡하고 계신 것 같은데…. 위치의 존재는 알려지면 안 되니까요.”
사람들은 그때야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치가 더 이상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는 보고를 하고, 이곳에 있던 기업들이 철수한 상황이다.
그리고 시에라 마드레는 현재 위치들로 인해 이미 여러 음모론자가 모여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위치가 또다시 나타나 요술을 사용한다?
“세상에 위치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되겠지.”
위치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기업과 정부로서는 꽤 큰 문제였다.
“아…. 그렇겠네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장웨이가 강신에게 묻자, 그는 턱을 쓸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위치에게 물었다.
“모니카라고 했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요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저, 저요?”
“네.”
모니카의 요술은 이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강력한 위치였다.
자신이 직접 땅을 밟아 본 곳으로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문을 이용할 수 없는 인원에 제한이 없었다.
“그리고…. 대모님은 제가 만드는 문을 이용하지 못하세요.”
애초에 이것 때문에 위치들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노파는 현재 상황이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주눅이 들어 있는 모니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 괜찮아. 아가,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할머니….”
노파의 말에 강신도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
“오히려 모니카가 있어서 전략을 자유롭게 짤 수 있겠어요. 함께 이동하는 것보다 조금 다르게 움직여야겠습니다. 그러니 인원을 나누죠.”
강신은 인원을 네 곳으로 나누었다.
위치들과 카밀라, 구은혜는 강신이 처음 숲속 마을로 들어왔던 멕시코 몬테레이 숲속으로.
그리고 김대리와 김태성, 그리고 HG 그룹 요원들을 다시 숙소로 보냈다.
장웨이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성신 지부로 가고, 마지막으로 강신과 척준신 1팀 요원들은 노파와 함께 시에라 마드레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이들은 이견이 없었지만, 이 작전을 들은 위치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대모님만 내버려 두고 다른 곳에 숨어 있으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에게 노파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준 수호신이자, 스승이었으며 그리고 부모였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를 버리고 자기들끼리 숨으라고 했으니, 당연한 반발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함께하면 더 눈에 띄어서 움직이는 게 힘들 수 있습니다….”
“그건 알지만, 우리 중 아무도 따라가지 못하게 한다니, 그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제가 쓰는 요술은 그저 신체 능력만 올리는 거라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저라도 함께 가겠습니다.”
위치 남성이 강하게 반발하자, 강신이 단호하게 말했다.
“와플은 그리 호락호락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저를 데려가야죠. 제가 목숨 걸고 대모님을 지키면 당신들도 싸움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성의 주장에 강신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주장이 옳아서가 아니라 좋게 설득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서였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척준신이 강신 대신 그에게 말했다.
“강책임이 좋게 말하려고 해도 도무지 들어먹질 않는군. 그러니까 자네들은 이동에 방해가 된다는 소리일세.”
“뭐, 뭐?”
방해된다는 말에 남성이 발끈하며 성질을 냈다.
“이 자식들이…. 너희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지껄여!”
당장이라도 척준신에게 달려들 것처럼 보이자, 노파가 그를 말리려고 했다.
“헨슨….”
그때 강신이 살짝 손을 뻗으며 노파의 행동을 말렸다.
“흠….”
강신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말리자, 노파는 일단 그를 따라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우리 막내와 대련해보게나. 만약 자네가 이긴다면 자네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막내…? 끝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좋다! 너희 막내는 나를 모욕한 선배들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