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
28화
“신단수라고?”
어디에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이름이 강신의 입에서 나왔다.
“아……. 그 단군 신화에서 나오는 그 나무 맞죠?”
척준신이 고민하는 동안 김 대리가 옛날이야기가 떠올라 강신에게 되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라서요.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강신은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개체의 마지막 조각을 찾기 위해서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에서 서울 지리를 확인하기 위해 깔아 두었던 지도 앱을 실행시키고, 통신 장비를 통해 특정 지역으로 나가 있는 요원들을 찾았다.
“지금 혹시 도봉산, 신내역, 천마산, 일자산, 인릉산, 굴 바위산, 석포산, 관악산, 개화산, 망월산, 북한산에서 탐색하고 있는 요원님들 계십니까?”
무분별하게 지역 이름을 나열한 것처럼 보였지만,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김 대리 혹시, 강 선임이 말한 지역들의 연관성을 알고 있나?”
현장으로 투입되기 전 작전 지도를 통해 서울 지도를 보긴 했지만, 척준신도 서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역명만 들어서는 잘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김 대리는 계속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이었고, 강신이 말한 지역의 연관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음……. 강 선임님이 말한 곳들은 모두 서울 외곽 지역들이네요.”
“외곽 지역?”
“네, 서울시로 분류는 되지만, 끝부분에 걸쳐 있는 곳들입니다.”
“중앙이나, 외곽 지역은 몇 번이나 이미 수색을 했었는데, 그걸 모를 리는 없을 테고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척준신은 의문이 해소되기 무섭게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때, 강신의 통신을 받은 요원들이 통신을 보내왔다.
[칙. 도봉산, 서울 현장팀입니다.] [울산 현장팀입니다. 신내역 근처입니다. 필요하다면 신내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치익…. 개화산 수원 현장 3팀입니다.]그동안 통신 장비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던 강신이 다급하게 지역명을 읊자, 현장 요원들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방금 말한 지역에 있는 분들에게 협조를 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현장의 작전권은 각 조의 선임들이 가지고 있었다.
즉, 강신이 부탁을 한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강신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듣고 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전혀 불만이 없는 목소리.
그것도 한 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현장 요원이 강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현재 제가 말한 지역들은 서울 경계 지역입니다.”
[경계 지역은 이미 모두 확인했습니다.]“알고 있습니다. 봐 주셔야 하는 것은 경계 지점에서 서울 안쪽과 바깥쪽의 식물들의 상태를 파악해 주시는 겁니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보면 되겠습니까?]“쉽게 이야기하자면 꽃들의 상태를 알려 주세요. 꽃이 만개했는지, 아니면 봉오리만 올라왔는지 파악만 해 주셔도 좋습니다.”
[그건 쉽겠군요. 3팀 개화산 수색 바로 들어갑니다.]이순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바로 곧이어 다른 팀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울산 현장팀입니다. 신내역 도착했습니다. 요구 사항 제대로 파악했으니, 바로 수색하겠습니다.]요원들이 각자 맡은 구역의 수색을 시작하자, 척준신과 김 대리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서울 경계 지역에서 오는 추가 정보로 우리가 찾던 U.M.A.의 정체가 신단수인지 아닌지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건가?”
척준신이 강신이 요원들에게 부탁한 것이 생각보다 간단해 보여 정말 확신을 줄 수 있는 정보인지 되물었다.
“네, 결정적인 정보가 되어 줄 겁니다.”
강신의 확고한 모습을 본 척준신은 더는 어떠한 것도 묻지 않고, 다른 요원들이 수색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요원들이 빠르게 움직여 주었는지, 수색 결과를 알려 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치익…. 북한산 서울 5팀입니다. 강 선임님이 말한 경계 지역 확인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일이…….]“서울 경계 지역 안쪽으로는 꽃들이 피어 있고 바깥쪽은 꽃봉오리만 간신히 올라와 있나요?”
[치익…. 아니, 그걸 어떻게…. 강 선임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누가 인위적으로 꾸민 것처럼 서울의 경계를 기준으로 안쪽과 바깥쪽이 달랐습니다.]보고를 끝내지 않았음에도 강신이 외곽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자, 요원은 깜짝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적인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치익…. 흠흠, 관악산도 확인했습니다.] [칙. 여기는 망원산…….]강신이 나열했던 모든 지역에서 북한산과 마찬가지로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그제야, 강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척준신은 확인 절차가 끝난 강신에게 물었다.
“초창기에는 분명 서울뿐만 아니라 경계의 주변 환경 조사도 했었네만……. 분명 그때는 이런 이상한 현상은 없었네. 서울에만 꽃이 피는 현상이 올해에만 발생한 일이라는 건데…….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인가?”
지역의 특성상 남쪽 지방부터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며, 그와 함께 꽃들도 먼저 피기 시작한다.
즉, 보통 때라면 남쪽부터 꽃이 펴야 정상인 것이다.
매년 서울에 꽃이 먼저 폈다면 강신에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봄에 등장하던 U.M.A.가 식물에게 영향을 끼치는 종류라는 것을 예측해 낼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현재 일어난 특이한 현상은 올해 처음 나타났다.
그동안 이 개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강신은 어떻게 이런 이상한 현상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척준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만 나타난 이상 현상인 건가?”
지금까지는 U.M.A.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는데, 갑자기 올해 환경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척준신은 걱정이 됐다.
하지만 강신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척준신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이상 현상이긴 하지만 위험한 현상은 아니에요, 그리고 이상 현상은 척 부장님이 알려 준 정보 때문에 알게 된 것입니다.”
“내가 알려 준 정보를 듣고 추론이 가능했다고?”
“처음 현장으로 나올 때, 척 부장님이 올해는 이상하게 U.M.A.의 위험 등급이 높아졌다고 하셨죠.”
지나가듯 이야기했지만 분명 척준신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강신이 그런 사소한 정보조차 놓치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도, 뉴스에서 다른 지역보다 서울 쪽이 꽃들이 먼저 개화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었거든요. 이번엔 정말로 운이 좋았던 겁니다. 그 ‘존재’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이상 현상을 일으키지 않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저도 이 개체가 뭔지 모르고 아직 헤매고 있었겠죠.”
“그렇군, 그럼 이제 확신하는 것인가?”
“네, 저희와 함께 현장에 나온 요원들에게도 정체를 알려 줘야겠죠.”
[꿀꺽….]통신 장비 너머로 어떤 요원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신은 보고를 받고 나서도 일부러 마이크를 끄지 않고 있었다.
즉, 지금까지 강신과 척준신의 대화를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요원이 듣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강신이 이렇게 행동한 것은 매년 현장에 나와 수색했지만, U.M.A.를 찾지 못했던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도와준 현장 요원들에게 강신이 할 수 있는 배려였다.
전과는 다르게 강신의 표정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고, 강신은 척준신에게 말했던 개체의 이름을 다시 한번 입에 올렸다.
“이번 개체는 신단수로 불리는 U.M.A.입니다.”
신단수(神壇樹).
한국인들에게는 꽤 익숙한 존재로 옛날이야기 하면 빠지지 않는 단군 신화에 나온 신성한 나무를 일컬었다.
단군 신화에서는 신단수를 태백 산정에 있는 신묘한 힘을 가진 나무로 표현했으며,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그 밑에 있었던 나무가 신단수라는 말이 있었다.
이는 여러 문건에서 다루고 있었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이야기에서는 신단수가 조금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여럿 있었다.
신성한 나무라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똑같았지만, 수인신(樹人神)의 형태로 나무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달빛이 가득한 밤에 물을 떠서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 서낭나무, 당산나무의 신성성의 모티브가 된 한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신성한 나무였다.
[치익, 신단수라고 하면 나무 말하는 거 맞습니까?] [칙…. 음…….]지금까지 찾았던 U.M.A.의 정체를 듣고 다들 침음성을 흘렸다.
강신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 주었다.
“이번 U.M.A.를 신단수라고 특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올해 갑자기 일어난 이변 때문이었죠.”
“이변이라고 하면 방금 현장 요원들에게 부탁한 지역의 수색을 통해 알게 된 현상을 말하는 건가?”
“네, 만약 이 존재가 매번 이런 이변을 일으켰다면 회사에서도 U.M.A.의 정체가 신단수라는 것까지는 몰라도 식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방금 수색 결과가 U.M.A.와 관계가 있다는 소리군.”
“네, 정말로 드문 경우입니다. 신단수는 몇백 년에 한 번. 소화하지 못한 용맥의 힘을 갈무리해서 자신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농축된 생명력이 열매에 담기는 과정에서 그 기운이 흘러나오게 되고, 다른 곳보다 꽃이 먼저 개화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거죠.”
“자네 말대로라면 정말로 기막힌 우연이군. 몇백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난 거라니.”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이변이었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든 현장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가장 고민했던 것은 U.M.A.가 감지되는 범위가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자네가 말한 신단수의 크기가 이렇게 크진 않을 텐데.”
“나무치곤 굉장히 큰 편이지만 서울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진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신단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어째서 서울 전역에서 파동이 감지되는 거지?”
“제가 생각하기로는 감지기가 감지한 부분은 아마 본체에서 나온 신단수의 잔뿌리일 가능성이 있어요.”
“신단수의 잔뿌리라고?”
척준신은 U.M.A.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예전에 각 지역의 땅을 시추했을 때가 떠올랐다.
거기서 나온 건 흙과 돌 그리고 여러 자잘한 광물들과 ‘뿌리’였다.
“하……. 그럼 그때 우리가 발견했던 것이 평범한 나무의 뿌리가 아니었다는 소리군.”
“네. 혹시, 그때 나온 뿌리를 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을까요?”
“없을 거네.”
지하 깊은 곳까지 시추했는데, 뿌리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법도 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건 아쉽네요. 신단수의 잔뿌리는 연구원들이 좋아할 매력적인 자료인데.”
“다시 땅을 시추해서 구하면 되지 않나?”
“몰랐으면 상관없지만 알고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꽤 위험한 선택이죠. 어쨌든 신단수에게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이니까요.”
척준신은 다시 신단수의 잔뿌리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했다.
“그렇군. 이제 정체는 알았고 U.M.A.의 위치는 알고 있나?”
“네, 하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 ‘구역’에 갈 수가 없어요.”
“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