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0
289화
어째서 척준신은 위치들을 도발한 것일까.
그들이 강신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위치들에게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게 있었다.
‘이번 일은 확실한 통제가 필요하니까….’
쉽게 도와준다고 했지만, 와플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성신조차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유분방한 위치들이 통제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행동한다면, 아무리 강신과 요원들이 노력한다고 해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확실한 기선 제압이 필요했다.
어느새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 둥그렇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안에는 조금 전에 반발했던 남성 위치, 헨슨과 현장 1팀 막내인 문정우가 몸을 풀고 있었다.
“정우야, 이거 어디까지나 대련이니까.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하지는 말아라.”
“넵.”
다른 선배 요원들이 막내에게 충고하는 모습을 본 헨슨이 발끈했다.
“이 자식들이 끝까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카밀라가 강신의 옆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심하게 도발하는 거예요?”
“그래야 저들도 뭐가 문제인지 인지할 테니까요.”
강신이 반대편에 있는 위치들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반대편에 있는 위치들은 평범한 인간인 요원들이 요술을 쓰는 위치를 상대하겠다고 나선 모습을 보고 비웃는 듯했다.
“저들은 아마 자신들이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일반인과 비교한다면 요술을 다룰 수 있는 위치는 분명 대단한 이들이 맞았다.
강신도 그 부분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였다.
이곳에 있는 성신과 HG 그룹 요원들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온 이들이었다.
그 말은 위치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이들은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한 이들이 요원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는 건 아직 제대로 위기감을 가지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그쪽은 어떠십니까?”
문정우가 강신이 사용하는 건틀릿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착용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하지만 문정우가 정중한 태도를 취해도 이미 화가 난 헨슨은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준비되셨나 보군요. 그럼 시작하시죠.”
헨슨이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문정우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헨슨을 바라보더니 손을 까닥거리며 도발했다.
“이, 이자식이…. 각오해라!”
헨슨의 이마에서 핏줄이 돋아났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핏줄이 두드러지게 돋아난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마의 핏줄이 마치 타고 흐르는 것처럼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꾸드드득.
순식간에 몸이 1.5배 정도 불어났고, 마른 몸을 가진 헨슨이 근육질로 변했다.
조금 전과 다르게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흐아아아!”
헨슨이 포효하자 대기가 떨려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압적이었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요원들 중 그의 포효에 동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노 찬 외침을 듣고도 태연한 문정우의 모습.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헨슨이 굵어진 다리로 지면을 박찼다.
쾅!
흙이 튀며 지면이 깨져 나갔다.
헨슨은 빠른 속도로 문정우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태클에도 문정우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길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왼손날을 전방으로 내민 상태로 헨슨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헨슨이 오른쪽 어깨를 내밀며 그대로 문정우를 밀어버리려는 찰나,
툭.
쿠당탕!
문정우의 가벼운 손짓에 헨슨이 지면을 뒹굴었다.
“크윽…. 이게….”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는 게 창피한 것인지, 얼굴이 붉어진 헨슨이었다.
그가 온몸에 힘을 주자 비대해진 몸에서 근육이 다시 한번 팽창했고, 그대로 다시 한번 문정우에게 달려들어 팔을 휘둘렀다.
부웅~! 부웅!
헨슨의 팔이 휘두를 때마다 맹렬한 파공음이 들려왔지만 딱 그뿐이었다.
위력적인 공격임은 틀림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공격을 맞아줬을 때 이야기였다.
문정우가 아슬아슬하게 위력적인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고, 약이 오른 헨슨이 안간힘을 쓰며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익!!”
헨슨의 공격을 피하는 문정우에게서 조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깃털같이 가벼운 발과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러운 손동작은 마치 춤을 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건 헨슨이었다.
“쫄래쫄래 도망가기만 하고! 어디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
결국, 참다못한 헨슨이 양손으로 지면을 내려쳤다.
쾅!!
땅이 갈라지고 깨지며 잔해가 튀어 올라왔다.
어디서 들은 건 있는지, 헨슨은 문정우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행동은 문정우에게 도움을 주었다.
계속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문정우가 지면이 깨지면서 튄 잔해를 그대로 잡아 헨슨에게 집어던졌다.
퍼버벅!
이미 약해진 잔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헨슨의 몸이 그만큼 튼튼한 것일까.
헨슨의 몸에 부딪힌 잔해들은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그는 자신의 몸을 때리는 잔해를 무시하고 그대로 문정우에게 달려들었다.
지면이 고르지 못한 상태였고, 문정우는 이전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헨슨이 미소를 지으며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부웅~!
누가 봐도 문정우가 절대 피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턱.
“어…?”
이어지는 상황에 헨슨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른 위치들과 HG 요원들의 표정도 그와 다를 게 없었다.
그야 거대한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는 헨슨의 공격을 문정우가 가볍게 잡았으니, 다른 이들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문정우가 강력한 헨슨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끼고 있는 건틀릿 덕분이었다.
“에, 에…?”
성신 그룹에서 오직 카밀라만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강신을 바라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저 친구가 끼고 있는 장비 덕분입니다.”
강신이 문정우의 건틀릿이 살아있는 것처럼 철판이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신이 사용하는 건틀릿은 높은 내구력과 여러 기능으로 가득 채워져있었는데, 문정우의 건틀릿은 그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저거 강화 외골격을 축소시킨 장비거든요.”
강화 외골격.
착용자에게 기계적으로 힘을 더해주는 일종의 로봇 시스템이었다.
강화 외골격은 보통 다리부터 몸 전체를 아우르는 강화복처럼 생겼다.
문정우가 착용한 건틀릿은 성신의 자체 기술로 개량해 다른 부위가 없더라도 힘을 증폭하는 데 성공한 장비였다.
물론 아직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런 장비를 현장에서 사용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었고, 때문에 현장에 나가면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활동하는 막내들에게 선지급되어 테스트 중인 장비였다.
사용자의 힘을 10배 가까이 증폭시켜주는 강화 외골격의 힘이라면 보이는 것처럼 헨슨의 무식한 공격을 막는 일도 충분히 가능했다.
“으으으윽!!”
헨슨이 붙잡힌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문정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진짜 이게 무슨 창피야….”
오히려 자신이 장비를 사용한 게 창피한 건지, 문정우는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거 놔!”
헨슨이 소리치자, 문정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헨슨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바디블로우를 꽂아 넣었다.
퍼억!!
“우우웩!”
아무리 요술로 강화된 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장비를 사용해 강력해진 문정우의 일격에 헨슨이 바닥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해댔다.
기세등등하게 난리를 피웠던 것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결말이었다.
헨슨이 위치들에게 실려 가자, 문정우의 주변으로 어느새 성신 요원들 모여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풉…. 너 지금 대련하는데, 장비를 사용한 거야?”
“자신만만하더니만….”
“돌아가면 트레이닝부터 다시 해야겠네.”
“아…. 안 돼요, 선배….”
요원들이 놀리자, 문정우가 울상을 지었다.
“저게 저들의 막내라고?”
반대로 위치들은 초상집 분위기와도 같았다.
헨슨이 가진 요술은 육탄전에서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런 이를 손쉽게 제압했으니 위치들의 입장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홀홀…. 이것 참 헨슨이 저렇게 쉽게 당할 아이가 아닌데….”
오랜 삶을 살아온 노파조차도 놀란 듯이 중얼거리자, 옆에서 강신이 대꾸했다.
“상성이 좋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자신의 요술을 너무 믿은 거죠.”
강신이 생각한 위치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이 가진 우월감은 평범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요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기술을 익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헨슨이 자신의 힘을 믿고 무식하게 돌진해오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격투기를 익히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쉽게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헨슨이 격투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요원들이 입고 있는 회사의 보호 장비를 뚫기 힘들었겠지.’
처음부터 헨슨이 결코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혹시 더 불만 있으신 분 계십니까.”
강신이 묻자, 위치 중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척준신이 이미 자리를 만들어주었으니, 나머지는 자신의 차례였다.
강신은 위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가진 요술은 분명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놀라운 힘입니다. 하지만 그 힘을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하셔야 합니다.”
강신의 조언이 과연 위치들의 귀에 들리기나 할까 싶었지만, 강신은 이어서 그들을 자극하는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이 존경하는 대모님은 지금은 힘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런 대모님의 생각을 무시하시는 것 같군요.”
“우리가 언제!”
“조용히 해!”
강신의 말을 듣고 있던 위치 중 하나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이어지는 노파의 호통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자의 말이 모두 맞다. 내가 그간 너희들을 너무 오냐오냐했던 것 같구나. 그간 너희를 위해 했던 나의 행동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야.”
“대모님….”
노파가 강신을 옹호하자 위치들이 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슬슬 정리해 볼까.’
강신이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저희는 당신들과 싸우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당신들을 돕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저희가 가진 힘은 방금 대련으로 충분히 확인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맡겨주시죠.”
한 번의 증명과 대모의 꾸지람, 그리고 강신의 설득까지.
이제 불만을 대놓고 표출하던 위치는 없었다.
‘이 정도면 됐어. 더는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이들은 없겠지.’
말로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속으로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이었다.
강신은 이번 일로 그들에게 U.M.A를 상대하는 현장 요원들이 어떤 존재인지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