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3
292화
강신이 노파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와플은 성신에게 공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신에게 항의했다.
마치 그동안 자신들이 한 일들은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항의로 그치지 않고 U.M.A 국제회의에서 위치에게 선제공격을 받았다며 거짓된 내용을 꾸며 공표했다.
이에 와플에게 지원을 받은 국가들은 위치들을 위험 분자로 분류하고 위치를 처단해야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여론은 얼마 가지 못했다.
성신과 HG 그룹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위치를 먼저 건드린 게 와플이라는 사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져온 증거들은 조용했던 위치들이 다급히 외부로 나온 이유가 와플 때문이라는 걸 알리기 충분했다.
국제회의에 제시한 증거는 강신이 멕시코에서 얻었던 위치의 각서가 적힌 양피지와 김대리의 보호 장비에 저장된 영상이었다.
영상에 숲속 마을을 불태우는 와플의 요원들이 찍혔고, 와플이 발뺌하지 못할 증거가 되었다.
와플은 치부가 들키자, 태도를 바꿔 진흙탕 싸움을 시도했다.
다른 이들이 봐도 와플이 잘못했지만, 그들에게 뇌물을 단단히 받은 몇몇 국가들이 와플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잘했나,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어린애들 같은 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국제회의의 의장이 나서서 중재함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중재안으로 나온 게 바로…….
“각 국가는 이번 일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기업들이 알아서 분쟁을 해결하는 걸로 결정되었습니다.”
오웬이 강신에게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알려주었다.
“와플만 걱정하면 되니, 회의가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군요.”
강신은 최악의 경우, 와플에게 우호적인 여러 국가들에게 시달릴 것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신이 제출한 증거가 너무나 명확했고, 와플은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강신이 있는 곳은 시에라 마드레에서 북쪽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항구 도시 오클랜드였다.
강신은 장웨이가 구한 세이프 하우스에서 일행들과 함께 국제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었다.
“그럼, 이제 움직이실 겁니까?”
오웬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슬슬 움직여야죠.”
회의 결과가 나왔으니, 강신이 이곳에서 대기할 이유가 없었다.
“이동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엔 요란하게 움직일 예정입니다.”
“네?”
오웬은 강신의 말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해 다시 물었지만,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까?”
“네, 저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와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요란하게 움직일 겁니다.”
이제까지 세이프 하우스에서 숨어서 지냈던 건 위치가 노출되는 걸 꺼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강신이 왜 그렇게 행동을 하려는 건지, 오웬은 이해할 수 없었다.
“더는 숨어다닐 이유가 없으니까요.”
시에라 마드레에서 와플 요원들을 쉽게 제압해서 자만한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강신은 와플의 저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도 강신이 자신의 위치를 노출 시키겠다고 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후….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 수 있겠네요.”
“안 그래도 요즘 몸이 굳었는데 잘되었군요.”
살짝 허스키한 여성과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신에게 매우 익숙했다.
수원 지부 현장 요원 3팀의 팀장 이순자와 2팀 팀장 최승회가 이곳에 있었다.
둘은 원래라면 한국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몸이 굳었으면 운동을 해야지.”
그리고 그들 뒤쪽에는 척준신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의 소유자인 보안팀 총괄 이용진 과장이 있었다.
이들만으로도 든든했지만, 강신이 와플을 끌어드릴 생각을 한 건 그들이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그들 말고도 믿을만한 사람들이 더 있었다.
“저는 오히려 휴양하기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핸섬하게 생긴 외국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그들의 대화를 끼어들었다.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강신을 바라보는 이는 빠른 쾌검을 선보였던 프리메이슨 소속의 딘이었다.
“요란한 걸 원하신다면 저에게 맡겨주시죠.”
마지막으로 딘과 함께 나타난 이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신분을 숨기고 강신에게 접근했던 펜타곤 소속이며, 동시에 프리메이슨 소속인 스미스였다.
드림팀에 가까운 이들이 어떻게 한곳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강신이 오클랜드에 도착한 날로 돌아가야 했다.
* * *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오클랜드로 이동 중이었다.
장웨이가 도주에 용이한 이동수단이 있는 오클랜드에 세이프 하우스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와플이 강신을 쫓지 못하도록 숙소로 이동했던 HG 그룹의 요원들이 흩어져 멕시코의 몬테레이부터 시에라 마드레까지 여러 군데에 흔적을 남겨 교란을 시켰기 때문일까.
강신과 일행들이 세이프 하우스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와플은 그들을 찾지 못했다.
세이프 하우스에 도착한 강신과 일행들은 이곳에서 낯선 얼굴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군요.”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세이프 하우스에서 나타난 외부인을 보자, 일행들은 바로 전투를 준비했지만 이어지는 강신의 목소리에 자세를 풀어야 했다.
“스미스?”
그는 강신에게 모노리스 조사를 부탁했던 펜타곤 소속의 비밀 요원 스미스였다.
“절 기억하고 계시다니, 다행이군요.”
“어째서 이곳에 계신 겁니까?”
“그야, 이곳이 펜타곤 소속 비밀 요원들의 세이프 하우스니까요.”
강신이 도착한 오클랜드의 세이프 하우스는 펜타곤에서 관리하는 곳이었다.
장웨이는 평소보다 더 완벽하고 확실하게 사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이프 하우스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그 시간 내에 새로운 세이프 하우스를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장웨이는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집단의 세이프 하우스를 빌리기로 했고, 그렇게 성신과 동맹 관계인 프리메이슨에게 연락을 넣었다.
미국 펜타곤에서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키퍼, 필립은 성신의 도움을 요청받자마자, 펜타곤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완벽한 세이프 하우스를 성신에게 빌려주었다.
그리고 세이프 하우스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기에 스미스를 이곳으로 파견한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펜타곤이 와플이 아닌 성신을 지원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왔다.
“강신 오랜만이네요.”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딘까지?”
강신이 와플에게 쫓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프리메이슨은 강신을 위해 딘과 키퍼 몇 명을 추가로 파견해 주었다.
“이동하느라 피곤할 텐데, 우선 들어오셔서 쉬시죠. 이야기는 그다음에 해도 충분합니다.”
스미스는 밖에서 서 있는 강신과 일행들을 곧바로 세이프 하우스로 들이고 문을 닫았다.
* * *
사실 강신은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U.M.A 국제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확인하고, 최대한 조용히 움직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늘어난 전력 덕분에 작전을 세우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강신이 작전을 짜며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본사에서 추가로 지원이 도착했다.
바로 현장 요원 2팀, 3팀과 보안 총괄팀장인 이용진 과장이었다.
와플과의 전투에서 이기려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부에서 이용진 과장까지 보낸 건 의외였다.
‘어째서 이용진 과장님을 보냈지?’
이용진 과장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이용진 과장이 이곳에 온 데는 강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곧 그에게서 이곳으로 온 이유를 듣게 된 강신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이 보냈어.”
“회장님이요?”
“이번에 받기로 했던 물건에 관심이 있으신가 보더라고.”
강신이 이번에 위치에게 받기로 한 물건은 결손된 신체를 완전히 회복시켜주는 비약이었다.
놀라운 물건인 것은 분명했지만 2팀, 3팀뿐만 아니라 이용진 과장까지 보내왔다.
즉, 회장이 그 물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강신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노커의 눈물을 제공하는 만큼 비약의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강신에게 있었고, 회장도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비약을 사용해야 할 사람이 있는 건가?’
소중한 사람에게 비약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이상은 이번 현장이 끝나고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지금은 더 늘어난 전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 먼저였다.
국제회의의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강신은 이 전력이라면 와플과 맞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 정도면 오히려 오버 스펙이지.’
이정도 인원과 장비라면 와플에게 기습을 당해도 압승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었다.
기업과 기업 간의 대립이라면 더는 도망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와플과 대립하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조금 위험해지는 대신 그만큼 아이들이 안전하다면야…. 괜찮겠지.”
위험을 부담하고 와플의 시선을 끌면 다른 위치들이 더 안전해지는 건 당연했다.
노파의 눈은 오늘따라 더 서글프게 보였다.
위치들과 함께 있던 카밀라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이프 하우스에서 대기하고 있는 강신 일행과는 따로 움직였던 위치들은 현재 숲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카밀라가 유혹을 이용해 헨슨을 비롯한 3명의 배신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위치들에게 처분을 맡겼다.
그들은 배신자들이 자신들을 배신한 것보다, 자신들을 돌봐주었던 대모를 배신했다는 사실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대모는 세월의 풍파를 맞은 육체의 고통을 견디며, 자신들을 위해 희생해 온 인물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가족이었지만, 위치들의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대모를 배신한 세 명의 위치는 처참하게 사지가 찢겨 죽음을 맞이했다.
아무리 그들이 배신을 했다고 해도 어릴 때부터 돌봐왔던 아이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노파를 힘들게 만들었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을 뿐이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위치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세월이 지나고 그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도, 불사의 비약을 먹으며 고통을 인내했던 건 오로지 자신과 같이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은 아이들의 평온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세상이 바뀐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건가.”
현대는 위치들이 배척받던 옛날과는 달라졌다.
이젠 많은 이들이 요술을 부릴 수 있는 위치들을 원했다.
어쩌면 아이들 중에는 숲속 마을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살고 싶었던 아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옆에서 노파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던 강신은 그녀에게 어떠한 위로도 건넬 수 없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부모가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노파의 슬픔은 그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노파가 충분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강신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