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4
293화
오클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강신은 그곳으로 와플을 유인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열릴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척준신이 생소한 이름에 의문을 띄웠다.
매년 3월 17일 가톨릭의 성 파트리치오를 기념하는 축일이었다.
지금은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시내에 나와 행진을 하는 날이었다.
퍼레이드의 명성에 걸맞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몇십만 명이 참여하여 축제와 행진을 즐겼다.
“축제라…. 확실히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리기에 그것보다 좋은 건 없지.”
축제라면 언론 매체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각종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릴 게 분명했다.
그리고 와플이라면 그 사진들을 분석해 성신과 대모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네.”
이용진 과장이 강신의 계획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아직 프리메이슨과 한국에서 지원팀이 왔다는 걸 모를 겁니다.”
와플은 프리메이슨이 성신과 동맹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정예 요원들을 보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강신은 하나의 수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프리메이슨과 2, 3팀 그리고 이용진 과장을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숨겨둘 생각이었다.
“퍼레이드라는 특성상 일반인들이 많이 있으니, 저희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을 겁니다.”
와플이 퍼레이드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성신의 요원들을 암습을 하거나 노파를 납치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와플이 미친 척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직접적인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더는 기업과 기업의 분쟁이 아니게 된다.
와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하여 U.M.A 국제회의가 개입할 것임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저희를 노리는 와플을 역으로 칠 겁니다.”
암습은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계획이네요.”
이순자가 강신의 계획을 듣고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다른 이들도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럼 일주일 뒤, 퍼레이드에 참석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전까지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요청하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당일 보호 장비는 착용하겠지만, 개인 무구는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만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자, 일행들은 각자 필요한 준비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오웬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강신이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오웬은 잠시 앉아서 저와 대화 좀 하시죠.”
“저 말씀이신가요?”
오웬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어…. 그러시죠.”
오웬이 반쯤 일어났던 몸을 다시 원상태로 돌렸다.
“따로 부탁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오웬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요원들은 퍼레이드 당일에 움직이겠지만, 저와 1팀 요원들은 그 전날 움직일 겁니다. 그래서 이곳 지리나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오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김대리 대신 이곳에서 지원 임무를 맡은 게 오웬이었고, 강신의 부탁은 당연했다.
하지만 오웬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전날이요? 그러다 와플과 마주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강신이 이런 작전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지원 병력이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놔두고 전날 움직인다는 건 오웬이 생각하기에 상당히 위험한 행위였다.
“퍼레이드 시간은 고작 2시간밖에 되지 않죠.”
“네, 알고 있습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는 단 2시간밖에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지만,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2시간이 가장 혼잡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만약 위치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시간이 가장 대모를 노리기 좋은 시간대였다.
“저희가 당일 그곳에서 위치를 노출해 와플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샌프란시스코로 올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고작 2시간이다.
위치가 있던 시에라 마드레에서 항공을 이용해도 빨라도 한 시간은 소요될 터였다.
성신과 위치를 포착하고 항공을 이용해 2시간 안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암습 대신 미행을 붙일 수도 있었다.
그러다 와플 요원을 암습하기로 한 인원들이 실수라도 한다면, 현재 강신의 전력이 고스란히 와플의 귀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와플은 더 확실하게 준비하거나, 우리가 대모와 떨어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면 곤란해지는 건 성신이었다.
기껏 위치들이 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곳마저도 와플에게 들키게 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일은 모두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미리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퍼레이드 전날, 모습을 드러내 와플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그들은 퍼레이드 시간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만약 퍼레이드 전날, 와플 요원들과 전투가 일어난다고 해도 괜찮았다.
“위험은 조금 감수해야겠지만 저와 1팀만 있어도 대모님을 보호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와플을 얕보는 게 아니었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도 강신은 척준신과 1팀이라면 대모와 함께 충분히 몸을 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저희가 그들을 제압하거나, 도망쳐도 결과는 절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와플 요원을 제압하면 미리 병력을 줄일 수 있어 좋고, 그들을 피해 도망친다면 와플은 성신의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있을 퍼레이드에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할 확률이 높았다.
이곳에서 강신을 처음 접한 오웬은 그의 계획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
“…….정말로 작정하셨군요.”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죠. 그리고 그들과 달리 우리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까요.”
와플이 뒤에서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짓을 한다고 해서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강신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와준 이들에게 살인 청부를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봐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와플 요원은 광신도들처럼 특별 수감시설로 보낼 수도 없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강신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그들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버려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강신은 와플의 정예 요원들을 암습하되, 장기간 요양이 필요할 정도의 큰 부상을 남기도록 일행들에게 이야기해두었다.
‘그런 부상이라면 어쩌면 큰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오웬은 그날 저녁, 퍼레이드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는 지도를 가지고 왔다.
“마켓 스트리트에서 오전 11시 30분부터 퍼레이드를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퍼레이드는 그로브 스트리트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섭외한 이들이 SNS로 올릴 장소는 총 6곳입니다. 예상 취약 지점은 이곳부터….”
오웬은 퍼레이드가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여 와플이 대모를 노릴 수 있는 지점들을 예측했다.
섭외가 가능한 지역은 하나도 빠짐없이 섭외해, 요원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냥 들었을 때는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말을 꺼낸 지, 만 하루도 되지 않고 사람들의 예약이 가득 찬 퍼레이드 기간인 것을 고려한다면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지원 요원 중에서도 일 잘하기로 소문난 김대리와 비교해도 오웬의 지원 능력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자료 내용이 좋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강신뿐만이 아니었는지, 다른 팀 요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오웬이 제공하는 자료를 확인했다.
“그럼 당일은 이렇게 움직이는 것으로 하죠.”
강신이 오웬이 가져온 자료를 토대로 편하게 요원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해서…. 작전은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런데…. 당일 작전은 정말 내가 지휘해도 괜찮겠나?”
“네. 그날 저는 대모님을 보호하는데, 정신이 없을 테니. 요원분들을 지휘하는 것은 힘들 겁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과장님이라면 저보다 더 잘하실 수 있으시니까요.”
아부가 섞인 강신의 대답을 듣고 이용진 과장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 볼 때는 숙맥이더니만…. 어느새 말발이 많이 늘었어. 그래도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으니, 강책임 말대로 진행하자고.”
오웬이 준비해준 상세한 자료 덕분인지, 작전 회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자 일행들은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서 흩어졌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었기에, 아직 노출되지 않은 요원들은 교대로 외부로 나가 미리 작전 예상 지점을 지형 정찰하고 돌아왔다.
퍼레이드 전날, 강신과 1팀 그리고 대모는 오클랜드에 있는 세이프 하우스에서 나와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마켓 스트리트의 남쪽에 있는 SOMA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이곳에는 블루버드, 오버, 에어비 등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모여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 파크가 있는 장소였다.
겉보기에는 많은 기업이 모여있어 안전해 보이지만, 저녁에는 다른 지역보다 범죄율 높은 지역이었다.
범죄율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치안이 좋지 않다는 말이었고, 무슨 일이 생겨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헤이, 슬랜트!”
강신이 척준신과 함께 대모를 보호하며 길거리를 걷자, 꾀죄죄한 몰골의 외국인들이 강신과 척준신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기들의 눈을 좌우로 쭉 찢는 시늉을 했다.
그래 놓고는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웃어댔다.
누가 봐도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이었고, 척준신이 불쾌한 듯이 위압을 담아 시선을 보냈다.
일반인이라면 보통 주눅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뭔가에 취해 있는 건지 오히려 더 신나서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상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불쾌한 얼굴의 척준신과 달리 강신은 무심하게 외국인들을 바라보고 그를 말렸다.
오히려 반응하면 할수록 저들은 더 신나서 떠들어 댈 게 분명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저들도 곧 흥미를 잃게 될 테니, 강신의 말대로 하는 것이 옳았다.
“저희는 다른 목적이 있잖아요.”
강신은 척준신에게 이곳에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인지시켰다.
“흠……. 확실히 치안이 좋지 않군.”
자신들을 모욕하는 이들 말고도, 골목이나 바닥에 앉아 희망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