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8
297화
‘후우…. 후우….’
점점 가까워질수록 강신의 긴장감은 더해갔다.
머리로는 믿는다고 했지만, 몸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아직인가.’
적이 저격 포인트로 잡은 지점이 가까워졌다.
그런데도 아직 다른 요원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보고가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강신이 고개를 돌리자, 긴장한 자신과 다르게 태연한 척준신과 대모의 모습이 들어왔다.
으드득.
강신은 그들을 보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를 너무 강하게 갈았는지, 볼이 살짝 씹혀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저격 포인트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고작 20m.
10m…. 5m….
그리고 지점에 도착하자,
-전 요원 모두 정위치, 작전 시작.
기다리던 이용진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신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퍽!
강신이 서있던 곳 바닥에서 갑자기 흙이 튀어 오르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강책임 괜찮나?
이용진 과장이 저격수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황급히 강신의 안부를 물었다.
바닥을 때린 건 저격수가 사용한 특수 탄환이었다.
소리보다 빠른 탄을 강신이 피할 수 있었던 건, 적의 저격 포인트가 정확히 어디인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과 본능에 가까운 감 덕분이었다.
“괜찮나?”
“헉…. 헉…. 네.”
척준신이 걱정되어 물어보자 강신은 거칠게 호흡을 뱉으며 대답했다.
그는 짧은 사이에 극도로 긴장했던 탓인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강신이 호흡을 몰아쉬며 진정하는 사이, 요원들의 목소리가 통신 장비를 통해 끝없이 들려왔다.
-A팀, 목표로 접근 중인 근거리 와플 요원 제압 완료.
-원거리 포인트 2지점 G팀, 전투 중. 부상자 발생, 지원 바람.
-F팀 포인트 6번 지점….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났다.
최대한 조용히 적들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지난번과 다르게 와플의 정예 중에서도 정예였다.
예상하지 못한 습격을 가했지만, 몇몇 곳은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반격당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A팀, G팀이 있는 원거리 포인트 2지점으로 지원. F팀은 A팀이 제압한 와플 요원을 지정된 위치로 이동시키고, H팀은 부상자를 후퇴시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났음에도 이용진 과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빠르게 요원들을 적재적소에 재배치시켜 상황이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지휘는 작전 시간을 단축했다.
-와플 요원, 전원 제압 완료.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현장은 금세 정리됐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은 제압한 와플 요원들을 축제의 열기가 식을 때까지 조용히 숨겨두었다가 이후 오웬이 빌린 한 창고로 옮겼다.
* * *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인원이 많았네요.”
오웬이 무릎이 꿇린 채로 포박된 백여 명에 가까운 수의 와플 요원들을 보며 말했다.
와플이 고작 성신 요원 두 명을 처리하고 대모를 납치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요원을 투입했다고 생각하니, 진짜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국가들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잡았던 위치의 힘이 그렇게 탐났던 걸까요.”
세계 유명 기업들은 U.M.A를 포획하고 연구해 각자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전 세계에 지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들이 모여 만든 U.M.A 국제회의에서 기업을 압박하면, 기업은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성신처럼 적당한 선을 지키며 기업을 운영하면, 자유 경쟁 시대에 U.M.A 국제회의가 기업을 압박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근 다른 기업들이 와플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와플이 아무리 국가 단위로 많은 돈을 뿌려도 모든 이의 눈을 가릴 순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돈을 받은 이들도 봐주지 못할 정도로 선을 넘어버렸다.
조만간 U.M.A 국제회의에서 와플에게 큰 제재를 가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을 와플에서 알지 못할 리 없었다.
돈을 거하게 받아먹은 어느 국가의 수장에 의해 일찌감치 와플은 이 소식을 접했다.
듣기로는 와플처럼 거대한 공룡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제재라고 했으니, 그들이 위치를 잡기 위해 이렇게 발버둥 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노력의 방법이 잘못된 거지.’
처음부터 정당하게 경쟁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제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번 일을 실패한 원인도.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와플 요원들이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정도로 다치게 되는 것 역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와플의 악재는 그들의 업보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강책임, 미안하지만 저기 계신 대모님과 함께 잠시 밖으로 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용진 과장의 말투는 명령은 아니었지만, 부탁하는 어조도 아니었다.
그저 그래야 한다는 걸 좋게 말하는 듯했다.
내쫓는 것처럼 보였지만, 강신은 이용진 과장이 자신을 배려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무방비한 상태의 와플 요원들에게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큰 부상을 만들어줄 예정이었고, 보기에 썩 좋지 않은 일이었다.
강신이 아무리 현장에서 활약하며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모습을 봐왔어도, 사람이 다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일어날 잔혹한 상황을 볼 필요는 없다고 이용진 과장은 생각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신은 이용진 과장의 호의를 받아 대모를 데리고, 조용히 창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근처 지부에서 지원 나온 지원 요원들이 실타래를 들고 실을 창고 주변에 두르고 있었다.
요원들이 강신을 발견하고 뭐라 무라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강신에게 닿지 못했다.
이상한 현상에 몇몇 요원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강신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은 강신이 수원 지부에 요청한 물건으로 그들에게는 생소한 물건이었으니까.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
이미 강신의 고모부인 이태수의 공장에서 사용한 적 있는 물건이었다.
다만, 입구로 소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았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커다란 창고에서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했기에 창고 주변을 칭칭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은 지원 요원뿐만이 아니었다.
“으응? 저게 뭔 해괴한….”
마치 마임을 하는 이들처럼 행동하는 지원 요원을 보고 대모가 당황했다.
“저들이 들고 있는 물건 때문입니다.”
강신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의 원인이 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것참……. 신기한 물건이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저런 ‘물건’은 처음 보는데. 혹시 구경시켜 줄 수 있겠나?”
신기한 물건을 본 대모의 눈이 반짝였다.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해하는 지원 요원에게 다가갔다.
그들에게 가까이 가자, 주변의 소리가 삼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강신은 몇 번이나 느껴봤던 기분이라 당황하지 않았지만, 대모는 강신과 달랐다.
위치들의 배신자가 처단된 이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던 대모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강신은 실타래를 들고 있던 지원 요원에게 손짓, 발짓하며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을 건네받았다.
그렇게 받은 거미줄을 풀어 대모의 손가락에 칭칭 감아주고는 남은 걸 다시 요원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창고와 멀어졌다.
대모는 마치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하며, 거미줄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강신은 그런 대모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다른 위치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그녀는 위치들에게 대모라고 불렸다.
대모는 위치가 아니었다면 한 종교의 성인으로 불릴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원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사람.’
강신은 그렇게 옆에서 대모가 거미줄을 가지고 노는 걸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간 자신을 위해 즐기지 못했던 모두의 어머니가 충분히 즐거워하길 바라면서….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툭툭.
대모를 바라보고 있는 강신의 어깨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강신이 뒤돌아보자, 김대리와 위치들과 함께 이동했던 카밀라가 있었다.
김대리는 대모가 갖고 있는 물건이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스마트폰에 글자를 적어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오랜만입니다. 강책임님!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대리가 다시 스마트폰에 뭔가를 적었다.
-위치들은 따로 인원을 나누어 미 정부에서 지원해 준 오클랜드 세이프 하우스로 이동 중입니다.
강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강신과 김대리가 대화하는 걸 본 카밀라는 왠지 모르지만, 질투가 난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야기는 제대로 전달받으셨죠? 제가 위치들 사이에서 배신자들을 찾아냈어요.
이미 진즉에 알고 있었고, 대모에게도 전달했던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강신이 모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카밀라는 칭찬해달라는 것처럼 자신의 업적을 언급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제가 크게 활약했으니, 회사로 돌아가면 질 좋은 피를 부탁해요!
카밀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였으니, 당연한 요구였다.
강신은 카밀라가 이번에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인정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과 김대리, 카밀라가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고, 대모는 혼자서 U.M.A의 부산물을 살펴보는 동안, 창고의 모든 일이 끝났다.
거대한 창고의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요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다가오는 동안 강신은 대모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건네주었던 거미줄을 수거해, 지원 요원에게 인계했다.
“그냥 다 죽이는 게 편하지 않겠습니까?”
농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살벌한 말을 던진 이는 딘이었다.
그는 환생자로 죽더라도 전생의 기억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했기에, 저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저들을 죽이면 진짜 기업끼리 목숨 걸고 싸워야 하잖아요.”
이순자가 딘에게 투덜대자, 그는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왜요? 저쪽 기업의 전력이 반 토막이 나면 우위를 점하고 시작하는 건데.”
“제가 개인적으로 사람이 죽는 걸 싫어해서요.”
강신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혹시 불살의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까? 예전에는 그런 것 같지 않으셨는데….”
딘은 사람이 죽는 걸 싫어한다는 강신의 말에 의문이 들어 물었다.
불살의 이념을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들을 말했다.
DX 코믹스에 나오는 박쥐 남자가 그런 인물이었다.
강신은 딘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굳이 저들을 다치게 하고, 죽이지 않은 건 사람이 죽는 게 싫어서만은 아닙니다.”
몇 달의 요양이 필요할 정도로 큰 부상을 남기는 것도 꽤 잔혹한 일이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니까요.”
와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짓을 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만약 미친 척하고 움직이면, 최악의 경우 요원들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불씨가 튈 수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바에 차라리 저들을 짐으로 만들어, 와플의 행동을 몇 달 주춤거리게 만드는 편이 나은 선택이었다.
“몇 달이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위치들의 새로운 은신처를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겠죠.”
“그렇긴 하겠군요.”
딘이 강신의 대답을 듣고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신의 이야기를 듣던 대모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몇 달이라……. 은신처를 만드는데 며칠만 있어도 충분하네.”
그리고 이내, 대모는 사람들이 놀랄만한 말을 꺼냈다.
“괜찮다면 성신 근처에서 은신처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