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
29화
“신단수는 자신만의 구역을 만들고 그곳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참……. 까다롭군. 그래서 계속 찾지 못한 것인가. 그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 방법은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부분은 부가적인 설명을 해야겠군요.”
강신은 먼저 책에서 혹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전설이 아니라, 자신이 영감을 얻은 상태에서 적었던 신단수의 정보를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신단수가 출몰하는 지점인 태백 산정에 대해 꽤 많은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태백시에 있는 산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때 당시에는 백두산의 정상을 뜻하는 것이라는 말도 많았죠.”
“그럼?”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은 환웅이 내려온 태백산은 사실 산이 아닙니다.”
“……?”
“천상과 지상을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곳. 바로 신단수가 있는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죠.”
신단수의 구역을 통해 지상으로 온 환웅과 풍백, 우사, 운사를 보고 무지한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표현했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무도 없던 장소에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일은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로 전해지게 되었다.
어째서 3월에만 신단수가 감지기에 잡혔는지 강신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쓴 글에 나오는 신단수는 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방금 말한 천상과 지상을 잇는 다리 말고도 본연의 역할은 따로 있었다.
추운 바람과 함께 날이 지독하게 추워지면 옛사람들은 흔히 말하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겨울을 의인화한 말이었지만 신단수는 겨울을 담당하는 동장군과 대립하는 역할을 했다.
동장군이 겨울의 추위와 혹독함을 불러오는 역할이라면 신단수는 봄의 생기 넘치는 날씨와 따뜻함을 불러오는 일을 담당했다.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 연구 부서에 이런 오컬트적인 이야기를 해 봐야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 요원들의 확인을 통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꽃의 개화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흠…. 자네 말은 어느 정도 이해는 했네. 그 구역이라는 곳의 입구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
“저희가 처음 방문했던 지점입니다.”
“……남산?”
“네.”
“어째서?”
“뿌리는 나무를 중심으로 퍼지니까요.”
[치익…. 눈앞에 두고도 찾지를 못했던 건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곳만 열 번 넘게 수색했었는데…….]통신 장비에서는 열심히 남산을 수색했던 현장 요원들의 탄식 섞인 푸념 소리가 들려왔다.
“신단수의 구역에 들어가려면 그 전에 필요한 물건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라….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구해 주지. 김 대리.”
척준신이 김 대리를 부르자, 그는 가슴을 펴며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
“말만 하시죠. 어떤 것이라도 구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 겁니다.”
“후후,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어떤 물건이 필요하십니까?”
“청주가 필요합니다.”
“에…?”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술을 구해 달라는 요청에 김 대리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주면……. 지역명을 이야기하시는 것은 아니실 테고. 술을 말씀하시는 거 맞으시죠?”
“네, 마시는 술이요. 근데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그런 청주는 안 됩니다.”
“그럼, 어떤 청주가 필요하신 거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일단 공장에서 찍어서 만드는 청주가 아닌, 사람이 직접 손으로 빚어서 만든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논산에서 제작되고 정확히 정백미 50%가 들어가야 합니다.”
예상보다 까다로운 조건에 김 대리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강신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또한 청주를 빚은 기간이 11월에서 3월 사이여야 하고, 알코올 도수는 16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전통주 빚는 것을 생업으로 하시는 분이 제작한 술이면 좋겠네요.”
김 대리는 처음 강신이 청주라고 말할 때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세부 조건들이 하나같이 까다로웠다.
“으음…….”
“구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김 대리는 강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짧은 연결음이 들리고 전화기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팀장님 항상 불철주야 고생이 많으십니다. 에? 또 뭐가 필요하냐고요? 에이……. 팀장님도, 제가 뭐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전화를 합니까? 며칠째 회사에서 고생하시는 팀장님이 생각나서 전화한 겁니다. 볼일이 없으면 끊는다고요? 아, 아니 끊지 마세요. 사실 필요한 것이 있어서 전화 드린 겁니다….”
전화를 받으며 허리를 굽신거리는 김 대리는 방금까지 자신만만했던 모습과 너무 비교되어 보였다.
“강 선임님이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요청하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네, 그 강 선임 맞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청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네, 마시는 술이요. 근처 슈퍼에서 회사 카드를 긁으라고요? 아니, 그런 곳에서는 팔지 않는 조금 특별한 청주가 필요해서요. 그러니까 조건이…….”
김 대리는 강 선임이 요청한 청주의 조건을 그대로 지원팀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곧 지원팀장의 대답을 들은 것인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강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길지 않은 통화를 끝나자, 김 대리는 다시 당당하게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바로 구해 본다고 하십니다. 두 시간 정도 기다려 달라고 하시던데요?”
“그렇게나 빨리 구할 수 있다고 하십니까?”
자신이 말했던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강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하루나 이틀 이상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청주를 구할 수 있게 되자, 깜짝 놀랐다.
강신이 알기로 장인이 빚은 술은 일 년에 몇 병 나오지 않는 귀한 것들이었다.
“역시 대기업이라 가능한 건가요. 그런 귀한 술을 구하는 데 두 시간이라……. 그럼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저녁쯤에는 받을 수 있겠네요.”
“네? 대기업이라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데요? 그리고 술을 구하는 데 두 시간 걸리는 게 아니라, 이곳까지 가지고 오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는 소리였습니다.”
김 대리의 말대로라면 강신이 말한 조건의 청주를 이미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예상은 김 대리의 대답으로 확실해졌다.
“임원분 중에서 취미로 전통주를 모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의 취미야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스스로도 자신의 소장품을 하도 자랑해서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거든요.”
김 대리가 잠시 고개를 저었다.
“아마 강 선임님이 말씀하신 조건을 가진 청주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내어 주기 싫어하시겠지만 일 때문이라고 말하면 아마 내어 주실 겁니다. 회사에서도 적절한 보상을 해 주겠죠. 그럼, 그분의 집에서 물건을 받아 이곳으로 오기만 하면 되니, 두 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음……. 그분에게 미안하게 되었네요.”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된 강신은 졸지에 임원의 개인적인 소장품 중에서도 귀중한 물건을 빼앗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일이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아마, 청주는 그대로 소모되겠지.’
그리고 신단수의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물건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다시 그에게 청주가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신은 진심으로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청주의 주인에게는 안됐지만, 그럼에도 현재 그 술이 꼭 필요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강신이 소장품을 빼앗긴 사람의 걱정을 할 때, 척준신은 다른 고민을 하며 강신에게 다가왔다.
“신단수의 크기와 하는 행동을 본다면 포획은 아무래도 힘들겠지?”
강신은 신단수의 포획 가능성을 검토 중인 척준신에게 경고했다.
“신단수를 포획하려는 시도나 위해를 가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과거에는 신으로 추앙받던 존재로 인간에게 호의적이긴 하나, 화를 내면 저희가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신으로 추앙받았다는 강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종교를 가지고 있는 현장 요원들의 표정에서 조금 불편한 기색이 흘러나왔지만 강신은 애써 모르는 척 넘겼다.
[큼….]“신으로 추앙받았던 존재라. 이건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조금 큰 문제 군. 아무래도 상부의 의견을 들어 봐야겠어.”
척준신이 품속의 휴대폰을 꺼내, 상부에 현재 상황을 알리고 지침을 기다리기로 했다.
상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동안 일행들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미리 북한산으로 이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산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 강신에게 척준신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혹시, 신단수와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인원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신단수에 대한 방침은 상부의 의견을 따르게 되겠지만, 척준신은 강신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제 생각이라…….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은 인원수로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만약 포획하거나 적대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극과 극의 선택이었지만, 척준신은 혹시 모를 사태를 생각해야 했다.
“음…. 제가 말을 조금 잘못했네요. 만약 적대해서 싸우게 되더라도 인원수는 많이 필요 없을 겁니다. 결국 그만큼 희생자만 잔뜩 늘어날 테니까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강신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 그리고 정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상부가 그런 지침을 내린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과감하게 빠질 겁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상부 밑에서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바로 퇴직서를 제출할 거고요. 그리고 조금 오버하면 가족들을 데리고 최대한 서울에서 먼 곳으로 몸을 피하겠죠.”
척준신은 강신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네가 쓴 글에 신단수의 위험성이 잘 나타나 있다면 상부에서도 적대적인 행동을 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겠지.”
“다시 말하지만, 절대 적대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약점을 공략하기도 까다롭고 그동안 엄청난 피해가 날 겁니다.”
척준신은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었지만, 강신은 싸운다는 선택지를 아예 배제하며 신단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으으…. 상부에서 강 선임님의 의견을 들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던 김 대리가 강신의 강력한 경고를 듣자, 운전석에서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이 경고했다면 웃으면서 넘겼을 테지만, 강신의 말을 무시하기엔 U.M.A.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부에는 자네 의견을 전달해 두지.”
“고맙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김 대리가 운전한 차량은 남산 근처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상부의 지침과 강신이 요청했던 물건을 기다렸고, 먼저 도착한 것은 청주였다.
강신이 일행들과 타고 온 차량과 비슷한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왔고 그 차량에서 한 남성이 고급스러운 나무로 된 상자를 꺼냈다.
그러자, 김 대리가 그 남성에게 아는 척 다가갔다.
“팀장님~.”
강신과 척준신도 김 대리를 따라가자, 나무 상자를 들고 있는 남성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낯익은 얼굴,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사람이었다.
“척 부장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거 아까 유선으로 요청했던 청주입니다.”
말은 척준신에게 했지만, 물건은 김 대리에게 넘겨줬다.
“으앗?”
생각보다 묵직했는지, 실수로 나무 상자를 놓칠 뻔한 김 대리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왔다.
“어휴….”
지원팀의 팀장은 김 대리의 덤벙대는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그의 행동을 본 김 대리가 민망한지, 실없이 웃으며 강신에게 자신의 팀장을 소개했다.
“헤헤…. 강 선임님 이분이 저희 지원팀 팀장님이신 김병기 부장님이십니다.”
강신은 자신의 요청을 빠르게 들어준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빠르게 구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덕분에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강신의 태도가 부담스러운지, 김병기는 손을 흔들며 별거 아니라며 대꾸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물건도 제대로 전달했겠다. 저는 근처에서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김병기가 돌아간다는 말을 하자, 김 대리는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좀 쉬어야지. 이틀 동안 회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럼 저희와 함께하는 건 어떠세요?”
“안 돼, 그것도 일의 연장이잖아,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좀 쉬어야겠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그래, 너도 고생하고 끝나면 연락해라.”
“넵, 팀장님.”
김병기는 강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강신을 한번 바라보곤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