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이게 말했던 그 훼손된 신체를 수복해주는 비약이네.”
대모는 초록빛이 감도는 액체가 담겨있는 유리병을 강신에게 건넸다.
“이정도 양이면 얼마나 사용할 수 있습니까?”
“글쎄, 이전 경험으로 생각하면 적어도 사지가 날아간 사람에게 5번 정도 사용할 양이었지.”
실제 경험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덕분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에 신빙성을 얻게 됐다.
‘다섯 번이라…. 혹시 모르니, 다섯 군데에 나눠 담고, 하나는 팰로우님, 하나는 회장님에게 보내면 되겠네.’
강신의 개인 물품인 노커의 눈물을 제공하고 받은 물건이지만, 강신은 비약을 혼자서 독식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물건이 강신에게 있다는 소문이 난다면 꽤 골치가 아파질 게 분명했다.
차라리 그렇다면 권영식과 회장에게 물건 일부를 보내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걸 숨기는 편이 안전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니까….’
이 비약을 팔면 비싼 돈을 받을 수 있긴 하겠지만, 위치의 비약은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사람의 신체를 재생시켜주는 물건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감사합니다.”
“계약했던 내용을 지켰을 뿐인데 감사하긴. 오히려 내가 고맙네. 자네가 베풀어준 온정은 내 삶에서 두 번째로 따뜻했다네.”
숲속 마을은 이전보다 위치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사회와의 교류를 위해 자리를 비운 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다양한 장소에 문을 만들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세계 곳곳을 둘러보는 모니카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진 위치들도 있었다.
예전보다 인원이 많이 줄어들어 조금 쓸쓸해 보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전보다 더 밝았다.
‘이제는 숨어서 사는 게 아니니까.’
이제 위치들은 성신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사람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강신은 비약을 받고, 마을 주변의 위치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문은 수원 지부로 열어드리면 될까요?”
모니카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신에서는 위치들이 회사 내부로 올 수 있게, 문을 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설치해 두었다.
숲속 마을에서 볼일이 모두 끝난 강신이 모니카가 만든 문으로 나가려는데, 모나카의 부축을 받고 있던 대모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후에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위치들을 환영하니까.”
“그게 무슨….”
이미 몸 반쪽이 문을 통과해서 강신은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한 채, 성신 수원 지부로 이동됐다.
강신은 문을 이용하는 걸 일반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사람들과 격리된 공간에 떨어졌다.
대모의 말뜻을 이해하고 잠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위치들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다.
그냥 어원과 사람들이 말하는 정보를 가지고, 그들을 대했을 뿐이었다.
‘위치….’
어째서 자신이 쓴 정보에는 위치라는 존재가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했다.
위치는 아니어도 마녀라는 존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글로 쓴 적이 없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에 집중하느라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조금 전 대모의 말을 듣고, 순간 벼락에 맞은 듯이 깨달은 게 있었다.
“……위치는 애초에 인간과 다른 존재가 아니었어.”
강신은 이제까지 위치를 인간과 다른 유사 인류로, U.M.A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위치들은 강신이나 성신 소속의 H들처럼 그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에 대해서라면 수도 없이 글을 썼으니까….’
강신은 위치에 관해서 쓰지 않은 게 아니었다.
쓰고도 몰랐을 뿐이었다.
시기와 장소만 다를 뿐이지, 만약 대모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강신도 위치라고 불렸을지 모른다.
“나도 아직 멀었네.”
대모에게 건네받은 비약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비밀 연구소로 향했다.
권영식에게 부탁해 연구실을 빌려 비약을 정확히 오 등분했다.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권영식에게 두 개를 건네며 하나를 회장에게 보내 달라 부탁했다.
평소보다 정보가 부족했고, 탈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렸던 현장이 이렇게 끝났다.
이번 일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에 강신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큐브를 굴러다녔다.
하지만 강신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 * *
어두운 조명의 분위기가 잔잔한 펍(Public House).
한 남성이 술에 만취해 있었다.
“젠장, 젠장,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자신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래가 유망한 글로벌 기업의 본사 디렉터였다.
비록 일 처리는 더러웠지만, 회사에 많은 이익을 남겨주었기에 경영진들도 좋아하는 실세에 가까웠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 한 번으로 그는 디렉터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으며, 많은 이들의 조롱을 감내해야 했다.
“빌어먹을 새끼들. 내가 다른 기업의 U.M.A를 뺏어 줄 때는 좋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만, 고작 한번 실패했다고 나를 이따위로 취급해!”
디렉터는 화를 내며 욕을 하다가 갑자기 올라왔던 열이 빠르게 식었는지, 자조 섞인 말들을 내뱉었다.
“X 같은 세상 X 같은 삶, 내 삶은 언제까지 이렇게 시궁창인 거지….”
두서없이 혼자 중얼거리는 디렉터의 모습은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많은 자리가 채워진 펍이었지만 유독 디렉터의 주위에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빌어먹을 성신, 빌어먹을 정보꾼, 다 X까라고 해!”
욕을 내뱉으며 잔에 있는 위스키를 원샷한 디렉터가 거친 소리가 나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크으….”
뜨거운 술의 기운이 속에서 끓어 올랐다.
비어 있는 술잔을 본 디렉터가 다시 술을 주문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위스키 한 잔을 디렉터 앞에 내려놓았다.
탁!
디렉터가 자신의 앞에 위스키를 내려놓은 중년인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서 남과 이야기하기 싫으니, 절로 꺼지쇼.”
디렉터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지만, 중년인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양손을 들며 적대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말했다.
“워워, 진정하시게 나는 자네가 ‘정보꾼’ 때문에 힘들다는 소리를 듣고, 위로해주려고 했을 뿐이니까.”
“…….”
중년인의 말에 디렉터의 눈이 살벌하게 변했다.
자신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둘째치고 정보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즉, 중년인도 이쪽 분야에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당신 누구야.”
“내가 누구냐라…. 음, 그래 이렇게 설명하는 편이 좋겠군. 자네와 똑같이 정보꾼 때문에 상당히 큰 피해를 본 사람 중 하나라고 해두지.”
중년인은 디렉터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본 디렉터는 마치 찬물에 샤워한 것처럼 취기가 날아감을 느꼈다.
“그래서 정보꾼에게 당한 사람끼리 서로 위로나 하자고 찾아온 것은 아닐 테고 용건이 뭐지?”
“좋아, 피차 둘러 말할 필요는 없겠지. 사사건건 일을 방해하는 정보꾼이 너무 거슬려서 말이야. 확실하게 이번 기회에 처리할 생각인데, 혹시 같이할 생각이 있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중년인이 제안하자, 디렉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 내가 아무리 좌천되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사기꾼을 믿는 사람은 아니야.”
중년인이 누구인지 어디 소속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뜸 알겠다고 대답할 정도로 디렉터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신중함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중년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오늘은 그냥 인사만 한 것으로 만족할까. 술값은 내가 계산하겠네.”
중년인은 그렇게 말하면 전화번호만 적혀있는 명함과 작은 배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펍에서 나갔다.
“이건….”
디렉터는 중년인이 두고 간 익숙한 모양의 배지를 보고는 인상을 굳혔다.
이번 현장에서 와플이 도움을 받았던 단체가 사용하는 심볼이었다.
“하하하, 이곳에서도 정보꾼을 노리고 있는 건가…. 좋아, 재밌군. 할 일이 많아지겠어.”
디렉터는 방금까지 기분 나빴던 것이 모두 거짓말인 것처럼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중년인이 건넸던 명함을 품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딱 봐도 고급스러운 그림과 장식품이 있는 집안.
와장창!!
“X발! X바아아알!!”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한 남성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사용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남성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후계자야! 내가 아들이라고!!”
쨍그랑!
집기류가 부서지며 파편이 흩날렸다.
“헉…. 헉…. 어째서 내가 그딴 새끼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지?”
남성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도대체 얼마나 더 나를 실망하게 할 셈이냐! 지금 너 때문에 회사 얼마나 큰 손실을 봤는지 알기나 해!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다른 일을 망치지는 말아야 할 거 아니야! 더는 그쪽에 신경 쓰지 말고, 당분간 집에서 근신이나 해!
그간 아버지와 비교당하며 사람들의 모욕적인 언사를 참아오고 있었건만….
“어째서 아들인 나보다 그 새끼를 더 챙기는 거야. 나도 노력했다고! 그런데 안되는 걸 어쩌라는 거냐고!!”
분명 남성은 노력했다.
하루에 잠도 3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라는 것이 있었다.
남성인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하나 같이 모두 실패했다.
남성의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단지 때가 맞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런데 어째서….”
힘이 다했는지, 남자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 녀석은 단지 재능을 타고난 것뿐이잖아…. 나만큼 노력하지도 않았잖아.”
범인의 노력을 비웃는 듯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이제까지 불태웠던 노력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처럼 허무할 뿐이었다.
잘그락….
깨진 집기류가 듣기 싫은 소음을 냈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그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방문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이 있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면 슬픈 법이죠.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합니다.”
금발에 파란 눈,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이었다.
개량된 수녀복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남성을 바라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겠죠….”
아름다운 여성은 남성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방금까지 절규하던 남성은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주는 여성을 보고 순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 뭐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남성이 주변을 둘러보자, 겁에 질려 구석에서 떨고 있던 중년의 사용인은 이 소란 속에서도 평온하게 잠들어있었다.
“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뭔 소리….”
남성의 코끝에 갑자기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당신은 분명 노력했죠.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여성의 목소리가 천상의 목소리처럼 감미롭게 느껴졌다.
“타고난 재능 덕분에 세상을 편하게 살아간다는 건 불공평하죠. 노력한 사람이 더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정신이 살짝 몽롱해졌다.
“당신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이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성신 그룹의 부회장은 흐려진 눈으로 여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성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도와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