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요정(妖精).
현재는 페어리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지만, 예전에는 동양에서 요괴라고 불리는 존재도 요정으로 구분해 두었다.
그리고 그런 요정이 태어나는 곳이 바로 요정의 둥지였다.
“요정의 둥지?”
“네, 요정들이 태어나는 장소를 요정의 둥지라고 하죠. 워낙 아이들의 웃음이나 장난을 좋아하는 존재라, 놀이 공원에 둥지를 튼 것도 납득이 되는 부분입니다.”
요정들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곳에서 장난치는 걸 좋아했기에, 놀이 공원은 그들이 둥지를 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그럼, 저 희끄무리한 것들은 뭐라고 부르지?”
척준신이 묻자, 강신이 바로 대답했다.
“유령이나 망령으로 착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 존재는 실키(Silky)라고 불리는 요정입니다.”
“실키?”
“움직일 때, 실크가 스치는 소리가 나서 실키라고 부르죠. 그리고 저기 움직이는 조지 옆에 자세히 보면 뭔가 보이죠? 저건 스프라이트(Sprite)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스프라이트는 기본적으로 장난을 좋아해 사람들을 놀리는 경우가 많았다.
“유령처럼 보이는 요정들은 대다수가 실키고,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짓을 하는 건 스프라이트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이 두 개체를 상대한다 생각하고 준비하면 됩니다.”
요정의 종류는 더 있지만, 현재 지니즈 랜드에서 문제가 되는 건 두 종류의 요정이었다.
“좋아, 그럼 두 요정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려주겠나.”
권영식이 강신에게 묻자, 강신은 준비해둔 자료를 일행들에게 보여주며 본격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실키는 기본적으로 불투명하게 보이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육체가 실크로 이루어진 생명체입니다.”
실크, 누에고치에서 뽑은 보들보들한 섬유를 말한다.
광택이 나고, 가볍고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염색이 잘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희끄무리하게 보이는 겁니다. 유령처럼 밤에만 움직이는 이유는 실크의 특징 때문에 햇볕을 오래 받으면 변색 되기 때문이죠.”
“몸이 변색되는 걸 싫어한다는 건가?”
“네, 싫어하는 것을 넘어 혐오합니다. 실키끼리도 변색한 개체가 있으면 그 개체를 추방할 정도로 말이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실키는 변색되는 걸 끔찍하게 혐오했다.
“햇빛이라…. 그럼 태양광 조명을 알아보는 쪽이 좋겠군.”
“밤에 지니즈 랜드 전체를 비출 만큼 많은 조명이 필요하겠군요.”
태양광과 비슷한 밝기를 자랑하는 조명이라면, 시중에서 판매할 정도로 흔한 물건이었다.
지니즈 랜드가 워낙 넓어서 조명을 준비하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실 실키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음? 실키는 문제가 안 된다고?”
강신의 대답에 척준신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요정들이 아니거든요.”
실키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였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이 어지르고 간 자리를 정리해주는 인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자료가 남은 건, 그 개체 수가 많다는 걸 의미했다.
“그냥 외적인 모습과 밤에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유령으로 착각하는 게 전부인 존재예요. 하지만 스프라이트는 달라요.”
스프라이트는 실키와 다르게 장난을 친다.
“장난을 치는 정도면, 이번 현장은 그리 위험할 것 같지 않네요.”
스프라이트가 장난을 친다는 소리를 듣고 김대리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젓고, 김대리의 생각을 정정해주었다.
“그 장난의 기준이 요정이라는 게 문제인 겁니다.”
심심풀이 장난의 기준이 인간이 아닌 요정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요정의 수명은 인간보다 훨씬 깁니다.”
요정의 수명은 종족마다 다르지만, 확실한 건 백 년을 살아가는 인간 입장에서 요정은 매우 장수하는 존재였다.
“수명이 짧은 요정조차도 천년은 거뜬히 살아가니까요.”
스프라이트라고 불리는 요정은 그중에서도 수명이 긴 축에 속했다.
삶은 길고 할 일은 장난밖에 없으니,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장난들을 저지르기 일수였다.
그들에게 인간의 죽음은 그저 장난으로 치부할 만큼 하찮은 것이다.
그렇다고 스프라이트에게 악의가 있는 간 아니었다.
순수하기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악의 없는 장난과 비슷했다.
“지니즈 랜드에서 스프라이트가 장난치는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니즈에 서식하는 스프라이트의 장난 수위에 따라, 최악의 경우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럼, 이쯤에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죠.”
장웨이는 강신의 설명을 듣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했다.
“지니즈에 요정의 둥지가 발생했으며 나타난 요정은 두 개체로 실키와 스프라이트, 맞습니까?”
“네.”
“대처법으로 실키는 태양광 조명을 지니즈 랜드 전체에 설치하고…. 스프라이트는 우선 탐색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죠?”
장웨이는 강신이 한 말들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간략하게 정리했다.
“네, 맞습니다. 정확히는 지니즈 랜드 전체에 태양광 조명을 설치하는 건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태양광 조명을 준비하는 동안 스프라이트를 탐색하려고 합니다.”
“그럼, 인원은 어떻게….”
김대리가 질문하자, 강신은 미리 생각해둔 바를 말했다.
“이번 현장에는 팰로우님과 상무님을 제외한 울프 팀 전원과 현장 1팀, 3팀이 함께 나가죠. 지원 요원과 물자들은 그쪽 지부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이미 성신 LA 지부에 지원 요청해둔 상태였다.
그때 카밀라가 살며시 손을 들었다.
“저는 이번 현장은 패스할게요.”
“에? 진심입니까?”
김대리는 카밀라가 현장에 나가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밀라가 현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강신이 지니즈의 주식을 분배하는 건, 어디까지나 현장에 나간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즉,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주식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네, 애초에 저는 이제 돈이 필요 없기도 하고요.”
고성을 관리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예전과는 달리, 성신에서 직접 세금을 납부해주고 관리까지 해주었다.
카밀라로서는 아쉬울 게 없었다.
성신에 일하는 그녀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었다.
“제가 원하는 게 걸려 있었다면 갈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다지 땡기지 않네요.”
천성이 게을렀기 때문일까.
위치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카밀라는 의욕이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제가 간다고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유혹은 인간에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번처럼 순수하게 U.M.A를 상대하는 현장에서 그녀의 힘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데려 가려고 했던 건 조금이라도 주식을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카밀라도 그런 강신의 생각을 알았다.
하지만 크게 활약하지 못할 자신이 주식을 받는 게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애써 둘러 말했다.
“뭐, 귀찮은 것도 사실이고…. 저는 그냥 회사에서 쉴래요~”
강신은 카밀라를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카밀라를 제외한 이들만 가는 것으로 하죠.”
작전 지역으로 향할 인원이 정해지자, 요원들은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지니즈 랜드 전체를 덮을 정도로 밝은 태양광이라…. 조명이 많이 필요하겠군.”
“아마 LA에 있는 조명을 모두 가져가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과 해외 지부에 연락을 돌려 남는 태양광 조명을 요청하겠습니다.”
권영식과 임상무가 실키를 쫓아낼 태양광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대리는 어딘가로 통화를 걸며 급하게 움직였다.
“아…. 반출이 안 된다고요?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아뇨아뇨, 그러면 보호 장비라도…. 어차피 이건 몸을 보호하는 용도잖습니까.”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해외로 장비 반출하는 걸 허락받는 듯했다.
“그럼, 난 다른 요원들에게 설명해야겠군.”
척준신은 3팀 팀장인 이순자와 1팀 요원들에게 이곳에서 했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나갔다.
“저는 먼저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겠습니다.”
장웨이도 곧 척준신을 따라나갔다.
그렇게 울프팀 팀원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강신도 지니즈 랜드를 어떻게 탐색할지 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LA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출발하기 전, 26층 훈련소에서 요원들이 새로운 보호 장비를 점검했다.
권영식은 강신과 함께 움직이는 1팀을 위해 보호 장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주었다.
강민수가 입고 있는 정장의 두 번째 단추를 누르자, 보호 장비가 완벽한 검은색이라고 불리는 벤타 블랙으로 변했다.
“이야…. 이거 마음에 드네요.”
강민수가 상기된 얼굴로 말하자,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번 움직여 보겠나?”
“넵.”
강민수와 다른 요원들이 새까만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 현장에는 놀이 공원이 폐장되고 밤에 움직일 테니, 필요할 것 같아 준비했지.”
놀이 공원 경비원들에게는 이미 공지됐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놀이 공원에 몰래 침입하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은밀히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음…. 밤에는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겠는데요.”
강신이 기괴한 요원들의 모습을 보고 우려를 표했다.
혹시나 저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밤에 본다면, 새로운 괴담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머리 쪽도 가릴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해두었지.”
권영식은 한쪽에 놓아둔 복면처럼 생긴 얇은 타이즈를 건넸다.
강신이 복면의 양 끝을 잡고 당기자, 복면은 끝을 모르고 늘어났다.
“신축성이 무척 좋네요.”
“그것뿐만이 아니야. 자네 신발과 요원들의 신발에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실을 연구해서 만든 장치를 달아 두었네. 걸어도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걸세.”
강신이 가볍게 점프를 해보자, 권영식의 말대로 착지할 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은밀하게 움직이기 충분하겠지?”
권영식이 강신에게 미소를 보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 못해 넘치죠.”
“좋아,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게. 나는 이제 조금 쉬어야겠어.”
권영식은 장비를 개량하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
곧 피곤한 몸을 이끌고 쉴 수 있는 장소로 떠나갔다.
모든 채비가 갖춰지자, 강신과 일행들은 LA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