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
30화
김병기가 떠나기 무섭게 회사에서 강신에게 전화가 왔다.
[강 선임, 며칠째 고생이 많습니다.]스마트폰에 찍힌 번호는 회사 번호였지만,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임 상무였다.
“아닙니다. 임 상무님. 회의 결과가 나온 건가요?”
[회의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신단수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회의가 계속 길어져서 어쩔 수 없이 강 선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강 선임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제 의견을요? 이미 회사 데이터베이스 안에 신단수와 관련된 정보는 다 있을 텐데요. 그리고 저는 이미 척 부장님을 통해서 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듣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른 내용이라서요. 우선은 회선을 회의용으로 전환하겠습니다.]삑.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임 상무 목소리만 들렸던 방금과는 다르게 회의실의 웅성거림이 그대로 들려왔다.
[자, 연결됐습니다. 이제 궁금하신 것들을 질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임 상무가 회의를 진행하자, 처음 듣는 남성의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지금 연결한 사람이 강 선임 본인 맞습니까?]“네.”
[흠, 이쪽 분야에서는 권 팰로우님을 능가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하던데 맞습니까?]“네?”
주제와 전혀 맞지 않는 다소 엉뚱한 질문이라, 강신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합니까?]“갑작스러운 질문이라서 조금 당황스럽네요. 글쎄요, 제가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권 팰로우님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가당치도 않죠.”
강신은 너스레를 떨며 오히려 권영식을 띄워 주었다.
어쨌든 강신이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으니, 상대의 질문에 겸양의 말로 답한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잘 걸렸다는 느낌으로 강신을 몰아붙였다.
[거보십시오. 본인도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뭐 이런 인원의 조언을 듣습니까. 차라리 현장으로 나가 있는 팀장급 인원들의 조언을 듣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상철 상무님, 제가 알기로는 현장에 나가 있는 팀장들은 모두 강 선임의 조언을 들으라고 했습니다.]임 상무가 강신의 편을 들어 주었지만, 그 목소리는 유 상무의 말을 되받아쳤다.
[뭐 저런 사람이 전문가라고……. 본인도 자신감이 없는 것 같은데, 저런 조언 들어 봐야 인력, 자원 낭비입니다. 어차피 이번에 발견한 U.M.A.가 인간에게 호의적이면 굳이 조우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가만히 내버려 둬도 되는 걸 굳이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조우할 필요가 있습니까?]자신을 까 내리며 회의 참석자들을 설득하려는 남성.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나에게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그때,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만하게.] [흠흠…….] [자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네만,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 두는 게 좋겠군.]‘사적인 감정?’
방금까지 강신에게 굉장히 적대적이었던 남성이 갑자기 끼어든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는 차분하게 답했다.
[흠흠, 저는 단지 이 친구가 연구원들이 말하는 만큼 정말로 그렇게 유능한 친구인지 잘 모르겠어서 확인한 것뿐입니다.] [너무 과했네. 지금 이곳은 강 선임의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이지, 추궁하는 자리가 아닐세.] [으음….]낮은 톤의 목소리가 상황을 정리하자, 다시 유 상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다른 질문이 있으신 분은 질문해 주십시오.]방금 자신을 도와주었던 낮은 목소리의 남성이 나섰다.
[내가 하지. 강 선임, 갑작스럽게 미안하군. 나는 박상진 전무라고 하네. 현장에서 결정하기 힘들어서 이쪽으로 의견을 넘긴 것은 잘 알겠네만……. 우리는 오히려 현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척 부장이 말하기를 무조건 적대하지 말라고 하던데.]“네, 절대 적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더군. 그냥 적대적인 행위를 반대하는 것뿐이라면 지원팀에 물건을 요청하지는 않았겠지. 그 물건을 정확히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강 선임의 행동을 보면 그 ‘생물’과 접촉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정확합니다. 저는 이 개체와 접촉하고 싶습니다.”
[꼭 접촉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득이 되지 않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접촉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강신의 소설을 보면 굳이 접촉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위험하지도 않은 개체였다.
“접촉하는 편이 저희가 얻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호……. 이득이 있을 거라니, 방금 회의에서는 ‘무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지고 있었네. 그런데 임 상무가 꼭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하더군.]“만약 허락만 해 주신다면 회사에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판을 짜 보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러면 대충이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해 보겠나?]“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획대로 접촉하게 된다면 구하기 힘든 귀한 약초나 잘하면 신단수의 일부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귀한 약초쯤이야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신단수의 일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박상진이 흥미를 가졌다.
[그건 좀 흥미가 동하는군. 혹시 그 열매라는 것을 얻을 수 있겠나?]이미 강신이 이야기한 내용이 임원들 귀에 들어간 것인지, 박상진은 신단수가 품고 있던 열매를 탐냈다.
하지만 신단수가 열매를 쉽게 내어 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신은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요. 아무래도 열매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저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나뭇가지나 잎사귀, 혹은 잔뿌리 정도겠군요.”
[나뭇가지, 잎사귀, 잔뿌리?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것들이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가?]그의 말투는 친근했지만 강신이 이해할 만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절대 접촉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신단수는 계절을 바꿀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개체의 일부라면 적어도 손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의 가치는 연구소에서 알아내겠지요.”
[계절을 바꿀 정도의 힘이라……. 뭐, 좋네. 강 선임에게 계획도 있는 것 같고, 이건 걸어 볼 만하겠군. 나는 찬성이네. 자네들은 어떤가? 아까 질문했던 이 상무? 혹시 더 질문하고 싶은 게 남았나?] [아, 아닙니다. 그대로 추진하시지요.] [좋아. 이번 일은 강 선임, 자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으로 하지.]“저보다 높은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솔직히 회사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다 핑계였다. 강신의 본심은 그저, 신단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신단수와 접촉하는 작전의 허가를 받기 위해 설득한 것이지, 현장의 지휘권을 갖기 위해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었다.
[자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현장에서 자네보다 신단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보이는군. 그러니 자네가 지휘권을 잡는 것이 맞네.]“……알겠습니다.”
[회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식으로 승인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게.]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과 연결되어 있던 전화가 끊어졌다.
“휴우…….”
태연한 척 박상진과 통화를 했지만 솔직히, 이제 막 들어온 신입 사원이 회사의 높은 사람들이 참여한 회의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꽤 긴장되는 일이었다.
옆에서 강신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척준신과 김 대리가 감탄을 하며 다가왔다.
“허, 그 박 전무님한테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저도…. 강 선임님 통화하시는 것 보고 조마조마해서 혼났네요.”
“휴…. 저도 사실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이마에 땀 좀 보세요.”
강신이 너스레를 떨며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는 자신의 이마를 둘에게 보여 주자, 둘은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아, 그보다 김 대리님 아까 술을 취미로 모으시는 임원분에게 청주를 받아 왔다고 하셨죠?”
“네. 이런 귀한 물건들은 꽤 비싼 물건들이니까요.”
“그렇군요.”
짧게 서로 사담을 나누는 중 다시 한번 강신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회사 내선이 아닌, 임 상무의 개인 번호였다.
강신은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네, 임 상무님.”
[회의가 끝나서 전화했습니다. 이 시간부로 그곳 현장의 모든 지휘권은 강 선임에게 이관되었습니다, 이후로 강 선임이 요청하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최우선 순위로 지원할 예정입니다.]“음…. 정말로 지휘권은 필요가 없었는데요.”
[박 전무님이 아무래도 강 선임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더군요.]“으……. 굉장히 부담스러운데요. 우선은 알겠습니다. 그보다 처음에 저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셨던 분, 이 상무님이라고 하셨죠?”
[네, 이상철 상무라고 합니다.]“나중에 그분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알려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연락처를 물어보시는 이유가 있습니까?]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는 강 선임의 행동이 임 상무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그분에게 빚을 조금 진 것 같아서요.”
실제로 본 것도 아니고 처음 목소리를 들었던 인물에게 빚을 졌다는 강신의 말을 들은 임 상무는 깜짝 놀랐다.
[……알고 계셨습니까? 혹시 누가 알려 주던가요?]“아니요. 어디까지나 저의 예측일 뿐이었지만, 임 상무님의 반응을 보니 확신이 드네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간단한 추리였다.
어째서 강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적대적으로 질문했을까?
강신은 성신 그룹의 임원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임원이라 하면 회사의 중역들이 대부분이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일도 처리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런 이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감정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자신을 떠보려는 계책인 줄 알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자신의 반응을 보기도 전에 임 상무가 그의 질문을 쳐 냈다.
그럼 감정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인데, 강신은 이상철이라는 사람과 전혀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강신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심되는 것이 있었다.
김 대리가 청주를 분명 임원에게 받아 왔다고 이야기했다.
말이 받아 온 것이지, 실제로는 회사의 요구로 아끼던 술을 빼앗겼다면…….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강신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결국 이상철 상무가 자신이 요청했던 청주를 내어 준 사람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예상은 정확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 전무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강신의 마지막 말은 임 상무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