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0
309화
“이야…. 이렇게 많이 있는데, 소문이 그것밖에 나지 않았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
어느새 지도를 가득 채운 목격정보를 보고는 김대리가 감탄을 터트렸다.
U.M.A의 개체 수만 본다면 그간 지니즈가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 다행이네요.”
이순자가 지도에 빨간색으로 강조된 별로 그려진 표식을 보고 말했다.
“그러게나 말일세.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걸 이렇게 발견할 줄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강신에게 꽂혔다.
강신은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곤란한 듯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사실 저도 요정의 둥지를 발견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랬다.
빨간색으로 강조된 별 표식은 바로 요정의 둥지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탐색 기간 중 강신이 요정의 둥지를 발견한 건 정말로 우연에 가까웠다.
그야, 요정의 둥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놀이 기구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 * *
잇츠어스몰어스(It’s a Small Earth).
현재 애너하임 지니즈 랜드에서는 운행이 잠정 중단된 놀이 기구로 보트를 타고 축약해 놓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강신이 구은혜를 위해 은장도를 만들 때, 꿨던 꿈에서 나온 장소이기도 했다.
전날, 강신은 운행하지 않는 하얀 성 모양의 놀이 기구를 보고는 마치 홀리듯이 내부로 진입했다.
놀이기구의 내부가 꿈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고, 강신은 이곳에 뭔가가 있음을 확신했다.
‘어째서 꿈속에서 나온 소녀는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것일까.’
그 꿈은 평소 강신이 꾸는 꿈과는 매우 달랐다.
강신이 U.M.A의 정보를 얻는 꿈들은 U.M.A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자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하늘에 달이 떠오르고 나서야 겨울 나비가 보였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소속의 키퍼들이 등장한 꿈에선 그들의 문양을 달고 나타난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검은 액체가 불에 가까워지자, 순식간에 고체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항상 U.M.A가 등장하고,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특성, 특이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달랐다.
갑자기 나타난 소녀는 자신을 보고 만질 수 있었고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강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가 자신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소녀가 알려준 것이라고는 그저 놀이 기구에 타는 방법과 내리는 방법뿐이었다.
강신은 그 꿈에 대해 짧은 고민을 하는 동안 주변을 살폈다.
그때, 놀이 기구의 전원 장치를 찾은 김대리가 전원을 올렸다.
덜컹!
우우우웅~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놀이 기구에서 특유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따라라~ 따란, 따라~ 라란~
내부가 밝아지자, 일행들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운행하지 않는 것 같은데, 관리는 깨끗하게 잘 되어 있네요. 외관만 보면 지금 당장 운행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흠, 내가 봐도 그런데, 이 정도로 깔끔한데 왜 놀이 기구를 운행하지 않지?”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놀이 기구를 보며 척준신이 의문을 품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왜 운행을 하지 않지? 다른 지역에 있는 지니즈 랜드에서도 꼭 타야 하는 놀이 기구 베스트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한 놀이 기구인데.”
지니즈 랜드를 가면 꼭 한번 타야 할 놀이 기구에 이름이 올라올 정도로 유명한 놀이 기구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게 뭔가 이상했다.
“리모델링을 하나? 아니면 내부 쪽에서 문제가 생긴 건가?”
척준신과 김대리가 이런저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강신은 통신 장비를 작동시켜 장웨이를 불렀다.
“장대리님.”
-네, 강책임, 말씀하십시오.
“혹시 바쁘지 않으시면 지니즈 측에 연락해서 잇츠어스몰어스가 기계적 결함이 없다면 운행해봐도 되는지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다른 놀이 기구들과 다르게 운행이 중단된 놀이 기구였기에,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지니즈의 승인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 통신이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장웨이가 통신을 보내왔다.
-강책임님, 그 놀이 기구 설비 쪽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지니즈 랜드에서는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놀이 기구에 탑승하실 거라면 뒷일은 책임지지 않으니,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지니즈 측에서 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지만, 강신은 꿈에서 봤던 걸 떠올리며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어…. 스스로 안전을 지키라니, 꽤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신보다 옆에서 함께 통신을 듣고 있던 김대리가 의문을 표했다.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사고라고요? 이거 제가 알기로는 사고가 날 만한 놀이 기구가 아닌데요?”
보통 놀이 기구에서 사고는 본인의 부주의를 빼면, 속도가 빠르거나 높은 곳에서 움직이는 놀이 기구에서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잇츠어스몰어스는 전 세계를 관광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놀이 기구였다.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으며 가속 구간도 없었고, 높은 위치에서 움직이는 놀이 기구도 아니었다.
그러자, 강신이 김대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놀이 기구와 관련된 루머들은 알고 계시죠?”
“물론이죠. 루머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워낙 유명한 이야기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한 가족이 호텔에서 실종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시간이 돼 방을 청소하러 들어간 청소팀은 아직 방에 짐이 있는 걸 확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종종 숙박을 연장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튿날에도 짐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지배인에게 알렸다.
그 방을 조사한 지배인은 이 가족들이 이틀 전에 호텔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그들이 사용한 신용 카드의 내역을 확인했는데, 그들의 행적이 지니즈 랜드로 향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지니즈 랜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 가족이 잇츠어스몰어스로 들어갔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분명 가족이 놀이 기구에 탑승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놀이 기구에서 내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갑자기 한 가족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그 후 경찰들은 사라진 가족이 지니즈 랜드에서 제공하는 메모리 메이커를 구매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가족들의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메모리 메이커에는 잇츠어스몰어스에서만 700장이 넘는 사진이 찍혀 있었다.
놀이 기구 한 바퀴를 돌 때 1장이 찍히는 메모리 메이커의 특성상, 실종된 가족들은 700번을 넘게 이 놀이 기구를 탑승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탑승한 첫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실종된 가족들만이 놀이 기구를 타고 있었다.
첫 장과 달리 뒤로 갈수록 실종된 가족들이 겁에 질린 모습이 사진에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루머 가짜라고 알려졌잖아요.”
강신은 김대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 이야기는 김대리의 말대로 가짜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놀이 기구에는 메모리 메이커에 남는 사진을 촬영하는 구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에는 오싹하고 그럴싸한 이야기였지만, 허점이 존재해 그저 루머로 치부되는 이야기일 터였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꿈속에서 봤던 가족들은 분명 루머로 들었던 그 가족들이었다.
“사진 이야기는 거짓말이겠지만…. 앞부분은 의외로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지니즈에서는 이 이야기가 루머로 취급되길 바라며, 사람들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터무니 없는 내용을 뒤에 붙인 걸 수도 있었다.
“설마…. 그게 정말 진실이라고요?”
순간 김대리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잘한 사고가 나는 건 사실이겠죠.”
실종된 가족 루머가 임팩트가 너무 강해 다른 이야기들은 많이 묻혔지만, 그 외에도 이 놀이 기구에 대한 루머가 정말 많았다.
다른 인형들은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데, 유일하게 춤을 추지 않는 인형이 놀이 기구를 탄 사람들을 빤히 바라본다든지.
목을 매고 있는 인형이나 위치가 계속 바뀌면서 점점 놀이 기구를 따라오는 인형 같은 괴담들이 정말 많았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다른 놀이 기구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루머를 가지고 있었으니,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게 강신의 판단이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어떤 문제가 있어 현재 이 놀이 기구는 운행하지 않는다.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죠. 김대리님은 놀이 기구를 작동시켜 주세요. 척부장님은 제가 놀이 기구를 타고 돌아왔을 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 ‘저만’ 내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음? 내가 같이 타지 않아도 되겠나?”
“네, 이번에는 아마도 혼자 타야 할 것 같습니다.”
꿈에 나온 소녀는 놀이 기구에 강신을 혼자 태웠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탑승한 놀이 기구는 높은 확률로 스스로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강신은 척준신에게 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현장 자체가 그리 위험하지 않아서일까, 척준신은 강신의 부탁을 대수롭지 않게 수락했다.
* * *
“그럼 작동시키겠습니다!”
김대리가 컨트롤룸에서 외치자, 강신이 손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자, 뒤쪽에서 천천히 비어있는 놀이 기구가 탑승하는 곳까지 움직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게.”
강신이 가장 뒷자리에 탑승하자, 김대리가 놀이 기구를 작동시켰다.
놀이 기구가 천천히 움직였고 탑승구가 보이지 않게 됐다.
살짝 어두운 공간을 지날 때쯤, 강신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설야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강신의 그림자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그르르….
뭔가 경계하는 듯한 초코의 울음소리, 강신은 그 소리에 잔뜩 긴장을 유지했다.
그리고 조금 밝은 곳으로 나오자, 설야와 초코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분명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혼자였는데 어두운 공간을 통과하자, 어느새 4명의 가족이 앞 좌석에 함께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오싹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팔에는 닭살이 돋아났다.
‘꿈에서 봤던 그 가족이야.’
기묘한 감각이 강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척해야 해.’
아는척하게 되면 그들에게 붙들릴 가능성이 있었기에, 신경은 쓰이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며 놀이 기구 내부를 살폈다.
그리고 강신은 그간 세간에 알려진 루머들을 하나하나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