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1
310화
철렁~!
강신의 눈앞으로 목에 줄이 매달린 기괴한 인형이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기믹에 강신이 놀라 몸을 움찔 떨었고,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설야도 함께 놀라서 미친 듯이 날갯짓했다.
‘젠장,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어째서인지, 놀이 기구를 타고 있는 강신을 놀라게 하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꿈에서는 분명 이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꿈에서 탔던 놀이 기구에는 강신을 놀라게 하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실은 꿈과 조금 달랐다.
마치 다른 놀이 기구를 탔을 때와 비슷한….
‘잠깐, 다른 놀이 기구? 그럼, 지금 날 놀라게 하는 건 앞에 있는 4인 가족이 아닐 수도….’
지니즈 랜드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걸 즐기는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스프라이트.’
강신은 지금, 이 현상이 잇츠어스몰어스에 붙어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U.M.A와 스프라이트.
이 두 개체가 함께 만든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두 개체가 만든 복합적인 현상이구나.’
U.M.A는 종이 다른 U.M.A와 함께 공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강신은 그런데도 이 상황을 쉽게 유추해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강신의 가설에 불과했다.
자신의 추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증거가 필요했다.
강신은 증거를 찾기 위해 앞에 있는 가족들을 애써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인형들 사이를 살펴보았다.
얼마나 인형들 사이를 살폈을까, 강신은 곧 뭔가를 발견했다.
‘찾았다. 여기에도 있었구나.’
은은하게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는 빛덩어리.
묘지에서 봤다면 도깨비불로 착각할 것만 같은 색이었다.
스프라이트를 찾게 되자, 강신은 자신의 가설에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강신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하나가 더 있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은 강신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니, 셋, 넷?’
푸른빛을 뽐내던 스프라이트 주변으로 다른 색의 빛덩어리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보라색, 녹색, 저건 갈색인가?’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스프라이트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었다.
‘스프라이트의 수가 이렇게 많다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강신은 위기감을 느꼈다.
손에는 어느새 땀이 한가득했다.
강신이 주변을 잔뜩 경계하자, 그림자 속에 있는 초코가 모습을 드러내 으르렁거리며 스프라이트들을 위협했다.
초코의 모습에 스프라이트들이 놀란 것일까.
갑자기 뿔뿔이 흩어지더니, 더는 강신에게 장난을 치지 않았다.
그 순간 밝고 신나는 노래가 마치 늘어진 테이프를 튼 것처럼 변했다.
어느새 놀이 기구는 키위새와 물고기를 지나쳐, 마지막 구간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모티브로 괴상한 가면을 쓰고 북을 치는 인형들이 있었다.
그리고 강신은 그 인형들을 보고 어째서 이 장소에 스프라이트들이 몰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거 설마….’
가면을 쓴 괴상한 인형들 뒤로 인형의 크기에 3배 정도 되는 거대한 가면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가면의 입에 분홍색 빛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아직은 아주 작지만, 그 빛덩어리가 커지면 어떤 모습을 할지는 보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스프라이트가 태어나는 모습처럼 보였다.
‘둥지구나.’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일이 설명됐다.
지니즈 랜드에 대한 루머 중 어째서 이 놀이 기구에 대한 루머가 그렇게 많았는지.
어째서 다른 놀이 기구보다 이곳에 스프라이트가 많이 몰려 있었는지.
운행이 정지되어 사람이 찾지 않는 놀이 기구에 어째서 스프라이트가 남아있는지.
그리고 스프라이트가 어째서 다른 U.M.A와 함께 이곳에 공존하고 있는지까지.
‘모든 건 둥지를 지키기 위해서였구나.’
어째서 다른 U.M.A가 붙어 있는 놀이 기구에 요정의 둥지가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스프라이트는 둥지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이곳을 탐색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요정의 둥지를 발견하지 못했을 터였다.
요정의 둥지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일행들과 상의해 저 둥지를 이곳에서 제거할 방법을 의논해야 했다.
‘그리고 저 둥지를 제거할 건지, 포획해서 미국 지부에 넘길지도 정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할 일은 아니야.’
자신의 앞 좌석에 앉아 있는 놀이 기구에 붙들린 존재들과 수많은 스프라이트가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둥지를 제거하는 건 무모한 행동이었다.
‘놀이 기구에서 몸을 뗄 수도 없으니, 이것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겠지.’
왠지 모르겠지만, 놀이기구에 앉은 상태에서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놀이 기구가 출구로 향하는 동안 강신은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이곳에 있는 스프라이트의 수와 색을 파악할 뿐이었다.
그렇게 놀이 기구가 출구로 나왔고, 그곳에는 척준신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척준신은 강신이 놀이 기구에 탑승할 때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4인의 가족을 발견하고, 표정을 굳히더니 바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쪽에 앉아 있는 강신이 양손을 X로 교차하며 고개를 빠르게 가로 저었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던 척준신이 자세를 풀었다.
강신은 척준신이 자세를 푸는 걸 확인하고,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자신을 꺼내 달라는 몸짓을 취했다.
척준신은 바로 이해했는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 기구가 가까워지자, 척준신은 바로 강신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때 문제가 생겼다.
“어…. 이거 왜 이러지.”
놀이 기구를 운행하는 컨트롤룸에서 당황한 김대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다급하게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척부장님! 놀이 기구가 갑자기 통제가 안 됩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놀이 기구는 멈춰야 할 출구를 지나치고 있었다.
“칫….”
달갑지 않은 소식에 척준신은 짧게 혀를 차고는 강신을 놀이 기구에서 꺼내기 위해 접근했다.
어째서인지, 강신은 보트 모양의 놀이 기구에서 손만 뻗고 있을 뿐 자리에서는 일어나지 못했다.
척준신이 강신의 손을 잡는 순간, 앞 좌석에 앉아 있는 4인 가족의 머리가 천천히 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의 머리가 인간이라면 돌아가지 않아야 할 각도까지 돌아갔다.
강신은 어째서 척준신이 저들을 보고 경계하며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그들의 눈은 흰자밖에 없었으며, 입은 귀 바로 아래까지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빨이 인간의 것보다는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뾰족했다.
무엇보다 소름이 끼치는 건 흰자밖에 없는 눈에서 붉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미친….”
이제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강신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척준신이 다급하게 강신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강신의 몸은 보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트에 달라붙은 듯한 강신의 모습에 척준신이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현장 경험이 많은 척준신은 베테랑답게 냉정함을 되찾고, 해결 방법을 떠올렸다.
“강책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팔을 절대 놓치지 말게!”
강신은 그의 말대로 자신의 팔을 붙잡은 척준신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보트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로!’
“흐읍!!”
짧은 기합을 내지르자, 강신이 잡은 척준신의 팔 근육이 꿈틀거리며 팽창했다.
척준신이 다시 한번 강신을 잡아당겼다.
그저 당긴다는 기분이 들었던 처음과는 전혀 달랐다.
강신은 팔이 빠질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지만, 척준신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제야 강신의 몸은 놀이 기구에서 떨어졌다.
보트에서 강신의 몸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순간, 강신을 바라보던 4인 가족이 어느새 강신의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피눈물을 흘리는 그들은 아주 간절하게 강신에게 빌었다.
“나도…. 제발 나도 내리게 해줘.”
“여긴 너무 추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이제 놀이 기구는 그만 타고 싶어….”
영어로 중얼거리는 가족들의 목소리.
얼마나 울고 비명 지르며 소리를 쳤는지, 갈라질 때로 갈라져 오싹할 만큼의 저음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현재 자신이 저들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신이 발버둥 쳤지만, 그들은 강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끌려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
이들에게 붙들리는 순간, 강신도 저들과 똑같은 처지가 될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급한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을 잡아당기고 있는 척준신도 마음이 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젠장! 김대리!”
“네! 지금 갑니다!”
다급한 마음에 컨트롤룸에 있는 김대리를 불러봤지만, 그가 있는 곳과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강신을 도와준 건 바로 그림자 속에 있는 초코였다.
-크아아앙!
퍼어억!
강신의 위기를 느낀 초코가 몸을 힘껏 부풀려, 강신을 잡고 늘어진 4인 가족을 냅다 앞발로 후려쳤다.
다행히 4인 가족은 초코의 공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보트 내부로 다시 굴러 들어갔다.
“아아아…. 안돼에! 제발 나도 나도!!”
“이 지옥에서 나가게 해주세요!”
“으허허헝.”
“싫어!”
애원하고 또 애원했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기에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미안해요.’
4인 가족을 태운 보트가 다시 입구로 향했고, 천천히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 강책임 괜찮나?”
“네, 척부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강신이 척준신을 잡고 있던 팔이 뻐근한지, 어깨를 돌리면서 말했다.
“아니, 이런 건 사전에 좀 이야기해주면 좋지 않겠나?”
놀이 기구를 탑승할 때, 강신이 자신을 꺼내 달라고 했다.
강신이 이 사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척준신이 투덜댔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게 이렇게까지 빠져나오기 힘들 줄 몰랐네요.”
꿈에서는 소녀가 살짝 당겨준 것만으로도 놀이 기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강신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운행을 멈추고 김대리가 헐레벌떡 강신과 척준신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놀이 기구에 묶여있는 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놀이 기구가 통제되기 시작한 듯했다.
“두 분 다 괜찮으십니까?”
뒤늦게 안부를 묻는 김대리를 보고 자기들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정작 고생은 둘이 했는데, 급하게 뛰어오느라 김대리의 몰골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앉아 웃고 있는 둘을 보며 김대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긴장이 풀린 강신과 척준신은 웃는 걸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