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어째서 그전까지 요정의 둥지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요정의 둥지가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그 위치를 바꿨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스프라이트가 둥지를 옮길 수도 있었지만, 강신이 알고 있는 요정의 둥지는 요정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리를 옮길 수 없었다.
분홍색 빛덩어리를 만들고 있었으니, 자리를 옮겼던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요정의 둥지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전에 봤던 곳과 지금 본 곳이 같은 공간이 아닐 경우.’
내부 구조가 똑같아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 들어갔던 공간은 현실과 격리된 다른 장소였던 것이다.
“구역의 틈이라고?”
척준신이 되묻자, 강신은 확신이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솔직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게 구역의 틈이 맞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공간인지….”
“흠….”
“확실한 건 구역은 아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간이라는 거죠. 저도 이런 장소는 처음 봤습니다.”
강신이 보통 구역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대부분 구역을 만드는 존재의 소망이 현실화된 공간이다.
따라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구현되어 있었다.
‘이렇게 현실과 똑같은 구역은 없다는 소리지.’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과 구역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바로 그 경계를 통과할 때였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구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곳이 경계라는 걸 확실하게 인지할 수가 있었다.
‘신단수의 안개, 비추는 상들이 만든 거울 마을에 물처럼. 물론 산토가 만들었던 불완전한 구역도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 있는 공간은 불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역은 자연 발생하는 경우가 없었다.
꼭 누군가가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잇츠어스몰어스에 있는 공간은 달랐다.
“이곳에는 구역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보이지 않았어요.”
요정의 둥지는 요정을 탄생시킨다는 본능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스프라이트들이 모여 구역을 만드는 것도 가능은 했다.
문제는 산토가 무리하며 만들었던 것처럼 그 구역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고작 그 정도의 스프라이트들로는 구역을 유지해봐야 고작 몇 개월이 전부였다.
그런데 공간을 들락이는 놀이 기구에 잡혀 있는 가족들의 복장은 적어도 몇십 년 전 것으로 보였다.
그 공간이 꽤 오래전부터 유지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네도 알지 못하는 공간이라….”
척준신의 아미가 심각하게 찌푸려졌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추가로 생긴 변수가 그리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역이 아닌 공간이지만 구역과 비슷한 곳이라…. 이렇게 부르기는 너무 힘든데, 명칭부터 제대로 정하는 게 어떤가요?”
나중에 명칭으로 인한 혼선이 생길까 걱정한 김대리가 의견을 제시했다.
“구역은 아니고 현실과 비슷하니, 이면 세계는 어떱니까?”
물체의 뒤쪽 면이라는 뜻, 이면(裏面).
이 단어만큼이나, 이곳과 잘 어울리는 단어도 없었다.
“이면 세계, 나쁘지 않은 작명이네요.”
작명 센스가 부족한 강신이 봤을 때, 정말로 흡족한 명칭이었다.
강신이 좋게 평가해주자 김대리가 무척 좋아했다.
앞으로 이런 비슷한 공간을 보게 된다면, 김대리가 말한 이면 세계라는 단어로 불리게 될 테니까.
새로운 걸 발견하고 이름을 짓는 일은 탐구자들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래도 이면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여러 시도를 해봐야겠네요.”
이제 고작 첫걸음이었다.
탐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명칭이 정해지자, 본격적인 이면 세계 탐사가 이루어졌다.
다른 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강신이 계속 이면 세계로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강신은 탐사를 진행하면서 이것저것 확인하면서도 꼭 지키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이면 세계를 절대 한 번에 한 바퀴 이상, 돌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신은 내부를 한 바퀴를 돌 때마다 꼭 보트에서 내리고 다시 탑승하기를 반복했다.
꿈속에서 놀이 기구를 탔을 때, 내리지 않고 도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몸이 보트에 더 강하게 붙들렸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한 바퀴 이상 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감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두 바퀴까지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바퀴부터는 그 가족들과 함께 보트에 붙들려버릴 거야.’
막연한 감이었지만, 정보가 부족한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그런 감밖에 없었다.
강신의 감은 의외로 잘 맞는 편이었다.
“와…. 이거 정말 쉽지가 않네요.”
강신이 보트에서 빠져나온 걸 보고 김대리가 자신을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말했다.
강신을 보트에서 꺼내는 건 꽤나 많은 힘이 들어갔다.
강신의 탐사 횟수가 늘자, 그만큼 척준신, 이순자를 포함한 다른 요원들까지 지쳐가는 게 뻔히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체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김대리가 놀이 기구 운행을 자동으로 돌리고, 이들과 함께 있는 이유는 4인 가족을 구출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김대리가 쉽지 않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
가족을 잡으려고 했던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강신을 꺼내는 다른 요원들과 다르게 김대리는 앞 좌석에 앉아있는 4인 가족과 접촉을 시도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나중에 다수의 요원을 동원해 강신을 꺼내듯이 4인 가족을 구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김대리가 만지려고 하자, 그들의 신체가 마치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다가 다시 뭉쳐졌다.
그런 모습을 본 건 김대리뿐만이 아니었다.
뒤쪽에 앉아있던 강신도 그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아무래도 외부 사람이 그들을 만지는 건 불가능한 것 같네요.”
“외부 사람이 불가능하다면 내부에서는 가능하다는 소리인가요?”
“네, 내부에서는 가능했었습니다.”
“가능했었다?”
이미 접촉해본 것처럼 말하는 강신의 대답에 이순자가 의문을 갖자, 척준신이 강신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요정의 둥지를 발견했을 때, 그들이 강책임을 잡고 늘어졌었지….”
초코의 도움으로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때 분명 그들은 강신을 붙잡았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을 꺼내려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이 직접 꺼내줘야 한다는 거네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 떠올릴 수 있었다.
강신이 개인적으로 내부에서 그들을 건져내는 방법부터, 강신이 그 가족을 붙잡으면 외부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강신과 가족들을 꺼내는 방법까지.
그러나 문제는 그들을 꺼낼 때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냥 사람 무게 정도라면 고민할 것도 없었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강신의 몸을 잡고 늘어졌을 때만 해도, 그들이 버티는 힘은 사람의 힘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강했으니까.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강신이 그곳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구출한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미 뒤틀려 버린 그들의 모습과 지나온 세월을 확인한다면, 그들이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붙들린 놀이 기구는 이면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을 구출하면 놀이 기구가 이면 세계로 다시 들어갈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많은 의문과 걱정이 그곳에 있는 이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고민만 해서 해결될 일들은 아닌 것 같네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차근히 해보죠.”
강신의 말에 복잡한 생각은 잠시 털어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강신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오늘 더 시도해보는 건 무리겠네요.”
자신을 건져내느라 과하게 힘을 쓴 요원들의 지친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마침 실험해 보고 싶은 물건도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강신의 결정에 척준신과 이순자를 제외한, 내심 이제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던 다른 요원들이 기뻐했다.
이날 탐색은 그렇게 종료됐다.
탐색은 종료됐지만, 강신은 더 바빠졌다.
“요정의 둥지를 채집하려면 와이어가 연결된 총이나 석궁이 필요합니다.”
“총이나 석궁이요?”
“네, 전자동 장비는 안 됩니다. 이면 세계에서는 전자 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몸을 움직여서 직접 채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 필연적으로 도구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전자 장비는 안에서 작동을 하지 않으니, 아날로그식 장비를 사용해야 했다.
멀리 있는 물건을 끌고 오기 위해서는 투사체를 쏘는 장비가 필요했다.
“음…. 와이어 발사기 같은 장비면 되려나….”
“들어가서 사용해보면 되니, 일단 가지고 올 수 있는 물건부터 챙겨오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본부와 연락해서 적당한 물건이 있나 확인해보겠습니다.”
* * *
다음날.
김대리는 발 빠르게 움직여 강신이 요구한 물건들을 구해다 주었다.
“쐐기형으로 탄이 나가는 물건은 둥지에 손상을 줄 수 있어서 제외했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이 네트런처입니다.”
김대리가 가지고 온 건 화약으로 작동하는 와이어 발사기와 그물이 발사되는 네트런처였다.
“둘 다, 정밀 조준이 가능한 물건으로 최대 80m까지는 날아가는 제품이니까, 거리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반적인 총기와 작동법이 달라서 실제로 사용해본 요원을 데리고 왔습니다.”
김대리는 장비만 가지고 온 게 아니라, 그걸 잘 다룰 수 있도록 강신을 교육해줄 요원까지 데리고 왔다.
미국 지부 소속의 성신 요원은 강신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바로 장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장비 교육이라고 해봐야 이미 총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수준이었고, 교육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 나가서 한번 사용해보죠.”
장비를 교육하던 요원은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실제로 네트 런처를 사용해보게 했다.
투웅!
촤아악~!
발사된 그물이 일정 부분 날아가다 넓게 펴졌고, 목표물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그뤠잇!”
단번에 목표를 적중시킨 강신의 사격 솜씨에 교육하던 요원이 엄지를 들며 강신을 칭찬했다.
강신은 목표를 맞추는 걸로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그물을 잡아당겼다.
그물에 감긴 목표물이 끌려오긴 했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강신이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김대리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쁘지 않긴 한데, 그물 재질을 질긴 걸로 바꾸고 장비를 조금 더 소형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대리가 잠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다시 돌아왔다.
“가능하긴 하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물의 재질을 바꾸는 건 문제없었지만, 장비를 소형화하는 일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동안, 이 장비가 이면 세계에서도 작동이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네요.”
그리고 그날 강신은 네트런처가 이면 세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
시간이 흘러 강신이 의뢰한 소형화 된 네트런처가 완성됐다.
그와 더불어 지니즈 랜드 전체를 비출 태양광 조명도 모두 배치됐다.
그리고 드디어 작전을 실행하는 D-Day의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