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지니즈 랜드는 아침부터 성신 요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수원 지부에서 넘어온 팀은 고작 2개였지만, 미국 지부에서 많은 요원들이 지원을 나온 상태라 더 북적여 보였다.
“광원이 빠지는 곳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 바랍니다.”
미국 지부 요원 사이에서 장웨이가 능숙하게 영어로 지휘하는 모습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장대리님, 바쁘시네요…. 강책임님은 긴장되시지는 않습니까?”
강신 옆으로 어느새 아이스박스처럼 보이는 상자를 들고 있는 김대리가 다가왔다.
“당연히 긴장되죠. 저는 모든 현장에서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U.M.A를 상대한다는 건 미지와 마주하는 것이었고, 강신의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그보다 탐색 마지막 날까지 둥지를 더 찾지 못한 게 아쉽네요.”
탐색 시간은 충분했지만, 스프라이트의 둥지를 제외하고는 다른 둥지를 더 찾지 못한 게 강신은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남은 둥지가 실키의 둥지면 관리하기 어렵지 않으니,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남아있는 요정의 둥지에서 실키가 증식한다고 해도, 지금 설치한 조명들을 유지 보수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대처 가능할 것이다.
“스프라이트보다 실키는 관리하기 편하다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건 그렇죠.”
“그보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이 놀이 공원은 휴장이라고 했지?”
척준신이 지니즈 랜드 직원들이 입구에 설치하고 있는 팻말을 확인하며 말했다.
지니즈 랜드의 휴장은 태양광 조명을 설치하기 전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고작 하룻밤 동안 태양광 조명을 밝힌다고 이곳에 있는 모든 실키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진 않을 것 같았기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꼭 일주일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태양광이 지니즈 랜드를 비추는 시간이 길수록 좋은 건 사실이었다.
‘스프라이트를 포획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니까.’
지니즈 쪽에서는 처음에 휴장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성신의 상부에서도 꽤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이 직접 나서서 협상한 후, 마음을 바꾸게 됐다.
주변에는 온몸에 조명을 달고 다니는 이들과 대형 선풍기를 짊어지고 있는 다수의 요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명을 달고 있는 이들은 따로 태양광 조명을 설치할 수 없는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대형 선풍기는 스프라이트를 포획하기 위한 장비였는데, 성인 남성 상체의 약 1.5배 크기로 매우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선풍기에는 바람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않고, 직선으로 갈 수 있도록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빛으로 쫓아내는 실키와 다르게 스프라이트는 가볍다는 특성을 이용해 선풍기 바람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에 넣어 완전히 외부와 격리시켜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었다.
‘잠자코 포획당하지 않으려고 할 테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스프라이트가 가진 힘을 생각한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움직임을 묶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작전 시작 당일 오전과 오후는 모두 작전을 준비하는데, 사용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모든 준비가 끝난 요원들부터 놀이 공원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요정의 둥지는 마지막 날 채집하신다고 했죠?”
이순자는 이미 고지한 내용을 다시 한번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첫날 둥지를 채집하면 스프라이트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미지수니까요. 그러니 우선 스프라이트들부터 포획하는 게 변수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흐음~ 그럼, 6일 차까지는 만나기 힘들겠네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척준신과 이순자는 팀장급 요원들이었고, 그런 이들을 같이 움직이며 스프라이트를 포획하는 건 꽤 효율이 떨어지는 행동이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6일 차까지 강신의 조와 이순자의 조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요,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세요.”
이순자는 쿨하게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준비를 모두 끝낸 자신의 조원들을 이끌고, 먼저 놀이 공원으로 진입했다.
이순자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척준신이 허리에는 처음 보는 검과 등에는 커다란 선풍기를 들쳐메고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나, 이부장은 먼저 출발했나 보군. 그럼 우리도 이만 출발하지.”
“네, 그러시죠.”
강신은 미국 지부에서 지원받은 건틀릿을 착용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
그 뒤를 척준신과 김대리가 따라갔다.
강신이 놀이 공원으로 들어섰는데, 해가 졌음에도 놀이 공원은 대낮처럼 환했다.
그리고 포획 작전을 시작한 요원들이 사방팔방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강신이 바로 귀밑에 붙어 있는 통신 장비를 작동시키자, 작전을 진행 중인 요원들의 목소리가 혼잡하게 들려왔다.
-판타지 파크 HD-3 구역, 광원이 부족합니다.
-바로 조명팀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헌티드 맨션 녹색 스프라이트 조우, 바로 포획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빛을 피해 도주 중인 실키 무리 발견했습니다. 이대로 놀이 공원 외부로 방향 유도하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내용이었다.
“저희는 바로 캐리비안쪽으로 이동하죠.”
“그러지.”
“넵.”
강신과 일행이 먼저 향한 곳은 지니즈 랜드에 도착한 첫날 스프라이트를 찾았던 장소였다.
그때와 어두컴컴하고 음습했던 지난번과 달리 태양광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인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낮보다 더 밝네요.”
이런 곳에서 첫날처럼 연기하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입으로 겁난다고 말해도 전혀 겁날 이유가 없는 장소가 되어버렸으니.
“바로 시작하죠. 척부장님.”
이미 다른 곳은 작전이 한창이었기에 뜸 들일 이유가 없었다.
강신이 척준신을 부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등 뒤에 메고 있는 선풍기를 꺼내 놀이 기구에 실었다.
“김대리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정확한 타이밍에 멈추겠습니다.”
김대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자 안에서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를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고, 놀이 기구를 운행하는 컨트롤룸으로 이동했다.
김대리가 운행을 시작하자, 놀이 기구는 캐리비안 컨셉에 걸맞게 해적들이 가득한 장소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꾸며진 기믹들을 본 강신은 저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크게 실망하며 말했다.
“이 놀이 기구는 조명이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하는군요.”
음침하고 분위기 있던 가슴에 칼이 박힌 해골을 밝은 조명 아래에서 보니, 뭔가 허접해 보였다.
어두웠을 땐 반짝이던 금화들도 밝은 빛에서는 여기저기 도금이 벗겨진 잡동사니였다.
“정말로 볼품없군.”
척준신도 강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파된 배를 지나고 해적들 인형을 지나자, 감옥에 갇혀있는 해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프라이트를 발견했던 그 장소였다.
그런데 놀이 기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했고, 결국 강신은 통신 장비로 김대리를 불렀다.
“김대리님.”
통신을 받은 김대리가 강신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깨닫고 곧장 대답했다.
-지금 멈추겠습니다.
그러자, 놀이 기구가 천천히 그 장소에서 멈춰 섰다.
끼이익…. 덜컹.
“역시나, 숨어 있군.”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스프라이트였다.
놀이 기구 전체를 밝게 비추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했는지, 장난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숨어 있었다.
다른 요원들은 놀이 기구에서 내려 인형들과 기믹들을 수색하며 스프라이트를 찾았겠지만, 강신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설야야.”
강신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강신의 눈에만 보이는 오색 빛의 아름다운 겨울 나비가 날아올랐다.
설야가 날아다니는 동안 강신의 시선은 계속 설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척준신은 언제라도 강신이 방향을 지시하면 선풍기를 작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스프라이트는 정말 단단히 숨어 있었는지, 설야는 한참이나 해적들 사이를 돌아다녔음에도 스프라이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 설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찾았다!’
“척부장님.”
강신이 척준신을 부르며 설야가 날고 있는 방향에서 살짝 떨어진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척준신이 그 방향으로 선풍기를 돌리고 대기했다.
선풍기 위치가 이동한 걸 확인한 강신은 숨어 있는 스프라이트를 선풍기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 속에 있는 충직한 그림자 반려를 불렀다.
“초코야.”
초코가 강신의 그림자에서 나와 대형견 크기로 형태를 갖추었다.
이미 잇츠어스몰어스에서 스프라이트들이 초코를 무서워하는 걸 확인했기에, 스프라이트를 유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현재 놀이 기구와 설야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곳까지의 거리였다.
이미 한번 죽었던 그림자 반려 초코는 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선 생명력이 필요했다.
숙주의 생명력을 나눠받으며 사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쇠약사할 정도의 생명력이 필요했다.
강신은 신단수가 베풀어준 열매로 인해 초코가 가져가는 생명력보다 더 많은 생명력이 계속 회복되고 있었기에, 항상 초코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런 초코는 당연히 강신과 멀리 떨어지지 못했었다.
‘그래, 못했었지.’
정확히 과거형이었다.
“부탁할게.”
-월!
강신이 설야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지점을 가리키자, 초코가 꼬리를 흔들며 힘차게 짖고는 강신의 그림자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
그리고 또 한 발짝, 그림자를 길게 늘여서 거리를 늘리거나 다른 지점과 그림자를 연결하는 게 아니라 완전하게 그림자에서 분리되었다.
그림자의 연결이 끊기면 빠르게 힘이 소모되어야 했지만, 초코는 멀쩡하게 강신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그림자 반려라면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 모습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강신도 초코가 이렇게 자신의 그림자를 벗어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는 걸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니즈 랜드 현장으로 오기 전, 강신은 개인 큐브에서 백소은과 함께 놀고 있는 초코를 발견했다.
백소은은 자주 초코와 놀아주었기에 위화감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초코가 딛고 있는 지면을 보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놀랐었지.’
백소은과 노는 동안 시간이 꽤 흘렀는데, 초코는 강신과 그림자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강신은 당황하며 초코를 서둘러 자신의 그림자에 넣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초코는 강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떠한 진화를 이루어 낸 것일까?
강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권영식과 연구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초코의 상태를 자세히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 현상은 떠오르는 발광체와 관련이 있었다.
떠오르는 발광체는 주식인 마리모를 먹으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을 배설한다.
그 배설물이 그림자 반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초코의 몸에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 강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코는 그와 떨어지지 않았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초코의 행동반경이 넓어져서 더 좋았다.
독립 행동이 가능해진 초코가 숨어 있는 스프라이트를 발견하고, 크게 짖으며 위협했다.
-컹! 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