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6
315화
펑! 쨍그랑!
거대한 탑형 놀이 기구 내부에서 작은 폭발음과 여기저기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음,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난잡하게 들려왔다.
“빨리 제압해! 피해가 클수록 지원 요원들의 부담이 더 커진다고!”
선임급으로 보이는 요원 중 하나가 영화 캐릭터와 대치 중인 요원들을 다그쳤다.
그러나 사실 그도 자신의 말처럼 영화 캐릭터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으아악!”
한 요원이 강신을 공격했던 나무줄기에 붙잡히자, 선임 요원이 가볍게 혀를 차고 그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이곳에는 같은 모습을 한 영화 캐릭터들이 현장 요원들을 공격했다.
“크아아!”
커다란 기합을 내지른 온몸에 붉은 문신이 가득한 대머리 근육 캐릭터 몇 마리가 튀어나와 괴력을 발휘했다.
조금씩 요원들의 대열이 무너지자, 보다 못한 척준신이 그들의 앞을 막고 요원들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했다.
놀이 기구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났다.
강신은 척준신이 메고 있던 대형 선풍기를 등에 메고, 통신으로 다급하게 김대리를 찾았다.
“김대리님! 아직 멀었습니까?”
-거의 다 됐습니다!
김대리는 다른 조의 호위를 받으며 놀이 기구를 작동시키기 위해 컨트롤 룸으로 이동했다.
‘정상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지.’
성신 요원들은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이곳에 있는 스프라이트가 놀이 기구 정상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 포획에 실패한 요원들은 놀이 기구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지 못하게 나무줄기로 막아버렸기 때문에 스프라이트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놀이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재 현장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인형들의 수가 상당했고, 다른 곳의 인형들과 달리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강신이 잠시 딴생각하는 동안, 갑자기 강신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유융~~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에게 날아오는 작은 로켓이 보였다.
강신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끼고 있는 건틀릿으로 조심스럽게 날아오는 로켓을 흘려냈다.
팅~! 펑!
그리고는 자신에게 로켓을 쏜 너구리를 응시했다.
다른 너구리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은 게 미니어처 크기로 제작된 인형 같았다.
첨단 무기를 들고 직립 보행을 하는 너구리가 강신과 눈을 마주치자, 가소롭다는 듯이 썩은 미소를 날려왔다.
“빌어먹을 너구리들!”
그런 너구리를 본 다른 요원들이 달려들었다.
영화에서 너구리는 로켓 런처나 SF에 나오는 위험천만한 무기들을 다뤘다.
하지만 스프라이트의 힘으로 움직여서인지, 지금 사용하는 무기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았다.
다만, 로켓이 터질 때마다 나는 소리와 중요한 상황에서 미묘하게 성질을 긁는 것처럼 날아오는 탄환은 요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캬핫핫!!”
심지어 원작을 그대로 살린 얄미운 웃음까지….
정말 얄밉기 그지없었다.
너구리들을 잡으려는 요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쫓는 것도 당연했다.
강신에게 로켓을 발사한 작은 너구리가 요원에게 쫓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바로 김대리가 통신을 보내왔다.
-강책임님 준비됐습니다. 바로 탑승하시면 됩니다.
강신은 서둘러 스프라이트를 포획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놀이 기구에 탑승했다.
“탑승했습니다.”
덜컹 소리와 함께 놀이 기구 문이 닫혔다.
그리고 놀이 기구 전방에 있는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하얀 머리에 이상한 선글라스를 쓴 남성이 뭐라고 주저리 떠들어댔지만, 강신은 영상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캬하핫!”
놀이 기구를 타기 전부터 들었던 불쾌한 웃음소리가 강신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때, 화면 좌측 상단에 나타난 너구리가 강신에게 뛰어들었다.
“큭!”
설마 놀이 기구 내부까지 인형이 있을 줄 몰랐던 강신은 조금 놀랐지만, 침착하게 왼손을 휘둘러 날아오는 너구리를 쳐냈다.
퍽!
바닥에 넘어진 너구리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가 튀어나왓다.
그리고 몸을 거대하게 부풀린 후 발로 너구리를 찍어 눌렀다.
뿌드득.
인형이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초코의 발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로 움직이려는 인형의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캬, 하…. 핫!”
인형은 자신의 몸이 부서지고 있음에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마지막까지 불쾌한 웃음을 날렸다.
기분이 상한 초코가 갑자기 누르고 있던 발을 치우더니, 입으로 인형의 머리를 물고는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러자 인형의 몸이 분해돼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그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너구리를 본 강신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초코는 고개를 하늘로 젖히며 물고 있던 너구리 얼굴을 공중으로 던지고, 그대로 입안으로 집어넣어 씹어댔다.
콰직, 콰직.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신은 뒤늦게 깜짝 놀라 말했다.
“에헤이. 초코야 그거 지지야 지지, 얼른 뱉어. 그런 거 함부로 먹는 거 아니야.”
강신이 말리자, 초코가 씹고 있던 인형의 잔해를 뱉어냈다.
으스러지고 바스러진 인형의 머리는 더는 원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당연히 아까처럼 기분 나쁜 웃음을 낼 수 없었다.
초코가 다시 강신의 그림자로 들어오자, 영상에서 놀이 기구의 주의 사항이 나왔다.
정해진 이야기가 나왔고 놀이 기구가 빠른 속도로 건물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김대리님,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네, 바로 제동 장치를 작동시키겠습니다.
꼭대기에 도착한 놀이 기구가 덜컹 소리와 함께 멈췄다.
척하면 척이라고 했던가.
원래는 영상에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주인공인 이들이 나타나면 아래로 떨어지는 놀이 기구였다.
김대리는 정상에 도착했다는 강신의 말을 듣고, 놀이 기구가 더는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했다.
강신은 놀이 기구가 오작동했을 때 대피할 수 있는 비상 탈출구가 있는 작은 문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이 기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그 모습은 마치 강신의 행동에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위협을 한다고 해서 강신이 행동을 멈출 사람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자신이 여기 있다고 알리는 스프라이트 행동에 강신은 어이가 없어 웃음까지 났다.
‘역시 지능이 아이 수준이라서 그런가….’
스프라이트의 힘으로 잠겨있던 비상 탈출구는 생각보다 쉽게 뜯기지 않았지만, 강신은 짧은 기합과 함께 문 반절을 억지로 뜯어냈다.
“흡!”
드드득.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반절 정도 휘어진 문 틈새로 비상 탈출구 내부가 보였다.
비상 탈출구는 오로지 탈출을 위한 장소였기에 철제 계단밖에 없었다.
강신이 얼굴을 들이밀자, 비상구 내부에서 검은색으로 빛나는 스프라이트의 모습이 보였다.
“찾았다.”
열리지 않은 문을 반절 정도 부수고, 웃으며 얼굴을 내미는 모습은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다.
인간이라도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모습이었고, 스프라이트는 빠르게 점멸하며 현재 자신이 느끼는 공포를 표현했다.
으드드드득!
강신이 문을 마저 뜯어내고 들어가자, 스프라이트는 마치 공포에 질린 사람이 다리가 풀려 도망가지 못하는 것처럼 점멸할 뿐 움직이지 못했다.
강신은 스프라이트가 도망이라도 갈까.
등에 메고 있는 선풍기를 작동시켰다.
스프라이트는 바람을 맞고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벽면에 부딪혔다.
‘갑자기 뭐지? 내가 모르는 스프라이트의 약점이라도 있는 건가?’
스프라이트가 반항하지 않아 포획이 쉬워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스프라이트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우선 포획부터 하자.’
품속에서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를 꺼낸 강신이 반항하지 않는 검은빛 스프라이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스프라이트를 용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점멸하기만 하던 스프라이트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관 용기 내부로 들어갔다.
푸슉.
용기가 닫히고 스프라이트가 완전히 격리되자, 강신은 이 사실을 다른 요원들에게 알렸다.
“후우…. 스프라이트 포획 완료.”
-아래쪽 인형들도 모두 동작을 멈췄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강신이 다시 놀이 기구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자, 난장판이 된 내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놀이 기구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장소에 있는 거대한 화면은 파괴됐고, 내부의 분위기 있는 전등들은 모두 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투명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있던 영화 속 캐릭터 인형들은 조각이 난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강책임 고생했네.”
놀이 기구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반겨준 건 척준신이었다.
강신이 놀이 기구를 탈 때만 해도 다른 장소에 있었던 그였다.
어느새 놀이 기구 탑승구 앞에서 누구도 강신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것이다.
척준신은 수북한 인형들의 잔해와 함께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인형 중에는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인형들도 있어서, 똑같은 모습을 한 인형이 수십 개나 있었다.
사실 강신이 스프라이트를 포획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인형을 베어버린 척준신을 보며 강신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보다는 척부장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은데요?”
“뭘, 이 정도로.”
척준신이 너스레를 떨며 꺼낸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강신은 그런 척준신을 보고 말했다.
“그보다, 그 검 슬슬 수리를 맡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요청하면 바로 다른 검을 가져다줄 게 분명한데도, 첫날 철창을 벨 때 이가 나간 검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중요한 순간 검이 파손될 수도 있었기에 강신은 걱정했지만, 척준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지금은 괜찮네. 왠지 모르게 계속 이걸 쓰다 보면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척준신도 현장에서 손상된 검을 사용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혀있던 경지의 벽을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였다.
언제 올지 모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무인은 그정도 위험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척부장님이 그러시다면야….”
“그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군.”
척준신의 대답에 강신이 웨어러블 장치에 출력된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척부장님 말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작전을 끝내기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격렬했던 현장 상황과 지쳐 보이는 요원들이 보였다.
강신은 척준신의 말대로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오늘 작전은 여기서 끝입니다. 다들 철수 준비합시다.”
그렇게 3일 차 작전이 종료되었다.
검은빛 스프라이트가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 이후로 까다로운 스프라이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작전은 순조롭게 4일 차, 5일 차를 지나 6일 차까지 작전이 무사히 진행됐다.
그리고 마지막 7일 차의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