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
31화
일이 끝나고 이상철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겠다고 이야기한 임 상무.
그는 회의가 끝난 곳에서 호인의 상을 가진 한 사람과 마주 앉아 있었다.
“자네 말대로 흥미로운 친구더군.”
그는 눈썹이 짙고,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기세가 있었다.
만약 이 자리에 어린아이가 있었다면 그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임 상무는 그런 그의 기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 갔다.
“그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 회사로 입사했을 때는 조금 어리숙하고 맹해 보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회사에 적응하더군요.”
“호오…….”
“숨겨졌던 재능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강 선임이 ‘영감’이라는 것에 휘둘릴 것이라고 판단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가 가지고 있던 상상력과 주어진 정보를 통한 상황 예측과 그 상황을 대처하는 모습은…. 제가 봐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임 상무 앞에 있는 인물은 강신과 방금 통화를 끝냈던 박상진 전무였다.
“그래, 그래서 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고? 이상철 상무는 직접 통화할 심산인 것 같은데, 나에게는 전해 달라고 했다라…….”
“네, 아마 그는 이상철 상무가 어째서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했는지, 파악하고 있더군요.”
“이상철 상무의 행동이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무엇을 알고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을까?”
“아마……. 전무님의 행동을 이해한 것인 게 아닐까 합니다만.”
사실 강신에게는 회의 중간이라고 이야기했지만, 회의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이미 강신의 행동을 보면 그가 접촉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고, 회사에서는 어차피 강신을 지원할 생각이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몇몇 임원들이 문제였다.
그래서 박상진은 그들의 의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강신과 통화를 했던 것이다.
강신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의 이득을 확실히 하면서 강신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회의를 이끌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고놈 참 물건이군……. 상당히 탐이 나는 인재야. 가진 정보만으로 정답을 유추해 내는 머리도 그렇지만,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그렇게 주눅 들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단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H’로 지정되지만 않았다면 내가 직접 키워 보고 싶을 정도군.”
“누구든 탐을 낼 인재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정말 어떻게든 안 되겠나?”
“아시잖습니까? 회사에서 지정한 H는 회장님의 허락이 없으면 파벌에 끌어들이면 안 된다는 거…….”
“흐음….”
H.
성신 그룹에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H라는 알파벳과 고유 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했다.
회사라는 집단은 직책이 오를수록 어쩔 수 없이 라인이라는 것을 타기 마련이었고, 결국 사내 정치 속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이리저리 사내 정치 싸움에 휘말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H로 지정된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반칙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의 재능이 있는 인물들.
과거 H들을 섭외하기 위해 많은 파벌이 싸웠고, 그 모습을 본 많은 H가 회사에 실망하며 떠나갔다.
사내 정치로 인해 H들이 떠나는 일이 회사의 큰 손해라고 느낀 초대 회장은 H 제도를 도입해 H로 지정된 인물들이 사내 정치에 이용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처음 이 제도를 어기고 H에게 접촉했던 성신전기의 부사장을 본보기로 퇴직시켰다. 그 정도로 강력한 제도였기 때문에 박상진 또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알고 있네. 그냥 아쉬워서 해 본 소리네. 아쉬워. 정말로…….”
영업으로 전무의 자리까지 올라간 박상진은 강신의 강단을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다.
“설령, 허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박 전무님도 아시다시피 권 팰로우님이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쯧, 하긴 그렇겠지. 그 영감은 여전한가 보구먼.”
“오히려 저보다 건강하십니다.”
“쯧쯧…….”
권영식의 이름이 나오자, 박상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질색을 했다.
박상진은 자신의 파벌로 강신을 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 *
한편 현장의 지휘권을 받은 강신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야……. 선임 연구원에게 작전 지휘권이 넘어가는 경우는 처음 보네요.”
김 대리는 강신이 지휘권을 넘겨받자,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부담스럽게 강신을 바라봤다.
“상부에서 그렇게 정했다면 다른 요원들도 대놓고 불만을 말하지는 못하겠지.”
척준신이 김 대리의 말을 거들었다.
이미 수원 지부에는 강신에 대한 소문이 많이 퍼진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지원 나온 요원들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강신은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마법 같은 단어를 알고 있었다.
강신은 통신 장비의 마이크를 켰다.
“현 시간부로 지휘권을 맡게 된 강신입니다.”
다른 요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신은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며 그들의 마음을 돌릴 마법의 단어를 내뱉었다.
“다들 퇴근하세요.”
[치익…. 네?] [칙, 잘못 들었습니다?]강신이 현장의 지휘권을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척준신과 김 대리를 제외한 모든 현장 요원들을 퇴근시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강신은 회사원에게 퇴근을 하라고 하는데 불만을 가지는 사람을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결국 강신에게 환호하며 모두 퇴근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척준신만이 강신을 걱정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모두 퇴근시키는 것보단 최소 인원으로 수원 1팀이라도 남기는 편이 낫지 않았겠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손발을 맞춰 온 자신의 팀원들이 함께 있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척준신의 말에도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 혼자서 가도 되긴 하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두 분을 남긴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 청주만 있다면 U.M.A.에 공격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신단수를 만나고 얻게 될 물건들을 혼자서 들고 가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요.”
강신에게는 현재 자신을 보호해 주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해 줄 인원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단지, 물건을 함께 옮겨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짐꾼이 필요하다는 거군?”
“그……. 단어가 좀…. 네.”
다른 좋은 말도 많았지만,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척준신에게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흠…. 내가 짐꾼이라. 뭐, 좋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위험하지 않게 신단수의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지?”
“간단해요. 신단수에게 초대를 받으면 되니까요.”
“초대?”
“네, 신단수의 구역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라면 신단수의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비정상적인 방법도 있다는 것이군.”
“몇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서야 신단수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같은 것이라……. 정상적으로 들어가는 편이 좋죠.”
“그렇군. 그럼 그 방법은?”
“지금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강신은 척준신의 질문에 대답하곤 근처 인적이 없는 산책로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강신은 김병기에게 받았던 고급스러운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고급스러운 하얀 백자로 된 호리병과 두 개의 잔이 비단으로 보이는 천으로 싸여 있었다.
백자 호리병을 꺼낸, 강신이 호리병의 입구를 막고 있던 마개를 손으로 뽑았다.
포옹!
맑은 소리와 함께 청량하고 진한 청주의 향이 강신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신은 상자 안에서 잔을 하나 꺼내 청주를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잔을 가득 채웠다.
쪼르륵….
“그렇게 정성스럽게 따르는 이유가 있습니까?”
김 대리가 강신의 행동을 보고 의아한 듯이 말했지만, 강신은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다음 행동을 이어 갔다.
정성스럽게 가득 채운 술잔의 내용물을 그대로 가로수 옆, 흙바닥에 흩뿌렸다.
촤악.
비싸고 어렵게 구한 청주를 그대로 땅에 버리는 행동을 본 김 대리가 화들짝 놀랐지만, 척준신은 살짝 얼굴만 굳힐 뿐 계속 강신이 하는 행동을 면밀히 살펴봤다.
술을 뿌린 강신은 이내, 두 번째 잔을 다시 채우고 이번에는 청주가 뿌려진 바닥에 잔이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나무들 사이로 잘 놓인 잔은 강신을 마치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처럼 보이게 했다.
“신단수가 술을 좋아한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드네요….”
김 대리가 강신의 행동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누군가가 그의 말에 대꾸했다.
“홀홀, 나무라고 술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더냐.”
하얀 한복을 입은 노인.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긴 흰머리를 정갈하게 나무줄기로 묶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은 잘 정돈되어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노인의 모습은 동화 속에서나 나오던 산신령을 꼭 닮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강신이 청주를 채워 두었던 잔이 들려 있었다.
“히익.”
김 대리는 순간 식겁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노인은 그런 그의 행동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홀홀 웃으며 잔에 든 청주를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꼴깍!
“흐으…….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청주인지 모르겠구나.”
청주를 마신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노인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김 대리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술잔을 가지고 갔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척준신 역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이잉 쯧쯧, 자기들이 불러 놓고 왜 쓸데없이 경계를 하누.”
노인은 척준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럼, 노인장께서 신단수로……. 불리는 분입니까?”
정중하지만 잔뜩 경계한 척준신의 목소리.
“그렇다네. 아마 나를 알고 있으니, 이런 것을 준비했겠지?”
노인이 들고 있는 물건을 본 척준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노인의 손에 강신이 들고 있던 호리병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이나 움직임을 놓치다니.”
“그럼 내가 물어보자, 자네들은 누구길래 이렇게 나를 불러냈나?”
척준신과 김 대리가 당황한 눈빛을 그대로 봤기 때문일까, 자신을 신단수라고 칭한 노인은 강신이 자신을 불러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아해구나. 사람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소문난 고고한 것이 따르고 있는 것 같고……. 걸치고 있는 옷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구나.”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청주가 신단수님의 입맛에 맞을지 몰라 걱정했는데, 드시는 것을 보니 만족스러운 모양이시군요.”
“홀홀, 암 암. 청주는 조금 질이 떨어져도 오랜만에 마시니 뭔들 좋지 않겠나? 그래 아해야, 네 덕분에 좋은 술을 마셨으니. 나도 그 보답으로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구나. 뭐가 좋을까…….”
보답을 고민하는 신단수에게 강신은 자신의 요청을 이야기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신단수님의 구역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호오? 내 구역에 대해 알고 있다니. 그것참 볼수록 신기한 아해구나…. 뭐, 보답을 약속했으니.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그럼 너희들을 초대하마.”
노인이 초대라는 말을 입에 담자, 그들 앞쪽에 있는 평범했던 길들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가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구경들 하다가 천천히들 오게.”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저희도 간단히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들어가죠. 참고로 척 부장님이 들고 있는 첼로 가방은 차량에 놓고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자신의 몸을 지킬 최소한의 수단이네. 그걸 놓고 오라는 건가?”
척준신이 자신의 무기가 들어 있는 첼로 가방을 놓고 오라는 강신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네, 설마 호의를 갖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 집에 놀러 갈 때도 무기를 챙기시는 것은 아니겠죠?”
“으음…….”
강신에게 설득당한 척준신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파트너를 차량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척준신이 첼로 가방을 다시 차량의 트렁크에 싣는 동안, 김 대리는 그와 반대로 작은 힙색을 대각선으로 메고 돌아왔다.
“그 가방은 뭔가요?”
강신이 궁금해하자, 김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무기는 아닙니다. 비상 용품들이 들어 있는 가방이죠.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잖아요?”
“음……. 그 정도는 괜찮겠죠.”
신단수도 딱히 상관하지 않을 물건이라 판단한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의 준비가 끝나자, 그들은 신단수가 사라졌던 안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강신이 앞장서서 걷자, 척준신과 김 대리는 그와 떨어지지 않게 최대한 몸을 붙이며 걸어갔다.
안개 속을 걷기를 몇 분, 그들은 안개에서 나올 수 있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곳과 전혀 다른 풍경, 숲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빽빽하게 가득 찬 나무들이 일행들은 반겨 주었다.
“확실히……. 이곳은 서울이 아닌 것 같군. 강 선임 여기가 신단수의 구역이 맞는가?”
척준신이 강신에게 묻자, 방금까지 여유로워 보였던 강신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 없게 대답했다.
“어…….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