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4
323화
피 터지는 혈전이었다.
물론 척준신의 피는 아니었다.
척준신은 물속에서 빠르게 거대 인면어의 공격을 피하며, 칼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인면어에게 하나둘, 상처가 늘어갔다.
척준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습.
척준신과 강신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직감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하지만 척준신이 저렇게 상대할 수 있는 건 모두 강신 덕분이었다.
인면어는 척준신과 싸우기 전에 강신에게 중상을 입은 상태였으니까.
-케헤헥!
평범한 물고기라면 소리를 낼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어선지, 인면어는 물 밖에서 괴성을 지르며 척준신에게 덤벼들었다.
허나 행동은 굼떴고, 척준신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인면어는 상처에서 피를 흘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입에서 계속 피를 게워냈다.
-케헥…. 케헥….
저 인면어가 어째서 등에 사람을 태우고 다녔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태우고 있던 인간들이 사라져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몸을 헤집어 놓아 고통스러운데도 억지로 움직여 나를 공격했겠지.’
강신을 공격했을 때, 자신에게 달려드는 척준신을 보고 인면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 하나쯤은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얕보고 있었을 테지.’
인면어가 오랜 삶을 살아오는 동안 만난 인간들은 인면어가 봤을 때 연약했을 테니까.
‘그야 그렇겠지. 강철 작살도 들어가지 않는 두꺼운 가죽과 조건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물건을 검은 재로 만드는 능력만으로도 인면어를 대적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을 테니까.’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들도 인면어를 쉽게 건들지 못했을 터였다.
‘그리고 위험하면 공간의 틈으로 숨어버렸을 테니까.’
이런 위기는 인면어에게 생소한 경험이었을 터였다.
‘그러니, 저렇게 도망가지 않고 무리하게 공격하겠지.’
정상적인 상태에서 싸웠다면 이곳에 모두가 달려들어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U.M.A가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싸우기 전에 입은 부상으로 승패는 결정되었다.
애초에 U.M.A와 전투를 이어가는 척준신이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싸우는 것보다 안전한 후퇴를 선택했을 것이다.
척준신이 인면어와 처절할 사투를 벌이는 동안 이순자는 척준신이 부탁한 대로 강신과 구조한 4인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
“강책임은 내가 들 테니, 나머지 구출 인원들 데리고 신속하게 이곳에서 탈출한다.”
척준신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이순자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싸우기 전 자신에게 강신을 맡겼으니, 싸움보다 강신의 대피가 더 중요했다.
강신은 척준신의 싸움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이순자의 지시에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요원 일부가 4인 가족을 놀이 기구 밖으로 인도했다.
다른 요원들은 아직 침식되지 않은 장비들을 챙겼고, 팬저파우스트(Panzerfaust) 같은 중화기를 들고 U.M.A를 조준하고 있는 인원들도 있었다.
이순자는 4인 가족을 챙긴 요원들과 함께 강신을 들쳐메고 놀이 기구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이순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안전하다고 판단한 건지 강신을 다른 요원에게 맡겼다.
“진성아, 강책임님 좀 받아줘.”
“네, 부장님.”
밖에서 대기 중이던 요원 중 하나가 이순자에게 다가왔다.
이순자는 강신에게 말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계세요. 들어가서 척부장님과 함께 나올 테니.”
“……잠시만요.”
강신이 내부로 들어가려는 이순자를 불렀다.
“초코야.”
-끼잉….
초코는 탈진 상태로 쇠약해진 강신의 곁을 떠나기 싫은 듯이 보였다.
“부탁할게. 이 부장님을 도와줘.”
하지만 거듭되는 강신의 부탁에 초코는 그림자에서 작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초코를 데리고 가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이순자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강아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초코와 함께 방금 탈출했던 하얀 성으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원 요원들이 장비들을 바리바리 들고서 성 밖으로 나왔다.
김대리도 함께였다.
“강책임님!”
김대리가 강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들고 있던 장비를 다른 지원 요원에게 넘기고, 곧장 강신에게 뛰어왔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뭐, 평소와 똑같죠. 그냥 탈진 상태입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요. 그보다 상황은 어땠습니까?”
강신은 자신보다 조금 늦게 나온 김대리에게 전황을 물어봤다.
“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척부장님이 U.M.A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만….”
김대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우물쭈물하던 김대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무기를 바꾸신 게 다섯 개째였습니다.”
김대리와 함께 탈출했던 요원 하나가 멀쩡한 검을 들고, 다시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살과 로프가 그랬듯이 척부장님이 휘두른 검은 U.M.A를 몇 번 베지 못하고 검게 타들어 가더군요.”
“아무래도 U.M.A의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보트뿐인 것 같네요.”
김대리가 가져온 정보를 통해 강신은 추측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정보를 요원들에게 전달한다고 도움이 되진 않았다.
인면어가 척준신이나 다른 누군가가 보트 위로 올라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디ㅏ.
그리고 보트 위는 다른 힘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보트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그 공격을 받고 U.M.A가 도망간다면….’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그대로 인면어가 쓰러지면 다행이지만, 만약 공간의 틈으로 도망친다면 보트 위에 있는 사람도 U.M.A와 함께 사라질 테니까.
‘어쨌든 승산은 이쪽에 있어.’
강신의 공격이 치명상을 입혔고, 척준신은 칼이 망가져도 계속 인면어를 베어냈다.
그리고 강신을 대피시켰던 이순자가 척준신을 돕기 위해 돌아갔다.
이순자도 엄연히 현장 요원들의 팀장 중 하나였다.
척준신이 특출나서 가려 있었을 뿐이지, 그녀의 무력 또한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척부장님이 뒤로 빠지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충분히 있어.’
현재 잇츠어스몰어스에는 척준신이 내린 코드 블랙으로 인면어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폭발류 무기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이순자가 합류하면 팽팽했던 싸움 속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다.
적당히 인면어를 견제하며 뒤로 빠지면 화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그의 예상이 정확했는지, 갑자기 놀이 기구 내부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앙!
쾅-!
지나가는 사람이 들었다면 깜짝 놀라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큰소리였다.
강신과 다르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리와 진동에 긴장했는지, 김대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같이 탈출했던 4인 가족들 또한 놀란 표정으로 놀이 기구 방향을 쳐다봤다.
“괜찮으실까요?”
김대리가 걱정스럽게 강신에게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으실 겁니다.”
강신은 척준신과 다른 이들을 믿었다.
펑!
콰과광!
그렇게 다시 몇 번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폭발음이 익숙해질 때쯤,
우르르~
쿠웅!
하얀 성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일부분이 무너졌다.
-적 완전 침묵. 경상자를 제외한 부상자 없음, 작전 종료.
그리고 통신 장비를 통해 담담한 척준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물 붕괴 위험이 있으니, 정리는 나중에 하고 우선 건물 밖으로 탈출하겠다.
통신을 들은 다른 인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 끝났다!”
“이제 휴가야!”
긴장한 상태로 조용히 기다리던 요원들이 쉴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 U.M.A를 상대하는데, 중상자가 없다고?”
“척부장님 진짜 대단하시네.”
“그러게, 말이다. 원래도 강하셨지만, 요즘 더 강해지신 것 같더라.”
요원들이 재잘대는 동안 내부에 있던 현장 요원들이 외부로 나왔다.
물에 젖었지만 당당하게 걸어오는 척준신이 보였다.
그는 강신을 발견하자마자 곧장 강신을 향해 다가왔다.
“강. 책. 임.”
강신의 이름을 부르며 무서운 얼굴로 걸어오는 척준신.
김대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처럼 강신을 놀리듯이 말했다.
“강책임님, 이거 자업자득인 거 아시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오늘따라 김대리가 더 얄미워 보였다.
하지만 김대리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고, 현재 상태로는 척준신을 피할 수도 없었다.
강신 그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척준신은 그간 쌓여있던 게 많았는지 한참이나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런 척준신의 뒤에는 불만이 가득한 이순자와 다른 요원들도 있었다.
웃으며 넘어가지 못할 일이었고, 강신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들의 잔소리가 끝난 건 U.M.A에게서 구출한 4인 가족에게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면서였다.
“…할 때마다 계속 고집부릴 텐가? 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조곤조곤 잔소리를 이어가던 척준신이 뭔가를 감지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4인 가족을 바라봤다.
척준신이 시선을 옮기자, 강신도 힘들게 고개를 돌려 4인 가족을 바라봤다.
푸스스….
4인 가족의 몸이 U.M.A에게 닿았던 물건들처럼 검게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척준신이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U.M.A는 분명 처리했는데?”
척준신은 분명히 U.M.A의 숨이 멎는 걸 확인하고 나왔다.
혹시 강신이라면 저 이유를 알까 싶어 강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애초에 이곳에 있던 인면어는 꿈속에서 보지 못했던 존재였고, 지금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몸이 재가 되고 있었지만,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들과 다르게 그들은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4인 가족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가장 늦게 구출된 가족의 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강신에게 공손히 감사를 전했다.
U.M.A가 사망하면서 원래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들은 보트에서 봤던 그 끔찍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으며, 찢어진 입도 그대로였다.
찢어진 입안의 이빨 또한 뾰족하니 위협적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더는 피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괴물 같은 존재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평생을 고통받았지만…. 덕분에 이제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신은 남성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하긴.’
자신은 고작 두 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런데 긴 세월 동안 세지 못할 정도로 같은 곳을 맴돌았던 이들이 사망하지 않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이 죽지 못하게 U.M.A가 붙잡고 있었다면, 끔찍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그들의 상황이 이해됐다.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U.M.A라는 천재지변에 휘말려 억울하게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았지만, 이제 그토록 원하던 안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검은 재가 되어 흩어지는 그들의 모습은 그걸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