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9
328화
-아아아악!!
-젠장, 닿지 않게 조심해!
-강민수를 돌에서 떼어내!
비명이 끊어지질 않고 다급해진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비명과 우왕좌왕하는 요원들의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저게 뭐지…?”
김대리가 강민수의 상태를 바라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민수가 들고 있던 돌에서 빛마저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 원형으로 퍼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실시간으로 커지며 강민수의 팔에 2분의 1 정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아아악!
어둠이 집어삼킨 팔이 어떻게 된 건진 알 수 없었지만, 강민수의 비명을 들었을 때 좋은 상황이 아니란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흐히히히, 종말, 종말의 시작이다!”
포박된 인원 중 한 명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자, 주변에 포박되어 있던 이들도 반쯤 돌아버린 눈으로 그를 따라 웃어 재끼기 시작했다.
“하하핫,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종말이 오는구나!”
“내가 종말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니!”
그들이 말하는 종말이 닥치기 전에 강신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상 현상에 닿은 부분을 절단하고 철수해 주세요.”
절단, 팔을 자르라는 소리였다.
그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팔 자체를 깔끔하게 끊어내는 건 어렵지 않더라도 그 이후의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현장 요원에게 팔은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부위였다.
실제로 현장 요원 중 불구가 될 바에 죽겠다는 소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현장 요원으로 일하는 그들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팔이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의 목숨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강신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강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덕분이었다.
‘괜찮아, 위치에게 받은 물약이 있어.’
강신은 게임을 하면 모든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물약은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 끝까지 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게임과 현실은 달랐다.
‘쓸데는 써야지.’
어쩌면 다시는 구하지 못할 귀중한 약이긴 했지만, 그게 아깝다고 한 사람의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싶진 않았다.
비명과 다급한 요원들의 목소리.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환희에 차, 방언을 터트리는 광신도들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보호 장비 걷어!
-아악!
-강제 지혈 장치 사용해!
-팔 절단 완료. 아직 검은 공간은 계속 팽창 중입니다. 지시대로 바로 철수하겠습니다.
현장 요원들이 팔이 절단된 강민수를 부축해 회전목마에서 강신 곁으로 돌아왔다.
“으으으….”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흘리는 강민수의 오른쪽 팔이 휑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에서 나가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드릴게요.”
강신은 강민수가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는 동안 척준신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저게 뭐지? 대답해!”
그는 포박된 광신도들을 심문했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저게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종말이라는 말뿐이었다.
“우선 후퇴하는 편이 좋겠어요.”
이순자가 조금씩 그 크기를 키워가는 검은 공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걸 저대로 두고 가기는 조금 걸리는데요….”
김대리가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이순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강책임도 저게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희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이순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저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는 건 이미 강민수의 상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성신에서 자랑하는 보호 장비도 저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김대리의 마음은 압니다.”
이순자라고 김대리의 생각을 어찌 모를까.
알고 있지만, 다른 요원들을 생각하면 후퇴하는 게 맞았다.
저 물체가 얼마나 팽창할지, 얼마나 유지될지 전혀 모른다.
괜히 손댔다가 애꿎은 요원들만 희생당할 수 있었다.
어쩌면 비교적 크기가 작은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가장 위험한 상태일지도 몰랐다.
“목숨을 걸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확실한 정보가 있었다면 현장 요원들은 묵묵히 저곳에 뛰어들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부장님 말대로 하는 게 좋겠네요.”
강신이 이순자의 편을 들자, 더는 김대리도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
“결정되었으면 빠르게 후퇴하죠. 우선 놀이 공원 내부에 있는 지원 요원들에게 대피하라고 전해주세요. 회전목마에 묶여있는 광신도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겠습니다.”
강신이 말하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요원들이 포박된 광신도들을 하나씩 잡고 어깨에 들쳐메자, 광신도들이 갑자기 발광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종말을 직접 볼 거야!”
“놔! 종말과 가장 가까워진 이 순간을 방해하지마!”
몸이 구속된 그들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성신 요원들을 물어뜯으려고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가만히 있어!”
“아, 진짜 이 미친놈들이….”
현장 요원들에게 고운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저들 때문에 작전이 끝난 현장으로 돌아온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심지어 저들이 벌인 일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가 크게 다치기까지 했다.
엄연히 적인 그들을 인도적인 차원으로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저런 행동을 하다니, 성인(聖人)이 아니라 그 아버지가 와도 욕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강신도 마찬가지였다.
“버리고 가죠.”
“네? 강선임님?”
김대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강신을 불렀지만, 그는 다시 한번 말했다.
“버리고 간다고 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적이라도 강신은 여유가 된다면 죽이거나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천천히 팽창하고 있었다.
저것에 닿으면 필시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음에도 냉정히 말하는 강신은 그간의 행동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저들을 위해 다른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동료들을 지키기도 힘든 상황에서 다른 이들까지 구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도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적대적인 세력이라면 더 그랬다.
“…알겠습니다.”
조금 떨떠름했지만, 강신이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었기에 김대리가 못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자는 강신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장비 회수는 나중으로 미루고 서둘러 대피해 주세요. 그리고 3팀, 저격수는 어떻게 됐어?”
-의심되는 인원을 잡긴 했는데, 신원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범인이면 범인이지, 의심되는 인원은 뭐야?”
-그게 강책임을 쐈던 것으로 추정되는 버려진 저격용 총 근처에서 잡은 사람인데, 보호 장비가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일단 알았어. 종말론자들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이들이니까, 철저하게 조사해.”
-그럼 이 인원 바로 인계하고 그쪽으로 합류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우리도 이제 이곳에서 철수할 예정이야. 철수하는 지원 요원들 유도나 해줘.”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지시를 끝낸 이순자가 강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강책임, 아직 탈진 상태죠?”
“네.”
이순자가 강신을 들쳐메고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어서 나가죠. 저거, 점점 커지는 게 빨라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였고 팽창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느린 속도로 커지던 검은 공간이 어느새 사람 머리 크기까지 커졌다.
그리고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조금만 힘들 내, 나가면 푹 쉴 수 있게 해주지.”
척준신도 바닥을 기며 환희하는 광신도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회전목마에 체력을 뺏겨 지친 현장 요원들을 독려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판타지 파크에서 놀이공원 입구로 이동했다.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위험을 느낀 대부분의 지원 요원들은 놀이 공원 밖으로 나갔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지원 요원들이 3팀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러는 사이, 강신은 장웨이와 통신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장대리님, 놀이 공원 주변으로 최대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봉쇄해주세요. 필요하다면 지금 상황을 미 정부에 말하고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놀이 공원 밖으로 벗어난 지원 요원들은….”
탈진 때문에 직접 움직이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컸던 것일까 강신은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다.
지친 몸을 끌고 이동하는 현장 요원들은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멀리서 3팀 요원들과 함께 빠져나가는 지원 요원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느렸다.
‘괜찮아, 팽창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니, 급할 건 없어.’
종말론자들이 원하는 종말이 나타났으니, 더는 강신과 일행들을 방해할 사람도 없었다.
종말이라 불리는 저것을 처리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지금은 객기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잇츠어스몰어스와 상황이 달라.’
기본적인 정보가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저들이 말한 종말과 관련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일단 팰로우님에게 자문해보고 다른 기업 쪽에도 협력을 요청하는 편이….’
최악을 가정한다면 저 종말이 도시, 더 나아가 나라까지 집어삼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침입자를 경계하느라, 저들이 노리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종말론자의 진짜 목적을 빨리 알아내지 못한 게 일을 키운 원인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삼키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이변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났다.
퍼석!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그 순간 강신의 보호 장비에서 얼굴을 보호하는 소모형 장치가 작동되었고, 그 위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튀었다.
짙고 어두운 검붉은 액체였다.
강신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생각이 멈춰버렸다.
주변에서 함께 이동 중이던 모든 요원들의 시선이 강신 옆으로 향했다.
털썩!
“한수야!”
옆에서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자, 한 요원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강신이 입을 열려고 했다.
“어….”
“뭉쳐!”
하지만 그보다 척준신이 더 빨랐다.
척준신의 지시에 현장 요원들이 순식간에 강신을 중심으로 밀집했다.
수많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강신과 일행 앞으로 지금까지 봤던 종말론자들과 비슷한 숫자의 침입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한 정장에 중절모를 쓴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이 말했다.
“정말 안타깝지만, 여러분은 이곳에서 나가실 수는 없습니다.”
개량형 수녀복을 입은 매력적인 여성이 그의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종말론자들이 종말이라 불렀던 것을 보며 말했다.
“어머…. 실패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수녀의 목소리는 매우 감미로웠지만,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는 강신과 일행들에게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