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30
329화
“하,한수야….”
이제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린 현장 요원.
그와 친한 동료 요원이 충격을 받은 듯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적들이 앞에 있어 티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다른 요원들도 그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왔던 동료의 머리가 터져나갔는데, 동요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당장이라도 동료의 시신을 수습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 여유롭게 자신들을 바라보며, 길을 막고 있는 적들이 있다.
그들 때문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당신들은 누구죠.”
이순자가 침착하게 적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덤벼들면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분노를 내리눌렀다.
그런 이순자의 태도가 퍽 흥미로웠던 것인지, 수녀복을 입은 여성은 미소를 지었다.
“통성명, 아주 좋죠. 모든 사랑은 이름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이니까요.”
수녀의 대답에 성신 요원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조금 전에 사람을 죽이고 사랑이라니, 개소리도 저런 개소리가 없었다.
그러니, 존대로 시작했던 이순자의 입에서 고운 말이 이어질 리 없었다.
“미친X인가, 기습해 놓고 사랑은 무슨….”
“후후후,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죠. 사람마다 추구하는 사랑은 모두 다르니까요.”
끝까지 사랑 타령을 하는 그녀를 보며 이순자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더는 수녀와 대화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때, 수녀 옆에 있던 중년인이 나섰다.
“메리나님, 대사제님이 전하라고 했던 이야기도 있고 비틀린 일도 다잡아야 하니, 잡담은 그쯤 하시죠.”
“어머나, 아쉬워라….”
중년인이 자신을 막자, 수녀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반갑습니다. 성신 요원 여러분, 한국에서는 지금 당신들이 처한 상황을 인과응보라고 하던가요?”
중년인의 말투는 정중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썩 좋은 말들이 아니었다.
“인과응보라고요?”
이순자가 짜증을 내며 말하자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당신들을 막는 모든 건 그간 당신들에게 방해를 받아온 이들의 지원을 받은 것들이니 어찌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 그러고 보니 저희가 누구인지 물어보셨죠? 이미 어느 정도 알고 계신 것 같지만,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중년인은 중절모를 검지와 엄지로 잡고는 무대에서 인사하는 것처럼 과장된 포즈를 취하며 인사했다.
“저는 크룰루님의 종이자, 세상에 종말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강신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굳어졌다.
“복수의 종교자.”
신을 믿는 이들은 보통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종교에 가입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건 비밀 종교도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극단적인 교리를 가진 비밀 종교는 서로를 배척하면 배척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뭉쳐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비밀 종교에도 특이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중년인처럼 다수의 비밀 종교를 믿는 이들이었다.
여러 종교를 믿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이들이 믿는 종교가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종교라는 걸 기억한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한번 가입하면 탈퇴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게 비밀 종교였으니까.
그런 곳에서 그들이 믿는 신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긴다고?
집단의 일원들이 절대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현재 성신의 요원들을 막고 있는 이들처럼 두 개 이상의 비밀 종교에 가입된 이들이 존재했다.
서로 다른 교리임에도 그걸 끼워 맞춰 믿으며, 그 교리를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는 이들.
아니, 정확히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워낙 능력이 특출나서 놓칠 수 없는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범한 사제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이들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광신도들을 이끌고 복수의 종교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녀까지 나타나다니….’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싸워도 우위를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적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지금 상대해야 한다는 건 정말 좋지 않았다.
요원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장비도 원래 자신이 쓰던 장비도 아니었다.
그리고 기습으로 동료가 당해 정신적으로 충격도 받은 상태다.
현재 적들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뒤쪽에서 팽창하고 있는 종말이라 불린 검은 공간 때문에 시간마저 강신과 요원들의 편이 아니었다.
“저희 대사제님이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무의미하게 희생당한 신도들을 위해 피의 복수를 내리니, 너희는 그 복수를 겸허하게 받아라.”
“그냥 대놓고 죽으라는 소리를 거창하게도 씨불이네요.”
이순자가 적나라하게 비판하자 중년인이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 손짓했다.
그 순간, 강신의 등골이 오싹해져 요원들에게 외쳤다.
“피하세요!”
펑!
작은 소형 폭탄이 터진 것처럼 폭발음이 들리고, 요원 한 명의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악!!”
너무 쉽게 뚫려버린 보호 장비에 현장 요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척준신이 외쳤다.
“정신 차려라!”
단 한마디.
그의 한마디에 동요했던 요원들이 마음을 다잡으며,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적들을 노려봤다.
“부상자 뒤로 빼.”
“조금만 참아, 지혈키트 사용해 줄게.”
정신을 차린 현장 요원들이 능수능란하게 부상자를 뒤쪽으로 옮기고 응급처치를 이어갔다.
“흠, 이거 쉽지 않겠어….”
적들의 눈치를 살피는 척준신이 눈살을 찌푸리며 일행들에게만 간신히 들릴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당장이라도 저들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강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전투를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요원들의 피해만 커질 게 분명했다.
그때 이순자가 말했다.
“제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책임을 탈출시킬 테니, 척부장님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셔도 됩니다.”
“이부장. 괜찮겠나?”
“어차피 이대로 있어 봐야 저희만 손해니까요. 당장 뭐라도 해봐야죠. 강책임, 괜찮죠?”
“네. 저는 괜찮습니다.”
강신이 이순자의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다들 준비해. 셋을 세고 움직인다.”
척준신은 이순자와 강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요원들을 한꺼번에 움직여 적들의 혼란을 야기시킬 생각이었다.
“하나.”
옆에서 일행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요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둘.”
모든 요원들이 당장이라도 뛰어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셋, 지금!”
척준신의 신호에 맞춰 모든 인원이 일제히 광신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앞장서고 있는 건 역시나 척준신이였다.
그는 보호 장비를 뚫은 적의 공격이 겁이 나지도 않는지, 어느새 이가 빠진 검을 꺼내 들고 광신도들을 이끄는 중년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중년의 남성은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었던 것처럼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것만으로 척준신의 검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애초에 한 번의 휘두름으로 중년인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척준신은 실망하지 않고 이어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둘의 전투가 시작됐다.
척준신이 계속 검을 휘두르며 중년의 남성을 쫓았지만, 그는 공격은커녕 방어도 하지 않았다.
온전히 회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쫓고 쫓기는 전투를 이어가는 동안 척준신을 뒤따르던 현장 요원들도 광신도와 부딪혔다.
광신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수녀복을 입은 메리나라고 불렸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으며 체구를 봐서는 전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뒤로 빠지지 않고 현장 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선두에 서 있었다.
“후후, 그런 불같은 사랑 저는 싫어하지 않아요.”
뭔가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런 수녀의 모습을 멀리서 보던 강신이 콧방귀를 꼈다.
‘흥,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말이지.’
그녀의 힘은 놀랍게도 카밀라가 사용하는 유혹과 많이 닮아있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메리나를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신 요원들은 달랐다.
그들은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메리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가장 먼저 메리나를 공격한 건 톤파를 들고 있던 요원이었다.
손잡이를 한 바퀴 돌려 머리를 노린 공격에 메리나가 살짝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어머?”
그러나 몸을 아주 유연하게 살짝 뒤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행동은 가벼웠지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이들을 보며 메리나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유혹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메리나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묻자, 뒤이어서 도착한 검을 든 요원이 연계를 이어가며 말했다.
이곳에 있는 현장 요원들이 메리나의 유혹이라는 특수 능력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카밀라의 도움 덕분이었다.
척준신은 이미 한번 겪은 유혹이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1팀 요원들에게 유혹을 견디는 훈련을 지속해왔고, 결국 이들은 유혹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갖게 되었다.
연계되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메리나가 방심해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건틀릿을 착용한 요원이 재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절대 피하지 못할 공격.
그 주먹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부웅~!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주먹이 그대로 메리나의 머리를 노렸다.
그녀가 입고 있는 수녀복이 보호 장비라면 죽지는 않아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메리나의 행동은 이순자의 도움을 받아 도망가는 강신마저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턱.
“막았어? 아니, 잡았다고?”
“아니, 어떻게….”
자신의 덩치보다 두 배는 큰 요원의 건틀릿을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 그것도 맨손으로 잡아냈다.
“아이, 참…. 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약한 소리를 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요원을 가볍게 털어내듯이 던져버렸다.
던져진 현장 요원은 당황하지 않고 낙법을 한 뒤,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연계 공격을 이어갔던 다른 요원들을 슬그머니 바라봤다.
다른 요원들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신호를 주고받은 것일까.
메리나를 상대하던 3명의 요원이 각자 품속에서 하얀색 알약을 꺼내 그대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강신은 그 알약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로 만든 알약.’
일정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대폭 증가시켜주는 대신 그만큼 수명을 갉아먹는 알약이었다.
그것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기존 버전과 달리 먹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개량된 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