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31
330화
설야의 날개 가루까지는 아니어도 신체 능력을 대폭 올려주는 알약을 먹은 세 명의 요원.
수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전투의 양상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수녀를 공격하고 있는 세 명의 요원은 속으로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위급 사항이 아님에도 이들이 굳이 수명을 갉아먹는 알약을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수녀를 빠르게 제압하고 길을 막는 광신도들을 뚫어 이순자가 탈출할 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수녀를 제압하는데 과할 정도의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녀는 한층 더 빨라진 속도의 공격을 처음과 마찬가지로 여유롭게 피하거나, 강해진 힘으로 내지르는 공격들을 ‘직접’ 막아내고 있었다.
자신들이 모르는 특별한 장비를 사용한 것인지 생각해봤지만, 그건 확실히 아니라고 판단됐다.
눈앞에서 모든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는 수녀는 오로지 자신의 육체만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인간이라면 이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가련한 육체는 저런 힘을 낼 수 없는 게 옳았다.
‘설마 저번처럼 광신도들의 인체 실험을 받은 사람인 건가?’
그러니, 강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곧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통해 강신은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후후. 아주 정열적이니 좋네요. 인간의 이런 열정 넘치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봐왔지만 질리지 않아요. 이런 열정을 지닌 이들이 가진 피의 달콤함은 언제나 저를 흥분시키거든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도중임에도 여유롭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기가 찰 정도였다.
‘왜소한 체구에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오는 괴력,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한 말투, 피에 대한 집착과 매혹까지….’
강신의 머릿속에는 한 종족이 떠올랐다.
‘흡혈귀, 카밀라와 동족인 건가?’
처음 매혹을 쓰는 모습을 보고도 강신이 그녀를 흡혈귀라고 판단하지 못했던 건 그녀의 치아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할 때 얼핏 보인 송곳니는 흡혈귀가 가진 것과 달랐다.
‘흡혈귀라면 송곳니가 비정상적으로 길고 날카로울 텐데.’
피를 흡혈하기 위해 날카롭게 발달된 흡혈귀의 송곳니와 다르게 수녀의 것은 일반 인간과 비슷한 정도로 뾰족했다.
‘어째서 흡혈귀가 비밀 종교에 소속되어 있지?’
눈앞의 수녀는 자진해서 비밀 종교에 가입한 것으로 보였다.
‘흡혈귀라고 종교를 믿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상한데.’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 것 같았지만, 강신은 현재 그것까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수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찌 됐든 수녀를 제압해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중년인과 수녀를 제외한 다른 광신도들은 그들만큼 강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녀를 상대하고 있는 알약을 먹은 세 명의 요원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길을 막고 있는 광신도들과 부딪혔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 엉겨 붙어 난전이 시작됐다.
그 상황에서 이순자는 이곳을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쓰읍….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당장이라도 난전 속에서 길을 만들어 돌파하는 건 그녀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순자가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척준신과 호각을 이루고 있는 중년의 남성과 요원 세 명을 여유롭게 상대하고 있는 수녀의 시선이 계속 강신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내가 강책임을 데리고 움직이면 분명 목표를 이쪽으로 바꾸겠지.’
저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 강신일 확률이 높을테니까.
한 명이라면 어찌어찌 적당히 상대하면서 충분히 몸을 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둘이 모두 자신에게 덤벼든다면 강신을 지키면서 뒤로 빠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순자가 짧은 고민을 이어가는 동안 강신이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이순자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부장님, 제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이순자와 강신은 짧게 대화를 주고받았고, 이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네요.”
이순자는 더는 지체할 생각이 없는지, 곧장 통신 장비로 다른 요원들에게 강신과 나누었던 계획을 전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획의 한 축을 담당한 지원 요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부장님, 준비됐습니다.
“좋아, 현장 요원들 준비해요.”
이순자가 통신장비로 지시를 내리자, 광신도를 상대하던 모든 요원이 오른쪽 눈을 감았다.
“그럼, 시작하죠.”
텅! 텅! 텅! 텅!
이순자가 시작을 알리자, 놀이 공원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던 일반 조명과 태양광 조명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꺼졌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어두운 새벽이었고, 달빛 한 점 없는 날이었기에 놀이 공원은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였다.
생명체의 눈은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걸 노린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자, 광신도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성신 요원들은 눈을 감아 빛을 차단했던 오른쪽 눈을 떴다.
어두운 건 똑같았지만 그래도, 아예 보이지 않는 광신도들과 달리 어렴풋하게 윤곽을 볼 수 있었다.
윤곽이 보이는 시야와 어두워질 걸 미리 전해 들었던 것만으로 성신 요원들이 우위를 잡는 데 충분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성신 요원들은 상대하던 광신도를 공격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뒤로 빼냈다.
그러자 혼란스러워하는 건 광신도들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봉쇄된 것도 놀란 상태였는데, 방금까지 상대하던 이들이 공격하지 않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다들 당황하지 마십시오! 저들이 이 순간을 노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할 수도 있으니, 매복한 인원도 합류해 주십시오.”
중년의 남성이 침착하게 척준신과 거리를 벌리며 당황해하는 광신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혹여나 성신 요원들이 우회할까 봐 광신도들은 인원을 몰래 숨겨두었고, 우회는 불가능해 보였다.
“으음…. 첫 번째 계획은 실패네요.”
달릴 준비를 하고 있던 이순자는 새롭게 나타나는 광신도들을 보며 우회할 생각을 접어야 했다.
“네, 그럼 두 번째 계획으로 가야죠.”
이순자에게 붙들려 있는 강신이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신 요원들이 뒤로 빠진 이유는 적들의 혼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현장을 위해서 권영식이 만들어 주었던 벤타 블랙을 이용한 위장용 장비였다.
이순자도 위장 장비를 보호 장비 위쪽으로 덧댔고, 김대리는 상처를 입은 요원들이 장비를 착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요원들이 장비를 착용한 모습은 살짝 위화감이 있긴 했지만, 어둠에 동화된 것처럼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장비를 갈아입은 요원들은 곧장 광신도를 향해 움직였다.
“으억!”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공격이 날아오니 광신도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을 밀어냈지만, 추가된 인원들 때문인지 제대로 길을 뚫기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년의 남성과 수녀복을 입은 흡혈귀에게는 위장용 장비가 그다지 영향이 없어 보였다.
척준신과 요원 세 명도 몸을 뒤로 빼고 위장 복장을 덧댔지만, 그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척준신과 세 명의 공격을 쉽게 피하거나 막아냈다.
“이부장,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게.”
척준신이 이순자에게 말했지만, 중년의 남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흠, 그쯤이군요.”
소리를 듣고 척준신의 위치를 중년인이 파악했다.
순간 척준신은 뭔가 위기감을 느껴 급하게 몸을 틀었고, 방금까지 척준신이 있던 곳에서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팡!
“이걸 피하다니, 대단하군요.”
이미 한 명의 사상자와 한 명의 부상자를 만들었던 기술이었다.
이순자의 도움으로 장비를 카모플라쥬 형태로 의태 시키고 만능렌즈 또한, 야간 투시 모드로 바꾼 강신.
그 모습을 보고 중년 남성의 능력에 의문을 가졌다.
‘공기를 압축하는 것은 아니야. 그럼 뭐지?’
그 정도 압력으로 신체는 물론이고 보호 장비를 파괴할 수 없었다.
어떤 종류의 재능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건 이곳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 바로 저 중년인이었다.
이순자가 부상자를 챙기고 있는 김대리를 보고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움직였다.
적들을 상대하면서 길을 뚫을 것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은밀히 움직이는 편이 뒤쪽에서 따라오는 부상자들을 이송시키는 것에 도움이 될 터였다.
이순자는 현장 요원들이 늘어난 광신도들을 밀어내고 있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 요원들끼리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원뿔형 대형을 취한 상태로 광신도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길이 뚫리면 진형을 바꿔서 그대로 모두 빠져나올 수 있어.’
원뿔형으로 뚫어내고 먼저 끝에 도착한 이들이 좌우측을 넓혀 다른 요원들도 모조리 빠져나올 수 있게 할 심산이었다.
‘훈련은 충분했어.’
이미 여러 진형으로 움직이는 건 모든 현장 요원들이 숙지하고 있는 일이었다.
이때까지 이순자는 갑자기 발생한 사망자는 정말 안타깝지만, 더 이상의 부상자 없이 모두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어째서 그런 막연한 희망을 품었던 것일까.
수많은 현장을 함께 해온 전우들을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 이순자의 희망은 이어지는 수녀의 말에 무참히 짓밟혔다.
“에이~ 이대로는 안되겠네요. 자, 다들 미리 지급했던 것들 흡입하세요.”
위기감 없는 수녀의 말에 광신도들이 갑자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천식 환자를 위한 흡입기처럼 생긴 물체를 입에 물었다.
칙.
분말이 뿌려지는 소리와 함께 광신도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게 변했다.
“히힛….”
“키히힛.”
“시싯.”
마치, 회전목마에 매달려 있던 이들처럼 나사가 하나 풀린 것처럼 미친 사람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뀐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윽….”
은밀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던 현장 요원 중 한 명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검게 칠해져 보이지 않는 검이 광신도의 몸을 공격했다.
그는 이상한 타격감에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그 사이, 광신도가 검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사실 이곳에 있는 광신도들은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기껏 해봐야 조금 전에 상대했던 종말론자들보다 조금 더 몸을 잘 쓰는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 성신 요원들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그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 덕분이었다.
성신과 쌍벽을 이루는 와플의 보호 장비의 차단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말랑한 무엇인가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주먹질을 하든 무기를 사용하든 울렁이는 살덩어리들이 모든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이었다.
보호 장비와 이상해진 몸 덕분에 광신도들은 더는 요원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렇게 전투의 양상이 다시 한번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