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32
331화
으드득.
이순자가 이를 갈았다.
‘도대체 몇 번째지.’
오늘따라 예정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무리하며 U.M.A를 잡은 건 작전의 일부라 치부하더라도 갑자기 움직이는 회전목마에서 광신도들이 나타났다.
그때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은 게 바로 지금이었다.
뒤쪽에서는 종말이라 불리는 검은 공간이 몸집을 키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조명이 모두 꺼져 지금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만 해도 회전목마 전체가 검은 공간 속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회심의 계획이라 생각한 작전에 차질이 생기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제기랄….’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았다.
현재 현장 요원들이 점점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곧 지원 요원들의 철수를 도왔던 3팀이 합류할 시간이었다.
적을 앞뒤에서 공격하면 어쩌면 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에 밀릴 것 같아.’
방법이 없는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광신도들이 흡입한 약과 비슷한 걸 현장 요원들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약.
특별한 순간에 먹으라고 지급한 약이지만 수명을 대가로 하고 있었기에, 섭취 명령은 쉽게 내릴 수 없었다.
현대전에서 병사에게 마약을 먹이고 돌격하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명령이었다.
‘억지로 먹으라고 하라면 못할 것은 없지만….’
위급상황이기에 현장 요원들이 이해하겠지만, 이 상황이 지나가고 나서 말이 나오지 않을 리 없었다.
‘척부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년의 남성과 치열한 접전을 이어가는 척준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현재 이순자가 있는 곳의 상태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내가…. 결정해야 해.’
척준신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신을 탈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믿고 중년의 남성에게 집중하는 척준신을 위해서라도 강신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곳에서 탈출시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순자가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내리고 싶지 않은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그보다 먼저 광신도들의 상태가 이상해진 걸 확인한 현장 요원들이 움직였다.
“음.”
그들은 살짝 뒤로 물러나 아무런 망설임없이 알약을 꺼내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붙들린 다른 현장 요원들을 도왔다.
도움을 받은 현장 요원들 역시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섭취했다.
현장 요원들도 이 상황을 빠르게 타파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순자가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 알약을 먹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걸 망설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이순자는 현장 요원들이 스스로 자진해서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를 하는 걸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요원이 약을 먹자, 그들은 답답한 복면을 벗고 적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광신도들은 현장 요원들을 향해 좀비처럼 다가왔다.
“신! 우리의 신으으을 방해하느은 자다!”
“이다아아안!”
“주욱여어라아아!”
대화할 수 없을 정도로 어눌한 말투였지만, 그들의 목적만은 잊지 않은 듯했다.
“이부장님! 가세요.”
“강책임님을 부탁드립니다.”
현장 요원들에게서 자신들이 희생하더라도 강신을 탈출시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가슴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망설이면 안 돼.’
상념에 잠겨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자신을 희생한 현장 요원들을 생각한다면 바로 움직여야 했다.
이순자가 그들이 뚫어내는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이순자는 이상하게 1팀 요원들을 더는 못 볼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3팀 요원들이 오면 곧장 투입해서 1팀 요원과 합류하면 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순자는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순자에게 들려 있는 강신은 그런 현장 요원들을 하나하나 모두 눈에 담았다.
강신은 속으로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현장 요원과 광신도들의 싸움은 정말로 치열했다.
“큭…. 지긋지긋한 놈들! 떨어져!”
부웅~!
현장 요원이 들고 있던 두꺼워 보이는 쇠몽둥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철퍽!
위력적인 쇠몽둥이에 맞은 광신도의 몸은 물을 때린 것처럼 출렁였다.
그러나 뒤로 몇 발 물러났을 뿐, 큰 충격은 없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충격이 없다기보다는 고통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키히힛.”
현장 요원에게 두들겨 맞았으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광신도가 비틀대며 현장 요원에게 접근했다.
“젠장. 그래, 어디 니가 먼저 쓰러지나 내가 먼저 쓰러지나 해보자.”
광신도의 상태를 보고 오기가 생겼는지 현장 요원이 광신도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광신도를 상대하는 모든 현장 요원들이 모두 이런 상황을 겪고 있었다.
분명 현장 요원들은 더 강해지고 빨라졌다.
광신도들을 향해 맹공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어째서인지, 처음만큼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처럼 밀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밀어내고는 있다는 점이었다.
‘조금만 더.’
현장 요원들은 광신도들을 밀어내기까지 얼마 남지 않는 걸 알고 속으로 침을 삼켰다.
마침내 현장 요원들은 몇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강책임을 바로 지원 요원에게 인계하고 합류하면 되겠지.’
이순자가 요원들이 뚫어준 길을 통해 나가려던 중이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3명의 요원과 싸우고 있던 수녀가 이순자가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죠.”
그 말과 함께 수녀의 모습이 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였고, 어느새 이순자 근처에 도달했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순자는 수녀가 지금까지 요원들을 대충 상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순자는 강신을 부축한 왼손을 사용하지 못했고, 본능적으로 오른쪽 팔을 내질렀다.
턱.
“…….”
제대로 된 공격은 아니었다.
자세도 온전하지 못했고 강신 때문에 몸의 균형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저 견제하기 위해서 지른 주먹에 불과했다.
분명히 제대로 된 공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공격이 이렇게 쉽게 잡힐 공격은 아니었다.
“안돼요. 벌써 여기서 나가려고 하면, 그러면 제가 너무 슬퍼질 거예요.”
아무렇지 않게 이순자의 주먹을 막은 수녀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 시늉을 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여 더 기분이 나빴다.
이순자는 당장이라도 잡혀 있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수녀에게 잡힌 그녀의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힘이야….’
자신을 손을 쉽게 잡은 것도 놀랐지만, 대단한 힘 때문에 식은땀을 흘렸다.
“제가 다른 분들을 상대해서 섭섭하셨나 보네요. 그러지 말고 이곳에서 저와 함께 더 사랑을 나누죠.”
수녀는 왼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가볍게 던지고는 미소를 지었다.
입이 긴 호선을 그려 귀밑까지 찢어졌고, 누가 봐도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수녀는 그대로 왼손을 뻗어 이순자를 잡으려고 했다.
“이런 미친….”
이순자는 계속 팔을 빼려고 했지만, 수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잡히면 안 돼.’
이러다 수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수녀에게 잡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목숨을 잃는 건 현장 요원이 된 순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을 탈출시킨다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건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젠장, 겨울 나비의 알약을 미리 먹어두는 편이 좋았을 텐데.’
그녀는 자신의 수명이 아까워서 알약을 먹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강신을 탈출시키고, 다시 돌아와서 먹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지금 이 순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차라리 내가 수녀를 붙잡고 뒤에 있을 김대리에게….’
이순자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수녀가 내뻗는 팔을 노려봤다.
그러나, 수녀의 왼쪽 손은 이순자를 잡을 수 없었다.
“어머?”
“으그극!!!”
이를 악물며 그녀의 왼손을 막아선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수야?”
수녀의 팔을 막아세운 건 종말에 닿아 한쪽 팔을 잃은 강민수였다.
으득. 으득.
수녀를 막은 팔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민수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다른 요원이 이순자를 잡고 있는 손을 억지로 풀어냈다.
“흐읍!!”
그는 중년 남성의 공격을 받아 강민수와 마찬가지로 팔 한쪽을 잃은 요원이었다.
두 요원 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이를 악물어 어금니가 깨질 정도였다.
부상자였던 둘이 수녀를 막아내다니,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했다.
“이거 놓으세요!”
수녀가 끈질기게 붙어 있는 두 요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둘은 집요했다.
“얼마 못 버팁니다!”
“이부장님 가세요!”
두 요원의 외침에 환자를 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순자는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큭….”
이순자가 현장요원들이 뚫어준 길로 뛰어나갔다.
그런 이순자의 뒤쪽으로 누군가 함께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대리, 저 둘은 어떻게 된 거예요? 겨울 나비 날개 가루로 만든 약만 사용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설마, 그 ‘약’을 쓴 거예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음에도 끝끝내 버티고 있었던 둘을 떠올리며 이순자가 말했다.
그러자, 김대리가 숨이 차오른 상태에서 대답했다.
“헉…. 헉…. 네. 썼습니다.”
“그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두 분이 원하신 겁니다.”
지원 요원인 김대리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만 들어 있는 약이 있었다.
그 약은 통각을 완전히 차단해주는 응급용 약이었다.
고통으로 쇼크가 와서 사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된 약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외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 약이었다.
단가가 높아서?
아니면 그만큼 만들기 어려워서?
둘 다 아니었다.
약의 부작용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어떤 약이라도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안정성이 보장된 약도 그럴 터인데, 이런 극단적인 효능을 가진 약에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었다.
이 약이 가진 부작용은 바로 약효가 떨어지면 몸의 통증이 평소의 배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현장에서 부상으로 쇼크가 온다면 죽기 직전이라 고통받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는 약이니까.’
표면적인 목적은 치료를 목적으로 했지만, 공공연하게 다들 알고 있었다.
이 약이 치료의 목적으로 지급되는 약이 아니라는 걸….
“젠장….”
저 두 사람은 부상 부위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수녀를 막아섰다.
그들은 몸이 망가질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대리가 준 약의 약효가 떨어지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을 걸 알고도 수녀에게 달려든 것이다.
이순자가 탈출에 성공하자, 수녀가 이성을 잃고 자신을 막은 두 요원을 날려버렸다.
주변에 보이는 현장 요원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렇게 현장 요원들의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어느새 가장 문제였던 종말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