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33
332화
3팀 요원들이 지원 요원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고 오겠다는 통신 이후 어째선지 통신 장치가 먹통이 됐다.
“아아악!”
가장 회전목마와 가까이 있던 현장 요원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종말에 닿아 바스러지듯이 빨려 들어갔다.
종말에 닿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비명은 처절했다.
그렇게 주변에 있는 모든 인원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심 대리!”
현장 요원 중 하나가 그를 구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결국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현장 요원들은 어느새 가까워진 종말에 닿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허나 광신도들은 반대로 두 팔을 벌리며 종말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완전히 상반된 모습.
그때, 현장 요원들을 공격하던 수녀가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곤란한 듯이 입을 열었다.
“아쉽네요. 조금만 더 버텼으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을 텐데.”
한숨을 내쉬는 수녀는 내뱉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었고,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번 일은 실패네요.”
원래라면 지금 속도보다 배는 빠르게 팽창했을 종말이었다.
아직 다 차오르지 않은 종말을 현장 요원들이 꺼내는 바람에 그들의 계획이 틀어졌다.
현재 종말은 광신도들의 예상보다 느리게 팽창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확한 목적은 강신이라는 방해자를 팽창하는 종말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직접 죽이는 편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이번 일이 비효율적이라도 종말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었고, 비밀 종교는 종말을 통해 방해자를 처리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허나 메리나는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혼자 파견되었다면 종말이고 뭐고 자신의 손으로 성신 요원들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 종교집단은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지닌 중년 남성을 함께 파견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를 견제하는 건 복수의 종교자라고 하더라도 똑같았다.
아니, 여러 가지 종교를 자기 뜻대로 해석하고 있는 이였으니, 오히려 더 심했다.
실버 라스라고 불리는 중년 남성은 겉으로는 신사처럼 보였지만, 복수의 종교자 중에서도 종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저 남자의 신념은 크툴루님이 종말을 가져올 거라 믿는 것이지.’
반면 수녀는 중년 남성과 믿음이 조금 달랐다.
메리나는 이종족 우월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복수의 종교를 믿고 있었다.
때문에 저 종말이라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걸고넘어지면 종말론자들과 큰 갈등이 생길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종말이 점점 다가오면서 전투가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이런 결국 이렇게 됐네.”
수녀가 소강상태로 들어간 전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는 그녀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광신도들이 섭취한 약은 성능에 비해 부작용이 매우 심각했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그들이 원하는 걸 제외하면 이지가 흐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종말이 다가오니, 상대하던 현장 요원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현장 요원들을 무시하고 종말을 향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다가가는 모습.
수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다른 종교 애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으려나.”
하필이면 종말론자들을 데리고 와서 이런 사달이 나버렸다.
광신도들이 종말을 향해 가자, 현장 요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빠지는 분위기였다.
“라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수녀가 이 상황이 되어도 척준신과 전투를 이어가던 중년 남성을 불렀다.
라스는 그제야 시선을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척준신이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었다.
“나를 두고 한눈을 팔다니, 배짱이 좋군.”
촤악!
척준신의 검은 기어코 중년의 남성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뚫어내고 그 살을 갈랐다.
“큿.”
중년의 남성은 꽤 놀란 눈치였다.
‘아무리 잠시 한눈을 팔았다고 하지만 설마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척준신이라는 사람은 기업에서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그간 꾸준히 방해를 받아온 비밀 종교 내에서도 강신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경계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척준신이 강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척준신은 무술을 배웠다는 것을 제외하면 신들에게 축복을 받은 자신들처럼 뭔가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신에게 선택받아 강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평범한 인간에게 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얕보긴 했다지만, 알려진 정보보다 더 강한 것 같군.’
그래, 확실히 얕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척준신이 그가 소유한 무기를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방심하지 않았을 터였다.
중년인의 눈썰미는 날카로웠고 척준신이 휘두르는 검에 살짝 이가 나가 있는 걸 파악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 검을 휘두르는 척준신에게서 조금의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평범한 검인데.’
보이지 않는 자신의 재능을 쳐내고도 부서지지 않았다.
게다가 특별 제작된 보호 장비를 뚫고 자신의 몸에 상처를 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이어지는 척준신의 공격에 중년의 남성은 급하게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
“흐읍!”
중년의 남성이 기합을 지르자, 공격을 이어가려던 척준신이 급하게 몸을 틀었다.
펑!
이제까지 중년 남성이 사용했던 폭발과는 달리 넓은 범위로 찢겨나갔다.
보이지도 않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범위였지만, 척준신은 그 공격을 피해냈다.
허나 완벽하게 피할 순 없었다.
척준신의 자세가 살짝 흔들리자, 중년의 남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척준신과 거리를 더 벌렸다.
“흥-!”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년의 남성이 엄지손가락으로 한쪽 코를 막고, 코를 풀자 붉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칼에 베인 건 가슴 부위였지만 코피가 나온 것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넓은 범위로 능력을 사용한 반동이었다.
잠시 소강상태가 됐음에도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척준신.
당장이라도 덤빌 것 같은 모습의 척준신을 본 중년의 남성이 중절모를 털며 말했다.
“정말 지치지도 않는군요. 저를 계속 상대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계속 이러고 있을 여유가 있으십니까?”
중년의 남성이 얄미운 표정으로 척준신의 뒤쪽을 향해 눈짓했다.
척준신은 짧게 혀를 찼다.
“쯧.”
중년의 남성이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공격도 감지하는 척준신이 뒤쪽에서 다가오는 종말을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중년의 남성을 무시하고 몸을 뺄 수는 없었다.
알 수 없는 공격을 날리는 중년의 남성이 수녀라고 불린 여성과 함께 날뛴다면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대로 계속 눈싸움만 해봐야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잠시 휴전하도록 하죠.”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멋대로 휴전이라니.
척준신은 당장이라도 저 얄미운 입에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점점 팽창하는 종말을 보고 어찌할 줄 모르는 자신의 팀원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후퇴! 입구를 향해서 뛰어라!”
몇몇 현장 요원은 척준신의 명령을 듣고 곧장 입구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다른 몇몇 요원은 갈팡질팡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을 자세히 보니 약의 힘을 빌려 수녀를 몸으로 막았던 강민수와 현장 요원 하나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척준신이 그들이 곁으로 이동하려는데, 수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수녀는 양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고 어깨를 으쓱하며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그녀를 믿을 수 없었지만, 저들과 싸움을 이어가면 종말에 휩쓸릴 가능성이 컸다.
척준신은 일단 수녀를 경계하면서 현장 요원들에게 다가갔다.
온전한 상태로도 상대하기 힘든 수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멀쩡하지 않은 상태에서 덤볐다.
팔은 둘째치고 발목이 뒤틀렸고, 어깨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 있는 등,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대로 운반했다가는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몰골이었다.
‘……이대로 운반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이곳에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민수야!”
“조심히 끌어.”
다른 요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점점 팽창하는 종말에 두 사람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뒤쪽으로 옮기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건 수녀가 더는 현장 요원에게 볼일이 없다는 듯이 중년의 남성만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이곳에서 저들을 데리고 나간다 해도 상태를 보면 생존 확률이 낮았다.
으드득….
척준신이 이를 갈았다.
다 같이 위험에 빠지던가, 이들을 두고 가던가 선택의 순간이었다.
이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강신과 다르게 척준신은 현실적이었다.
척준신이 막 다른 요원들에게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크게 다쳐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복용한 약의 효능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강민수가 웃으며 말했다.
“가세요.”
“뭐?”
“다들 아시잖아요. 이대로 탈출해봐야 가망이 없다는 것을…. 그러니, 저희는 두고 가세요.”
강민수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요원을 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야! 지원 요원들이 갖고 있는 응급 키트라면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그 비싼 생존 키트라면 병원까지 죽지 않게 해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강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전에 약효가 끝나서 쇼크로 죽을지도 모르죠.”
“음….”
“이미 약을 먹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간 자신을 챙겨주며 함께 했던 동료들이 죽을 확률이 높은 자신 때문에 위험해지는 건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놔두고 후퇴한다.”
“척부장님!”
“항명은 듣지 않는다.”
“읏….”
다른 현장 요원들이 척준신의 결정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이동해.”
척준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현장 요원들을 덤덤하게 재촉했다.
“크윽….”
“젠장….”
전우를 전장에 내버려 두고 간다는 죄책감이 그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발을 뗄 수밖에 없었다.
현장 요원들이 이동하자 척준신이 마지막으로 강민수와 다른 현장 요원을 보고 말했다.
“미안하다.”
척준신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아닙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야기가 길어져 봐야 살아남은 이들에게 평생의 부담이 될 걸 알았다.
때문에 강민수는 태연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척준신이 등을 돌리고 먼저 이동한 현장 요원들의 뒤를 따랐다.
척준신이 떠나자, 그제야 강민수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함께 있는 현장요원에게 말했다.
“선배님, 죽기 싫어요.”
“솔직히 나도 그래.”
종말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고, 죽음을 직감한 강민수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맞겠죠?”
강민수가 물었다.
“그래, 잘 보내줬어.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였다면 분명 이렇게 했을 거야.”
“아…. 엄마가 보고 싶다.”
“……나도.”
그 말을 끝으로 강민수와 함께 있던 현장 요원은 종말에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