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4
343화
몸 상태라면 강신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그게 뭐.’
강신은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조금 힘들다고 해서 멈추기에는 종말에 휩쓸린 이들이 어떤 상태 일지가 더 걱정이었으니까.
‘적어도 그들의 상태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
초조했다.
방법을 찾아 그들을 구해냈을 때, 그들의 상태가 멀쩡하지 않다면?
최악의 경우 사망했다면?
내부가 어떤 상태일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강신의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강신이 이렇게 더 노력할 수 있는 건 권영식이 세워준 한 가지 가설 덕분이었다.
-종말이 고중력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면 그곳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것이네.
얼마나 시간이 다르게 흐를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종말에 휩쓸린 이들의 시간이 이곳보다 천천히 흐를 것이라는 게 권영식의 소견이었다.
그게 강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강신이 가진 과학 지식은 그리 전문적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권영식이 없는 말을 꾸밀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의 구출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강신이었지만, 성신은 그런 강신에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그야 성신의 장비를 쓰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업무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서 의뢰를 수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강신이 받은 물품은 권영식에게 넘겨졌으니, 회사로서는 손해가 아니었다.
게다가 강신이 자료를 살펴보고 미확인 현장에 남기는 코멘트들은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까.
“네시스, 난 괜찮으니까, 어서 자료를 띄워줘.”
-……알았어.
결국, 프로네시스도 강신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기둥을 짊어진 자들에 대한 흔적이 나타난 곳의 자료를 띄우기 시작했다.
강신은 그렇게 프로네시스가 보여주는 자료를 검토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정리하고 프로네시스가 강신을 보조한다고 해도, 자료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건 강신이었다.
많은 양의 자료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건 고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면 더 그러했다.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었기에 강신은 밤을 새워가며 계속 자료를 검토했다.
* * *
“이번에도 꽝이네.”
기둥을 짊어진 자들의 흔적이라 보고된 내용을 검토했다.
하지만 모두 그들의 흔적이 아니었으며 현장 또한 중력과 관련된 물질은 없었다.
살짝 허탈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네시스,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온 의뢰들도 보여줘.”
-알겠어.
프로네시스는 곧장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온 의뢰를 강신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화면에 띄웠다.
강신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고, 이건 정보가 부족해. 얘는 보상이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고….”
마우스 휠을 돌리며 의뢰를 쭉 확인하던 강신이 한 의뢰에서 휠을 멈춰 세웠다.
“이건 괜찮을지도….”
세그레드 조라의 캐나다 지부에서 보내 온 의뢰였다.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Playing cards)를 찾아서 가져다주세요.
10장의 숫자 카드와 메이저 카드 K, Q, J로 구성되어 포커나 블랙잭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카드를 칭했다.
의뢰서에는 트럼프 카드의 역사나 무늬와 관련된 불필요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정보는 쓸데없네.”
제일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를 찾고 싶다는 의뢰 내용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었다.
어쨌든 강신이 이 의뢰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건 의뢰자가 내건 보상 때문이었다.
-화이트홀에 대한 가설 이론, 휠러 저.
화이트홀은 제대로 증명되지 않는 이론이었다.
모조리 삼키기만하는 블랙홀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오로지 내뿜기만 하는 게 화이트홀이었다.
이는 단 한 번도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과학자들 또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개념이었다.
화이트홀에 관한 논문은 대부분 증명되지 않은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 소설 같은 개념을 가진 논문을 보상으로 내걸었음에도 강신이 괜찮다고 생각한 건 저 이론을 작성한 사람 때문이었다.
휠러(J. A. Wheeler)는 블랙홀의 명명자였다.
그는 화이트홀에 관한 내용도 언급은 했지만, 제대로 된 화이트홀에 대한 논문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
-휠러의 공개되지 않은 이론으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원본임이 검증된 물건, 직접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만들려고 했던 실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보상에 대한 정보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강신이 가장 궁금한 건 여러 실험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실험을 해봤을 정도로 완성된 논문을 어째서 공개하지 않았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우선 저 논문이 필요했다.
‘내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겠지만, 팰로우님이라면 뭔가 실마리를 발견하실 수도 있을 거야.’
종말이 고중력으로 만들어진 현상이라면 블랙홀 개념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화이트홀로 종말에 휩쓸린 이들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걸로 하자. 보상이 매력적이라 그냥 넘길 순 없겠어.”
-그럼 정보를 더 제공해 달라고 연락을 넣어볼게.
프로네시스가 연락하겠다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그레드 조라 캐나다 지부장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한 시간도 안됐는데 답장이 왔네. 저쪽은 지금 새벽 아닌가?”
-시차가 13시간이니까. 오전 3시 31분이야. 아무래도 원하는 물건을 찾아주겠다니까, 좋아서 바로 연락했겠지.
수집가들은 다 이런 식이었다.
그들에게 업무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시간이 언제가 되었든 자신이 원하는 물건만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저녁이든 새벽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족속들이었다.
이게 본인들에게만 적용되었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그들과 거래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게 문제였다.
‘어차피 나야,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고 대부분 깨어있어서 상관없지만 말이지.’
세그레드 조라에서 고용한 용병들은 가끔 분별없는 그들의 연락때문에 날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무슨 내용이 있나 확인 좀 해볼까.”
강신은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메일이 오다가 잘리거나 잘못 보낸 건 아니지?”
-아니야. 그 내용이 전부 맞아.
“이쪽은 진짜 대책이 없네.”
보통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에는 수집가가 원하는 물품과 보상에 대한 간략한 정보만을 제공했다.
그 이후 강신이 의뢰를 수락하면 해당 물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 그리고 지원 가능한 물자들을 알려주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방금 보내온 메일은 이전의 의뢰들과는 전혀 달랐다.
많은 정보가 있어도 수행하기 쉽지 않은 의뢰였는데, 메일에는 단 두 줄만이 적혀 있었다.
-트럼프(playing cards)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음.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무제한 청구 가능.
“이건 뭐, 그냥 물건 찾아달라고 떼쓰는 아이 같은데.”
기가 차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조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그저 하더라 형식의 정보만 잔뜩 있는 상태.
심지어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적혀있는데, 어떤 힘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어디서도 이런 식으로 일을 부탁하진 않았다.
그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었는지,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은 무제한으로 청구 가능이라고 기재해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똑같았다.
-의뢰 취소할까?
이 넓은 세계에서 카드 한 묶음을 찾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아무리 전 세계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네시스라도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신도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만, 생각 좀 해보자.”
그쪽에서 제시한 보상이 신경이 쓰였다.
‘화이트홀에 관한 논문은 지난번 의뢰 보상으로 받은 무거운 돌멩이 같은 것보다 더 필요한 물건이야.’
그간 세그레드 조라에서 의뢰를 끝내고 받은 물건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조금 달랐다.
‘비록 오래된 논문이지만….’
과거 휠러가 제시한 이론을 현대 과학과 접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이곳은 일반 연구소도 아니야, U.M.A를 연구하는 비밀 연구소라면 더 가능성이 있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는 강신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캐나다 지부에서 보냈던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트럼프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카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까지.
그러다 문득 강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이 있었다.
-카드와 엮인 음모론.
트럼프 카드는 미친 프랑스 왕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졌다.
카드에 새겨진 문양들은 각각 탐욕, 타락하는 마음, 죽음, 무기를 상징한다.
K, Q, J는 악마들과 세속에 사로잡힌 방탕자를 상징한다.
트럼프 카드에는 십계명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냥 보기에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음모론이었다.
카드에 담겨 있는 의미는 오히려 좋은 의미들이었으니까.
간단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카드지만, 후에 돈이 오가는 도박으로 변질됐고 사람을 파탄에 이르게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소문을 퍼트린 게 아닐까 하고 강신은 생각했다.
그런데 음모론의 마지막 내용은 다른 음모론들과 조금 달랐다.
-트럼프 카드는 점성술에 사용되는 타로 카드에서 유래됐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내용들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
천문을 보고 점을 치는 점성술사가 사용하는 타로 카드는 카드마다 담겨 있는 의미가 달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점성술사가 타로 카드로 봐주는 점이 다른 이들에게 꽤 신용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이 점성술사를 옆에 두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점성술사가 설 곳은 점점 사라졌고, 결국 하나의 미신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미신이 되어버리자, 점성술사들은 힘을 잃고 왕국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강신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왕의 곁에 있던 이들 중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많은 점성술사들이 모두 사기꾼은 아니었을 터였다.
실제로 강신은 미래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이들이 과거에는 없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들이 왕국에서 배척받아 쫓겨났다면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
‘인적이 드문 장소로 향했겠지. 그럼 그들의 후예들은?’
사람들을 피하고 쫓기는 예언자들, 그리고 그들이 도달했을 장소는 어딜까?
“아!”
강신은 이내 뭔가를 떠올린 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위치들의 마을.”
강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