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6
345화
“아르카나?”
비밀, 신비주의라는 뜻으로 타로의 덱을 통칭할 때도 쓰는 단어였다.
하지만 위치들은 아르카나를 조금 다른 의미로 쓰고 있었다.
“우리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네.”
“거대한 흐름….”
“요즘은 그걸 역사라고 부르더군.”
“아….”
대모가 내어준 책은 위치의 역사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강신은 조심스럽게 아르카나의 첫 장을 열었다.
-우리는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으며 살아왔다.
세상에 일반인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첫 문장부터가 뭔가 우울해지는 내용이었다.
강신은 트럼프와 관련된 내용을 바로 찾기보다는 천천히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책에는 위치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바라는 희망을 위해 행했던 처절한 사투가 담겨있었다.
일기처럼 작성된 부분도 있었고 역사서처럼 딱딱한 문구로 적혀있는 곳도 있었다.
위치라는 단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해왔으며, 어떤 이들을 구하고 어떤 이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다양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위치들이 밝혀낸 신비를 후대의 위치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레서피를 남겨두었다.
거기에는 대모가 만들었던 불사의 영약이라던가, 강신에게 넘겨주었던 재생의 영약 레서피도 적혀있었다.
강신은 레서피를 보다가 대모를 바라봤다.
“이거 정말 제가 봐도 되는 겁니까?”
엄연히 위치들의 비전 레서피들이었다.
책의 상태를 보아하니, 단 한 권만 존재하는 책으로 아마 위치들의 수장만이 가질 수 있는 책인듯했다.
그런 귀한 책을 같은 위치도 아닌 이방인인 강신에게 보여준다니.
만약 강신이 이 레서피를 유출하면 어쩌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황한 강신에게 대모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레서피를 본다고 해서 그 물건들을 만들 수나 있을까?”
애초에 사람들에게 쫓기고 배척당하는 위치들을 위해 남겨진 레서피였다.
아무리 위치들의 수장이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을 때를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이 보기에는 너무 안일했다.
아무리 중간 재료가 빠져있거나 바뀌었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 영약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대모가 입을 열었다.
“그 레서피를 다 보기 전에 자네가 궁금해하던 내용이 나올 테니,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네.”
강신은 대모의 말대로 부담 없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3분의 1 정도 읽었을 때, 드디어 강신이 원하던 이야기가 나왔다.
* * *
-어느 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작은 나라의 왕이 위치를 찾아다녔다.
어째서 위치를 찾는 건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우리는 왕이 찾는다는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위치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왕을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위치들의 마을에 소속된 점성술사가 나를 찾아왔다.
점성술사는 나에게 왕을 만나 볼 것을 권했다.
그녀는 지금은 그리 좋은 만남이 아닐 수 있으나, 후대의 위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성술사의 예언은 꽤 높은 적중률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위치를 찾는 왕을 만나보기로 했다.
은신처의 다른 위치들을 내가 직접 만나는 걸 반대했지만, 나는 왕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알 수 없는 힘을 다루는 우리들을 배척하는 사람들과 달리, 왕은 위치를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미로워했다.
첫 만남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왕의 시선은 귀족들이 관상용으로 기르는 동물에게 보내는 시선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화를 나눠보자, 왕은 나의 지식에 진심으로 감탄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어째서 우리를 찾았는지 왕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다른 나라에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점성술사들이 있는데, 우리 왕국에는 인재가 부족하니, 직접 초청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신기했다.
세상에는 많은 점성술사들이 있었다.
신하에게 명하면 위치가 아닌 점성술사를 왕궁으로 부르는 건 일도 아니었을 터였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하나, 한 나라의 왕의 명령이었고 이를 어길 사람은 없었다.
“그런 어중이떠중이는 필요 없네. 우리는 정말 미래를 볼 수 있는 위치가 필요하네.”
이 말을 들은 나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미래를 보는 능력 같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점성술사는 나에게 직접 왕을 만나보라고 권했다.
일단 의문은 뒤로한 채, 왕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해가 열 번 떠오를 동안 나를 지켜보고 난 뒤, 믿을 수 있는 점성술사를 내어주겠다고? 그거 좋지.”
왕은 내 제안을 듣고는 호쾌하게 웃으며 좋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때, 난 왕이 조금 모자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는 내가 위치라는 걸 너무 쉽게 믿었다.
게다가 그런 존재를 왕궁의 심부에 들어오게끔 허락한 것이다.
그날부터 이상한 왕과 보내는 하루가 시작됐다.
왕의 일과는 바빴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진지하게 국무를 돌보는 모습을 보니, 왕은 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일 책상에서 움직이지 않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왕의 표정을 바라봤다.
가끔 왕의 결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음에도 조언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세 번의 해가 졌다.
나는 왕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정말 다른 나라의 왕들과 달랐다.
전쟁을 치러 자신이 가진 땅을 넓히려는 자들과 달리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전쟁을 피하려 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약한 왕국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내가 묻자, 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땅이 넓어지면 좋지. 그런데 그 전쟁에서 죽어 나가는 나의 백성들은? 나는 이 작은 땅 안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네.”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왕은 많이 봤지만,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왕은 드물었다.
약속한 기간 동안 나는 왕뿐만 아니라 성 밖으로 나가 백성들이 사는 모습도 둘러봤다.
큰 왕국들보다 풍족하지 않은 게 당연했지만, 백성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신하들은 왕이 잘못했을 때, 충언을 올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위치가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좋은 나라였다.
그렇게 약속했던 기간이 끝났다.
분명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그날이 다가왔다니 이상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나는 점성술사를 이곳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필요 없네.”
왕이 그걸 거부했다.
“그대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군.”
나는 한참이나 왕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미래를 볼 능력이 없었다.
“상관없네.”
나는 사람들이 위치라고 부르는 존재였다.
“그것도 상관없네.”
나는……. 나는…….
“그대가 원한다면 위치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숨어 살 수 있도록 땅을 내어주겠소.”
필사적으로 거부할 말을 찾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왕은 말했다.
나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그리고 나도 인정해야 했다.
이상한 왕을 보고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을….
* * *
마치 연애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내용이 뒷부분에 적혀있었다.
-대모의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전 대모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애 소설인 줄 알았던 내용이 스릴러물로 장르가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그리고 후대를 위해 치부와도 같은 사건을 여기 적어 놓는다.
우리는 속았다.
감미로운 말로 선대의 대모를 속였던 작은 나라의 왕은 위치들을 위하는 척 땅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그에겐 검은 속내가 존재했다.
처음 우리가 그 왕국에 다다랐을 때는 우리를 위하는 척했지만, 계절이 바뀌자 그 속내를 드러냈다.
갑자기 다른 왕국이 공격해왔다는 핑계로 위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왕의 손아귀에 있는 이전 대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위치들에게 전쟁 참여를 종용했다.
왕이 우리의 존재를 최대한 은폐해 주기로 약속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바닷물에 빠트려 죽일 X, 고작 남자때문에 평생 함께했던 가족을 팔아먹은 육시랄 X.
위치를 대표하는 대모의 명령이었고 새로운 은신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인지, 젊은 위치들이 앞다투어 전쟁에 참여했다.
위치가 참전하자 전쟁의 판세가 바뀌었다.
신비한 힘을 쓰는 위치들은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전 대모는 빌어먹을 왕에게 자신의 힘으로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전쟁을 먼저 일으켰던 왕국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됐다.
한 나라를 멸망시켰지만, 공격은 그쪽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었으니 죄책감은 없었다.
그들의 땅을 점령한 작은 왕국은 더는 작은 왕국이라 부를 수 없었다.
왕국이 커지자 더는 우리가 사는 왕국을 넘보는 나라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망상을 했다.
왕의 욕심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주변 왕국들이 싸움을 걸어 온다는 핑계로 위치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 일어난 전쟁은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 전쟁부터는 뭔가 이상했다.
크기도 국력도 더 약한 왕국이 어째서 더 강한 나라와 전쟁을 일으켰을까.
적국의 병사들이 위치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위치들의 정신이 조금씩 마모되어 갔다.
그때 나는 나의 은신 능력을 사용해 적국의 귀족을 암살하던 도중, 우연히 적들에게서 진실을 듣게 됐다.
전쟁을 일으킨 건 우리 쪽이었다.
그리고 왕은 위치들의 존재를 감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위치들의 존재를 밝혀 적들의 사기를 깎아내고 있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주변 왕국들이 위치의 위험성을 느끼고, 서로 동맹을 맺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그대로 그곳을 벗어나 위치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위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나처럼 전쟁에서 빠져야 한다는 부류와 어째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특별한 자신들이 도망가야 하냐고 되묻는 자들.
의견이 갈렸지만 설득할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전자의 사람들을 데리고 전쟁터를 벗어났다.
그리고 왕이 내어준 우리의 땅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위치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다른 위치들을 아무도 모르는 은신처에 숨겨두고, 직접 왕을 만나기 위해 왕성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집을 지키고 있던 위치들이 창대에 걸려 효수되어 있었다.
나는 분노했지만, 이곳에서 분노를 터트릴 순 없었다.
내 곁에는 아직 지켜야 할 이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최대한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왕이 지내는 집무실로 숨어들었다.
어째서 위치들을 죽인 것일까, 의문은 그곳에서 풀렸다.
“전쟁에 나가지 않는 위치들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각종 문양과 숫자, 그리고 몇 가지 그림으로 이루어진 52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흔히 점성술사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비슷해 보였지만,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왕이 그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마치 위치가 된 것처럼 특별한 힘을 부렸기 때문이다.
혼자서 왕을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선대 대모를 만나러 갔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뒤였다.
그녀가 지내던 방안에는 아르카나라고 적힌 책 한 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나는 그 책을 챙겨서 위치들의 은신처로 돌아왔고,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위치들은 분노했고 왕국에 복수를 외쳤지만, 왕이 가지고 있던 52장의 카드를 떠올린 나는 그들을 만류했다.
그가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주변 국가들의 동맹 소식을 들었던 나는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후 왕국은 주변 동맹국에 의해 집중 공격을 받게 되었고, 왕국의 영토가 철저하게 찢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왕은 위치로 몰려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했다.
사람들이 위치들을 쫓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떠도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안전한 은신처를 발견했을 때, 그곳에는 선대 대모에게 왕을 만나라고 권했던 점성술사가 있었다.
그를 보는 위치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점성술사는 수많은 위치들이 죽고 흩어졌지만,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위치들은 엄청나게 반발했다.
“이건 분명 후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점성술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그는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아르카나에 글귀 하나를 넣어 줄 것을 당부하고는 떠났다.
-이방인이여. 그대가 원하는 물건은 이곳에 있소. 48°45’22X”N 19°43’5X”E.
뜻을 알 수 없는 기호와 숫자였다.
그가 어째서 이런 글을 남겨달라고 한 건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정체불명의 기호와 숫자를 남겨주는 대가로 그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떠도는 위치들이 있는 장소, 그리고 앞으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은신처와 같은 정보였다.
우리는 다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부디 후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길 바란다.
* * *
딱 여기까지 읽은 강신이 책을 덮으며 말했다.
“왕이 들고 있던 52장의 카드가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군요.”
점성술사가 남긴 숫자와 기호.
그때 당시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어딘가를 가리키는 좌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