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8
347화
신하린이 강신을 노리는 이들과 고군분투하는 동안 강신은 점성술사가 숨긴 물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성을 개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다행이야.’
국립 박물관을 운영하는 성 내부는 다행히 사람을 통제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강신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출입이 통제되는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리 허락을 맡았다고 해도 찾는 건 힘들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변을 수색할 수 있었으나, 프로네시스의 말대로 물건을 찾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라면 어디에 숨겼을까.”
물건을 찾기 위해 강신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점성술사 입장에서 움직였다.
“내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손을 덜 타는 곳에 숨겼을 것이다.
‘남들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고,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겼겠지.’
찾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었다.
만약 강신이 점성술사가 숨긴 물건을 찾지 못했다면 그는 이곳에 숨기지 않았을 테니까.
‘나를 위해 숨겼다고 했으니까.’
점성술사는 강신을 위해 물건을 숨겼다.
그런 물건이 다른 손에 들어갔다면 본말전도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신은 무언갈 깨달았다.
“점성술사가 아니라 나라면 어디에 숨겼을지 생각해봐야겠구나.”
점성술사도 자신이 미래의 이방인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물건을 숨겼을 테니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강신은 자신이라면 어디에 숨겼을까를 고민했다.
‘음…. 나라면 여기에 숨겼을 거야.’
그리고 이내, 눈앞에 있는 성벽을 휴대전화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성벽 깊숙한 곳에는 숨기지 않았을 거야. 겉으로 드러난 돌, 그 안에 숨겼겠지.’
성벽을 이루고 있는 돌의 내부, 그게 강신이 도달한 결론이었다.
“좋아. 그러면 발품을 좀 팔아볼까.”
강신은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프로네시스에게 근처에서 성을 수리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석공들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석공들 밑에 있는 도제들까지 하면 더 많겠지만, 성과 성벽을 수리한 정식 석공은 총 24명이야.
강신은 석공의 숫자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많네….”
-그래도 긴 세월 동안 제대로 이 일을 해온 석공들이라, 선조들과 자신이 어디를 수리했는지 알고 있을 거야.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강신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알려준 석공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을 하나하나 만날 약속을 했고, 직접 찾아가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브라티슬라바성의 성벽을 수리한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들의 손에 쉽게 닿지 않으며 오랜 세월에도 멀쩡할 수 있는 건 성벽밖에 없었다.
그 성벽을 이루는 돌들 중 한 곳에 그가 찾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신은 석공을 찾았다.
아무리 견고한 성벽이라도 그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보수 없이 이렇게 멀쩡하게 외형을 유지할 순 없었을 테니까.
완전히 갈아엎은 본성과 달리 성벽은 옛날에 지어진 투박한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미래를 보는 점성술사였다면 강신이 이곳에 도착하는 시기까지 보수가 되지 않은 부분에 물건을 숨겼을 거라고 강신은 예상했다.
그날 이후, 브라티슬라바에는 조금 특이한 질문을 하는 동양인에 대한 소문이 흘렀다.
-고고학자라고 소개해도 성벽을 너무 자세하게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석공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고고학자라고 이야기했던 걸 지적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알려주지 않았을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석공들은 수상해 보이는 동양인에게 자신이 보수한 성벽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해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 수상하게 여기긴 해도 해외에서 고고학자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리 나쁜 핑계는 아니었다.
‘고고학자들을 대부분 괴짜라고 생각하니까.’
강신은 석공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한동안 그들 사이에서 지냈고, 저녁마다 대량의 술을 사야 했다.
고작 며칠이었지만 강신과 석공들이 친해지는 건 그걸로 충분했다.
그 이후 석공들에게 정보를 듣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 * *
“부족해.”
벽 한쪽 면에 성벽을 찍은 사진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그리고 성벽의 어디를 석공들이 보수했는지 여러 가지 색의 펜으로 복잡하게 체크되어 있었다.
석공들에게 얻은 정보로 체크해두긴 했지만, 대다수의 사진은 아무런 체크도 되어 있지 않았다.
-확인된 부분이 보수됐다면 구조상으로 함께 보수를 해야 하는 곳도 있어.
프로네시스의 첫 예상과 다르게 석공들은 선조들이 보수한 부분이 어디인지 모르기도 했고, 근래에 자신이 보수한 곳도 잊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골치가 아픈데….”
성신의 일원으로 이곳에 왔다면 정식으로 성벽 전체를 허물어버리고 새로 지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신은 현재 개인으로 왔고, 그 어떤 장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매일 출입 가능한 시간 이후에 성벽을 관찰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성벽을 직접 훼손하면 경비원들이 출동하겠지.’
성벽이 조금 허름해 보여도 유적은 유적이었다.
다시 보수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인이 성벽을 훼손시키는 걸 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아예 돈으로 성벽을 다시 깔끔하게 지어준다고 해볼까.’
어차피 돈은 세그레드 조라에서 지급할 테니, 손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강신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겠지.’
세그레드 조라에서 고용하는 용병들조차 못 믿는 상황에서 강신이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만약 작업을 하던 인부가 트럼프 카드를 발견하고, 그걸 몰래 훔치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한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강신은 성신 소속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고, 개인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네시스, 방법이 없을까.”
-그냥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때?
슬로바키아에도 성신 지부는 존재했다.
다른 나라보다 조금 작은 공장이었지만, 도움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야.”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했다.
그 경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비리가 되고 횡포가 될 테니까.
프로네시스는 그런 강신의 말에 반론했다.
-아니, 이건 개인적인 일이 아니야.
강신이 세그레드 조라에서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성신에서는 그 의뢰들을 강신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개인 의뢰지만 그에게는 사심이 없었고, 목적이 뚜렷했으니까.
-회사 사람 중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프로네시스의 말에 강신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자기 최면을 거는 것처럼 말했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효율을 중시하는 프로네시스는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듯한 강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는 강신에게 어떤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프로네시스를 대신해서 움직여줄 사람이 있었으니까.
“진짜 답답하네요.”
갑자기 들린 여성의 목소리에 강신이 깜짝 놀라 경계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서 모든 걸 떠안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내 잘못이었으니까.”
그는 잘못을 했으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돼요.”
그녀는 정말로 강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혼자 모든 걸 하려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요.”
신하린은 다그치듯이 강신에게 말했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그들을 더 빨리 구조할 수 있는 길이잖아요. 제가 봤을 때 지금 오빠가 하는 행동은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해요.”
신하린이 하는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굳이 고집부릴 이유가 없었다.
강신은 동료를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다른 동료들까지 잃게 될까봐 시작하기 전부터 겁을 먹고 있었던 것뿐이다.
평소 강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러나 강신은 아직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냉정한 판단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좋아요. 그런 건 다 미뤄두죠. 그래서 지금 당장은 제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으음….”
강신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은신에 능한 신하린이 도와준다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트럼프를 찾아낼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뭘 고민하세요. 저 말고 따로 도움받을 곳도 없잖아요? 그래서 어디부터 확인할까요?”
강신은 결국 한숨을 내쉬고는 체크가 되어있지 않은 사진을 가리켰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지금 찾고 있는 물건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부분은….”
이번만큼은 신하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강신과 신하린의 기묘한 공동 작업이 시작됐다.
* * *
성의 출입 가능 시간 이후에나 성벽을 관찰할 수 있었던 강신과 달리 신하린은 움직이는 데 제약이 없었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낮과 밤에 상관없이 완벽한 은신을 할 수 있었다.
-E31, C68 지점은?
강신은 성벽의 구역을 나누어 좌표 화해 신하린에게 공유했다.
통신장치로 들려오는 강신의 목소리를 들은 신하린이 성벽을 확인했다.
“잠시만요.”
신하린이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 정과 망치로 성벽의 벽면을 깨부쉈다.
신기한 건 신하린이 아무리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는 하나, 정과 망치로 성벽 일부를 깨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신하린이 갖추고 있는 장비에 있었다.
첩보 부서의 특성상 소리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 많았다.
따라서 성신은 첩보 부서에 다른 부서들보다 더 먼저 특별한 장비들을 보급했다.
그건 강신이 일본 정부와의 거래에서 얻어왔던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로 만든 장비였다.
덕분에 신하린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다.
“E31, C68 지점엔 아무것도 없네요.”
신하린은 강신에게 보고하면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준비해둔 돌과 시멘트로 자신이 부순 부분을 감쪽같이 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낮밤을 가릴 것 없이 강신과 신하린은 최소한의 시간만 휴식하며 일을 이어갔다.
“오빠는 사람 부리는 게 너무 험해요. K21, Q38은 없어요.”
신하린이 강신에게 투덜댔지만, 그녀의 손은 정을 잡고 망치로 내려쳤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K22, W12 쪽을 확인해줘.
강신도 신하린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며 쉴 새 없이 좌표를 불러주었다.
혹여나 급하게 일하다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신하린은 꼼꼼하게 벽면을 확인했다.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일까.
둘은 언제 서먹서먹했냐는 듯이 가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신하린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