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9
348화
“여기요.”
신하린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찾은 물건을 가지고 곧장 강신에게로 돌아왔다.
“내용물은 확인했어?”
“아니요. 그냥 발견하자마자 바로 가지고 왔어요.”
신하린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물건은 제대로 길이 들지 않아 뻑뻑한 가죽으로 밀봉된 가죽 주머니였다.
테이블에 물건만 놓고 신하린이 숙소에서 나가려고 하자, 강신이 물었다.
“같이 보지 않아도 되겠어?”
“하암…. 상관없어요. 그보다 지금은 조금 피곤하니까, 휴식이 먼저예요.”
그녀도 자신이 찾은 게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만약 다른 이였다면 자신이 찾은 특별한 물건에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하린은 정말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신단수의 열매 덕분에 피로가 없는 강신과 달리 그녀는 몸이 무거웠다.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피곤한 게 당연했다.
신하린이 휴식을 위해 나가고 조용해진 방.
강신은 조심스럽게 신하린이 놓고 나간 가죽을 들어 올렸다.
석회 반죽으로 단단히 밀봉한 곳에 들어가 있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다행히 내부에 있는 물건이 망가졌을 걱정은 없겠네.’
강신은 단단히 봉인된 밀랍 부분을 부수기 위해 힘을 줬다.
생각 이상으로 단단했고,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하긴 평범한 밀랍을 사용해 봉인했을 리는 없겠지.’
미래를 보는 점성술사가 먼 미래까지 보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평범한 것일 리 없었다.
‘그래도 그냥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게 내구성이 좋을 뿐, 여는 데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닐 거야.’
강신은 신하린이 놓고 간 망치와 정을 들었다.
너무 강하게 치면 내부에 있는 물건까지 손상을 줄 수 있었기에 가볍게 내려쳤다.
퉁! 퉁! 퉁!
후드득.
방금까지 단단하게 버티던 밀랍이 깨지며,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강신은 혹시라도 쓸 일이 있을까 싶어 바닥에 떨어진 밀랍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오래된 탓일까,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던 가죽들이 살짝 들러붙어 있었다.
‘정말 뻣뻣하네.’
가죽 주머니를 열자, 그 안에는 강신이 찾고 있던 52장의 카드가 들어있었다.
강신은 카드 중 하나를 꺼내 유심히 살펴봤다.
하트와 비슷한 문양이 새겨진 카드였다.
‘신기하네.’
가죽 내부에 있던 카드의 촉감이 플라스틱과 많이 닮아있었다.
카드가 만들어진 시기를 생각하면 이런 재질의 카드를 제작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플라스틱과 닮았지만, 플라스틱은 아니야.’
강신이 신기한 마음에 카드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륵.
갑자기 카드 위쪽으로 작은 불꽃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너무 안일하게 다뤘군.’
카드에서 생겨난 불은 고작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만약 이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카드였다면 큰 소란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진품인 걸 확인한 강신은 우선 트럼프를 다시 가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네시스. 이곳에서의 일은 끝난 것 같아, 돌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항공편을….”
말을 꺼내던 강신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정정했다.
“아니, 퍼스트 클래스로 하린이 것까지 두 장 알아봐 줘.”
평소라면 신하린이 알아서 따라왔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신하린 덕분에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프로네시스는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강신은 왠지 모르게 AI인 프로네시스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강신은 신하린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좌석은 최대가 비즈니스 좌석까지였는데, 강신이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해주었다.
그녀가 뛸 듯이 기뻐한 건 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강신.
그는 세그레드 조라에 의뢰품을 바로 넘기곤 했는데, 이번엔 트럼프 카드를 바로 넘기지 않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거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강신이 트럼프가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신하린이 물었다.
강신의 뒤를 쫓아다니는 동안 그가 의뢰품을 회사로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동안 그녀의 질문을 무시하던 강신이었지만, 이젠 대답해주었다.
“뭔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혹시 트럼프가 탐나서 그런 건 아니죠?”
“탐은 나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강신이 살짝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했다.
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
기존의 법칙을 비트는 특별한 힘이 담긴 카드로 강신도 탐낼 만한 물건이긴 했다.
하지만 강신은 조금 특별한 트럼프 따위보다 동료들이 더 소중했다.
“나에게도 중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런 사람들을 포기할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야.”
“아…. 아니, 오빠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요.”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신하린이 우왕좌왕했다.
“알아.”
굳이 화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
결국, 신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개인 큐브에 도착한 강신은 바로 권영식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연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권영식이 강신을 찾아왔다.
“그래서 이게 바로 특별한 트럼프인가 보군?”
“네, 특별한 힘을 가졌다고 해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트럼프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만들어진 지 오래됐고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라는 증거는 없었다.
“그래도 저쪽에서는 좋다고 받았을 텐데.”
“그랬겠죠.”
“그럼, 왜 바로 넘기지 않고?”
“아시잖아요. 이거 이대로 넘기면 안 된다는 거.”
권영식은 강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바로 파악했다.
“그렇군, 이대로 넘기기에는 조금 찝찝하지.”
“세그레드 조라에서 그저 하나의 수집품으로 보관만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래, 이건 그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손에 넣길 원할테니.”
수집가들은 자신의 특별한 수집품을 자랑하는 걸 좋아했다.
강신이 가지고 있는 트럼프는 특별한 수집품에서도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희소성과 특별함, 그리고 역사적인 가치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런 물건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가지고 있는 건 수집가답지 않았다.
‘아니, 그럴 인물이 있긴 하지.’
세그레드 조라 본사의 점장.
그가 자랑하는 걸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가진 수집품들은 강신이 가지고 있는 트럼프의 가치와 비슷한 것들이 즐비했다.
굳이 트럼프가 아니어도 자랑할 물건이 많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이번 의뢰는 본사에서 요청한 게 아니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입소문을 타겠지.’
특별한 트럼프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그걸 탐내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정당하게 다른 귀중한 물건과 교환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광신도들처럼 트럼프를 강탈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그런 이들에게 트럼프를 뺏긴다면….
‘우리와 적대하는 세력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은데.’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트럼프를 넘겨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트럼프를 회사로 가지고 왔다.
특별한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조사하기 위해.
“우선 제가 가져온 트럼프 카드의 성분 분석부터 하죠.”
비파괴 시스템으로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분석 과정에서 카드가 훼손되어 특별한 힘이 사라질 걱정은 없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직접 확인할 텐가?”
“네, 성분 분석이 끝나면 카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권영식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신이 가죽 주머니를 들고 바로 뒤따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멀뚱히 자신과 권영식을 바라보는 신하린에게 말했다.
“뭐하고 있어? 안 따라올 거야?”
자신이 했던 말실수 때문인지, 조용히 있던 신하린이 강신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저도 같이 가도 되는 거예요?”
“너도 이번 일의 관계자야.”
강신의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나중에 딴소리하시기 없기에요!”
신하린이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강신과 권영식을 뒤따라 나왔다.
그렇게 그들은 트럼프를 분석하기 위해 셸러가 있는 분석팀으로 이동했다.
* * *
“오랜만이네요!”
서투른 한국말로 셸러가 강신과 일행들을 반겨주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항상 똑같죠!”
온종일 분석실에서 분석만 하는 삶을 살고 있을 셸러였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하이 텐션이었다.
강신이 반가워서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찌든 삶에 머리가 돌아버린 느낌이었다.
“일을 해도 해도 줄지 않지만 그래도 전 행복합니다. 하하하”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또 분석하실 게 있으신가요?”
자세히 보니 셸러의 눈 아래는 짙은 그늘이 가득했다.
“크흠, 미안하지만 이번 일을 먼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아…. 또요?”
방금까지 높았던 셸러의 텐션이 마치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절벽으로 수직 하강했다.
“안 그래도 분석할 게 많아서 끼워 넣을 자리도 없는데. 저번에도 갑자기 부탁하셔서 그거 처리하느라 3일 동안 퇴근도 못한 거 알고는 계십니까?”
거의 울상을 짓는 셸러의 표정에 권영식은 살짝 양심에 찔리는 모양이었다.
권영식은 자신이 바쁘게 움직여도 다른 연구원들의 시간은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분석을 맡은 셸러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분석 장비를 셸러가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흠, 이번 일만 제대로 해주면 지난번과 다르게 끈기 있는 연구원 몇 명을 더 붙여주지.”
사람을 뽑지 않았던 건 아니다.
업무 과중을 알고 있었던 권영식은 셸러의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위해 다른 연구원들을 붙여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버티지 못했다.
분석하는 건 대부분 반복 작업이었다.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모를까.
그저 데이터를 뽑기만 하는 단순 작업을 좋아할 연구원은 많이 없었다.
심지어 작은 값에도 민감한 장비라 사람의 손을 많이 탔으니, 연구원들이 피할 만도 했다.
“정말입니다? 약속하신 겁니다?”
“아, 알았다니까.”
셸러는 다시 한번 권영식의 다짐을 받고 나서야 강신이 들고 있는 가죽 주머니를 받았다.
“조심히 다뤄주세요.”
“네.”
셸러는 가죽 주머니를 열어 내부에 있는 카드를 조심스럽게 꺼내 분석 장비에 하나하나 집어넣었다.
분석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런데 왜인지 결괏값을 본 셸러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저기 여러분, 어디서 사람을 갈아버린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