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0
349화
“뜬금 없이 그게 무슨 소린가.”
권영식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셸러를 바라봤다.
“보존 상태가 좋아서 분석이 아주 잘됐는데…. 일단 이거 먼저 보시겠습니까?”
셸러는 분석 결과를 다들 볼 수 있도록 넘겨주었다.
그리고 강신과 일행들은 어째서 셸러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으음….”
카드를 보관하고 있던 가죽 주머니부터 카드까지, 모두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DNA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카드에는 인간의 뼈와 제대로 분석되지 않는 몇 가지 재료들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강책임님이 따로 주신 밀랍 부분도 사람의 피와 뭔가가 섞인 물질이더군요.”
플라스틱은 아니었지만, 카드가 저리 뻣뻣할 수 있었던 건 인간의 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동물의 뼈가 아니라 확실히 인간의 뼈가 맞습니까?”
강신이 다시 묻자, 셸러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염기서열을 확인해보니 완벽하게 인간의 것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방금 제가 말했던 것처럼 카드를 담고 있던 가죽, 카드, 그리고 밀랍까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셸러가 한 사람을 갈았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사람의 일부로 만든 트럼프라니….
강신은 분석 결과를 듣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신체 일부로 만든 물건이 흔한 건 아니었지만, 위치들이 건넸던 계약서를 생각하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것도 인간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었으니까.’
이제 와서 사람의 신체로 만든 물건이라고 놀랄 이유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아르카나에는 왕을 사랑했던 대모가 만든 물건이라고 서술되어 있었는데.’
아르카나에 나오는 당시 사회적 관념이 현대보다 더 잔혹했던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서술된 대모의 성격은 사람을 재료로 써서 물건을 만들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았다.
‘왕이 재료가 될 사람을 억지로 끌고 와서 만들라고 시킨 것도 아닐 거야.’
대모가 사랑했던 그 왕은 대모가 가진 능력보다 그녀가 위치의 통솔자라는 걸 노렸으니까.
오히려 왕은 대모가 가진 능력을 알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강신은 이내, 셸러에게 질문했다.
“셸러 혹시 검출된 DNA가 여성의 것이었습니까?”
“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설마….”
강신의 머릿속에서 퍼즐들이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졌다.
검증할 방법은 없었지만, 강신은 트럼프 제작에 사용된 인간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 * *
어째서 왕을 사랑했던 대모는 모습을 감춘 것일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너무 끔찍해서?
그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대모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테니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지만 가족처럼 생각하는 위치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대모가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하지만 대모는 아르카나만을 남겨두고 모습을 감추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난 이후, 대모는 없었던 거야.’
위치들이 참여한 전쟁이 발발하고 대모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주변 국가와 비교하면 국력이 약한 왕국을 소유하고 있던 왕, 그를 위해 대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별로 없었다.
모습을 감추고 싶어서 감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강신이 도달한 결론은 바로.
‘자신을 재료로 삼은 건가.’
대모가 자신의 신체를 재료로 삼아 트럼프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사람을 희생하지 않고 자신을 재료로 삼아 자신이 사랑하는 왕을 지킬 물건을 만들었을 거야.’
왕만을 위한 물건은 아니었을 터였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 왕의 모습은 그녀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위치들의 안전을 끝까지 지켜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그녀의 희생은 왕과 위치들을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최악이었지만….’
위치들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켰던 왕은 목숨을 잃었고, 지켜야 할 가족인 위치들의 상당수가 죽은 걸로 모자라 평생을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일단 강신은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현재 대모에게 전달할 생각이었다.
아르카나에 적혀 있지 않은 위치들의 비사였으니까.
강신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일행들에게 트럼프를 만든 대모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아르카나에 관한 내용은 빼놓았다.
“흠, 물건을 만드는 재능이라. 흥미로워.”
권영식은 기존 과학의 법칙을 무시하는 물건을 만들었던 대모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어떤 원리인 거지?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특정 현상을 무시하는 건가?”
호기심을 보이는 권영식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간 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강신은 서둘러 트럼프가 들어 있는 카드를 들고 말했다.
“먼저 성능을 확인하죠.”
“아, 그렇지. 아직 확인할 게 남아 있었지.”
그제야 권영식도 아차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훈련장으로 이동할까요?”
“음…. 아쉽지만 그래야겠지?”
“네.”
권영식은 가죽 주머니를 보며 미련이 남는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강신은 권영식에게 카드를 넘겨주지 않았다.
“셸러, 분석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 일인걸요!”
셸러가 밝게 인사하고 강신과 일행들은 분석실을 나왔다.
그들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요원들을 위한 개인 훈련실이었다.
강신은 트럼프의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 훈련실 중에서 가장 넓고 견고한 곳을 골랐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권영식은 함께 들어오지 못하고 외부에서 실험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강신이 보호 장비까지 갈아입고 나서야 실험이 진행됐다.
‘카드의 모양은 현대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숫자는 새겨져 있지 않았지만, 그림의 개수로 숫자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강신은 현장에서 꺼냈던 원 하트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부채질하듯이 카드를 흔들어 보았지만, 작은 불덩이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
강신은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불을 불러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빠르게 뒤집기만 하면 되는구나.’
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뒤집은 카드에서 작은 불덩이가 나오자, 강신은 그 불덩이로 실험을 이어갔다.
‘불의 화력은 얼마나 되지?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손가락 한 마디밖에 되지 않는 불의 화력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다만 화력은 약했지만, 유지력은 좋았다.
강신은 꺼지지 않는 작은 불덩이를 내버려 두고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처음 만들었던 불덩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훅하고 꺼져버렸다.
‘한 번에 한 카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혼자서만 실험해보는 건 힘들겠는데.’
강신은 짧은 고민 끝에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밖에 있는 신하린에게 들어와 달라고 말해줄래? 들어올 때, 보호 장비 꼭 입으라고 전하고.”
-알겠어.
* * *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음에도 신하린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개인 훈련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기념적인 날이네요!”
신하린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일을 도와주겠다고 자신이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엔 강신이 직접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시답잖은 소리는 그 정도로 하고 이리 와서 좀 거들어 줄래?”
“오빠는 정말 낭만이 없어요.”
신하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투덜댔지만, 강신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카드를 뒤집어 봐.”
강신은 첫 번째 카드를 신하린에게 넘겨주고는 사용하게 했다.
“오오….”
신하린은 작은 불덩이를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네.’
비 특정 인원 두 명이 사용할 수 있다면 누가 써도 작동하리라 판단됐다.
“그럼 다음은 뭘 할까요?”
신하린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강신의 지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다르게 강신이 시킨 건 그녀를 실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냥 계속 그러고 있어 줄래?”
“넹?”
그녀의 입에서 귀여운 대꾸가 들려왔지만, 강신은 덤덤하게 다시 말했다.
“지속 시간을 확인해야 하니까, 그대로 있으면 돼.”
신하린이 잠시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강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지속력 확인을 맡긴 강신은 다음 장을 꺼내 처음 했던 것처럼 투 하트 카드를 뒤집었다.
화르륵.
그러자 원 하트 카드가 그랬던 것처럼 작은 불덩이가 생겨났다.
‘똑같은 기능?’
원 하트 카드와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아니, 다르다.’
강신은 자세히 불덩이를 관찰했고 첫 번째 카드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크기가 조금 더 커.’
강신은 그렇게 하나씩 카드를 발동시키며 각각의 카드가 가진 능력을 파악했다.
카드를 사용해본 강신은 카드가 가진 능력이 꽤 직관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4종류의 카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개념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하트가 새겨진 카드에서 불덩이가 튀어나왔다면 다이아몬드가 새겨진 카드는 흙들을 다룰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소드(스페이드) 문양은 물을, 클럽(클로버)은 바람을 다룰 수 있게 해주었다.
아주 약한 숫자 1부터 점점 그 능력이 향상되며 숫자 10은 사람 몸통 크기의 물질을 다룰 수 있었다.
1부터 10까지 위력만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그와 반비례하게 유지력이 낮았으며 다시 능력을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신기하네요.”
유지력 테스트가 끝난 신하린이 강신이 카드를 사용하는 걸 보며 눈을 빛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았다.
강신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파이브 소드(스페이드) 카드를 신하린에게 넘겨주었다.
신하린의 표정이 밝아지며 낼름 카드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카드를 사용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물줄기가 흘러나왔다.
“오오….”
신하린은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계속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40장의 카드와 다른 12장의 카드를 살펴봤다.
왕과 여왕, 그리고 시종이 들어갔어야 할 카드에는 마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각각 13, 12, 11을 뜻하는 카드였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른 숫자 카드들과 조금 달랐다.
“특성이 강화되는 건가?”
강신이 하트 위치 카드를 뒤집자, 나타난 불덩이.
크기는 숫자 10 카드와 다르지 않았지만, 불덩이는 노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퀸 카드는 백색, 그리고 킹 카드는 푸른색의 불을 만들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카드의 위치는 흙 대신 점토와 비슷한 무른 흙을 채찍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퀸은 바위, 킹은 금속을 움직일 수 있었다.
소드(스페이드)의 위치 카드는 점성이 높은 무거운 비중의 물이 나왔고, 퀸은 수증기 그리고 킹은 얼음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마지막으로 클럽(클로버)의 위치 카드는 바람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바람을 일정 공간에 가둘 수 있게 해주었다.
퀸은 그 바람을 날카롭게 깎아 칼날처럼 날려 보낼 수 있었고, 킹 카드는 일정량의 대기를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카드들의 특성을 파악한 강신은 카드를 다시 가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가 잠시 고민하는 동안 카드를 가지고 실컷 놀았던 신하린이 다가왔다.
마치 강신의 속마음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
“막상 넘기려고 하니까 아깝죠?”
강신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