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3
352화
“좋은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강신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강신의 대답에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홀로그램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화이트홀에 대한 이론은 애초에 이론일 뿐이지. 실제로는 관측된 적 없는 개념이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블랙홀과 다르게 모든 걸 뱉어내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대척되는 개념일 뿐이었다.
그건 이미 강신도 알고 있었다.
만약 화이트홀이 정말로 존재했다면 지금보다 과학 수준이 높았던 기둥을 짊어진 자들이 화이트홀을 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들조차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화이트홀은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럼에도 강신이 휠러의 논문에서 기대하는 건, 휠러가 화이트홀을 입증하기 위해 했던 실험의 내용이었다.
‘어찌 됐든 화이트홀은 블랙홀의 반대되는 개념이니까.’
반대되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선 실험의 기준이 블랙홀이 되어야 한다.
굳이 화이트홀이 아니어도 좋았다.
블랙홀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휠러의 논문은 가치가 있다고 강신은 생각했다.
“그런데 휠러, 이 양반은 누군가 알려준 것처럼 화이트홀에 대해 확신하고 논문을 작성했더군.”
권영식은 논문을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이렇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휠러의 논문은 개념을 잡고 천천히 화이트홀을 입증하기위해 적어 내린 논문이 아니었다.
화이트홀을 직접 봤던 사람이 화이트홀을 재현하기 위해 쓴 논문같았다.
“그렇다면 정말 화이트홀이라는 게 있는 건가요?”
“음…. 그건 나쁜 소식인데 말이지, 화이트홀이라는 건 불가능한 개념에 가깝더군.”
휠러는 확신하고 화이트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랬기에 휠러는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학계에 낼 수 없었다.
권영식의 대답에 강신의 표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렇습니까…….”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적어도 뭐라도 나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개념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실망한 강신의 표정을 본 권영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지. 이걸 먼저 보게.”
권영식은 종말이 일어났던 지니즈 랜드 사진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그 사건 이후 시간은 꽤 흘렀지만, 종말로 사라진 공간은 그대로였다.
“지니즈 랜드네요.”
“그래, 지니즈 랜드지. 휠러가 쓴 화이트홀에 대한 논문은 화이트홀에 관한 것만 들어있는 게 아니었네. 그 외에도 여러 가설이 있었지.”
권영식이 사진을 넘기자,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상한 기계 장치들을 설치하는 사진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권영식도 함께 있었다.
“팰로우님?”
사진을 확인한 강신은 놀란 눈으로 권영식을 바라봤다.
강신이 놀란 이유는 권영식이 애너하임에 갔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통제하고 호위 인원을 철저하게 꾸려서 갔다왔으니, 그런 눈으로 볼 필요 없네.”
이쪽 세계에서 강신만큼이나 권영식도 유명했다.
이상한 힘과 강력한 무력을 지닌 강신과 달리 권영식은 전투력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그를 노리는 곳이 많았고, 권영식은 수원 지부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그런 권영식이 국내도 아니고, 애너하임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에 강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권영식은 강신의 반응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다음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장치가 보이나?”
사진 속에서 권영식은 어떤 기계장치를 조립하고 있었다.
“촉수?”
사람 몸통 넓이만큼 두꺼웠지만 움직임이 유연해 보이는 게 마치 촉수를 보는 듯했다.
스파이X맨에 나오는 닥터 오토퍼스가 사용하는 기계 팔과 닮아있었다.
다만 그 두께와 크기가 영화에 나온 것보다 몇 배는 두꺼워 보였다.
그 촉수 끝에는 있는 기계 팔이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음…. 엄밀히 말하면 머신 암인데, 어찌 됐든 지금부터는 영상이 나올 것이네.”
권영식은 자신이 애너하임에서 무엇을 했는지 강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촬영된 영상을 재생시켰다.
-실험 번호 EF-003 시작한다.
영상은 권영식이 하얀 방역복을 입고 실험 고유 번호를 알리며 시작됐다.
끼이잉~ 철컥, 철컥.
거대한 머신 암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머신 암, 작동 이상 없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신 암, 이상 무. 그래비티 홀 니들(Gravity hole needle)을 가지고 와.
권영식이 지시를 내리자, 뒤쪽에서 그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금속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금속 상자는 성인 남성 4명이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쿵!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자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좋아, 필요 인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빠져.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인원들이 권영식의 지시를 받고 모두 화면에서 사라졌다.
인원들이 모두 빠지자, 방역복 너머로 긴장한 권영식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후우….
권영식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머신 암을 조종하던 프로네시스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팰로우님도 외부로 나가길 권장합니다.
-그래, 알았다.
권영식은 다른 인원들이 가져다 놓은 금속 상자의 락을 풀고 프로네시스의 말대로 영상에서 사라졌다.
-모든 인원 이탈, 그럼 실험을 속행하겠습니다.
프로네시스가 모든 인원이 빠져나간 걸 확인하고 실험을 재개했다.
머신 암이 권영식이 락을 풀고 나간 철제 상자의 버튼을 눌렀다.
푸쉬익~!
상자의 상단부가 위로 올라가며 하얀 수증기가 아래쪽에서 분출됐다.
그리고 상단부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면서 열렸고, 수증기와 함께 원통형 케이스가 올라왔다.
그 케이스 중앙에 있는 물건을 본 강신이 입에서 얼빠진 소리를 냈다.
“으응?”
강신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권영식이 미소를 보였다.
“묻고 싶은 게 있는 건 알겠는데, 계속 보다 보면 저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걸세.”
권영식의 태도는 강신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원통형 케이스 중앙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얇은 바늘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로 얇은 바늘이냐고 묻는다면 흔히 바느질할 때 쓰는 크기였다.
머신 암의 크기와 철제 상자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굳이 저런 물건을 저렇게 옮겨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얇은 바늘이었다.
-그래비티 홀 니들, 확인. 머신 암 접촉 시작하겠습니다.
철컹. 철컹.
머신 암의 손가락 부분이 예행연습을 하는 것처럼 쥐었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늘을 향해 머신 암을 뻗었다.
거대한 머신 암이 바늘을 잡기 힘들어 보였지만, 머신 암의 손가락은 문제없이 바늘을 잡았다.
그러자, 갑자기 머신 암이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턱. 키이이잉.
방금까지 유연하게 움직이던 손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 대기 시작한 것이다.
-중력 이상 간섭 확인. 이상 중력 계산 들어갑니다.
잠깐 비틀대던 머신 암은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내,
-계산 완료. 안정 상태로 돌입합니다.
안정을 찾았다.
아무리 안정을 찾았다고는 하나, 처음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몸치인 사람이 춤을 추는 것처럼 뭔가에 걸리는 것처럼 딱딱 끊어지는 모습으로 움직였다.
-그래비티 홀 니들, 뽑겠습니다.
머신 암이 천천히 움직이며 박혀있던 바늘을 원통형 케이스에서 뽑아냈다.
얇은 바늘이 박혀있던 원통형 케이스에서 쑥하고 빠져나오자,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검은색 바늘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게 일렁였다.
강신은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봤지만, 그 형상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니, 눈 비빌 필요 없네. 저건 원래 저런 물건이니까.”
머신 암은 주변이 일렁이는 검은색 바늘을 뽑고 천천히 움직였다.
-엔탈피와 엔트로피 계산중….
프로네시스는 바늘을 들고 있는 머신 암을 허공에 머물게 하곤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계산 완료, 블랙홀에 구멍을 내는 세 번째 시도 시작하겠습니다.
머신 암이 천천히 종말이 끝났던 지점으로 바늘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마치 열쇠를 사용하는 것처럼 바늘을 비틀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하지만 바늘이 허공에 구멍을 내는 것처럼 반쯤 박혀 들어갔다.
강신을 정말 놀라게 한 건 그 이후였다.
키이이잉~!
칠판을 긁는듯한 듣기 싫은 소음이 들리고, 영상을 촬영하던 카메라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카메라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바늘을 잡고 있던 머신 암도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력한 중력파 발생, 자세 유지 중….
바늘이 잡힌 손가락 부분은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외 부분들이 미친 듯이 꿀렁였다.
바늘을 잡은 손 부분이 움직이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었다.
-자세 유지 완료. 다음 시퀸스로 진입합니다.
바늘을 잡은 두꺼운 손가락 부분이 열리며 그 안에서 작은 지렁이 같은 기계들이 튀어나왔다.
그 기계들은 꾸물거리며 머신 암의 손가락을 타고 바늘로 향했다.
그리고 곧 바늘을 감싸듯이 휘감았다.
-좌표 안정화 작업 중….
지렁이처럼 생긴 기계들은 서로 엉키며 점점 그 면적을 넓혔다.
그리고 백 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형 고리를 만들었다.
-토큰 형상화, 안정화 완료.
그 말과 함께 엄청나게 흔들리던 카메라의 떨림이 사라졌다.
미친 듯이 꾸물대던 머신 암도 안정을 되찾은 듯이 보였다.
-그래비티 홀 니들 제거.
머신 암이 천천히 허공에 박혀있는 바늘을 뽑아냈다.
지렁이들로 만들어진 원형 토큰은 바늘이 빠져나왔음에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떠 있었다.
-입구 안정화 확인.
프로네시스가 입구를 안정화했다고 말하자,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와아!!
-좋았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영식이 카메라 앞에 등장해 입을 열었다.
-실험 성공.
그걸로 영상이 끝났다.
권영식은 바로 원형 토큰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O자 형태로 만들어진 토큰의 내부에는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이름만 들어도 얼추 예상은 할 수 있었지만, 강신은 권영식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뭐, 자네라면 예상은 했겠지. 휠러는 블랙홀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네.”
당대 천재라고 불렸던 휠러가 실험을 실패한 원인은 딱 한 가지였다.
“그때는 블랙홀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블랙홀을 만들 방법은 없었지만, 만들어졌던 곳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휠러가 진행했던 실험을 지니즈 랜드의 부지에서 실행했다.
“방금 본 건 블랙홀에 구멍을 뚫는 실험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