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4
353화
“이게 블랙홀에 구멍을 뚫는 실험이었다고요?”
강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아니, 강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권영식이 실험을 실행한 장소는 블랙홀이 있는 곳이 아니라, 블랙홀이 있었‘던’ 지점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은 블랙홀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물건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또한, 블랙홀에 구멍을 낼 수 있다 해도 이후 반응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블랙홀에 구멍을 내 틈을 만들면 모이던 힘이 그쪽으로 모두 빠져나올 것이다.
물론 빠져나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말 큰 문제는 구멍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 강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상의 장면은 강신의 예상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바늘로 구멍을 뚫었을 때, 큰일이 날 것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화됐으니까.
그런 강신의 의문이 얼굴에 다 드러난 것인지, 권영식은 강신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휠러는 블랙홀에 구멍을 내어 튀어나오게 만드는 것이 화이트홀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놨더군.”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계산을 잘못되었네.”
휠러의 계산에는 필요한 변숫값들이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 가지 변수를 집어넣어 새롭게 계산을 했고, 그 결과 블랙홀의 구멍에서 뭔가 튀어나올지 아니면 빨려 들어갈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네.”
이는 꽤 중요한 내용이었다.
“어째서 기둥을 짊어진 자들이 중력과 관련된 실험을 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네.”
위험했다.
정말로 위험한 실험이었다.
모든 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종말의 시작이 될 터였고, 튀어나온다고 하면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튀어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원래는 포기할 생각이었네.”
현장 요원들을 위해 지구의 멸망을 담보로 실험을 진행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때 권영식은 그간 강신이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를 수행하며 받아온 물건들을 떠올렸다.
강신이 가져온 물건들은 모두 중력과 관련된 것이었다.
말도 안 되게 가벼운 바위, 무거운 금속, 그리고 특정 조건에서 무게가 변하는 물질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권영식은 강신이 구해 온 재료들로 특정 조건에서 유동적으로 중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건을 만들었다.
뭔가 뚝딱 만들어낸 것처럼 들리지만, 평소 혼자 장비를 만들어내던 권영식이 여러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 저기 토큰 형태의 입구라네. 예상보다 완성도가 좋았지.”
블랙홀에 구멍을 뚫은 바늘도 강신이 가지고 온 광물로 만든 특별한 바늘이었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재료가 부족해서 저 정도 크기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일세.”
만약 재료가 충분했다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입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강신이 가져온 것들은 성신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었다.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를 받아가며 구해 온 것들이었으니까.
희귀한 물질을 구해온 강신과 권영식의 천재적인 두뇌, 그리고 성신의 엄청난 자금력이 아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실험이었다.
하지만 강신의 표정은 좀처럼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험에 성공했다는 건 축하할 일이 맞았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었다.
“저렇게 작은 입구로 요원들을 구해내는 건 불가능하겠죠?”
애초에 이번 실험 자체가 현장 요원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쉽지만 그렇지.”
말은 아쉽다고 했지만, 권영식의 표정은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강신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뭔가 성과가 있었군요?”
그렇지 않다면 권영식이 저렇게 웃을 리가 없었다.
“그래, 있었지.”
권영식은 홀로그램에 다른 창을 띄웠다.
그가 띄운 창에는 초록색의 사람 모양 그림과 심장박동으로 보이는 그래프가 가득했다.
강신은 권영식이 띄운 창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그래, 종말에 휩쓸린 이들의 상태일세.”
강신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초록색의 사람 그림 위에는 현장 요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입구가 작아서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었지만, 현장 요원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에 부착된 생체 신호는 수신할 수 있었지.”
강신은 권영식이 띄운 창에 요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종말에 휩쓸리기 전, 이미 사망했던 사람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사망하지 않았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꾸욱 참았다.
그러나 척준신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강신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 정말 다행이야….”
죄책감이 조금은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블랙홀 내부와 시간적 괴리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늙어 죽을 때까지 저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 예상하네. 이제 그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됐지. 그러니까, 이제는 일을 조금 줄여도 괜찮네.”
권영식이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강신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간 강신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과 슬픔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강신이 괴로워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강신은 무거웠던 짐을 조금 덜어 놓을 수 있었다.
지금만, 딱 오늘을 마지막으로 강신은 더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
강신이 조금 진정되자, 권영식은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애너하임에 있던 지니즈 랜드의 부지를 우리에게 넘기는 것으로 지니즈와의 이야기는 끝났지. 연구는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네.”
이제 요원들이 잘못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종말 내부는 고중력으로 현실과 다르게 시간이 느리게 흘렀고, 본사에서는 그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예정이었다.
“그래도 그들을 빨리 구하고 싶어요.”
울음을 멈춘 강신은 권영식을 보며 말했다.
“물론이지, 나도 동료들을 저렇게 어둡고 쓸쓸한 곳에 계속 놔두고 싶진 않아.”
“…….”
“어쨌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상관은 없네만, 가끔은 숨돌릴 겸 다른 일도 좀 하는 게 어떤가? 위치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건 그렇네요.”
강신은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중력과 관련된 물건만 찾을 생각은 접었다.
화이트홀의 논문을 보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를 찾아야 했던 것처럼, 강신은 언젠가 필요할지 모를 U.M.A를 포획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기로 했다.
“중력과 관련된 일들을 중점으로 다른 현장들도 둘러봐야겠네요.”
“그래, 지금은 그거면 됐네.”
권영식은 강신의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맙습니다. 팰로우님.”
강신은 자신과 함께 고생했던 권영식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구소에만 있었지만 나도 울프 팀의 인원이었네. 그러니 이건 당연한 일이지.”
권영식은 강신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자네에게 무리한다고 뭐라고 하진 못하겠군. 이번에는 나도 조금 무리했던 것 같아.”
권영식은 방금 강신이 봤던 모든 내용을 고작 일주일 만에 해냈다.
애너하임으로 왔다 갔다 한 시간만 해도 이틀일 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휠러의 화이트홀 논문을 보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블랙홀에 구멍을 뚫을 장비와 입구를 안정화할 물건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이 봤다면 살인적인 스케줄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니, 이제 좀 쉬어야겠어.”
“네, 그러셔야 할 것 같네요.”
강신도 권영식의 상태를 보고 동의했다.
권영식이 개인 큐브를 나가려고 할 때, 뭔가 떠오른 듯이 강신에게 말했다.
“아, 말하는 걸 잊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제대로 된 현장에 나가려면 팀을 다시 꾸리는 것도 생각해보게.”
“네, 안 그래도 생각해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이제 정말 가보겠네.”
* * *
권영식이 개인 큐브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하린이 개인 큐브에 나타났다.
그녀는 이미 강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어디선가 먼저 들었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이야기는 모두 끝나신 거죠?”
그녀의 웃음은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죽었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기분이 좋은 것도 당연했다.
“그래, 너도 소식을 들었나 보네.”
“네, 종말에 휩쓸린 분들 대다수가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조금 이기적이지만, 사망자 중에 자신의 오빠가 없다는 사실에 신하린은 안도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죠?”
“그렇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강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신하린에게 물었다.
사실 그녀가 온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권영식이 조금 전에 말했던 다시 팀을 꾸리는 일 때문일 것이다.
“뭐, 좋은 소식도 있고 오빠가 뭐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강신이 몇 번이나 거절한 탓일까.
신하린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계속 말을 돌리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얄미운 표정으로 신하린에게 묻자, 그녀는 자기 머리를 헝클이며 결국 본론을 꺼냈다.
“에잇…. 다시 팀을 짜신다면서요?”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러려고.”
“크흠, 당연히 저도 그 팀에 넣어 주실 거죠?”
신하린은 유능했다.
솔직히 그녀가 저렇게 말하지 않아도 강신이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유능한 인재였다.
그런데 뭔가 절박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생겼다.
“아니? 안 넣어 줄 건데?”
당연히 자신을 넣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 신하린.
순간 넋이 나간 표정을 짓다가 강신에게 속에 있는 본심을 꺼냈다.
“아니, 오빠 진짜 병X이야? 나를 팀에 안 넣는다고?”
그녀가 그간 강신을 따라다니며 도와줬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긴 했다.
단호한 강신의 태도를 본 신하린이 얼굴을 붉히며 분노했다.
“이익….”
화를 참지 못한 신하린이 결국, 개인 큐브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정말 신하린을 팀에 넣지 않을 생각이야?
신하린의 상태를 본 프로네시스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강신이 얄미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럴 리가, 네가 하린이와 몰래 뒤에서 했던 일들 때문에 그냥 조금 놀려줄 생각이야.”
-……알고 있었구나?
“오히려 모를 수가 없지.”
그간 신하린이 강신을 따라다녔던 걸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녀가 아무리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세그레드 조라에서 받은 의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임무였다.
그건 강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권영식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신하린이 그 넓은 아마존까지 쫓아왔을까.
답은 간단했다.
프로네시스가 강신의 위치를 계속 신하린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내가 회사에는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으니, 너는 나를 위해 회사가 아닌 신하린에게 직접 위치를 알렸겠지.”
-미안.
프로네시스는 변명하지 않고 바로 사과했다.
“뭘 사과를 하고 그래.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됐으니까, 괜찮아.”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 강신도 프로네시스에게 숨기는 게 있었다.
강신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를 받았던 건 아니었다.
성신에서 제공하는 장비도 없이 해외에서 임무를 할 정도로 정신을 놓진 않았다.
이미 자신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런데 전보다 더 허술하게 다니는 건 그야말로 멍청한 짓이었다.
강신은 부회장의 배신으로 언제든지 내부에 배신자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뢰를 받기 전 세그레드 조라에 방문했을 때, 추가 요구 사항이 적힌 쪽지를 건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