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어째서 절 공격했죠?”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강신은 외국인 남성에게 물었다.
“큭! 동양인 주제에 건방지게! 내 물건을 탐냈으니까!”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일까, 외국인 남성은 냉철했던 이전 모습과 다르게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멀쩡한!”
퍽!
“억!”
외국인 남성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신하린이 그 외국인 남성의 후두부를 강하게 내려쳤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두 눈을 뒤집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걸 확인한 신하린이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제가 괜히 온 건 아니죠?”
방금 사람의 머리를 내려쳤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신하린은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강신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전혀.”
강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신하린은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보급받은 나이프를 꺼냈다.
“히, 역시 그렇죠?”
신하린은 꺼내든 나이프를 현란하게 돌리고는 강신의 목을 압박하고 있는 실을 가볍게 끊어냈다.
실이 끊어지자 강신은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는 소모형 보호 장치를 손으로 뜯어냈다.
드드득.
“후우…”
“그래서 이 사람은 누구예요?”
“방금 가게에서 만났던 사이코패스.”
“아~”
강신이 가게에서 무례하게 굴기는 했지만, 고작 그런 일로 어두운 골목에서 사람을 죽이려 했다.
그리고 디스하모니 캔디에 이끌렸던 걸 생각하면 그가 사이코패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괜찮나요? 그냥 사이코패스면 이쪽 업계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괜찮아. 이 사람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공격했을걸.”
쓰러진 지금도 아마 모를 것이다.
그가 정신을 잃기 전에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곤 옷에서 튀어나온 비닐처럼 생긴 소모형 보호 장비가 전부였으니까.
“그럼 다행이고요.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대낮에 거리낌 없이 돌아다닌다는 건 그가 이런 짓을 하고도 다른 이들에게 들킨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이쪽 업계와 관련 없는 일반인이었다.
“이대로 경찰에 넘기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겠죠. 어떻게 공격을 당했는지, 증명해야 하는데. 그건 좀 그렇잖아요?”
외국인 남성이 공격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가 사용한 무기와 강신이 무엇으로 방어했는지 알려줘야 했다.
그렇다면 경찰에게 강신의 보호 장비가 어떤 건지 보여줘야 했다.
“장비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는 없지. 흠…”
강신은 턱을 쓸고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을 열었다.
“세그레드 조라에서 고용한 용병들에게 넘겨서 이 자가 사는 곳과 돌아다니는 장소들을 조사해 보라고 해야겠네.”
강신에게 했던 행동을 보면 그는 절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분명 뭔가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거야.’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 동선에 그가 저지른 범죄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범죄의 증거가 나오면 용병들에게 그를 경찰에게 인계해 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아는 사람에게 가중 처벌을 부탁해야지.”
자신을 공격했던 대가는 확실히 받아야 속이 후련할 테니까.
있는 죄에서 가중 처벌을 올리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테니, 부탁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럼 이부장님이나 송대리님이 이쪽으로 오시면 제가 이 사람 용병들에게 넘겨주고 올게요.”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순자와 송기덕이 강신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럼 숙소에서 봬요.”
신하린이 외국인 남성을 데리고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강신과 일행들이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그들을 습격하는 단체는 없었다.
강신은 목표를 완료했으니, 일행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켰다.
짐을 싸고 있는 동안 외국인 남성을 용병에게 넘겨준 신하린이 숙소에 도착했다.
“순 개XX였어요.”
신하린은 도착하자마자 강신에게 자신이 봤던 걸 알려줬다.
강신은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그 외국인 남성의 집뿐만 아니라, 그가 움직였던 모든 동선을 조사해 달라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남성의 집에서 그간 그가 저질러 왔던 범죄가 담긴 동영상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진짜 미X 새끼.”
“뭐가 나왔는데?”
“10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천천히 고문하듯 즐기는 장면들이 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었어요.”
첩보 요원으로 비위가 강한 신하린조차 인상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악질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일행들도 얼굴을 굳힐 정도였다.
“…그냥 죽일 걸 그랬네.”
범죄 내용을 들은 강신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일반인이지만 정말로 죽여도 싼 놈이었다.
“굳이 손을 더럽힐 필요 없습니다. 그 정도 범죄라면 사형이 구형될 테니까요.”
김병기가 짐을 싸다 말고 냉정하게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다시는 하반신을 함부로 놀릴 수 없을 거예요. 용병들이 전투화로 아주 완벽하게 짓이겨 놨거든요.”
아동에 대한 범죄는 어딜 가나 큰 죄악으로 취급하지만, 미국은 특히 더 그랬다.
오죽했으면 돈에 미친 용병들조차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이코패스를 죽도록 팼을까.
‘그래도 다행이네. 정말 운이 좋았어.’
강신은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런 범죄자의 손에 디스하모니 캔디가 들어갔다면 피해는 더 커졌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철수하는 건에요?”
“그래,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하긴….”
이미 목표는 확보했다.
그런데 문득 신하린은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 참, 그런데 그 물건 진품인 건 확실한 거죠?”
순간 신하린의 의문에 일행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강신을 바라봤다.
일행들의 시선을 느낀 강신은 품속에서 캔디를 꺼냈다.
“진품은 확실해.”
강신은 캔디 박스를 열어 내부에서 사탕 8개가 들어있는 하얀 알루미늄 트레이를 꺼냈다.
보통 알약 같은 걸 포장할 때 사용되는 트레이였다.
또각, 또각.
강신은 일행들이 보는 앞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눌러 내부에 있는 8개의 사탕을 모두 꺼냈다.
알록달록한 색의 사탕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강신은 떨어진 사탕들을 신발로 밟았다.
꽈직, 으드득.
완전히 사탕을 가루로 만든 강신은 텅 비어 버린 알루미늄 트레이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강신이 가지고 있는 디스하모니 캔디가 진품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루미늄 트레이를 상자에 넣었다 뺐을 뿐인데, 비어있던 트레이가 마치 새것처럼 사탕이 가득 찬 상태로 돌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네요…. 계속 사탕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건가요?”
새것이 된 알루미늄 트레이를 바라보는 신하린이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확실히 이런 물건이라면 가짜는 아니겠네요. 짐이나 마저 싸야겠습니다.”
송기덕이 더는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싸기 위해 움직였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납득한 것처럼 각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아무런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렇게 울프 팀은 미국으로 넘어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뭔가 이번 현장은 속전속결로 끝이 났네요.”
비행기에서 내리고 각자 짐을 찾아 게이트로 나가는 길에 송기덕이 말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송기덕뿐만이 아니었다.
팀원들 대부분이 이번 현장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싱겁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죠.”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에 끝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네요.”
일행들이 송기덕의 말에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을 본 강신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직 상황이 모두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일행들과 밝은 표정으로 공항을 나오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세그레드 조라의 직원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신은 디스하모니 캔디를 품속에서 꺼내 그 직원에게 건넸다.
그리고 중력침의 재료가 되는 특수 물질이 들어있는 상자를 받았다.
강신은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 상자를 김병기에게 건네주곤 직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은 꼭 지켜 주세요.”
“물론입니다. 만약 걱정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바로 조치하고 경과를 공유하도록 하죠.”
강신은 직원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팀원들과 함께 회사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동안 송기덕은 강신과 직원이 나누었던 대화가 신경 쓰였는지, 질문을 던졌다.
“세그레드 조라와 따로 무슨 약속을 하신 겁니까?”
“아, 그게요. 음….”
강신은 잠시 고민하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현장은 설명이 많이 부족하긴 했네요.”
강신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디스하모니 캔디를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설명은 했다.
하지만 캔디가 가진 정확한 능력이 무엇인지, 어떤 부작용을 가졌는지 설명이 부족했다는 걸 떠올렸다.
“이번에 저희가 찾은 디스하모니 캔디는 딘 코를이라는 캔디맨의 모티브가 된 사람이 사용했었다고 이야기했었죠?”
“네, 그러셨죠. 그가 그 캔디를 사용해서 용의선상에 벗어났다고도 이야기 해주셨고요.”
강신이 알려준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무슨 능력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는지는 일행들도 알지 못했다.
“캔디를 섭취하면 일정 시간 동안 캔디를 섭취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고요?”
“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섭취자가 하는 모든 행동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부조화, 불화라는 뜻을 가진 디스하모니라는 단어와 정반대되는 능력이었다.
송기덕은 놀란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완전 사기적인 능력 아닙니까?”
능력만 봤을 때 정말 사기적인 효력을 가진 물건이 맞았다.
섭취자가 살인을 하든, 도둑질을 하든, 사람을 납치하든 캔디만 먹으면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무슨 짓을 해도 경찰에게 붙잡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힘은 언제나 대가가 필요한 법이었다.
“능력만 본다면 그렇죠. 사기적인 능력이긴 하지만 그 물건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습니다.”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요?”
“네, 그 캔디를 섭취할수록 사람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점점 둔해집니다.”
쉽게 말해 캔디를 섭취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정이 사라진다.
희대의 살인마들은 어째서 사람을 죽이고, 주변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단순한 재미, 혹은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되었던 두려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터였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던 기본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점점 감정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점점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 캔디를 섭취하다보면 결국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된다.
캔디 사용자의 말년은 대부분 비슷했다.
습관처럼 범죄를 저지르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무엇을 해도 그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마치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해졌다.
그 공허를 채우려고 노력하겠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코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뿐만 아니라, 먹고 자고 싸는 모든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캔디의 사용자들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사용자를 파멸로 이끄는 사탕이라…. 그래서 숙소에서 먹지 않고 부숴버린 거군요.”
송기덕은 강신이 진품을 확인시켜주는 상황에서 사탕을 버리고, 발로 밟아버렸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연구용으로는 몇 개 챙겨놨습니다.”
강신은 품속에서 밀봉된 유리병을 꺼냈다.
그 유리병 안에는 색색의 사탕이 들어있었다.
강신의 설명과 남은 사탕을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송기덕은 자신이 했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사탕이 담긴 유리병은 권영식에게 전달됐고, 그는 매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