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64
363화
디스하모니 캔디를 세그레드 조라에 넘기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강신에게 영상이 첨부된 한 통의 메일이 세그레드 조라에서 날아왔다.
강신은 메일을 확인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내용이었길래 강신이 한숨을 쉰 것일까.
메일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고, 사전에 강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로 조치했다고 적혀있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네.
메일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프로네시스가 말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조치가 되어서 다행이야.”
디스하모니 캔디는 악용되는 순간, 끔찍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물건이었다.
사이코패스가 혼자 독점하는 건 그나마 양호할 정도였다.
만약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범죄 단체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졌다.
혼자서 사용하면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부작용도 개인이 아닌 단체에서 여러 사람에게 캔디를 사용한다면 부작용을 혼자 받는 것보다 나눠 받을 수가 있었다.
만약 그런 범죄 단체의 수장이 캔디를 사용하며 국가 전복을 꾸민다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캔디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 의뢰주에게 추가적인 조건을 걸어두었다.
하나, 디스하모니 캔디를 섭취하지 말 것.
둘, 남에게 인도하지 말 것.
이 내용이 추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신은 의뢰를 받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자, 의뢰주는 강신이 추가한 내용을 바로 수락했다.
하지만 고작 계약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의뢰주가 계약을 어기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아니, 강신은 의뢰주가 반드시 계약을 어길 거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의뢰한 의뢰주는 살인마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모으는 수집가로 살인마들의 물건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신은 의뢰주가 아닌 본점에 따로 연락을 넣었다.
수집가들의 비밀 상점인 세그레드 조라는 한번 맺은 계약을 이행하는지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게 손님이든, 점장이 이행하는 것이든 상관없었다.
거래를 위해 계약을 했다면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상인에게 있어 신용이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강신은 본점에 자신이 추가한 계약 내용과 함께 디스하모니 캔디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하면서 한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캔디를 사용한 이후엔 대처할 수 없을 겁니다.
뭔가 두리뭉실한 이야기였지만 본점은 강신이 한 조언이 어떤 뜻인지 파악했다.
의뢰주 옆에서 일하고 있는 본점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의뢰주의 감시를 명령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캔디를 먹기 전에 잡아서 다행이네.
메일에 첨부된 CCTV 영상엔 의뢰주가 사탕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것을 저지하는 직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계약을 어긴 의뢰주이자, 세그레드 조라 분점의 점장은 그 직위가 박탈되었다.
그리고 그가 수집한 수집품들은 모두 몰수되어 본점에 귀속됐다.
당연히 몰수당한 물품에는 디스하모니 캔디도 포함되어 있었다.
-괜찮을까?
캔디를 먹는 걸 막기는 했지만, 디스하모니 캔디가 타인에 손에 들어간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프로네시스는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하지만 신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캔디가 본점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좋아.”
강신은 본점을 이어가는 점장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인지 알고 있었다.
“본점의 점장은 수집가 중에서도 자신의 컬렉션을 유난히 아끼는 이들만이 이을 수 있는 직책이야.”
-자신의 컬렉션을 아끼는 건 다른 지점의 점장들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들과는 조금 달라.”
비밀 상점인 세그레드 조라에 소속된 수집가들은 자신이 수집하는 종류의 물건이 아니면 아무리 희귀한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보통 그런 물건이 있으면 자신이 수집하는 종류의 물건들과 교환하려고 하지.”
하지만 본점의 점장은 달랐다.
“그들은 특정 종류에 한정되어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아니야.”
대대로 본점의 점장은 모든 종류의 물건을 수집하는 이였다.
그 말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교환해버린 분점의 점장들과 달리 교환 목적으로 창고가 열리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뜻이었다.
“아마 본점의 창고가 털리는 게 아니라면 디스하모니 캔디는 내가 죽기 전까지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을 거야.”
현재 가지고 있는 소유자가 바뀌긴 했지만, 식료품에서 디스하모니 캔디를 구매한 것은 강신이었다.
그래서 디스하모니 캔디가 본사로 흘러가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간다고 해도 강신이 죽지 않는 한, 디스하모니 캔디가 사라질 일은 없었다.
-처음부터 캔디를 구하면 이렇게 할 생각이었구나?
캔디를 찾게 되면 그것을 구매할 사람은 울프 팀 요원이었다.
그것으로 캔디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날 시기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의뢰주가 어길 수밖에 없는 계약 조항을 넣어 디스하모니 캔디가 철통 보안으로 유명한 세그레드 본점의 창고로 향하게 만들었다.
“중력침 재료도 얻고 피해자도 더는 나오지 않게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강신이 이 모든 걸 계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로네시스는 침묵했다.
그리고 강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전보다 더 냉정하고 치밀해졌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걸까? 조금 더 신경 써서 관찰해야겠어.
캔디를 악용하지 못하게 막고 사이코패스를 잡았으며, 중력침의 재료가 되는 물질을 얻는 것으로 이번 사건은 마무리됐다.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온 메일을 삭제한 강신은 하늘을 향해 길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나갈 현장을 찾아볼까.”
모처럼 운이 따라줘서 일이 잘 풀렸으니, 기분 좋게 다음 현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뽀득, 뽀드득.
한 남성이 걸을 때마다 하얀 눈에 발자국이 남았고, 정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와 반대로 남성은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다급한 심정을 대변해주었다.
“허억… 허억…”
눈이 오지 않는 계절임에도 눈이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만년설이라고 부르는 설산의 눈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신비 동물학(Cryptozoology)에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동물이라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도 잠시 멀리서 우렁찬 괴성이 들려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히이익! 벌써 쫓아 왔나. 이대로 잡힐 순 없어, 어서 도망가야 해!”
남성의 흔들리던 시선이 소리가 들려왔던 반대 방향으로 다급하게 움직였다.
현재 남성은 험한 산속에 있었다.
눈 덮인 산에서 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지금 그에겐 내려가는 길을 찾을 시간과 여유는 없었다.
그는 그저 조금이라 더 저 괴물 같은 존재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허억… 헉…. 내가 어째서 이런 꼴을…”
힘들고 무서운 상황이라 그런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런 남성의 손에는 한 손으로 겨우 잡히는 오래된 책이 들려 있었다.
“다, 이 책 때문이야.”
사내의 손가락 사이로 보인 책 표지에는 신비 동물학이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어째서 이 남성은 추운 설산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괴생명체에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그 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 * *
그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날이었다.
뿌연 담배 연기가 가득한 넓은 집안, 그곳에 반나체 차림의 남성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맥스로 백만장자의 아들이었다.
맥스는 친구, 케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비 동물학? 그…. 무슨 영화에 나오는 그거?”
처음 케빈이 그 책에 대해서 말했을 때, 맥스는 해리X터의 후속작인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는 판타지 소설, 영화를 말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런 허황된 거 말고 진짜 신비 동물학이라니까.”
“그게 뭔데?”
“크립티드, 몰라? 왜, 그런 거 있잖아. 빅풋이라든가, 사스콰치, 모스맨 같은 거.”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괴물들의 이야기를 친구가 늘어놓자, 맥스는 두 눈을 깜빡였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 친구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너 술 좀 먹었다고 헛소리하는 거야?”
맥스는 친구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봤다는 게 아니라, 빌리가 경매장에서 신비 동물학이라는 책을 구했다나 봐.”
“에휴, 이제 그런 유치한 건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어?”
상상 속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나온 괴물의 가죽이나 사진들은 가짜라고 판별됐다.
모두 문명과 과학의 발달 덕분이다.
자신의 친구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있었다니 맥스는 어이없었다.
분명 빌리가 경매에서 얻은 그 책도 가짜일 거라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한 잔 더 마실래?”
맥스는 친구가 말한 허황된 것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즐거움에 집중했다.
“좋지.”
케빈도 거부하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그렇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맥스의 집을 찾아왔다.
쾅쾅쾅!
밖에 있는 사람은 현관문을 부술 것처럼 두들겼다.
“아…. 누구야….”
맥스는 술이 취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힘겹게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잔뜩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빌리?”
“맥스! 나 좀 도와줘.”
빌리라고 불린 남성은 딱 봐도 뭔가 큰일을 겪은 것처럼 덜덜 떨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평소 함께 놀던 친구였기에 맥스는 주변을 살피고 서둘러 빌리를 집안으로 들였다.
“들어와.”
맥스가 문을 닫자, 문 닫는 소리에 빌리가 화들짝 놀랐다.
‘원래 이렇게 소심한 놈이 아닌데….’
빌리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현관이 소란스러웠기 때문일까, 자신과 함께 있었던 케빈이 하품을 하며 현관으로 나왔다.
“하암. 무슨 일이야? 어? 빌리? 너 꼬락서니가 왜 그러냐?”
땀에 푹 젖은 모습과 입고 있는 옷도 꾀죄죄했다.
맥스와 친구들은 거칠게 놀기는 했지만, 모두 있는 집 자식들로 보통 저런 몰골로 돌아다니지 않았다.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처럼 집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는 빌리를 진정시켰다.
“야. 일단 진정하고 거실로 가자.”
맥스는 빌리를 소파에 앉히고는 조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내가 실수한 것 같아,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빌리는 뭔가를 후회하는 듯이 손톱을 물어뜯었고, 겁에 질려있었다.
“야!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우리가 알아듣게 말을 해. 무슨 일인지 알아야 우리가 도와주지.”
케빈이 강하게 말하자, 빌리가 몸을 움찔 떨면서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곧 자신의 품속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빌리가 얼마 전에 얻었다고 한 그 책이었다.
-신비 동물학(Cryptozo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