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65
364화
“신비 동물학? 이게 뭔 책인데.”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제작된 책이었지만, 제목은 그저 소설로 보이는 물건에 맥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크립티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야.”
크립티드(Cryptid).
목격담은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미지의 생물들을 통칭하는 단어였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그 책이 뭐길래. 니 꼬라지가 이러냐고.”
“이게…. 아무래도 진짜 신비 동물학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인 것 같아.”
빌리는 옛날부터 크립티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의 방은 언제나 빅풋, 카벙클, 렙틸리언 같은 괴물들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그런 생물들이 진짜로 있는지 없는지는 그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그런 생물을 좋아할 뿐이었으니까.
누군가는 괴상한 취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취미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이틀 전 신비 동물학이라는 책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이후에 일어났다.
“이 책을 구매한 곳은 아버지가 개최로 열린 자선 경매장이었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팔고, 그 금액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 경매였다.
다만 다른 자선 경매보다 조금 크게 열렸다는 정도?
성공한 기업인인 빌리의 아버지는 경매로 물건이 팔린 가격만큼 자신의 돈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게 되었고 큰 경매가 되어버렸다.
그다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개최한 행사를 빠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행사장은 메인 경매장과 경매장 주변에 깔린 좌판으로 나뉘었다.
빌리는 경매장이 아닌 좌판을 주로 둘러보았다.
개최자의 아들로서 물건들을 구매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좌판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사지 않을 것 같은 잡동사니들을 구매하고 있는 도중, 빌리의 흥미를 끄는 책을 발견했다.
신비 동물학.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책이었다.
신비 동물학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은 의외로 흔했다.
빌리 같이 미확인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수요가 있는 책이었고, 출판사들은 허황되고 꾸며진 내용이 들어간 책을 신비 동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곤 했다.
하지만 좌판에 깔린 책은 뭔가 그런 조잡스러운 책들과는 달라 보였다.
고급스러운 양장본의 재질, 왠지 계속 눈이 갔다.
다른 건 몰라도 물건을 보는 눈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는 빌리는 좌판에 깔린 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냥 호기심에 구매하려고 했었어….”
크립티드를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이미 아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흥미가 끌려 그 책을 구매하려고 했다.
“그 좌판은 다른 곳과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판매를 하더라고….”
그냥 물건을 판매하는 좌판과는 다르게, 가격을 적어 넣고 입찰 시간 내에 가장 비싼 가격을 적어낸 사람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었다.
“처음 시작가는 고작 30달러였어.”
양장본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싼 가격이었다.
“그래서 100달러를 주고 바로 구매하려고 했었지.”
경매 종료 시각은 3시간 후였기에, 빌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바로 그 책을 구매하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좌판을 연 사람은 경매 방식을 고집하며 빌리에게 그 책을 팔지 않았다.
결국 빌리가 경매에 입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내가 그 상인과 실랑이를 한 걸 본 것인지,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서 그러더라고.”
-그 책을 사는 걸 포기해.
하지 말라고 하면 왠지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라고 했던가.
작은 흥미가 오기로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빌리는 그 책 앞에서 떠나지 않았고, 상위 입찰자가 나오면 그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적으며 경매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경매가 끝나기 10분 전, 자신에게 책을 포기하라고 했던 남성이 한숨을 내쉬고는 천 달러로 입찰했다.
“뭐? 고작 이 책 하나에 천 달러를 불렀다고?”
“괜히 경쟁심이 생겨서인지, 나는 만 달러를 불렀어.”
“미친….”
양장본이기는 하나, 본 경매가 아니라 좌판에 깔린 물건이었다.
따라서 그렇게까지 값진 물건은 아니었을 터였다.
“그러면 안 됐는데….”
빌리가 만 달러를 부르자 더 높은 가격을 불러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경매를 포기했다.
그 남성은 책을 구매하지 못하자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일어났다.
빌리에게 책을 구매하지 말라고 했던 남성은 빌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 * *
“그날부터 계속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았어.”
맥스, 빌리, 케빈은 모두 있는 집 자식으로 치안이 좋은 부촌에 살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빌리를 감시했다는 건 이런 일에 능숙하다는 소리였다.
“누가 창밖에서 쳐다보는 것 같고, 외출할 때마다 누군가 따라오는 게 느껴졌어.”
CCTV를 확인하고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들에게 이야기해 봤지만,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빌리는 뒤늦게 도대체 이 책이 무엇이길래 자신을 감시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고 그 이후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 책은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크립티드를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작성되어 있더라.”
“뭐? 그냥 상상으로 적어낸 거겠지. 설마 직접 봤겠어?”
“나도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책에는 그 생물이 어떤 생활 습성을 가졌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단지 그뿐이었으면 조금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 작성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작 이런 책 때문에 습격받는 건 사절이었다.
다만, 내용이 생각보다 재밌었기에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책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진이 찍히지 않더라.”
“뭐?”
“정말 신기하게도 카메라로 촬영해봤는데, 내용이 인화되지 않아. 스캔도 마찬가지고.”
내용을 옮길 방법은 오로지 수기로 직접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양장본은 꽤 두꺼웠고 이 모든 내용을 필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책을 구매하고 이틀이 지난 오늘 사건이 터졌다.
“오늘 오전에 누군가 집으로 침입했어.”
집안을 경비하는 최첨단 보안 장치가 침입자의 존재를 알려왔다.
무섭지는 않았다.
집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정당방위로 총을 쏠 수 있는 이유로 충분했으니까.
“펌프식 샷건을 꺼내 장전하고 조심스럽게 이동했지.”
혹시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품속에 신비 동물학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필사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책을 넘기는 것도 고려해볼 생각이었다.
“말로 안 되면 그대로 머리에 뜨끈한 총알을 박아줄 생각이었어.”
대화로 풀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은 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흔적은 남았는데, 아무도 없었어.”
먼저 집 내부와 외부 CCTV를 확인했지만, 화면에 잡힌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빌리는 보안장치가 침입자의 등장을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그 방의 문은 열려있었다.
이전부터 감시자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빌리는 모든 방의 문을 잠가놓았다.
때문에 문이 스스로 열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유령에 홀린 것 같았어.”
도망간 게 아니었다.
분명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공포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갑자기 바람이 부는 것처럼 문이 닫히더라고.”
갑자기 닫히는 문을 보고 빌리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발사된 탄환들은 애꿎은 문에 박혔을 뿐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려왔어.”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어떤 언어인지 알 수 없었다.
영어는 확실히 아니었고, 불어도 아니었다.
유령일까, 혹은 책에 자신도 모르는 존재가 붙들려 있던 것일까.
오컬트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자, 빌리는 공포에 질렸다.
빌리가 공포에 몸을 떨자, 순간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빌리에게서 펌프식 샷건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그때 일어났다.
빼앗긴 샷건이 허공에서 녹아내리는 것처럼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더라.”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무기도 없는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다른 괴한들이 집에 들이닥쳤어.”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유리창을 깨고 문을 부수며 난입했다.
“또 다른 괴한?”
“그래, 아마 샷건을 빼앗아 간 존재와는 다른 쪽이었다고 생각해.”
대놓고 등장한 걸로 모자라, 그들은 전투를 상정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카본 재질로 보이는 아머드 슈트였어. 슈트에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긴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고.”
심지어 총도 들고 있었다.
빌리는 그들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발포음이 들렸고 괴한들의 몸에 산탄 총알이 박히더라.”
그 순간 빌리뿐만 아니라 난입했던 괴한들도 패닉에 빠졌다.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산탄총의 탄환이 날라왔으니, 놀라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전에 들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가, 빌리. 어서.”
그리고 빌리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자신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젠장! 책을 가진 놈이 도망간다! 어서 잡아!”
뒤늦게 괴한이 빌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산탄 총알뿐이었다.
그렇게 빌리는 제대로 된 옷도 걸치지 못하고 달리고 달려서 친구의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이곳으로 온 거야.”
“흠…. 총을 들고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니야?”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빌리의 친구들은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그럼, 일단 지하로 가자.”
맥스는 친구들을 데리고 그들의 비밀 아지트인 지하로 이동했다.
지하는 작은 바(Bar)를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작은 레트로 게임기, 탁구장뿐만 아니라 각종 위스키가 진열되어 있었으며 냉장고에는 시원한 맥주가 가득했다.
“이곳은 안전할 거야.”
비밀 기지로 꾸며진 곳이라 집 내부에서도 지하로 가는 입구를 찾는 건 꽤 어려웠다.
그리고 삼중 문으로 제작되어 충분히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까 경찰을 부르자고 그전까지는 조금 지쳤을 테니, 마셔둬.”
“고마워.”
맥스는 빌리에게 맥주를 건넸다.
잠시후 케빈이 맥주를 입에 들이부으며 말했다.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라면 이 책에 뭔가 있다는 거 아니야? 사실은 여기 적혀 내용이 모두 진짜라던가?”
“에이, 설마…. 요즘은 촬영기법이랑 분석 장비들이 발달해서 크립티드의 신체 일부라고 알려졌던 것들이 가짜로 밝혀지는 시대인데? 그냥 정신이상자들이겠지.”
맥스는 빌리를 습격한 게 음모론자 같은 극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야, 아무리 정신이상자라고 하더라도 고작 책 하나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나 되냐?”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빌리, 그 책 보여줄 수 있어?”
맥스가 책을 요구하자, 빌리는 잠깐 고민하다 책을 넘겨주었다.
맥스와 케빈은 책을 함께 보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정말 상상력이 좋긴 하네. 정말 진짜로 크립티드를 본 것 같잖아.”
맥스는 책을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케빈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런데, 진짜로 본 거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케빈.”
맥스는 케빈의 의견을 헛소리로 치부했다.
이런 괴물들이 현대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만약 존재했다면 이미 사람들이 모두 찾아냈을 테니까.
“에이, 뭘 정색하고 그래. 그래도 궁금하잖아. 빌리를 찾아온 놈들이 왜 이 책을 노리는 걸까? 만약 여기에 적혀있는 내용이 진짜라면?”
“그럴 리 없어.”
맥스는 끝까지 책의 내용을 부정했다.
그러자, 케빈이 친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러면 여기 적혀있는 장소에 가서 크립티드가 정말로 있는지 확인해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