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그래도 이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움직여서 어떻게든 끝났네요.”
신하린은 지원 요원들이 예티를 포박하는 모습을 보며 강신에게 말했다.
맥스와 친구들은 처음 U.M.A를 접한 것 치고는 똑똑하게 움직였다.
빌리는 신비 동물학에 담긴 내용을 맹신했지만, 맥스는 끝없이 의심했다.
둘의 의견이 종종 갈릴 때면 케빈이 중간에서 조율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무모하게 감당할 수 없는 U.M.A를 노렸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우리가 이렇게 도와줄 수도 없었겠지.’
“강책임, 예티 먼저 수송하겠습니다.”
“네.”
김병기는 포획된 예티를 태운 거대한 컨테이너를 공중에서 대기 중인 헬기에 연결해 내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웨이와 파견 나온 지원 요원 몇 명이 다가왔다.
“수거한 책입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장웨이가 기절한 빌리에게서 빼앗은 신비 동물학을 강신에게 넘겨주었다.
강신은 건네받은 책을 펼쳐 내부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책 일부를 찢어서 보관했을지도 모르니까.’
똑똑한 이들이었으니,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그렇게까지 대비를 하지는 않았는지, 찢어진 곳이 없었다.
‘다행히 찢어진 곳은 없네….’
자신이 썼으니, 이미 내용을 훤히 알고 있는 책이었다.
교묘하게 빼돌린 부분이 없다는 걸 확인한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은 없네요.”
강신의 확실한 대답을 들은 일행들이 안도했다.
특히 신하린의 얼굴이 가장 밝아졌다.
강신의 대답은 현재 상황이 모두 끝났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맥스 일행을 쫓아야 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송기덕은 사이좋게 나란히 썰매에 누워 있는 맥스와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응급조치는 끝난 상태였기에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버리고 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대로 산 아랫마을까지 데리고 가죠.”
“괜찮겠습니까? 혹시 중간에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맥스와 친구들이 깨어나면 요원들의 모습이 그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았고, 송기덕은 그 부분을 우려한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분들은 3일 동안 쥐죽은 듯이 잠만 잘 테니까요.”
장웨이는 응급조치하면서 뭔가 다른 조치를 추가로 해둔 모양이었다.
“그럼, 작전 종료입니다. 철수하죠.”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새하얀 설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 * *
하얀색과 갈색 털이 가득한 거대한 설인에게 계속 쫓기고 있었다.
친구들은 이미 그 괴물에게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래서 맥스는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 괴물을 유인했다.
최대한 친구들과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 달리고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빠르게 다리를 굴려봐도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몸을 볼 수가 있었다.
끝끝내 자신과 가까워진 괴물은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그 손이 몸에 닿는 순간….
“허억!!”
맥스는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가득한 흘린 맥스는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푹신한 침대, 누가 봐도 아픈 환자들이 입원하는 병실이었다.
‘꿈이 아니었는데?’
맥스는 혼란스러웠다.
방금 괴물에게 잡힌 건 꿈이라고 해도 설산에서 쫓겼던 일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맥스가 깨어났어.”
“어? 정말? 잠시만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
친구들의 멀쩡한 모습을 본 맥스는 한층 더 혼란스러웠다.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 뒤섞인 기분이었다.
맥스는 혼자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걸 깨닫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우리 어떻게 된 거야?”
맥스의 질문에 대답한 건 그의 친구들이 아니었다.
맥스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온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그런 맥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떻게 된 거긴요. 제대로 된 등산 장비를 갖추지 않고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다가 고산병으로 죽을 뻔 한거죠.”
“고산병이라고요? 그럴 리가, 분명 크립티드를….”
맥스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친구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친구들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크립티드?”
의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친구들도 그런 소리를 하시긴 했는데. 고산병 증세가 심해서 의식을 잃기 전 환각을 보는 건 흔한 일입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곰 가죽 로브를 입고 발이 팅팅 부을 정도로 걸었던 고통이 가짜일 리가 없었다.
“정말로 괴물에게 쫓겼다면…. 여러분이 이렇게 무사히 이곳에 있을 순 없지 않을까요?”
혼란스러운 맥스에게 의사가 확실히 쐐기를 박고는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맥스의 몸 상태가 괜찮다는 의견을 내렸다.
의사가 병실을 나가기 전, 맥스는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 들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저희를 구해준 사람은 누굽니까?”
다친 친구들과 맥스가 스스로 산에서 내려온 것은 아닐 터였다.
“누구긴요. 근처를 지나가던 셰르파들이죠.”
셰르파는 히말라야산맥 근처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며 길을 안내하는 이들을 뜻했다.
“진짜 운이 좋았습니다. 날이 좋지 않고 셰르파들이 그곳을 지나지 않았으면 당신과 친구분들은 진짜 그곳에서 살아서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맥스에게 겁을 줬다.
“앞으로는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꼭 셰르파를 고용해서 등반하세요.”
자신을 걱정하는 의사의 말에 맥스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도전해서 문제라니까.”
맥스의 사과를 들은 의사는 끝까지 구시렁대며 병실을 나갔다.
그렇게 의사가 나가자, 케빈과 빌리가 맥스에게 부둥켜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너만 깨어나는 게 느려서 걱정했다고.”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들을 보며 맥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꿈이면 어떻고 진짜면 어떤가.
지금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게 더 중요했다.
자신이 살아있고, 친구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와…. 진짜 이번엔 죽을뻔했다? 그지? 곰 가죽이 효과가 있기는 개뿔.”
케빈이 투덜대자, 옆에서 빌리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게 공격성이 줄어든 게 아닐까? 그래도 실제 예티를 보니, 진짜 박력이 다르더라.”
순간 맥스가 멍하니 친구들을 바라봤다.
“……꿈이 아니었지?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닌 거지?”
“당연하지! 그걸 믿고 있냐.”
케빈이 실없는 소리를 하는 맥스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세 명이 똑같은 꿈을 꿨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구조한 셰르파는 실재했고, 의사 소견 또한 고산병에 의한 환각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예티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는 셰르파가 구해줬다고 했는데.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개입한 것 같아.”
“맞아,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신비 동물학도 사라진 거겠지.”
다른 짐은 멀쩡했지만, 오로지 빌리가 가진 신비 동물학만 사라진 상태였다.
잘 때도 놓지 않고 온종일 보고 또 볼 정도로 소중한 책이 사라졌다.
하지만, 빌리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실실 웃는 케빈과 소중한 걸 잃었음에도 멀쩡한 빌리를 보며 맥스는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그 위화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한 케빈과 빌리가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프흐흐. 너 지금 표정 엄청나게 웃긴 거 알아?”
“맥스도 이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구나.”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놀렸다는 걸 깨닫고, 맥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래서 뭔데,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맥스가 묻자, 빌리가 작은 쪽지 하나를 꺼내 맥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쪽지의 내용을 본 맥스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송기덕이 강신에게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네.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전에 이걸 보세요.”
강신은 장웨이가 수거한 신비 동물학과 빌리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수첩을 꺼내 송기덕에게 건넸다.
신비 동물학에서는 딱히 이상한 걸 찾을 수 없었지만, 빌리가 가지고 있던 수첩을 확인한 송기덕은 깜짝 놀랐다.
그 수첩에는 맥스와 친구들이 크립티드를 찾기 위해 행동했던 모든 일들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송기덕이 놀란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고작 이런 내용만으로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니….”
그들이 실제로 마주친 U.M.A는 그렘린과 예티 딱 둘이었다.
하지만, 빌리는 비어있는 U.M.A의 둥지를 찾을 때마다 그 내부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래서일까, 신비 동물학에 나오지 않는 U.M.A의 특징을 추론해서 수첩에 적어두었다.
그 추론이 모두 옳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꽤 실제와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이래서 그런 쪽지를 남겨둔 거군요.”
강신은 셰르파와 의사를 따로 고용해, 그들이 설산에서 고산병으로 쓰러졌다가 구출된 것처럼 꾸몄다.
물론 그들은 그게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
자신이 봤던 것들을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주위에서는 그저 음모론자 취급당할 게 분명했다.
원래라면 그걸로 그들에 대한 조치는 끝나야 했다.
하지만 강신은 수거한 신비 동물학과 수첩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 볼 수 있도록 쪽지를 남겼다.
-당신들이 찾고 있는 세상을 보고 싶다면 연락하세요.
딴 한 줄의 글귀와 연락처만 넣어둔 쪽지.
맥스와 친구들이 그 쪽지를 보고 연락할지 않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강신은 개인적으로 그들이 쪽지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해올 거라고 여겼다.
그들이 연락한다면 성신으로 들어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그들에게도 특별한 기회를 주고 싶었으니까.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창밖을 보며 잠시 여운에 잠긴 강신.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청했다.
“강책임이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이순자가 강신을 보며 중얼거리자, 신하린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분이 좋겠죠.”
“왜요?”
송기덕도 강신이 기분 좋은 이유가 궁금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방금 수거한 신비 동물학 보셨죠?”
“네. 딱히 별다른 건 없었는데요?”
강신이 보라고 건네주긴 했지만, 송기덕은 그 책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눈썰미가 좋은 장웨이는 뭔가를 깨달았다.
“아아…. 그것 때문이군요.”
“뭔데요. 두 분만 알고 있지 말고 알려주세요.”
다른 일행들이 알려달라고 하자, 장웨이가 자신이 깨달은 걸 말했다.
“그 사람들이 저 책을 보고 크립티드를 찾아다녔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책 내부에는 딱히 낙서 같은 게 없고 깨끗했죠?”
“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신비 동물학은 글이 적힌 부분들은 깨끗했지만, 테두리 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까지 수거했던 책과는 달리 손때가 가득 탔고, 살짝 색이 바래있었다.
“책을 집필한 사람으로서 손때가 탈 정도로 자기 책을 읽어줬다는 걸 알면 정말 기쁠 테죠.”
그게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책이라면 더욱 그랬을 터였다.
“하긴 흑역사라고는 했지만,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열렬하게 자신의 책을 봐준다면 기분이 좋긴 하겠네요.”
“뭐, 그런 거죠.”
그제야 일행들은 강신이 기분이 좋은 이유를 알게 됐다.
그리고 맥스와 친구들은 강신의 예상대로 정확히 3일 뒤, 강신이 남긴 연락처로 연락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