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
36화
강신도 사제를 잡기 위해 뛰어갔지만, 이미 사제가 열매를 손에 넣은 이후였다.
그리고 열매를 얻은 사제는 마치 그 자리에서 사라지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이것이었구나.’
한순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사제가 평범한 사람보다 예리한 감각을 가진 척준신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보통 인질범들이 자신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인질을 놔주지 않는 것과는 다르게, 사제는 신단수의 열매를 손에 넣는 일을 우선시했다.
‘오히려 인질이 있는 것이 도망가는 데 방해가 되었겠지.’
강신은 이미 놓친 사제를 쫓기보다 방금까지 잡혀 있었던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출생이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을 신단수는 평범하게 키웠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들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트라우마가 될 만한 일들이었다.
강신이 아이들에게 다가오자, 서낭과 당산은 울먹이며 오늘 처음 보았던 강신에게 안겨 들었다.
그만큼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었던 것이었다.
“으아앙!”
“히극…. 히극…….”
강신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몸에서 힘을 빼고 조심스럽게 안아 주며 토닥였다.
“그래, 그래. 이제 다 끝났어. 너희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강신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이들이 측은한 마음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아이들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두 아이가 인간을 배척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한 일들이 생길 거야.’
측은한 마음 반, 계산적인 이유가 반이었다.
서낭과 당산, 이미 두 아이의 이름을 듣는 순간 강신은 이 아이들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신단수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본체로 두고 있는 두 아이는 이름부터 서낭나무와 당산나무를 뜻하고 있었다.
서낭나무는 산신, 산왕이 머무는 나무를 말하는 것이고, 당산나무는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땅에서 자란 나무를 뜻했다.
두 나무의 공통점은 바로 마을과 지역을 수호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추후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인간들을 배척하게 된다면 응당 보호받아야 하는 지역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강신은 나쁜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두 아이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달랬다.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컷 울었는지, 울음을 멈추고 벌게진 눈으로 강신의 품속에서 빠져나왔다.
강신은 창피한지 머뭇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웃으며 양손으로 잡아 주고, 신단수와 척준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신단수의 하얀 한복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신단수에게 달려들었다.
“할아버지!”
“어이쿠, 내 새끼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신단수였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인자한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걸 알게 된 신단수는 무척이나 호의적인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도와줘서 고맙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열매를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 아이들과 비교한다면 그런 물건은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지.”
신단수의 표정에는 정말 열매에 대한 미련이 없어 보였다.
강신은 신단수와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비켜 주었고, 기절한 김 대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척준신에게 다가갔다.
“고생 많았네. 김 대리는 괜찮아.”
“척 부장님이 있어 주셔서 다행입니다.”
실제로 강신 혼자였으면 이렇게까지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혼자 광신도들을 전부 상대했다면 가루의 효력이 지속되는 시간을 넘겼을지도…….’
“흠흠, 그보다 제한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척준신의 질문에 강신은 시간을 확인했다.
“몇 분 남지 않았네요.”
“그럼, 여기 와서 앉게나. 그보다 열매를 얻은 광신도를 놓친 건 괜찮겠나?”
“열매보다 지금은 저 모습이 더 중요하니까요.”
척준신은 강신이 가리킨 방향에서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신단수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던 설야가 어디선가 날아와 더듬이로 강신에게 무언가 의사 표현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재액을 몰고 오는 시궁쥐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행동이었다.
‘뭐지?’
강신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야를 바라보자, 오색의 겨울 나비는 허물어진 뿌리 성벽 근처로 날아가 한 지점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강신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자, 설야는 하늘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약 2m가 되는 지점에서 설야가 갑자기 날갯짓을 멈추고 날개를 접었다.
강신은 당연히 설야가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야는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성벽 바깥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신은 자신이 사제의 능력에 대해서 한 가지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광신도 사제의 모습이 사라졌을 때, 강신은 그 사제가 특별한 방법으로 이 자리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비밀 종교의 사제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강신의 생각과는 달랐다.
사제는 자리를 이탈한 것이 아니라, 단지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진 인간을 강신은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놓치지 않았어.”
“뭐라고?”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강신의 말을 들은 척준신이 반사적으로 되물었지만, 강신은 그에게 설명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이대로 두면 자신의 모습을 감춘 사제가 이곳에서 도망갈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제는 혹시 강신 일행에게 소리가 들릴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매우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자신의 위치가 발각됐다는 사실을 알면 전력으로 도망갈 텐데…….’
함부로 접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설야를 볼 수 있는 자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력화된다는 점이었다.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 효과가 얼마 남지 않았어.’
강신은 짧은 고민 끝에 쓰러진 김 대리가 몸에 두르고 있는 가방 속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나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던 한 가지 물건을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이거라면…….”
그렇게 강신의 손에 주먹만 한 크기의 어떤 물건이 들려 있었다.
이곳으로 향하기 전, 권영식이 만들었던 프로토 타입의 장비 바인딩 헥사곤이었다.
강신은 허공에 떠 있는 설야 쪽으로 온 힘을 다해 바인딩 헥사곤을 던졌다.
투웅!
단순히 구체를 던졌다고 믿기 어려운 소리가 들렸다.
강신이 야구를 배우지 않은 이상 구체를 던질 때 완벽한 궤도를 계산해서 사람을 맞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힘을 다해서 궤도를 계산할 필요 없이 직선거리로 던졌다.
퍽!
챙강!
“으악!”
사제는 강신의 몸이 자신을 향한 순간 피하려고 몸을 날렸지만 그것보다 구체가 사제에게 도달한 것이 더 빨랐다.
설야는 자신이 앉아 있던 사제가 격하게 움직이며 비명을 지르자 다급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사제의 몸은 고장 난 게임 그래픽처럼 지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사제의 상태는 상당히 처참해 보였다.
상체를 노리고 던진 구체는 피하려던 사제의 어깨에 맞았는지 보호구가 찌그러졌으며 어깨 부분이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었다. 구체가 적중하면서 유리가 깨진 소리와 함께 터지며 제대로 기믹이 작동되었는지 투명한 얼음 같은 것이 고통으로 기절한 사제의 몸을 둘러싸 구속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단수 열매의 집착을 포기하지 못했는지, 기절하면서까지 놓치지 않고 열매를 애지중지 들고 있었다.
때마침, 제한 시간이 끝났는지 강신은 몸에 힘이 빠졌다.
“으윽….”
몇 번이나 경험한 탈력감이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척준신이 강신을 걱정했다.
“괜찮나?”
“아하하…. 감사합니다, 역시 팰로우님이 만들어 주신 장비는 유용하네요.”
“…….”
척준신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애초에 무식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무언가에 맞으면 구속 기능이 없어도 사람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렇게 사용하라고 만들어 준 물건이 아닐 텐데.’
척준신은 강신이 쉴 수 있도록 김 대리 옆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뒤는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열매는 욕심이 나더라도 신단수님에게 돌려주세요.”
“알겠네.”
강신의 부탁을 들은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현장의 뒷정리는 척준신 혼자의 몫이 되었다.
척준신은 기절한 사제에게서 열매를 빼앗아 강신이 말한 것처럼 신단수에게 돌려주었다.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강신이 돌려주라고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단수가 척준신이 건넨 열매를 받자, 강신이 기대어 앉은 상태로 신단수에게 말했다.
“사용하세요.”
신단수가 열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강신에게 말했다.
“알고서 돌려준 것이냐?”
“네.”
“허…. 분명 인간이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이해할 수 없는 둘의 대화.
하지만 척준신은 강신이 신단수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신단수는 양손으로 열매를 들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열매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파앗.
눈부신 빛이 새어 나오던 열매는 이내, 양파의 껍질이 벗겨지는 것처럼 겉 부분이 벗겨졌다.
그리고 빛의 실로 변화해 신단수의 코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점점 작아지는 열매, 그리고 그와 반대로 점점 많아지는 빛의 실들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열매가 손톱 크기 정도로 작아지자, 노인은 열매를 흡수하는 것을 멈추었다.
강신은 그 모습을 보고 노인에게 물었다.
“다 흡수하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어요?”
“나머지는 천천히 회복해도 되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방금 신단수가 한 행위는 열매에 응축되어 있는 용맥의 기운으로 오염된 부분을 정화하는 일이었다.
사실 열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신단수는 오염된 부분을 다른 용맥을 이용해 정화할 수 있었지만, 그러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애초에 용맥의 힘이 뭉친 신단수의 열매가 있다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강신은 신단수에게 열매를 양보한 것이었다.
신단수가 오염된 상태로 있는다면 몇 년 동안 지독하게 춥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운을 잘 갈무리했는지, 붉은 액체로 물들었던 한복은 다시 새하얀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흠, 내가 너의 상태를 조금 봐 주마.”
신단수는 힘이 빠져 꼼짝도 하지 못하는 강신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잉, 쯧쯧. 이제 보니 방금 보여 준 힘들은 스스로의 원기를 훼손시켜서 만드는 것이었구나.”
설야의 날개 가루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것인지 파악한 듯한 신단수의 말에 강신은 되물었다.
“원기를 훼손시킨다고요?”
“그래, 원기를 격발시켜 자신이 평생 낼 힘의 일부분을 얻는 형식이구나. 이 힘은 자주 사용하면 좋지 않은 것인데……. 이미 꽤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구나.”
“하지만 잠깐의 탈력감은 있어도 몸이 안 좋아지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정밀 검사를 받아도 다른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이잉, 무식한 것아. 애초에 원기라는 것은 너희가 말하는 장비로는 찾아낼 수 없는 부분이다.”
노인은 강신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너는 특이하게도 다른 기운이 너의 원기를 조금 보호하고 있어서 멀쩡해 보일 뿐이다. 그래도 계속 이 힘을 쓰다 보면 언젠가 네가 가지고 있는 원기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었을 것이야.”
자신이나 회사에서도 몰랐던 겨울 나비 날개 가루의 부작용을 들은 강신은 오싹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놈들과 계속 만나게 된다면 이 힘을 계속 사용해야겠지.”
“……저들이 아니라도 유용한 힘이라는 것은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분명 유용하지.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위험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 힘을 찾게 되겠지.”
“…….”
신단수의 지적을 들은 강신은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조금의 수명이 깎이더라도 분명히 힘을 사용할 테니까.
“도움을 받은 내 입장에서 그 힘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구나. 그리고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보답을 해 주는 것이 맞겠지.”
“네? 그게 무슨. 헙….”
신단수는 강신의 입으로 손톱만큼 남았던 열매를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