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3
372화
강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순자가 눈을 뜨고 나서였다.
불침번을 서겠다고 했던 강신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그녀는 공황에 빠졌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혹시 가림막으로 가려진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봤지만, 비어있는 화장실을 보고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때 이곳에 자신들을 가둔 마을 사람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함께 사라진 사람의 물건을 놓고 갔다.
‘강책임의 침낭.’
이순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강신이 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물증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이순자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옆에서 열을 내는 앙겔로와 같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시X 도대체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죽일 거면 그냥 지금 죽여!”
쾅! 쾅! 쾅!
그때 이순자는 강신이 매일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말했던 걸 기억해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언어였기에 그녀는 강신에게 무슨 말을 한 건지 물어봤었다.
-별건 아닙니다. 그냥 첫날의 약속은 아직도 유효한지 물었을 뿐입니다.
혼란스러웠던 첫날이었기에 그녀가 약속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순자는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질문을 계속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순자는 철창에서 이를 갈며 영어로 물었다.
“거기.”
“네?!”
처음으로 이순자가 말을 걸자, 내부를 지켜보던 여성이 화들짝 놀란 듯했다.
“아…. 무슨 일로….”
“첫날 했던 약속은 아직도 유효한가?”
이순자가 묻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후드 아래 그녀의 입가가 긴 호선을 그렸다가 사라졌다.
“네, 물론이죠.”
“그렇군.”
이순자는 그 이후 강신처럼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머리를 쓰는 것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었지만, 질문하고 나서 전날 강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동요하지 마세요.
그때는 강신이 뭔가를 저지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납치될 걸 알고서 했던 말 같았다.
‘답답하군.’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순자는 아침에 온 강신의 물건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까지 사라진 사람들의 물품은 대부분 옷가지나 몸에 두르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강신이 사라지고 내놓은 물건은 덮고 자던 침낭이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강책임이 입고 있는 옷은 회사 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최상급 보호 장비니까.’
만약 정말로 이 마을 사람들이 강신을 해치려고 했다면 강신이 이렇게 쉽게 당할 리 없었다.
‘강책임을 믿자.’
그녀는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고 기다리기로 했다.
강신이 사라지기 전, 그가 현재 상황은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했으니까.
‘흔들리지 말고 기다리는 거야.’
12일을 휴가처럼 여기라는 강신의 말을 떠올렸고, 이순자의 행동이 바뀌었다.
이순자는 휴일에 무엇을 할까?
‘체력 단련.’
요즘 나이 때문인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일반인보다 월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척준신을 생각하면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순자는 감옥 구석진 곳에서 개인적으로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칠 때쯤이면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이어갔다.
함께 있던 일행들은 갑작스러운 이순자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했지만, 묵묵하게 단련을 이어가는 그녀를 방해하진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또 한 명이 사라졌다.
이순자는 자신들을 찾아온 여성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을 듣고선 전날과 마찬가지로 단련을 이어갔다.
다만 앙겔로의 행동이 바뀌었다.
그동안 분노를 표출했던 것과 달리 더는 화를 낼 기력이 없는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돌아온 것인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앙겔로가 질문할 때마다 여성은 주눅이 든 것처럼 우물쭈물 말하며 묘하게 대답을 피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7일 차가 되는 날.
감옥에 있는 남은 사람은 이제 6명으로 줄었다.
당연히 그중에는 이순자와 앙겔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순자의 행동은 똑같았지만, 앙겔로는 매일매일 성격이 바뀌는 것 같았다.
‘오늘은 더 심하군.’
이순자는 앙겔로의 행동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려줘!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러는 거냐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들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매일 가져다주자, 앙겔로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보였다.
평상시였다면 절대 보이지 않을 추태였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앙겔로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옥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활용해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흙으로 덮인 바닥이나 벽면을 숟가락으로 파고 들어가 봤지만, 모두 금속 재질로 된 뭔가로 단단히 막혀 있었다.
6일이라는 시간 동안 연락도 없이 실종된 요원들을 위해 성신에서 구조대를 보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매일 찾아오는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해도, 앙겔로에게 했던 것처럼 요리조리 피해가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는 관습 때문이라는 말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하루가 지날수록 사람들은 하나씩 사라졌고 남은 인원들은 조금씩 피폐해졌다.
감옥에 있으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날 사라지는 사람이 자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들의 정신을 좀먹었다.
그나마 그곳에서 멀쩡한 것은 이순자뿐이었다.
“훅…. 훅….”
이순자는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체력이 많이 빠져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강신을 믿고 있었으니까.
반면 앙겔로는 책임자로서의 중압감과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때문에 구석에서 혼자 폐인처럼 중얼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은 인원은 3명인가….’
멘탈을 케어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예민해진 그의 상태를 보면 괜히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순자는 꾹 참았다.
그리고 하루가 더 흘렀다.
이제 남은 사람은 이순자와 앙겔로뿐이었다.
앙겔로는 이제 모든 걸 포기한 듯했다.
이순자는 그런 앙겔로를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갔다.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그의 앞에 털썩 주저앉고는 눈을 보며 말했다.
“괜찮습니까?”
초점 없는 앙겔로가 이순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게 괜찮아 보이십니까?”
좋은 말로 해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건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쓸데없이 기력까지 계속 사용했으니, 누가 앙겔로를 봤다면 폐인으로 여길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묻겠습니다.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앙겔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것은 책망이 아니었다.
그저 이런 상황에서 멀쩡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이 궁금한 것 같았다.
“저는 저희 팀의 팀장을 믿거든요. 지금 이 자리에 없지만, 팀장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그렇게 행동할 뿐입니다.”
이순자는 자신이 아직 강신에게 완전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만큼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이순자는 살짝 눈을 감고 지금은 볼 수 없는 둘을 떠올렸다.
강신이 위험에 처한다면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가 문제였다.
그 둘을 잃은 강신은 일정 수준 이상 사람들을 신뢰하는 걸 피했다.
그는 이제 괜찮아졌다고 말하지만 이순자가 보기에 강신은 아직도 아슬아슬해 보였다.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만 강박관념이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고 있었지.’
이전이었다면 김대리나 다른 인원들에게 맡겨뒀을 일까지 자신이 확인했다.
이순자는 아직 새로 만들어진 울프 팀이 강신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부분은 아쉬웠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이순자는 생각했다.
‘이번에 온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강신의 신뢰를 받지 못한 건 아쉽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강신을 믿고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서도 이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을 믿는다고요?”
그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진정하세요. 당신이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자신이 사라지든 앙겔로가 사라지든 다음날이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제가 걱정한 게 뭔데요!”
“그건 자고 일어나면 알게 되겠죠.”
“그게 무슨….”
이순자는 힘들어 보이는 앙겔로를 손날로 내리쳐 기절시켰다.
꽤 고급 기술이지만, 이미 심신이 많이 지친 앙겔로를 기절시키는 건 쉬운 일이었다.
정신을 잃은 앙겔로를 조심히 눕힌 이순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에 빠졌다.
* * *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기절시켰던 앙겔로도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았구나.’
이순자는 한숨을 푹 내쉬고, 가볍게 몸을 풀며 스트레칭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원할 때 몸이 제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계속 방문했던 그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이전과는 달리 혼자서 음식과 앙겔로의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을 가지고 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이순자 앞에 음식과 물건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이순자도 후드를 깊게 누르고 쓰고 있는 그녀를 한번 힐긋 보고는 음식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음식에 독이 있는지 간단히 체크를 하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이어갔다.
이순자가 아무 말하지 않자 창살 밖에 있던 여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궁금하거나, 불안하지 않으신가요?”
웬만한 믿음으로 이렇게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비록 고립된 마을에서 살고 있었지만, 이곳에 사는 인원들은 생김새만 조금 다를 뿐 똑같은 인간이었으니까.
그녀의 질문에 이순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첫날 했던 약속은 아직 유효한가?”
“아하핫!”
그녀는 처음으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까지 보여준 적이 없었던 모습이었다.
“하하…. 아이…. 참,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어떻게 이렇게 한결 같이 질문을 하신담, 그 질문에 대답은 당연히 yes입니다.”
어눌했던 말투는 어디로 갔는지, 또박또박 대답했으며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이제까지 그녀의 모습은 모두 연기였던 것 같았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오늘로 끝이네요. 그분 말대로 제일 마지막까지 남기길 잘했어요. 그럼 저녁에 뵙죠.”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전과 같았다면 음식을 들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찾아왔겠지만, 그녀가 다시 찾아온 건 정확히 자정이 되고 나서였다.
마지막 날이라서일까, 이순자는 잠을 자지 않고 누군가가 오기를 뜬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셨네요?”
이제까지와 다르게 후드를 벗고 나타난 여성.
복장 또한 허름했던 것과 다르게 부드러워 보이는 천으로 아름답게 디자인이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이순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얼굴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살포시 감긴 두 눈, 그리고 이마에 뜨고 있는 눈 하나.
‘다안증 마을이라고 했었지.’
음식을 날랐던 인원들이 정상적으로 보여 잠시 잊고 있었다.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뛰어난 그녀의 미모가 그 이질감을 감추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제 끝난 건가?”
“아니요, 정확히는 이제 시작이죠.”
그녀는 잠겨 있던 철장의 자물쇠를 풀었다.
“자, 나오시죠. 오디세우스 님.”
문이 열리는 순간 이순자는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그리고 여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우위를 잡는다.’
이순자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신을 향해 손을 뻗은 이순자를 본 여성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야 그녀는 일반인과 똑같은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순자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땅!
마치 철을 때리는 것처럼 이순자의 손이 떨려왔다.
“큿.”
누군가가 이순자의 손을 막아낸 것이다.
이순자는 손끝이 저리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봐요, 혼자 가면 위험하시다니까. 우리 이부장님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에요.”
이순자의 손을 막은 사람이 천천히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말투는 이전부터 이순자를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녀의 얼굴이 모두 드러나자, 이순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신하린 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