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5
374화
강신이 사라지기 전, 강신은 이 마을의 대표로 보이는 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든 상황을 자력으로 유추해낸 강신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강신이 지략가인 오디세우스 역할에 걸맞다고 생각했다.
허나 강신은 이순자에게 자신의 역할을 넘기고 빠져나오는 걸 선택했다.
-모든 것을 알고 태연하게 감옥에서 쉬고 있는 저보다는 현재 상황을 모르고 묵묵하게 버티는 게 그 쪽에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강신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이들의 관습은 오디세우스에게 당한 선조들을 기리기 위한 행위였다.
갇혀 있는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모르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강신의 의견을 수렴하게 됐다.
강신이 굳이 일찍 나간 이유는 이 마을을 하루라도 더 빨리 조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초코와 설야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을 이곳을 옮긴 방법도 궁금했다.
강신은 이 마을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가 많으리라 생각했고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감옥을 나오자마자 찾았던 게 바로 이전 김병기에게 요청해서 받았던 자신의 대장장이 장비들이었다.
처음 강신이 장비를 챙긴 건 이 마을에 사는 이들과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철을 두드리는 방식과 한국에서 철을 두드리는 방식이 다르다.
고립된 곳에서 사는 이들이라면 호기심을 보일 것이라 계산했다.
하지만 그들이 철을 두드리는 모습을 본 강신은 자신이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신화에서 나오는 키클롭스가 뛰어난 대장장이로 나왔는지 알게 됐죠.”
“그 정도로 뛰어난 장인들입니까?’
강신이 벼락치기로 대장일을 배웠다고는 하나, 다른 이들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빠른 그가 지칠 정도로 철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일을 배웠다.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평범한 대장장이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니, 그에게 기술을 알려준 이승훈조차 속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강신에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곳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대장간에서 망치를 들었는데. 욕을 하더군요.”
“네?”
강신은 확실하게 들었다.
“후후…. 이제 막 5살이 된 아이가 저보다 잘 두드릴 거라는 말을 듣고 의욕이 꺾이더라고요.”
강신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강신이 이렇게 주눅이 든 모습은 생소할 정도였다.
“하하…. 그게….”
함께 있던 여성이 곤란한 듯이 웃었다.
원래라면 외부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강신이 자신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해 뱉은 말이었다.
비록 정식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의 스승인 이승훈까지 욕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강신은 순간적으로 그 기분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욕적인 언사는 처음 들었다고 그들의 언어로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깜짝 놀라서 강신에게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바로 사과하셨기도 했고 지금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애초에 성질이 불같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고집 센 장인이었다면 자신이 뭐 틀린 말을 했냐고 강신을 몰아붙였겠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들과는 달랐다.
모두 장인인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기술이 잘났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들이 한 말은 강신을 모욕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실에 가까운 것이었다.
“정말로 이곳에 있는 5살짜리는 저만큼 망치를 두드립니다.”
“세상에….”
“그러니, 이런저런 물건도 만들 수 있는 거겠죠.”
강신은 방금 이순자가 나왔던 통로를 가리켰다.
“아…. 그러고 보니.”
소리가 완전히 격리된 공간.
무슨 막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당연한 현상처럼 소리가 차단됐다.
“신기하죠? 이들만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제작한 합금으로 만들었는데, 그 합금이 일정 파동을 잡아줘서 소리를 차단해준다고 하더군요.”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실과는 달랐다.
실은 주변 소리를 집어삼켜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면, 저것은 일정 공간에서 나는 소리를 다른 쪽에 들리지 않게 해주는 방음에 가까웠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납치당할 때, 어째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순자도 감금되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궁금했던 일이었다.
“이들이 만든 퀴네에 덕분이더군요.”
“잠깐만요. 퀴네에라면 그 신화 속에 나오는 하데스가 사용하는 투명투구 말하는 거 맞죠?”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신화에 나오는 물건과는 조금 다르지만요.”
강신이 조금 다르다고 했지만, 그 형태부터 능력까지 그들이 사용한 투구는 퀴네에라고 부를 이유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달랐다.
“베릴륨에서 독성을 제거한 합금으로 만든 투구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퀴네에는 땅속 마을에서 광물을 채취할 때 유용하게 사용됐다.
낙석에서 머리를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대부분의 광물 독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아, 참고로 이들이 저희를 납치할 때 사용한 건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광물 독이었습니다.”
금속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는 이들이라 그런지, 그런 독을 조합하는 것도 익숙했다.
그중에는 마치 수면제와 같은 효과가 있지만, 사람의 신체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특이한 독도 있었다.
“데이터에 없는 물질이라 보호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죠.”
소모형 보호 장비는 외부 위험에서 사용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아주 미세한 물질에 대한 방어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너무 강하게 설정해 놓으면 미세먼지를 독으로 분류하고 작동될 수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용한 광물 독을 막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궁금증이 풀렸지만, 이순자는 마지막으로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을 순순히 말해줬습니까?”
주변 소리를 잡아먹는 방음철, 독성을 제거한 베릴륨으로 만든 합금, 수면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광물 독까지.
다른 곳이라면 쉽게 알려주지 않을 비전이었다.
“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걸 숨기지 않았습니다.”
강신은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들은 솔직하고 담백했으며 자신이 가진 기술을 공유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이만큼이나 대장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원래도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강신은 이들이 자신의 것을 숨기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공유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제가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은 것처럼 보였는지, 그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서로 대장기술을 알려준다고 찾아오셔서 저는 지금까지 대장간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때마침, 강신이 나왔던 건물에서 피곤해 보이는 몇 명의 사람이 나왔다.
그들은 눈이 여러 개였고, 이 마을의 주민이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건물에서 나오다가 강신과 눈을 마주치자 당황한 눈치였다.
“어, 아직 안 끝났는데. 이부장님 잠시만요.”
강신은 이순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건물에 나온 사람들에게 다가가 뭔가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만 갔다.
“쯧쯧, 저 사람들도 불쌍하다니까요.”
이순자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고생하셨어요.”
그녀는 다른 요원들과 함께 마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카밀라였다.
“저들은 누굽니까?”
“누구겠어요. 처음에 강책임님을 모욕했던 사람들이죠.”
그들은 강신이 대장기술이 배우고 싶다고 하자, 미안했는지 서로 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기간은 3일을 넘기지 못했다.
“강책임님도 진짜 지독하네요. 제대로 쉬지도 않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일반인이었다면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빠르게 체력이 회복되는 강신에게 필요한 건 영양분의 공급과 아주 잠깐의 휴식 시간뿐이었다.
의욕적으로 가르치려 했던 이들도 강신의 체력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저분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치는데도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과 교대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며칠 전부터 계속 보였어요.”
“강책임도 쉬엄쉬엄하지.”
이순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야기는 다 나누신 거죠?”
“네.”
“그럼, 저기는 강책임님에게 맡기고 이부장님은 저와 마을 광장으로 가시죠. 이번 축제의 주인공은 이부장님이시거든요.”
그렇게 이순자는 카밀라의 손에 이끌려 마을 광장으로 갔다.
마을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남아 오디세우스의 역할을 맡은 이순자를 크게 반겨주었다.
* * *
그들의 축제는 쉬지 않고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동안 먹고 자고 놀고를 반복한 이들과 다르게 주인공인 이순자는 계속 자리를 지켜야 했다.
마침내, 모든 축제가 끝났을 때, 이순자는 차라리 감금되어 있던 게 더 좋았다며 숙취에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으음….”
“괜찮으십니까?”
이순자에게 강신이 차가운 물을 건네주었다.
“아, 강책임. 고마워요.”
이순자는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확실히 삼일 밤낮으로 술을 먹는 건 조금 힘드네요. 그보다 일은 다 끝나셨나요?”
사흘 동안 술만 마신 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을 매우 반기며 특이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었다.
그리고 마을 광장 중앙에선 각종 금속 재질을 사용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불을 피우기도 했으며, 외부인들에게 선물을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나눠 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강신은 단 한 번도 마을로 나오지 않았다.
“네, 기초는 배운 것 같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걸 배운다는 것은 욕심이었다.
이곳에 사는 대장장이들은 철을 두드릴 때 정확한 계산보다는 자신의 감에 맡기는 경향이 컸다.
정확한 수치를 넣어 만들어야 하는 합금도 외부의 날씨와 화로의 온도, 식히는 물의 온도에 따라 공정이 달라진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배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초라…. 그 정도만으로 되겠어요?”
“더 깊게 들어갔다가는 몇 년 동안 이곳에 있어야 할지 모르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죠, 그리고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고요.”
기초를 배웠지만 다른 기술이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이제부터 그들과 교섭을 하기 위해 일을 멈추고 외부로 나온 것이었다.
“흐음…. 그래요. 나머진 강책임에게 맡기죠.”
이순자는 더 버티지 못하고 앉아 있는 자리에서 졸기 시작했다.
“하린아. 이부장님이 편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사람들을 좀 불러서 옮겨줘.”
“네에, 네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신하린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신하린이 이순자를 옮기는 동안, 강신은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밀라와 함께 이 마을의 촌장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정말 그 사람이 마을 대표일까요?”
이순자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카밀라와 다른 요원들이 이 마을과 교류하는 동안 한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뭔가를 교섭하기 위해 만나야하는 이 마을의 대표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개인 교섭은 응해도 마을 전체와 관련된 일에는 자기 일이 아니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을 대표가 누구인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강신은 그들의 관습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짐작했다.
이 마을의 대표를 스스로 찾아야하는 것도 이들의 관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신은 그 대표가 누구인지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대장기술의 기초를 배우고 축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을 뿐이었다.
“맞을 거예요. 그렇죠?”
강신이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아셨나요?”
“그렇게 많은 힌트를 줬는데 못 찾는 게 이상하죠.”
“하지만 동료분들을 모르시는 것 같던데요?”
“아뇨, 몇 분은 눈치채셨습니다.”
정말 쉬운 문제였기에 강신만 알고 있던 건 아니었다.
일행 중에는 지성인들도 많았기에 누가 대표인지 모를 수 없었다.
다만, 강신이 다른 이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었다.
지금 강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바로 강신과 일행들이 감금되었을 때, 매일 찾아왔던 그 여성이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이 마을의 촌장이라는 증거가 있나요?”
그녀는 처음 보았을 때 잔뜩 주눅 들고 어리숙했던 태도를 취했던 것과 달리 태연한 표정으로 강신에게 증거를 요구했다.
그러자, 강신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