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6
375화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한 번에 이해시킬만한 이유는 눈의 개수 때문이죠.”
다안증의 마을, 강신은 1개의 눈부터 수십 개의 눈을 가진 인원들을 봐왔다.
여기서 1개의 눈부터 수십 개의 눈이란,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두 눈을 제외한 추가된 눈의 개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성은 달랐다.
“다안증 마을에서 유일하게 단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보여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죠?”
그녀가 감겨 있는 두 눈을 뜨자,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비어있다기보다는 검은색의 뭔가로 채워져 있었다.
‘초코의 몸을 이루는 것과 비슷한 물질로 보여.’
마치 심연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에 질려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이전에 만났던 빠져나오려 하는 살덩이가 내뿜었던 공포 덕인지 크게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이 마을에서 다안증으로 생겨난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본래 자리에 있어야 할 눈을 감고 있는 경우는 없더군요.”
강신이 감금되어 있을 때, 확인한 사실로 그 부분은 확실했다.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이 두 눈을 뜨고, 다른 눈은 감은 상태로 행동해 마치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속였다.
그때, 눈앞에 있던 여성은 후드를 눌러쓰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매우 수상했다.
“대단하네요. 이렇게 핵심을 짚어서 이야기할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일부러 힌트들을 주셨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하나도 틀림없이 정확하게 판단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은 정말 코이오스 님의 화신 같군요.”
그녀는 총명을 담당하는 신의 이름을 거론할 정도로 강신을 칭찬했다.
“과찬입니다. 방금 말했지만, 저 말고도 일행 중 해답에 도달한 사람이 꽤 많습니다. 여기 있는 카밀라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으니까요.”
강신의 말은 카밀라를 칭찬하려는 빈말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카밀라는 계속 그리스 지부 사람들과 마을 내부를 돌아다니며 마을의 역사와 그들이 가진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촌장이 강신이 말한 여성이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정답도 들었겠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래서 당신들은 저희 마을을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녀는 이 마을의 촌장으로서 성신이 세 번이나 찾아오는 동안 외부인을 반겨준 것만은 아니었다.
외부 사람들이 마을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 또한 외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그녀도 성신을 통해 외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확실하게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첫 번째 만남에 왔던 전투 요원들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장비로 무장하고 나타난 외부인들.
전투가 일어날 뻔했지만, 그쪽은 자신들의 장비에 자신이 있었는지 순순히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외부인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마법처럼 보이는 일들을 해내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육강식의 법칙에서 자신들은 완전히 도태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광물 독과 퀴네에라고 불리는 장비, 그리고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다고 한들 이 마을에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이었다.
심지어 과학으로 만들어진 무기의 위력은 자기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선택권은 없었어.’
더 무서운 것은 이곳에 온 이들은 과학이라는 학문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저 여성….’
이순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온 건지, 어느새 신하린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팀장님 저 왔어요.”
“고생했어.”
‘저 사람이 진짜 퀴네에를 착용한 게 아닐까?’
퀴네에라는 장비는 신들의 3대 신기중 하나였다.
명계의 신, 하데스가 소유한 착용자의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어주는 투명투구였다.
이 마을에서 사용하는 퀴네에는 자신들의 선조인 키클롭스가 제작한 퀴네에를 본떠서 만든, 광물 독이 통하지 않게 해주는 조금 단단한 투구에 불과했다.
‘저들이 사용하는 총이라는 물건도 제대로 막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 총을 막아도 그 이상의 무기는….’
그들은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판으로 그녀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거기에는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시연하는 장면도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며 온갖 것들을 찢어발기는 과학의 결정체.
그녀로서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녀는 마을의 촌장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바다 건너 온 사람이 있다는 빌미를 들어 최근엔 행하지 않던 관습과 그 외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이들이 어떤 인격을 가졌는지 확인했다.
일이 틀어진다면 크게 사고가 날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모든 일을 계획했다.
그래야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숨구멍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모든 결과를 보고 난 이후,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들에게 마을의 안전을 의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처럼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마지막에 이순자의 공격은 깜짝 놀랐지만, 한 대 정도는 맞을 각오를 하고 벌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도움을 받았다.
“당신들이 우리를 무서워하는 걸 압니다.”
다안증 마을 사람들이 고립되기 전의 세상은 지금보다 폭력과 피가 지배하던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강신은 이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저희는 당신들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고립되었던 오랜 세월.
그들이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곳과 교류하지 않았던 이유는 불 보듯 뻔했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눈에도 저들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척받았을 게 분명했다.
“정말인가요….”
그녀는 쉽게 강신의 말을 믿지 못했다.
강신은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 * *
강신은 이름조차 없는 고립된 마을의 촌장과 함께 앞으로의 일을 밤을 새워 의논했다.
“감사합니다.”
강신에게 담백하게 인사하는 그녀.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아름다움이 엿보였다.
그녀가 돌아가자, 카밀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분명 시작은 우리가 우위였는데, 어느새 그쪽에 말린 부분도 있었네요.”
여러 가지 일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카밀라가 생각했을 때, 분명 우위를 잡고 시작한 대화였지만 어느샌가 동등한 입장까지 올라와 있었다.
“마을의 대표이니, 이 정도 언변은 있어야죠.”
하지만 강신은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 마을에서 원하는 걸 쥐어짤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메티스라고 했던가요?”
“네.”
“이 마을은 쉽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카밀라가 마을을 조사하는 동안 알아낸 이들의 문화였다.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직접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큰 은혜를 입었던가, 자신이 가진 기술을 베풀던가, 그것도 아니면 배우자가 될 사람이던가.
“우리를 은인으로 생각하겠다는 소리겠죠.”
그녀는 이름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친밀감을 표현한 것이다.
“아아, 오랜만에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제대로 일해야겠네요.”
카밀라는 이곳으로 원정 나온 다른 요원들을 깨워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어제 강신과 메티스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용을 그들에게 통보하듯이 전했다.
“이렇게 됐으니, 모두 협력해 주세요.”
이 마을을 발견한 것은 그리스 지부의 요원이었고, 계속 마을을 조사하던 것도 그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본사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도 모르게 모든 것을 결정했으니,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떻게 아무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멋대로 결정하는 겁니까.”
하지만 카밀라는 그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이들을 굳이 메티스와 대면시키지 않은 건 그리스 지부 요원들과 강신이 추구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온 협상단은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최대한 뽑아먹기 위해 이들을 괴롭힐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회사가 이익을 최대한으로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 행위였다.
정당한 물건을 정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라면 강신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당해 상처가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억지로 물건을 팔고 값을 받아봐야,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전 재산을 지급하지 않으면 살려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짝, 짝.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크게 손뼉을 쳤다.
“자, 다들 그만.”
그리스 지부의 책임자 중 하나인 앙겔로였다.
그는 감금당했던 당시의 피폐해진 모습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불평한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앙겔로는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희가 발견한 마을입니다.”
“그 공로를 생각한다면 함께 상의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일행들이 불평하자, 앙겔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러분의 사기를 위해 말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이미 진작에 울프 팀에게 이관된 일입니다. 사실 이렇게 원정대를 꾸려서 올 수 있었던 것도 울프 팀이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네? 그게 무슨….”
앙겔로의 말대로였다.
애초에 미확인 현장을 강신이 맡겠다고 한 순간부터 이미 이 일은 울프 팀 소관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강신이 동행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앙겔로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자, 다른 일행들이 더는 불평할 수 없게 되어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불만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일행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한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카밀라와 요원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엇이 불만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성과는 온전히 당신들의 것이 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보상.
강신은 그 부분을 정확히 짚고 넘어갔다.
그러자, 일행들의 표정이 조금 나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으로 모든 불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강신은 해줄 수 있는 걸 해줬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인원을 나눠보죠.”
강신이 메티스와 나눴던 첫 번째 약속은 이 마을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 자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성신이 계속 이곳을 들락날락하는 걸 다른 기업이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그래서 강신은 메티스에게 거주지를 바꾸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처음에 메티스는 거부했다.
그들이 땅속 마을에 사는 이유는 남들의 눈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숙련된 기술자인 그들이 재료를 얻기 위함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신의 긴 설득 끝에 메티스는 마음을 돌렸다.
‘마을보다는 사람이 먼저니까.’
강신은 그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다행히도 강신은 그런 장소를 알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위치들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