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8
377화
둘 다 강신보다 뛰어난 장인이었기에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우선 둘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로 했다.
“기술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셔도 될까요? 제가 두 분께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음? 도움이라고?”
이승훈과 키클롭스의 장인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강신은 품속에서 권영식에게 받았던 물건을 꺼냈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검은 광석.
쿵.
그런데 그 작은 광석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그건 지난번에 가져왔던 물건이군.”
이승훈은 강신이 가져온 광석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내가 바늘로 만들어줬던 광석이지?”
“네, 그 광석이 맞습니다.”
중력침의 주재료가 되었던 광석이었다.
이승훈은 그 광석을 쉬지 않고 일주일을 두들겨서 겨우 작은 바늘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또 바늘을 만들어야 하는 거냐?”
이승훈이 묻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키클롭스 장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혹시, 이 광석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전 세계에서도 몇 개 없는 매우 희소한 광석이었다.
그런 광석을 과연 고립된 마을에서 본 적이나 있을까,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물었는데, 키클롭스 장인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알죠, 헬리오륨이군요. 다른 물질에 비해 무겁고 제련하기 어려운 녀석이죠.”
그는 마치 검은색 광석을 제련한 적이 있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용케도 구하셨군요. 저희 마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석인데.”
헬리오륨이라고 불린 검은색 광물은 평생 땅을 파고 사는 키클롭스라고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강신은 기대 하지 않았다.
단지 어디서 한 번 봤다고 대답만 해줬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광석으로 바늘을 만들었다고요?”
그의 옆에서 통역하는 통역사가 조금 늦게 전달했는지, 키클롭스 장인이 놀란 눈으로 이승훈을 바라봤다.
“네, 어떤 기계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바늘로 만들었습니다.”
“흐음…. 자세히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뭐, 그건 어렵지 않지. 이 녀석이 처음 이 광석을 가져왔을 때….”
이승훈은 자신이 헬리오륨을 제련한 내용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키클롭스 장인은 통역사가 해주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했다.
“흠, 그렇군. 확실히 과학인가 뭔가 하는 게 좋긴 하군요. 이게 녹이기 쉽지 않은 광석인데.”
“키클롭스 마을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광석입니까?”
강신이 묻자 키클롭스 장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한 세대에 하나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광석이죠. 나온다고 해도 당대 최고의 마을 장인만이 이 광석을 두드릴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키클롭스들이 이 광석을 더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던 강신은 조금 아쉬워했다.
“지금 남은 광석은 없습니다. 어쨌든 이 광석을 두드려 본 경험은 있습니다. 양이 적어서 다른 광석과 섞어 합금을 만드는 데 사용했죠.”
사실 이곳에 있는 키클롭스 장인은 마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솜씨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우연히 출토된 헬리오륨으로 물건을 만드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이승훈이 이 광석으로 바늘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키클롭스 장인이 놀란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는 마을 내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용암이 흐르는 장소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용암을 끌어와 헬리오륨을 녹이고 제련했다.
“이 광석을 다뤄봤다면 이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도 잘 알고 있겠군.”
“흥, 물론이지.”
헬리오륨은 무게와 중력 말고도 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열에 오래 노출되면 광석 일부가 기체가 되어 사라지는 성질이었다.
높은 온도로 단숨에 녹여 제작하지 않으면 많은 양이 증발하게 되는 특징 때문에 키클롭스 마을에서도 당대 최고의 장인에게만 맡기는 것이었다.
꽤 많은 광석을 가져다주었음에도 이승훈이 겨우 바늘 하나밖에 만들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마을에 이 광석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장인들의 수기가 있습니다. 헬리오륨의 제련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적혀있죠. 은인이 원하신다면 그걸 가져오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날, 키클롭스 장인은 강신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대 키클롭스 장인들의 수기를 가져왔다.
키클롭스 마을의 장인은 그걸 아무 대가 없이 공유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수기를 살펴본 이승훈과 권영식은 헬리오륨을 더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이제 한 걸음 더 가까워졌어.’
동료의 생사를 확인하고 처음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강신은 동료들의 생사가 위급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할 수 있어. 이렇게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는 거야.’
언젠가 그들을 다시 마주할 날을 강신은 손꼽아 기다렸다.
* * *
키클롭스 마을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강신은 휴가를 신청했다.
그러자, 그 소식으로 인해 회사 전체가 술렁였다.
강신이 휴가를 쓰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주말까지 출근했고,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던 강신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니 권영식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임상무의 사무실, 그곳에서 권영식이 불안한 눈으로 임상무를 보며 말했다.
“강책임의 가족들을 보호하는 요원들이 말하기를 따로 가족 행사는 없는 것 같더군.”
“네,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아닌 듯했습니다. 휴가를 내고 계속 집에만 있다고 합니다.”
강신이 휴식을 위해 휴가를 썼다면 좋아할 일이지만, 둘은 강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세그레드 조라의 임무 때문에 휴가를 낸 것도 아니고….”
“프로네시스 뭔가 아는 게 있나?”
강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대부분 파악하고 있는 프로네시스에게 임상무가 물었다.
-집에서는 저와 연동시키지 않아서 저도 잘 모르겠군요.
“도대체 뭐지….”
그렇게 회사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강신의 휴가를 걱정하는 동안 강신은 방안에서 건조가 끝난 양말을 차곡차곡 말고 있었다.
평화롭게 집안일을 돕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 또 놓쳤네.”
무엇을 놓쳤다는 것일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건지 강신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상당히 짙게 깔려 있었다.
“신아, 양말 다 갰으면 가지고 오렴.”
거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신은 자신이 잘 말아 놓은 양말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강신은 거실에서 한 짝만 남은 양말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엄마 이거 양말 한 짝이 부족한데.”
“또? 이번에는 잘 확인했는데, 왜 자꾸 사라지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이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신이 회사에 휴가를 낸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 * *
처음 강신이 집에서 이변을 알아차린 건 그리스에서 복귀한 다음 날이었다.
강신은 보통 해외로 나갈 일이 생기면 보호 장비를 입었지만, 속옷이나 양말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은 집에서 챙겨갔다.
이번 그리스 파견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아, 양말 한 짝은 놓고 온 거니?”
고생한 아들을 위해 대신 세탁을 해준 그의 어머니는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보고 강신에게 물었다.
“아…. 양말이 없나요? 그럼, 머물던 곳에 실수로 놓고 왔나 보네요.”
세탁기를 돌리고 난 뒤, 양말의 짝이 맞지 않는 일은 가끔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다.
“그래? 놓고 온 거지? 요즘 이상하게 짝이 맞지 않는 양말들이 많네.”
그러나 이어지는 어머니의 말에 강신은 움찔했다.
‘사라지는 물건이 많다고? 설마….’
처음 강신이 의심한 건 틈새 동거자였다.
틈새에서 살며 사람의 인두겁을 노리는 U.M.A.
잡기도 까다롭고 위험도도 상당했다.
그래서 강신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틈새 동거자가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회사의 감지기가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이변을 알아내지 못했을 리 없어.’
틈새 동거자 정도의 U.M.A라면 감지기에 작은 흔적이라도 잡힐 게 분명했다.
만약 그랬다면 회사가 강신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더 있었다.
‘개인 물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틈새 동거자는 보통 목표가 되는 이의 물건을 노리는 U.M.A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사라지는 물건은 양말뿐이었다.
그것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사라졌던 양말이 다시 세탁기 뒤쪽이나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일도 있었다.
이 정도면 보통 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었고, 그냥 넘겨도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었다.
‘원래라면 기분 탓으로 넘겼겠지.’
강신은 자신이 너무 예민해졌다고 생각하던 도중 보고야 말았다.
양말이 살아있는 것처럼 혼자서 움직이는 모습을….
얼른 잡아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뜻밖의 존재를 발견한 강신이 잠시 망설인 사이, U.M.A는 양말들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양말에 깃드는 존재.’
그것을 본 강신은 집에 나타난 U.M.A가 무엇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처음 생각했던 틈새 동거자와는 전혀 다른 U.M.A였다.
둘이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있는 U.M.A이었다.
이 U.M.A가 하는 짓이라고는 그저 양말에 깃들어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성신이 U.M.A가 있다고 강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이 U.M.A는 감지기에는 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아니었다.
‘정확히는 힘이 너무 미약해서 감지기에 잡히지 않았겠지.’
이제까지 봤던 U.M.A 중에서 가장 미약한 개체였다.
그냥 두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집안일의 골칫덩이가 될 뿐.
‘이걸 어떻게 할까.’
틈새 동거자였다면 회사에 지원을 요청했을 테지만, 이 정도로 힘이 약한 U.M.A를 굳이 지원을 받아가며 포획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내버려 두면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겠지.’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이 많아지는 건 집안일을 하는 사람에겐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귀찮지만 해결해 볼까.’
그렇게 강신은 회사에 휴가를 냈다.
그리고 그날부터 강신은 양말에 깃든 존재를 잡기 위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약한 U.M.A라고 해서 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약한 U.M.A일수록 강한 개체보다 포획하는 방법이 더 까다로울 때도 있었다.
그래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양말에 깃든 존재도 위험하지 않으나 포획하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하아….”
물론 강신에게는 까다롭기보다는 조금 손이 많이 가는 정도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