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1
380화
“지금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할게.”
강신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김만복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형제님?”
분명 방금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강신이 당장이라도 자기 일을 도와주리라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김만복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김만복의 모습을 보고 강신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하는 말이야.”
“아….”
“걱정하지마. 알아서 할게.”
그제야 김만복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자자, 시간이 너무 늦었다. 소은이도 할아버지가 걱정하시겠네.”
강신이 손뼉을 치고는 아이들에게 말하자, 백소은과 김만복이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아이들을 돌려보낸 강신은 곧장 프로네시스를 호출했다.
“네시스.”
고작 이름 한마디 불렀을 뿐인데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홀로그램으로 여러 화면을 띄웠다.
-필요한 것들이 이거 맞지?
“맞아, 고마워. 아, 그리고 오늘 김만복이 이곳에 왔던 기록도 지워줄래?”
-그렇게까지?
“나중에 발뺌하려면 물증 자체가 없는 편이 좋지.”
-알겠어.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띄워준 김만복이 말했던 현장 자료들을 열람했다.
김만복의 말만 듣고 현장으로 바로 나갈 순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은 없어.’
모두 김만복이 이야기했던 내용이었다.
다만,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정말로 벌레들이라고?”
이상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벌레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집에서 볼 수 있는 벌레들.
김만복은 U.M.A 현장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현장에 나갔던 현장 요원들의 보고서는 엉터리였다.
“포커스를 잘못 맞췄어.”
김만복과 현장 요원들이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은 집안에 나타난 날벌레였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달랐다.
“날벌레들만 문제가 아니야, 그것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그리고 왜 이사할 때마다 따라다니는지 원인을 확인했어야 했어.”
-현장 요원들도 원인을 찾다가 찾지 못한 게 아닐까?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것 같아.”
성신 소속 현장 요원들이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모습에 강신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현장에 나간 요원들이 7팀 소속이라고 했지?”
-맞아, 7팀 요원 중에서도 베테랑 한 명과 신입 둘로 구성된 팀이었어. 감지기에는 잡히지 않으니, 많은 수를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일단 그들의 처우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현장에 집중해볼까. 만복이에게 받은 연락처로 연결해줄래?”
-알았어.
이미 김만복이 문제가 생긴 현장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두었는지, 그들은 강신의 전화를 받고도 당황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누가 되었든 지금 이 상황을 끝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목소리에 애절함이 담겨있었다.
“이사한 집이 광교라 이거지? 생각보다 가깝네. 그렇지 하린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강신이 허공에 대고 신하린을 불렀다.
하지만 개인 큐브 내부는 민망하게도 적막만 흘렀다.
-중2병이 옮는 병이었나.
프로네시스가 한마디 덧붙이자, 강신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오…. 장난치지 말고….”
그러자, 어둠 속에서 신하린이 걸어 나왔다.
“제가 여기 있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신하린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이제 예상해야지.”
강신은 신하린의 은신을 꿰뚫어 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항상 신하린이 강신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걸 보고, 그녀가 은신 상태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이라 예측했을 뿐.
“제가 여기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신하린은 기가 찬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럼 그냥 조금 민망하고 마는 거지. 뭘.”
“어휴…. 그래서 왜 부르셨는데요?”
“계속 있었으니까, 이야기는 대충 들었지?”
“네. 들었죠.”
“어차피 계속 따라올 테니까, 미리 이야기할게. 내일 그 현장으로 갈 거야. 그곳에서는 숨어있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강신은 이번 현장에 혼자 이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하린이 강신을 혼자 움직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신하린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숨어서 따라오는 게 문제가 된다.
“그렇게 할게요.”
신하린은 별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몰래 따라가는 것보다 허락을 받고 함께 움직이는 게 그녀로서는 더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안 물어봐?”
“알려주실래요?”
“벌레들은 기본적으로 천적의 공격이나 기척에 대해서 민감하니까.”
“제 기척은 벌레들도 못 느낄 정도로 은밀한데요?”
신하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다른 이들의 기척을 잘 느끼는 설야도 신하린만큼은 찾지 못했으니까.
“정보를 조합해 봤을 때, 그 집에 있는 U.M.A가 뭔지 알 것 같거든.”
자신이 쓴 소설에서 나온 U.M.A이었다.
정보는 한정적이었지만 그 특색이 뚜렷해서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한 개체였다.
만약 김만복 요청을 받은 현장 요원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떤 개체인지 쉽게 알아챘을 정도였다.
“집에서 나오는 날벌레들이 만약 그 개체의 영향을 받았다면 사람의 기척을 느끼는 감각도 더 증폭되어 있을 거야.”
신하린의 은신 실력을 생각한다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변수를 줄여야 했다.
“뭐, 일단 알겠어요. 그럼 내일 그 집으로 향한다는 거죠?”
“그래, 아침에 갈 거니까. 늦지 말고 출근해줘.”
그렇게 강신과 신하린은 다음날을 기약하며 회사에서 퇴근했다.
* * *
다음 날, 강신은 보호 장비를 입고 신하린과 함께 현장이 있는 광교의 한 아파트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성신 시스템에서 나왔습니다.”
성신 시스템, 성신이 운영하는 방역업체였다.
강신이 입구에서 벨을 누르자, 공동현관의 문이 열렸고 강신은 바로 문제의 집으로 이동했다.
“어서 오세요….”
강신과 신하린을 맞이해 준 건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 아래로 눈그늘이 가득했고, 입이 바싹 말라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강신과 신하린은 방역업자의 옷과 회사에서 위장용으로 쓰는 장비들을 들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주인은 떨리는 눈으로 강신과 신하린을 바라봤다.
“정말로 벌레가 증식하지 않게 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이 분야에서는 저희보다 전문가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완벽하게 구제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감사하다 대답은 했지만, 집주인은 강신의 말을 믿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매번 새로운 방역업체를 불러도 이 사태를 해결한 곳이 없었으니, 그녀의 불신은 쌓일 때로 쌓인 상태였다.
“어제 통화했던 내용 기억하시죠?”
“네, 그러니까 이틀 정도 집을 비워달라고 했었죠? 계약서는 가지고 오셨나요?”
“네. 여기에 사인을 해주시면 됩니다.”
사실 이틀이나 집을 비워야 하는 방역에 대해 그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요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에는 이틀 동안 방역업자인 강신과 신하린이 이곳에 머물며 회사 기밀로 치부되는 방법으로 방역을 진행할 예정이고, 촬영과 녹음은 불가하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만약 방역 진행 중 집이나 개인 물건에 문제가 생기면 성신에서 모든 걸 배상하겠다는 내용도 추가되어 있었다.
집주인은 천천히 계약서를 읽고는 사인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계약서를 건넨 집주인이 그렇게 집을 떠났다.
“네시스.”
그녀가 떠나자, 강신은 사전 작업을 위해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집 내부에 있는 캠, CCTV, 녹음장치들을 모두 정지시켜줘.”
-모두 정지시켰어.
“그럼 작업을 시작해볼까.”
강신은 우선 집안 곳곳을 살피며 특이한 것들이 있나 확인했다.
“숨겨둔 건가? 아니면 내가 예상하는 U.M.A가 아닌 건가?”
강신은 집안 구조를 살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U.M.A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안을 써야겠네. 하린아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줄래?”
다가오는 신하린에게 강신은 작은 원통형 장치를 건넸다.
“범위가 장치를 중심으로 2m라고 했으니, 겹치게 설치하면 돼.”
그렇게 강신과 신하린은 회사에서 챙겨왔던 원통형 장치들을 집 안 구석구석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효과 범위가 겹치는 건 괜찮아도 비는 것은 안 되니까, 꼼꼼하게 설치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신하린은 강신의 말대로 꼼꼼하게 장치들을 설치했다.
“설치 끝났어요.”
강신과 신하린이 장치를 모두 설치하고 거실에 모였다.
“네시스, 작동시켜줘.”
강신과 신하린이 설치한 장치는 빠져나오려 하는 살덩이를 통해 만든 공포 발생기였다.
예티에게 사용했던 투척용과 다르게 설치형이라 생긴 것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 효과는 똑같았다.
강신이 요청하자, 프로네시스는 바로 장치들을 가동했다.
삐빅, 위이이이잉~!
설치한 장치들이 붉은빛을 뿌리며 작동했다.
모든 생물의 공포를 자극하는 장치가 작동했지만, 강신과 신하린은 멀쩡했다.
그야, 그 둘이 있는 구역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장치 범위에서 벗어난 장소였기 때문이다.
문과 창문이 굳게 닫혀 밀폐된 장소와 장치 범위 밖의 안전한 거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으익, 온다.”
신하린이 집안 곳곳에서 자신에게 날아드는 날벌레들을 보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마리, 두 마리는 귀찮게 느껴질지 몰랐으나, 수십 마리가 한 번에 날아오는 건 누구라도 불쾌하게 여길 게 분명했다.
날벌레들이 공포에 쫓겨 강신과 신하린이 있는 장소로 몰려들자, 강신이 신하린에게 경고했다.
“하린아. 소모형 보호 장치를 사용해.”
그리고는 미리 세팅해 두었던 방역 물품을 터트렸다.
푸쉭~!
뿌연 연기가 터지듯이 솟구치자, 강신과 신하린이 있는 지점으로 도착한 날벌레들이 힘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강신이 사용한 방역 장치는 사람의 몸에도 좋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했지만, 한번 터지면 대기 중으로 빠르게 흩어져 그 지속성이 짧다는 단점이 있는 물건이었다.
몇 분 되지 않아 연기가 흩어지자, 뿌옇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강신이 소모형 보호 장치를 뜯고는 바닥에 떨어진 날벌레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벌레들을 핀셋으로 집어 챙겨왔던 환경 보존용 채취 용기에 집어넣었다.
“샘플은 이 정도면 되겠고, 그럼 다음 해야 할 일은 휴식이지.”
강신은 마치 일이 모두 끝난 것처럼 푹신한 소파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린이 강신에게 물었다.
“이걸로 끝이에요?”
“아니, 끝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검증할 시간이 필요해.”
“그래요.”
신하린도 강신의 옆에서 앉아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위잉위잉.
얼마 지나지 않아 신하린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날벌레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