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2
381화
짝! 짝!
자신의 손짓을 피해 얄밉게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을 보며 신하린이 말했다.
“집 안에 있던 날벌레는 방금 다 잡은 거 아니었어요?”
분명 공포 발생기를 사용해 집안에 있던 모든 날벌레를 잡았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벌레들이 나타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에서 부화했다고 해도 그 벌레가 바로 날벌레가 되는 게 아니었다.
애벌레 상태에서 날벌레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적어도 이렇게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이잇. 왜 이렇게 잘 도망가.”
신하린은 자신을 놀리는 듯 날아다니는 날벌레를 보며 짜증을 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더 얄미웠다.
강신이 한숨을 내쉬고는 품속에서 작은 스프레이를 꺼내며 말했다.
“하린아, 잠시만 숨 참아.”
강신이 지시를 내리자, 신하린은 그대로 눈을 감고 숨을 참았다.
치익~!
강신이 스프레이를 벌레가 있는 방향으로 살포하자, 벌레가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하린이 자신에게 살충제를 뿌린 강신을 노려보자, 그가 변명했다.
“그렇게 노려보지마, 인간에게는 해가 없는 제품이라고 했으니까.”
“해가 없는 제품인데, 왜 숨을 참으라고 하신 거예요?”
“그래도 살충제니까, 마시면 조금 그렇지 않아?”
어찌 됐든 신하린을 괴롭히던 벌레는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에휴…. 그래서, 이제 여기 있는 U.M.A가 무엇인지 아시겠나요?”
신하린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애초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곳에 있는 U.M.A가 뭔데요?”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U.M.A는 알을 품은 호박인 것 같아.”
“호박이요?”
“그래, 음식 호박이 아니라, 보석 호박(Amber).”
호박 (Amber).
고대의 송진이 화석처럼 굳어 노란빛을 띠는 보석이었다.
정의상으로 광물은 아니지만 보석으로 취급되는 물건이다.
기본적으로 수액이 굳어 오랜 시간이 지나야지만 호박이 탄생했다.
그리고 U.M.A 알을 품은 호박은 말 그대로 호박 내부에 알이 들어간 호박이었다.
“호박이라면 생명체는 아니잖아요?”
생명체가 아니면 U.M.A라고 부를 수 없었다.
“아니,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
알을 품은 호박의 본체는 호박이 아니었다.
그 속에 있는 알이 본체였으니, 엄연히 생물체로 취급해 U.M.A로 지정해 두었다.
“호박의 가격에 대해 알고 있어?”
“아니요. 보석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질 않아서….”
“호박은 다른 보석과 다르게 내부에 특이한 생물이 들어가 있으면 더 비싸져.”
내부가 깨끗해야 비싼 보석들과 다르게 호박은 내부에 들어간 물질이 많거나 특이한 것일수록 비싼 값어치가 매겨지는 물건이었다.
“호박 가격은 워낙 들쑥날쑥해서 수집가들도 모으기 힘들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호박 자체는 합성이 매우 쉽고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보석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호박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보석이었다.
“왜 그럴 것 같아?”
“이뻐서?”
“틀린 것은 아닌데, 이쁘면 다른 보석을 사용하겠지. 사람들이 호박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박 내부에 들어 있는 생물이나 식물들이 짧게는 천년 길게는 백만 년 전에 존재했던 물질이기 때문이야.”
고작 백 년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까마득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었다.
그런 세월이 담겨있는 보석이니, 사람들이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문제. 방금 네가 귀찮게 했던 저 벌레들은 언제적 생물일 것 같아.”
강신이 묻자, 신하린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저 생물들은 정말 오래전에 살았던 개체의 알에서 태어난 벌레들이라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특이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흔히 집에서 볼 수 있는 날벌레들이었다.
“이해하기가 어렵지? 그야 그렇겠지, 이곳에 있는 호박은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오래된 녀석이 아니거든.”
“네? 하지만 방금 호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조금 전 설명과 전혀 다른 대답에 신하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호박을 만든 것도 U.M.A거든.”
“그런 U.M.A가 있다고요?”
U.M.A를 만드는 U.M.A라니, 신하린은 처음 듣는 개체였다.
“화산 지대에 서식하는 곤충 타입의 U.M.A인데, 알을 품는 호박을 만드는 이유는 자신의 먹이를 늘리기 위해서야.”
개체명 빚어내는 각다귀.
기본적으로 화산 지대나 뜨거운 곳에 서식하며 그 크기는 성인 남성의 머리만큼이나 거대했다.
생긴 것은 모기와 비슷했으며 긴 다리를 정교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보통 각다귀가 수액이나 꿀을 먹는 것과 다르게 이 개체는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을 주식으로 삼았다.
물론 이 U.M.A가 처음부터 날벌레를 잡아먹던 개체는 아니었다.
환경 특성상 그렇게 진화하게 됐을 뿐.
“화산 지대처럼 뜨거운 곳에서는 꿀이나 수액을 생산하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지.”
그래서 이 개체는 몸속에서 분비되는 액체로 호박과 비슷한 색의 광물을 빚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박과 똑같았지만, 내용물이 조금 달랐다.
“그 개체들은 자신이 빚은 호박에 직접 채취한 날벌레들의 알을 집어넣지. 그 개체가 분비하는 분비물이 열기에 강하거든.”
빚어내는 각다귀가 호박을 빚을 때 분비하는 분비물은 열기에만 강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집어넣은 알은 호박 속에서 스스로 증식하며 그 개체 수를 늘렸다.
“그 분비물 자체로도 영양분이 되고 더 놀라운 건 그 호박에서 벌레들의 알이 깨어나면, 구더기 상태에서 성체가 되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진다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깨어난 벌레들은 다른 날벌레들과 다르게 더 빠르고 강해졌다.
“왜 먹이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신하린은 빚어내는 각다귀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먹이를 양식하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벌레들이 빨라지면 사냥하기 힘든 것은 각다귀였으니까.
“그렇게 민첩해지면 먹이를 노리는 경쟁자들은 날벌레들을 먹지 못하게 될 테니까.”
먹이가 부족한 화산 지대에서 날벌레를 먹는 건 빚어내는 각다귀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경쟁자들에게서 스스로 도망치는 먹이라니, 그보다 좋을 수 없었다.
어차피 특별한 사냥법으로 날벌레들을 잡아먹는 빚어내는 각다귀였고 날벌레들이 빨라진다고 해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러면 여기에는 빚어내는 각다귀가 없다는 거죠?”
“그럴 거야. 그 빚어내는 각다귀는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개체니까.”
빚어내는 각다귀는 아쉽게도 화산 지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그 알을 품은 호박인가 뭔가만 가지고 가면 되나요?”
“여기가 일반인 집이 아니었으면 그렇긴 하지.”
“아….”
그들이 있는 곳은 일반 가정집이었다.
애초에 굳어있는 호박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땐 말이 안 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믿어도 과연 벌레가 튀어나오는 이상한 호박을 강신에게 넘겨줄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연구 기관에 돈을 받고 팔려고 하겠지.”
물론 강신이 구매해도 상관은 없었다.
강신의 통장에는 이제 무서울 정도로 높은 숫자가 적혀 있었으니, 고작 호박 하나 구매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방역업자가 갑자기 큰돈을 제시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그렇겠죠…. 그럼 지원 요원들에게 부탁해서 연구소 직원이 나온 것처럼 밑 작업을 시작할까요?”
“그거보다는 조금 더 안전하고 편한 방법으로 가는 게 좋겠어.”
굳이 이런 일때문에 울프 팀을 제외한 다른 인원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신은 김병기에게 연락해 부탁했다.
“비밀 서약서와 몇 가지 계약서를 추가로 가져다주세요.”
* * *
다음 날 저녁, 약속한 시각이 됐다.
의뢰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강신과 신하린은 거실에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20살이 조금 안 되어보이는 남성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강신과 신하린 주변으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벌레들의 사체를 보고 흠칫 몸을 떨었다.
“어서 오세요.”
벌레들 사체 속에서 강신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 강신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괴리감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가족들은 자신들을 반겨주는 강신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인 50대 남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 그러면 방역은 모두 끝난 겁니까?”
“아니요.”
강신의 대답에 가족들은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강신은 말을 이어갔다.
“방역은 실패했지만 벌레들이 이상 증식하는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확실하게 방역을 끝낼 수 있습니다.”
그나마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는 대답이었다.
“그 원인은 제거하기 힘든 겁니까?”
언제 조심스러웠냐는 듯이 남성이 강신의 손을 애절하게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집주인의 허락이 필요해서요.”
“제 허락이 필요하다고요?”
“네.”
무엇을 하려고 자신의 허락이 필요할까, 남성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무엇을 부탁하든 밤마다 벌레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일 테니까.
“무엇을 해도 괜찮습니다. 당장 그 원인을 제거해 주세요.”
그러자, 신하린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김병기가 보내주었던 서류를 꺼냈다.
“네, 고객님. 그럼 저쪽에서 따로 이야기하실까요?”
그녀는 집주인을 탁자로 안내하고 지금부터 있을 이야기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저희 회사 기밀이라 비밀 서약서를 작성해 주셔야 하고요. 그리고 문제가 되는 고객님의 물건을 저희가 거둬 간다는 걸 허락해주신다는 서명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 필요한 서류는 비밀 서약서와 개인 물품을 가지고 간다는 서류뿐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정신없게 만들어 쉽게 서명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서류도 몇 장 추가했다.
그리고 그 작전은 그대로 먹혔는지, 집주인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도 않고 바로 서명했다.
“다했습니다. 이제 원인을 제거해 주세요.”
“네~ 잠시만요. 팀장님 서류 서명 다 받았습니다.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좋습니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집주인에게 다가오자, 서류를 갈무리한 신하린이 집주인의 아내와 아들에게 다가갔다.
“자, 방금 집에 돌아오셔서 죄송하지만, 뒷일은 두 분에게 맡기고 저희는 이 앞에서 잠시 커피라도 한잔하실까요?”
“네?”
신하린이 웃으면서 그들에게 말하자 아내는 당황하며 대꾸했지만, 집주인의 아들은 신하린의 외모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는 회사 기밀이라 서약서에 서명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방역 작업을 직접 보실 수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집주인의 아내는 망설였지만 남편이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신하린이 이끄는 대로 아들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집안에는 강신과 집주인, 둘만 남은 상황.
강신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이 집에 호박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제 취미가 호박 수집이라서요. 그런데 그건 왜….”
“이번 상황과 연관이 있어서요.”
호박과 연관이 있다고 하자, 집주인은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정말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직접 눈으로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야….”
집주인은 자신의 서재로 강신을 안내하고, 책상 가장 아래에 잠겨있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 속에는 거대한 사각형 플라스틱 상자가 있었고, 집주인은 그 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호박 수집이 취미라고 했던 게 거짓이 아니었는지, 상자 내부에는 수십 개가 넘는 호박들이 들어있었다.
고급스러운 케이스 하단부에는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수십 개나 되는 호박 중에서 문제가 되는 호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빚어내는 각다귀가 만드는 호박은 엄연히 말하자면 호박은 아니야.’
그래서 일반적인 호박과 성질이 달랐다.
가장 빠르게 감별하는 방법은 호박을 불에 갖다 대는 방법이었다.
알을 품은 호박은 다른 호박보다 열기에 강하니, 바로 티가 날 터였다.
하지만 그 방법을 이곳에서 쓸 수는 없었다.
‘다른 호박들이 상할 테니까.’
수집가에게 수집품들을 망가트리겠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시스, 만능렌즈로 호박들 내부를 볼 수 있게 조절해줘.”
강신이 요청하자 프로네시스는 곧장 강신의 만능렌즈를 조작해 주었다.
강신은 집주인이 꺼낸 호박들의 내부를 자세히 관찰했다.
곤충들과 나뭇잎이 들어간 호박들은 넘기고, 강신이 주로 확인한 건 내부가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호박들이었다.
‘벌레의 알은 작아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드니까.’
그렇게 한참을 호박을 들여다보던 강신은 이내, 어떤 호박에서 시선이 멈췄다.
“찾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