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6
385화
“후아암… 역시 저녁에 움직이는 건 조금 힘드네요.”
카밀라가 길게 하품하며 말하자, 팀원들이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카밀라를 바라봤다.
그야, 흡혈귀가 밤에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하니 어처구니 없을 만도 했다.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보시죠? 밤낮 바뀐 흡혈귀 처음 봐요?”
카밀라가 까칠하게 말하자,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녀 덕분에 첫 현장으로 긴장하고 있는 맥스와 친구들의 표정이 한결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자,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집중하죠.”
김병기가 보내준 지원 요원들과 권영식이 겨울 나비들을 케어할 목적으로 보낸 연구원들이 겨울 나비가 들어있는 거대한 철제 상자를 열었다.
달칵, 치이익~
급하게 만들었던 장치들과는 다르게 겨울 나비들이 들어가 있는 상자는 지난번보다 더 세련되고, 일반인은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치들이 붙어 있었다.
“생체리듬 정상, 이상 없습니다.”
상자 내부에는 월광등이 설치되어 있는지, 겨울 나비들의 모습이 사람들에게도 보였다.
“이게 겨울 나비…….”
“이쁘다.”
“그러게.”
맥스와 친구들은 상자 내부에 있는 겨울 나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 나비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겨울 나비를 가사 상태에서 깨우겠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던 연구원 한 명이 상자에 달린 장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상자 내부에서 하얀 수증기가 쏘아졌다.
푸쉬이이이~!
그 수증기를 맞은 겨울 나비들이 천천히 날갯짓하며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됐습니다.”
연구원이 강신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죠.”
강신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연구원이 상자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투명한 막으로 덮여있던 상자의 상단부가 열렸고 그 사이로 겨울 나비들이 튀어 나왔다.
상자를 벗어나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겨울 나비들이 어둠 속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강신의 눈에는 제대로 겨울 나비들의 모습이 비쳤다.
겨울 나비들은 오랜만에 우두머리를 보고 기쁜 것인지, 강신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강신이 팔을 올리자, 빙빙 돌던 겨울 나비들이 간격을 맞춰 강신의 팔에 차분하게 앉았다.
설야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의 더듬이로 불만을 표했지만, 강신은 그저 웃어넘기며 설야에게 말했다.
“설야야. 이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생긴 구슬을 찾을 거야.”
강신은 미리 만들어 두었던 하늘 고래 용연향의 모양을 본떠 만든 모형을 설야에게 보여주었다.
“이 아이들에게 찾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방금까지 불만을 표하던 설야가 천천히 더듬이로 가능하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는 강신의 팔에 앉아 있는 겨울 나비들에게 날아가 강신이 들고 있는 구슬을 가리키며 더듬이로 뭔가를 표현하자, 강신의 팔 위에 앉아 있던 겨울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들은 보지 못했을 테니, 강신은 일행들에게도 작전이 시작됐다는 걸 알려주었다.
“좋아. 겨울 나비들을 출발했습니다.”
“그럼 저도 출발할게요.”
카밀라가 길게 하품을 하고는 가볍게 몸을 풀더니 미리 지정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하늘 고래를 쫓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저녁이라고 하지만 울프팀만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빛이 없는 장소였지만 그렇다고 이 넓은 구역을 울프팀에게만 맡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현장 요원들도 로테이션으로 주간과 야간으로 돌아가며 움직였다.
* * *
새벽 3시, 7개의 상자 중 세 번째 상자에 들어있던 겨울 나비들이 강신에게 돌아왔다.
세 번째 겨울 나비들을 쉴 수 있도록 원래 있던 상자에 집어넣고, 강신은 대기하고 있는 연구원에게 요청했다.
“다음 상자 열어주세요.”
강신의 말을 들은 연구원이 네 번째 상자를 열어 겨울 나비를 풀어주었다.
“후우….”
“첫날인데, 벌써 힘드시죠?”
강신이 길게 한숨을 쉬자, 누군가가 다가와 강신에게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아, 이부장님, 오늘 야간조였습니까?”
커피를 건넨 사람은 3팀 요원들과 먼저 출발했던 이순자였다.
“네, 오늘은 야간이죠. 덕분에 이렇게 여유가 있네요.”
하늘 고래도 밤에는 잠을 잔다.
좌뇌, 우뇌가 번갈아 가며 잠을 자는 일반 고래와는 조금 다르게 구름 속에서 조용히 잠을 잤다.
그래서 야간에는 한 지역에 머물며 하늘 고래를 따라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낮보다 저녁이 더 편했고, 인원도 낮에 현장 요원들이 더 많이 투입되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이렇게까지 많은 현장 요원들이 동원되었으니, 다른 경쟁 업체들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팰로우님과 임상무님의 인맥으로 정부와 각 경쟁 기업들에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군요.”
권영식과 임상무가 그 대가로 무엇을 내놓았는지는 따로 듣지 못했다.
‘꽤 많은 걸 내놓았다고 했지.’
어쩔 수가 없었다.
용연향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넓은 지역에서 다른 경쟁 기업과 싸우는 건 성신 입장에선 피하고 싶었을 테니까.
“덕분에 기습당할 걱정은 없어서 저도 투입되었죠.”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쉬다 갈게요.”
신하린이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대기 중인 지원 요원들이 마실 것이나, 체력을 보충해줄 초코바 같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군. 그래도 첫날부터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이순자는 간단히 인사만 하러 왔던 것인지, 강신과 신하린에게 손을 흔들며 다시 자신이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순자가 사라지자, 신하린이 강신에게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피곤하네요.”
이순자는 여유 있다 했지만, 신하린은 상황이 달랐다.
카밀라만큼은 아니지만 신하린도 주로 어둠 속에서 활동했기에 야간에 시야가 꽤 밝은 편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카밀라와 같은 임무가 주어졌다.
“움직이지 않고 한 장소에서 집중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목이 아파요.”
집중하지 않아도 야간 시야가 좋은 카밀라와 다르게 그녀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저렇게 피로를 호소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말고 한 시간 단위로 와서 쉬다 가랬잖아.”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한 강신이 신하린에게 주기적으로 휴식하라고 일러두었지만 무슨 고집인지, 신하린은 이제 처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신하린이 툴툴대며 지원 요원이 주었던 초코바를 한입 베어 먹었다.
순식간에 초코바를 모두 먹은 신하린은 얼마 쉬지도 않았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가볼게요.”
“좀 더 쉬다 가지?”
“괜찮아요.”
신하린이 다시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사라지자, 맥스가 강신에게 찾아왔다.
“신하린 요원님은 벌써 가신 겁니까?”
“네.”
“흠, 조금 더 쉬다 가셔도 될 텐데…….”
“정말로 쉬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닐 거예요.”
강신의 대답에 맥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도 저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걸 느껴서 잠깐 왔던 거겠죠.”
애초에 정말 휴식이 필요했다면 그 자리에서 쉬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휴식을 핑계 대며 온 건 이곳에 볼일이 있다는 소리였다.
신하린은 특이하게도 강신에게 강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 있었다.
‘이부장님이 야간조라는 것을 몰랐을 테니까.’
자신도 방금 알았으니, 신하린도 모르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딱 타이밍 맞춰서 나타나고 휴식을 핑계를 댄 것이겠지.’
그녀의 임무이긴 했지만, 신하린은 생각보다 과보호가 심했다.
강신은 잠시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현장에 집중했다.
그렇게 첫날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다.
하지만 강신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금방 작전이 끝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 * *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하늘 고래를 쫓은 지 이 주일째가 되었다.
그동안 하늘 고래에 대해서 알아낸 건, 사람이 많은 도심지나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항로를 피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많은 현장 요원이 움직였음에도 일반인들의 주의를 끄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동안 용연향은 나타나지는 않았다.
광주광역시에서 시작된 하늘 고래의 이동은 전라북도 전주, 대전을 거쳐 수원과 서울을 지나쳤다.
그리고 강원도 강릉을 지났고 경상북도로 내려갔다.
그렇게 이 주일이 지난 지금, 하늘 고래는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여락리에 있었다.
근처에 절이 있긴 했지만, 도심보다 사람이 적어서인지 하늘 고래는 오늘 이곳에서 잠을 자려는 듯했다.
해가 지기 전 울프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주일이라…. 뜻하지 않게 하늘 고래가 전국 일주를 시켜주네요.”
이 주일 동안 조금 초췌해진 장웨이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일주일 야근한 회사원처럼 피곤해 보이는 맥스와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슬슬 용연향을 뱉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카밀라도 상당히 피곤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신하린과 송기덕뿐이었다.
이제 고작 반이었다.
강신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조그마한 격려뿐이었다.
“지금까지 잘해왔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도록 하죠.”
“네에~”
팀원들은 모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현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날도 아무런 소득 없이 작전이 종료되었다.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건 이전과 마찬가지였기에 팀원들은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피로를 풀기 위해서 장웨이가 미리 잡아준 숙소로 이동했다.
강신은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했다.
막 잠자리에 들기 전,
삐빅-! 삐빅-!
강신이 가진 장비에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방금까지 몰려오던 졸음이 싹 사라졌다.
강신은 재빨리 벗어두었던 보호 장비를 입고 통신 패치를 붙인 뒤,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했다.
“네시스, 무슨 일이야?”
강신이 묻자, 프로네시스가 경보음이 울린 이유를 설명했다.
-하늘 고래가 한국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어.
“하아….”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이 주일간 고생했던 노력을 모두 수포로 돌릴 수는 없었다.
“지금 하늘 고래 현 위치는 어디야?”
-거제시에서 대마도로 방향을 틀었어.
“쯧.”
강신이 가볍게 혀를 차고 방문을 열자, 다른 팀원들도 이미 장비를 갖추고 방에서 나온 상황이었다.
그들은 경보음을 듣고 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는 눈치로 보였다.
“이동하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팀원들이 강신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숙소 앞에 맥스와 친구들이 미리 차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그렇게 울프팀은 급하게 거제시로 이동해야 했다.
거제시로 이동하는 동안 장웨이가 현재 상황을 팀원들에게 알렸고, 강신은 그사이 권영식과 연락을 시도했다.
다행히 현재 상황을 알고 있었던 권영식은 곧바로 강신의 연락을 받았다.
“현재 울프팀도 하늘 고래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 하늘 고래가 해외로 빠지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신은 먼저 권영식에게 의견을 구했다.
-우선 드론으로 하늘 고래를 해외로 빠지지 못하게 유도해볼 생각이긴 하네만, 어떻게 생각하나?
“시도해볼 만한 작전이긴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늘 고래의 경각심을 이용한 작전으로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넓은 구름 속에서 하늘 고래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게 어렵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하늘 고래를 유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지. 이대로 놓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그것말고 방법이 없긴 하네요.”
울프팀이 현장에 나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강신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