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7
386화
“아… 진짜, 최악이네요.”
신하린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을 자지 않고 급하게 거제시까지 이동했지만, 이미 하늘 고래는 거제시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결국 하늘 고래를 쫓기 위해 강신과 일행들은 여차항에서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가는 중이었다.
“우욱…….”
뱃멀미하는 케빈은 다른 일행들보다 표정이 더 좋지 않았다.
-하늘 고래 유인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통신 장비를 통해 하늘 고래와 근접해 있는 현장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했나 보군요.”
똑같은 통신을 듣고 있던 장웨이가 덤덤하게 말했다.
-드론 376기, 기동 시작.
-구름을 감싸듯이 돌게 만들겠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면 현장이 얼마나 다급하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드론을 모아서일까.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드론을 조작하고 있음에도 말썽을 일으키는 드론들이 있었다.
-37번 드론 제어 불능.
-67번 추락합니다.
-257번 제어 불가능.
드론을 조작하는 동안에도 하늘 고래는 멈추지 않았다.
-하늘 고래, 매죽리를 지났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변을 눈치챈 것처럼 더 속도를 올렸다.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빌리가 통신 내용을 듣고 두 손을 모아 기원했다.
그렇게 긴박한 작전 상황을 듣는 동안 어느새 강신과 일행들은 하늘 고래가 있는 장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부오오오오오~!!
강신 일행이 도착하기 무섭게 하얀 구름 속에서 분노에 찬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바다로 우수수 떨어지는 드론들을 볼 수 있었다.
-2~50번, 55번 204~300번 드론 다운!
소설에서 하늘 고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나 새, 하다못해 지상의 불빛까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걸 무서워했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하늘 고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늘 고래가 아니었다.
‘설마….’
두려움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두려움이 희석되는 게 당연했다.
‘무조건 도망만치는 존재가 아니었던 건가?’
강신은 자신이 쓴 소설을 너무 맹신했다.
유약한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하듯이 하늘 고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 고래의 본성이 완전히 변한 건 아니었다.
분명 이제까지는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궁지에 몰리게 되자,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뿐…….
-큭! 하늘 고래가 계속 드론을 격추시키고 있습니다.
-추가로 가져온 드론 날려!
부오오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에서 드론이 떨어지는 개수만 봐도 하늘 고래를 유인하려고 만든 포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추가로 투입된 드론들이 다시 구름으로 들어갔지만, 결과는 변하는 게 없었다.
“아… 안돼.”
떨어지는 드론들을 맥스와 친구들이 안타깝게 바라봤다.
결국,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보고가 들려왔다.
-대공망 더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작전 실패입니다.
-크윽….
작전 실패.
통신 장비를 통해 사람들의 침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주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도 한 지부만 이번 작전에 매달린 게 아니었다.
국내에 있는 모든 지부가 달려든 거대한 작전이었다.
심지어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회사는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업체들에게까지 많은 걸 지급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니…….
-하늘 고래, 한국 영해를 넘어 일본 영해로 들어갑니다.
조금 무리해서 일본 영해로 들어가 다시 한번 유인해보고 싶었지만, 어디서 정보가 샌 건지 일본 영해 쪽에는 자위대가 이끄는 선박으로 보이는 배들이 나와 있었다.
“젠장.”
강신조차도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애꿎은 난간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쾅!
강신이 탄 배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일본 영해로 넘어가는 하늘 고래가 만든 구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누가 겪든 실패는 겪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다.
특히 이번처럼 많은 공을 들인 일이라면 더욱 그랬다.
작전에 투입된 모든 일행이 복귀하지 않고 한참을 배에서 기다렸다.
“네시스, 본부에 작전은 실패했다고 알려줘.”
-그렇게 할게.
이미 보고했겠지만, 굳이 반론해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알겠다며 대답했다.
일본 영해에 보이는 배들이 성신 요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구름을 쫓아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이제 철수하죠.”
그나마 일행 중 가장 냉정한 장웨이가 한숨을 내쉬곤 강신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강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다시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 크게 선회하자, 그에 맞춰 다른 현장 요원들이 타고 있던 배들도 철수를 시작했다.
미련이 남지 않았다면 변명이겠지만, 강신도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쾅!!!!
부오오오오~!
막 배를 선회하고 복귀하려는 사이, 멀리 있는 일본 영해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강신과 일행들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자욱했던 구름이 마치 찢어진 것처럼 조각나 있었다.
“네시스, 망원 모드로!”
강신이 다급하게 말하자,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끼고 있는 만능렌즈를 곧바로 망원 모드로 변경해 주었다.
찢어진 구름 사이로 하얀 지느러미와 그 지느러미에서 붉은 액체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강신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애초에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날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장대리님! 선장님에게 배 다시 돌려달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네!”
강신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배를 돌리자, 경험이 적은 맥스와 친구들을 제외한 인원들은 각자 장비를 갖추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맥스, 상부에 연락해서 철수 중지시켜달라고 해주세요.”
“네?, 네?”
갑작스러움 폭발음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맥스는 강신의 지시를 듣고도 어찌할 줄 몰랐다.
일반인이라면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요원으로서는 냉정을 잃어 크게 감점될 요소였다.
“제가 이미 연락했습니다.”
선실에서 나오는 장웨이가 그 짧은 사이에 벌써 본부에 연락을 넣은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선장에게도 뭔가 이야기를 한 것인지, 배가 다시 선회하며 그들이 하늘 고래를 놓쳤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자, 맥스, 케빈, 빌리. 이럴 때일수록 진정해야 합니다.”
장웨이는 차분하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삼인방을 불러 충고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은 현장 요원들과 전투가 가능한 소수의 인원들이겠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놀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니, 오히려 이럴수록 저희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긴급한 전투 상황에서 장웨이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일을 처리했다.
인원 통제, 장비 지원, 지원 요청, 그리고 현재 상황을 수시로 본부에 보고했으며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전투에 몰입한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을 관찰하며 알려주거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며 전투가 끝나고 사후 처리까지 장웨이가 직접 지시해야 했다.
“아시겠습니까?”
“네!”
맥스와 친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는 사이, 배가 어느새 한국 영해선 끝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부오오오오오~!
슈우우웅~! 쾅! 쾅!
하늘에서 일본의 것으로 보이는 전투기가 구름 속으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광경이 그대로 보였다.
“지금 저놈들 하늘 고래를 공격하고 있는 겁니까?”
송기덕이 기가 찬 표정으로 일본 전투기를 확인했다.
전투기뿐만이 아니었다.
바다에는 자위대가 이끄는 함선과 조금 특이하게 생긴 배까지 보였다.
“어째서 공격하는 거죠?”
카밀라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신하린이 날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있는 카람빗 나이프를 손에서 현란하게 돌리며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U.M.A가 온다는 정보를 들었으니, 저런 반응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만약 성신이 먼저 하늘 고래가 해가 없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한국 정부도 지금 일본과 비슷하게 행동했을지도 몰랐다.
정부가 그러지 않은 것은 단순히 하늘 고래를 직접 발견하지 못하고 이후 성신이 하늘 고래가 해가 없음을 알리고 따로 대가를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성신이 감수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정체를 알지 못하는 거대한 괴물이 돌아다니면 어디라도 저런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신하린의 의견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야, 쟤네 하늘 고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아.”
“네? 아니, 아무런 해도 되지 않는 U.M.A를 저렇게 미사일로 쏴서 떨어트리려고 한다고요?”
신하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강신에게 되물었다.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딘가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 배 보이지?”
일본 자위대 함선으로 보이는 중간중간 끼어있는 함선이 아닌 배.
“저거 포경선으로 보이거든.”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사일 발사대도 아닌 거대한 작살을 발사하는 장치가 달린 배는 해전을 위한 배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포경선이면…. 고래를 잡는 배를 말하는 거죠?”
처음 듣는 단어지만 용케 알아들은 카밀라가 아는 척 대답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경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저들이 하늘 고래를 잡으러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하늘 고래가 바다로 추락하면 포경선으로 고래를 끌어올릴 생각인듯했다.
“국내에서 정보가 샌 것 같아.”
용연향을 얻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제외한 일부 정보를 정부나 경쟁 업체에 알렸기 때문에 일본이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뜸 저렇게 하늘 고래를 공격할지는 몰랐다.
부오오~!
강신과 일행들이 대화하는 사이에도 하얀 구름 속에 있는 하늘 고래가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하게 깔려있던 구름은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듬성듬성 구멍이 뚫리고 찢겨 이제는 육안으로도 얼핏 피투성이가 된 하늘 고래의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저거, 말릴 수는 없습니까?”
맥스가 첫 현장에서 보는 U.M.A가 처참하게 공격받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강신에게 물었지만, 강신도 방법이 없었다.
“지금 영해 침범을 하면 국제간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저쪽은 일본 정부에서 운용하는 자위대고 이쪽은 한국에서 운영하는 일개 기업 중 하나일 뿐이었다.
또한, U.M.A 국제회의에서 규정하는 법률적인 문제를 생각해도 지금 간섭하는 것은 성신에게 불리할 따름이었다.
“현재로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할 수 없다.
이 말만 이번 현장에서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번 현장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
마치 물속에서 뛰는 것처럼 답답한 마음만 가득했다.
“정말 방법이 없어요?”
맥스만 하늘 고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간 쫓아다닌다고 정이 들어버린 것인지, 카밀라도 강신에게 방법을 물어봤지만, 강신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늘 고래가 다시 이쪽으로 다시 넘어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
하늘 고래에게는 일본 자위대나 성신 요원들이나 똑같은 인간으로 보일 테니, 가능성이 희박했다.
피투성이가 된 하늘 고래의 모습은 현장 요원들뿐만 아니라 강신조차 씁쓸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때, 우연일까 그게 아니면 기적일까, 갑자기 상황이 강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