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1
390화
모리 요우타는 현재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일이 꼬여도 한참은 꼬였다.
‘나도 이런 일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일본의 초고위 권력자가 요괴 고기가 먹고 싶다는데, 일개 공무원인 자신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꼬일 일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요괴를 추락시키는 건 생각 외로 간단히 끝났지만, 하필이면 추락한 곳이 한국 영해였던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기업이 어디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겠는가.
하지만 한국의 기업은 정부에게 설설 기는 일본의 기업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 착오가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
“이익…. 이거 놔!”
모리 요우타가 강신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강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방금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강신이 왠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아니야, 허세일 거야. 그래야만 해’
갑자기 강신이 붉은 피부로 변하고 입에서 하얀 수증기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모든 퇴로를 꼼꼼하게 막아놨어. 흔들리지 마.’
모리 요우타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이면서 계속 강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신이 어딘가를 향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외쳤다.
“하린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까, 이제 슬슬 탈출하자!”
하린이는 누구이고 뭐가 충분하다는 것일까.
모리 요우타는 한국어를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신이 한 말 중에서 유일하게 알아들은 말은 탈출하겠다는 말뿐이었다.
강신이 모리 요우타를 한 손으로 들고 그대로 갑판의 선수를 향해 냅다 달라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발에 힘을 주고 달리자, 강신이 밟은 갑판이 신발 모양으로 찌그러지며 배 전체가 울렸다.
소리와 속도 그리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강신의 손아귀에 모리 요우타가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잡혀 있는 모리 요우타의 비명이 다른 이들에게는 경보음이 된 것인지, 강신을 막던 자위대 사람들이 달려오는 강신을 피해 물러나며 길을 만들었다.
물론 거기에 있는 모든 인원이 같은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워낙 빠르고 위협적으로 달리는 강신이었기에 위압감을 느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사람과 간혹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자신의 몸을 날려 강신을 막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정반대되는 의도와 행동이었지만, 그들이 겪을 일은 똑같았다.
퍽!
퍼억!
“아악!”
“커헉!”
그들은 강신이 휘두른 손과 팔에 맞아 공중을 날아야 했다.
그런 그들 중에서는 함선에서 벗어나 바다로 떨어지는 이들도 있었다.
풍덩!
뜻하지 않은 사태였지만 바다에 사람이 빠지자, 자위대의 시선이 분산되었다.
“의식 없이 떨어졌어!”
“떠오르지 않는다고!”
“젠장, 구조대 불러!”
“건져 올려!”
빠진 이들과 가까운 이들은 직접 바다로 뛰어들었다.
군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그들에게는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의 목숨이 소중했다.
덕분에 강신은 큰 방해 없이 선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강신이 바다를 등지고 서자, 남아있던 자위대가 일정 간격을 두고 다시 강신을 에워쌌다.
그렇게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꿀꺽.
경험이 적은 자위대 사람들은 강신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괴력과 붉은 피부를 보고, 오니라는 요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크흑….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지금 있었던 일들은 없던 것으로 해드리겠습니다.”
모리 요우타는 지치지도 않고 입을 놀렸다.
강신은 더는 그에게 대꾸하지 않고 뭔가를 기다렸다.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거지? 지원을 요청한 건가? 그래도 여기까지 들어올 수는 없을 텐데?’
그는 성신의 지원이 일본 영해로 들어오면 공격할 구실을 만들 수 있으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
모리 요우타뿐만 아니라 모여있는 자위대들은 강신이 도대체 왜 저렇게 버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그 의문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한 여성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조타실을 급하게 손보고 오느라고 늦었네요.”
“괜찮아. 딱 맞춰서 왔으니까.”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난 신하린을 보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지?”
누군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자위대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공격을 받았고, 강신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으니까.
하지만 바로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찾지 못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늘에 구름이 있어, 그늘은 있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대낮인데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찾지 못한 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했다.
저 여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은 누구에게 당하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암살당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자세한 계획을 듣지 못한 신하린이 여기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 물었다.
“우선 방해가 되는 것은 치우고.”
강신은 아무 망설임 없이 이제까지 인질이 되어 주었던 모리 요우타를 그대로 바닷속에 던져버렸다.
“으아악! 이 개…….”
풍덩!
갑작스러운 강신의 행동에 그가 제대로 욕도 뱉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위대 또한,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들 중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끼어있는지, 즉각 반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쏘…. 쏴라!”
“사격 개시!”
하지만 이미 강신은 탈출을 위한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잠깐, 실례.”
강신이 신하린을 양팔로 붙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자신의 몸을 잡아 놀란 신하린이 뭐라고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보다 강신의 한마디가 더 빨랐다.
“초코야, 밀어.”
-멍!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가 나와 그대로 위쪽으로 밀어 올렸고, 강신은 그와 함께 자신의 하체에 힘을 주어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강신이 평범한 상태라도 초코의 도움을 받으면 높게 도약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로 온몸에 힘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콰앙!
선상 위에서 폭발물이 터진 것 같은 소음이 들려오며 거대한 함선이 출렁였다.
그리고 강신에게 잡혀 있는 신하린은 비명을 질러야 했다.
“이 미친…. 꺄아아아아악!”
신하린의 비명은 정말 듣기 어려웠다.
군사, 첩보 교육을 받은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라니, 그런 그녀가 현재 비명을 지른 이유는 공포보다는 고통 때문이었다.
몸이 강화된 강신은 몰랐지만, 강신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어느 정도냐면….
“아니, 갑자기 소모형 보호 장치가 왜 작동되는 거야.”
보호 장비가 신체의 위협을 느끼고 소모형 보호 장치를 작동시킬 정도였다.
아무리 강신이 멀리 도약했다고 해도 한 번의 도약으로 한국의 영해까지 넘어오는 것은 무리였다.
몸이 최고점에 이르고 떨어지려고 하자 강신은 바로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낙하산!”
그러자 강신이 입고 있던 정장이 반팔과 반바지로 변하며 등 뒤에서 뭐가 터지듯이 한 번에 넓은 천이 펼쳐졌다.
그것은 누가 봐도 소형 낙하산이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마침 바람도 한국 방향으로 불었다.
“후우…. 일단 한 건은 해결했나.”
“해결은 개뿔…. 저 진짜 죽을뻔했다고요!”
신하린이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소모형 보호 장치를 뜯어내며 강신에게 신경질적으로 대답했고, 하늘에서 강신은 신하린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강신과 신하린은 한국 영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강신이 탄 함선을 주시하고, 프로네시스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웨이가 강신과 신하린이 물에 빠지자마자 곧바로 구명보트를 운전해 둘을 구조했다.
구조된 강신은 이전에 탔던 어선으로 돌아와 물기를 털어냈다.
그러자,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맥스가 강신에게 물었다.
“어차피 거절할 거였으면 그쪽으로 왜 가신 겁니까?”
“왜(倭)는 간사해서 신의를 지킨 적이 없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뜬금없는 옛말에 맥스는 더 의문을 가졌다.
“저희가 여기서 거절했다면 저들이 어떤 짓을 벌일지 몰라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일본에서 타고 온 것은 함선이었다.
혹여나, 일본 쪽에서 미친 척하고 공격해왔다면 성신에게 승산은 없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무기 시스템이 없는 일반 선박이었으니까.
그래서 강신은 시간을 벌기 위해 함선에 올랐다.
대화를 질질 끌며 신하린에게 조타석에 문제를 일으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모리 요우타를 인질로 잡아 시간을 번 것이다.
강신이 맥스에게 설명하고 있는 사이, 조타석의 문제를 해결한 건지 화가 난 일본 함선이 점점 한국 영해로 접근하고 있었다.
“어, 어…? 쟤들 이쪽으로 오는데요? 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가오는 일본 함선에서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강신은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마침 이쪽도 시간에 맞춰서 와줬네요.”
왜에에에에엥~~~!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나타난 함선들.
그 함선들은 한국 방향에서 나타났다.
-삐익, 아, 아, 현재 당신들의 선박은 우리나라 영해를 침범했습니다. 대한민국 영해를 떠나십시오.”
“저희가 군사 무기를 가진 자위대와 싸우는 건 말이 되지 않죠. 그래서 비슷한 급을 불렀습니다.”
장웨이가 눈을 찡긋하며 맥스에게 말했다.
하늘 고래를 위해 정부에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인지, 정부는 기꺼이 함대를 움직여주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위험한데도 일본 함선에 타신 거였군요.”
“네, 그러면 저기는 우리 정부에게 맡기죠.”
일본 자위대도 분하겠지만 여기서 더 고집을 부렸다간 나라 간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민감한 사항이었기에 선수를 돌려야 했다.
이렇게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 고래뿐이었다.
하늘 고래가 있는 그물은 어느새 붉은색 액체로 흥건했다.
힘차게 몸부림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그물에 몸을 맡겨 색색거리며 겨우 숨만 내쉬고 있었다.
강신이 안정시키고 일본 함선에 간 동안, 다른 요원들이 하늘 고래를 급하게 응급조치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 고래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늦겠어.’
강신의 표정이 어두웠다.
자신이 요청한 물건을 이곳까지 가지고 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위치인 모니카의 힘을 빌리고 싶어도 그녀가 문을 열 수 있는 장소는 직접 발로 땅을 밟은 곳이었다.
바다 저 깊은 심연을 밟은 것이 아니라면 이곳에 문을 여는 게 불가능했다.
그때,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하지만 하늘에는 그 어떤 비행 물체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두두두두두!
점점 소리가 커지자, 하늘과 동화되어있던 거대한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신에서 사용하는 특수 헬기였다.
“왔구나!”
물건을 빠르게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고작 물건 하나 전달하는데, 저 헬기가 이용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났지만, 강신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덕분에 하늘 고래가 살 수 있을 테니까.
헬기는 강신이 있는 곳에 낙하산이 달린 작은 상자를 던지고는 그대로 다시 고도를 높여 하늘과 동화되며 사라졌다.
바다에 떨어진 상자를 잡아 그 내부에 있는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 병 내부에 있는 액체를 하늘 고래 입에 넣어주었다.
갑자기 이상한 액체를 입에 붓자, 하늘 고래는 뱉으려 했지만, 강신인 것을 확인하고 억지로 액체를 삼켜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처 부위는 물론이고 이제는 하늘을 나는 걸 포기해야 할 정도로 손상되었던 지느러미에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위치에게 받은 재생의 약을 여기서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아니라면 하늘 고래는 영원히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었을 테니까.
상처가 아물자 고통이 사라진 것인지, 하늘 고래가 또렷해진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며 힘차게 울었다.
부오오~!
푸쉬이이이~!
그러자, 고래의 등에 붙어 있는 숨구멍에서 하얀 안개가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