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5
394화
“의외네요…….”
“뭐가요?”
빌리의 말에 옆에 있던 카밀라가 대꾸했다.
“강책임님은 U.M.A 박애주의자인 줄 알았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지? 강책임도 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하시는 편인데.”
그야 빌리가 입사하고 나서 만난 U.M.A들에게 강신이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내버려 두면 앞으로 계속 그런 일이 발생하겠죠. 아울맨은 사살해야 합니다.”
강신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U.M.A가 사는 구역을 침범해서 공격한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울맨은 오로지 쾌락을 위해 사람을 공격했다.
강신의 말대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생겼고, 내버려 두면 계속 그런 사람들이 나올 게 분명했다.
심지어 쉽게 포획할 수 있는 개체도 아니었다.
포획하는 게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이곳에 모인 이들은 알고 있었다.
“서브 몬스터까지 출현한 이상, 포획하겠다고 어슬렁대는 순간 저희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그런 경험을 몸소 체험했었으니, 같은 일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
단호한 태도로 말했지만, 빌리는 강신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에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화를 내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다.
강신이 그렇게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자, 빌리가 어찌할 줄 몰랐다.
툭.
그때, 카밀라가 빌리의 어깨를 툭 쳤다.
“카밀라?”
“괜찮아요. 강책임님은 당신에게 화를 낸 게 아니에요.”
말을 끝낸 카밀라가 그대로 강신의 뒤를 따랐다.
“강책임님, 같이 가요!”
자신을 챙겨준 것 때문일까, 빌리가 멀어지는 카밀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심상치 않았다.
그런 빌리를 본 송기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 또 희생자가 나왔네.”
카밀라는 비록 U.M.A로 분류된 흡혈귀였지만, 외모가 할리우드 미녀 배우 뺨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가 친근하게 다가와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모습에 회사 내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카밀라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거지만….’
인간과 흡혈귀는 수명부터가 달랐다.
이미 오랜 삶을 살아온 그녀가 인간을 연애 대상으로 느낄 리 없었다.
‘만약 있어도 그녀가 정말 좋아하는 피 맛을 가진 강책임님 뿐이겠지.’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만약을 상정한 가능성이었다.
그가 본 그녀는 강신을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다.
그것을 알면서도 송기덕은 빌리에게 딱히 충고하지 않았다.
괜히 자신이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송기덕이 다른 이들을 따라가자, 빌리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강신은 다른 현장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아울맨이 있는 현장에 최대한 집중했다.
“아울맨이 마우넌시를 벗어난 적이 없네요.”
마우넌은 경치가 아름다운 작은 해변 마을이었다.
마을이 작았기에 아울맨이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마을로 이동하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울맨은 이상할 정도로 마우넌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은 모두 머릿속으로 똑같이 생각했다.
‘어째서?’
강신이 가진 데이터베이스에는 아울맨이 딱히 서식하는 장소를 가린다는 내용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그러니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정보였다.
“아마 광신도들과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게 아니라면 아울맨이 이상한 행동을 할 리 없었다.
“U.M.A의 사살이 목표라면 개인 화기도 챙기는 건가요?”
“아, 화기는 쓰지 않을 겁니다. 아울맨 가죽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탄이 뚫지 못할 것 같거든요.”
아울맨은 발톱만 날카로운 것만이 아니라 가죽 또한 총알이 박히지 않을 정도로 질기고 튼튼했다.
“어…. 그럼, 어떻게 잡습니까?”
“그래서 개인 무구를 챙겨온 겁니다.”
강신은 아울맨에게 화기가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임상무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은 이번 일을 위해 권영식에게 팀원들의 무기를 손봐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다.
송기덕의 무기가 톤파로 바뀐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내부 충격파 기술.”
그제야 이해한 신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꺼운 U.M.A의 가죽을 뚫기 위해 HG 그룹이 만든 기술이었다.
“그런데, 아울맨 내부도 외부만큼이나 충격에 강하면 어떻게 하죠?”
“그건 괜찮습니다. 아울맨은 내부가 취약해서 외부의 방어력이 뛰어나도록 진화한 개체니까요.”
송기덕의 질문에 강신이 대답하자, 다음으로 신하린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공격은 그렇다 하더라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리고 이곳에 있는 서브 몬스터가 사제급이라면 재능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요.”
“그 두 개가 가장 문제긴 하지.”
아무 방해 없이 아울맨과 1:1 대치 상황이 벌어지면 이곳에서 아울맨을 제압하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신하린이 말한 것처럼 아울맨이 가진 능력과 서브 몬스터의 변수가 문제였다.
“광신도는 배제하고 계획을 세울 거야.”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제하는 게 맞아.”
사람이 가진 재능은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다양했다.
그렇게 많은 변수를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계산해도 생각지 못한 일은 계속 생길 거야.”
“위험하겠네요.”
“그래, 위험하겠지. 그런데,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더 위험할 거야.”
“그건 그렇겠죠.”
신하린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로서는 남이 위험하든 말든 전혀 상관없었으니까.
“그보다 계획은 생각해두신 게 있으신 거죠?”
“물론이지.”
“그래서 계획이 뭔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팀원들이 계획이 있다는 강신의 말에 집중했다.
강신이 자신이 계획한 작전을 말하자, 팀원들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견은 받지 않겠습니다. 작전은 오늘 저녁에 시작할 테니, 충분히 쉬어두세요.”
* * *
시간이 흘러 그날 저녁.
강신은 울프팀, 3팀과 함께 아울맨이 나타난 마우넌시로 이동해 작전대로 움직였다.
-이번 작전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요.
이번 작전에 불만이 많은 신하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견은 받지 않는다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본인이 미끼가 되는 작전이라니, 정말 터무니가 없네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팀장님 하나 지키려고 나와 있는 거 알고는 계신 거죠?
“물론 알지. 그렇지만, 나 말고 아울맨의 습격에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현실적으로 내가 맡는 게 맞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울맨의 공격을 피하는 건 강신조차 힘들었다.
그런데도 강신이 미끼 역할을 하는 건 그에게 아울맨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냥 이 현장은 내버려 두는 건 어때요?
조금 냉정한 말이었지만,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강신이 마우넌시 사람들을 도와줄 의리는 없었다.
아울맨이 정말로 마우넌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콘월 지부에서 재정비하고 다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만, 이미 결정했잖아. 지부가 다르다고 해서 남의 일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이야 운이 좋아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취급당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눈에 U.M.A가 발각되면 회사 전체가 타격을 입을 거야.”
-흥…….
강신이 단호하게 말하자, 신하린은 더는 투덜대지 못했다.
하지만 강신도 그녀가 투덜대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강신의 보호였다.
그런데 스스로 위험한 곳에 뛰어들었으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작전에 집중하자. 하린아.”
-……알겠어요.
신하린이 억지로 수긍하자, 강신은 다른 팀원들에게 작전 시작을 알렸다.
“그럼,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작하죠.”
그렇게 아울맨을 잡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부엉이를 닮아서 아울맨이라고 불리는 줄 알았더니, 습관도 부엉이와 비슷한가 보네요.
통신 장비를 통해 송기덕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낮과 밤이 다른 부엉이처럼 아울맨 또한 야행성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보름달이 뜬 이 밤에 홀로 마우넌시 내부를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돌아다니시면 아울맨이 기습해올까요?
“네, 분명 기습해 올 겁니다.”
강신은 아울맨이 습격할 것이라 확신했다.
야생동물 습격 소식으로 마을 사람들이 저녁에는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아울맨의 입장에서 누군갈 공격하고 싶은 욕구가 쌓일 때로 쌓인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강신의 예상과 다르게 아울맨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신은 긴장을 유지하며 한적한 마우넌시 마을을 지나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밭으로 들어갔다.
모든 밭을 쑤시고 다녔지만, 아울맨은 나타나지 않았다.
긴장을 계속 유지하고 움직이는 건 강신도 힘든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등은 축축하게 땀으로 젖었다.
‘자, 뭐 하고 있어. 어서 나타나 봐.’
강신의 생각대로였으면 이미 아울맨이 나타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오후 8시부터 마우넌시를 돌아다닌 강신은 새벽 3시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아울맨을 보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설마…. 도망갔나?’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강책임, 아울맨이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 다 같이 ‘제대로’ 찾아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안 됩니다.”
강신은 이순자가 보낸 제안을 거절했다.
“말했다시피, 찾는다고 해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공격당할 겁니다. 그러니까 현재 대형 그대로 유지해 주세요.”
현재 신하린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위장막으로 모습을 숨기고, 아주 천천히 주변을 탐색 중이었다.
위장막을 뒤집어쓴 상태로 위화감이 들지 않게 움직여야 했으니, 그들의 움직임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바닷가와 그 위에 있는 성당을 확인해 보죠.”
마을하고 주변 밭들의 수색은 이미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해변과 그 위에 묘지가 가득한 으스스한 성당이 전부였다.
강신은 먼저 해변을 거닐었지만, 아울맨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성당에 도착하자, 왠지 모르게 몸에 오한이 들었다.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는 돌로 지어진 성당, 그리고 고풍스러운 성당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분명 의도는 조금이라도 더 밝게 보이려는 게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야밤, 그것도 무덤이 가득한 곳 근처에 위치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기괴해 보일 뿐이었다.
-으스스하네요.
강신을 따라다니는 신하린이 통신 장비로 말하자, 강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심령 스폿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강신이 천천히 성당을 지나, 무덤가로 이동했다.
무덤가는 성당의 건물보다 더 넓었다.
오와 열을 맞추려고 노력한 이끼가 붙은 십자가 모양 비석들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걸까?’
이제까지 아울맨이 마우넌시에서 움직이지 않은 건 우연이었을까?
강신이 깊게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하지만 곧 이상함을 느꼈다.
‘숨이…….’
갑자기 호흡할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몸도 움직일 수 없었다.
후오옹~
그리고 그런 강신의 뒤쪽에서 소름 끼치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