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8
397화
파바박!
파박!
여성과 강신의 손이 빠른 속도로 수없이 얽히고 쳐내 졌다.
아무리 방심해서 지면에 꽂혔다고는 하나, 여성은 뛰어난 무술가였기에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성은 속으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크윽!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파악한 건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파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재능으로 인해 이미 사상이 변화된 상태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타이밍을 잡는 거지?’
재능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강신과 손을 나누다 불리해질 때 재능을 사용하면 그의 움직임이 멈추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하지만 다시 재능을 풀고 공격을 이어가려고만 하면 눈앞의 남성은 귀신같이 자신의 손을 쳐내고 반격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변환한 사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공격 타이밍을 자신이 정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까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젠장, 차라리 다른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여성의 재능은 사실 개인보다 사람이 여럿일 때 더 효과적이었다.
공격 의사를 변화시키는 그녀의 재능은 그저 그 사상을 지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대상을 바꾸는 것까지 가능했으니까.
만약 강신이 3팀 요원들과 팀원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어찌 됐든 강신의 선택은 옳았다.
여성이 강신을 떨쳐내려고 노력해봤지만, 설야의 날개 가루로 강화된 강신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강신은 날개 가루 효과 시간이 끝나기 전에 여성을 제압할 수 있었다.
“으읏…….”
헥사곤 바인더로 구속된 여성이 억울한 듯이 신음을 흘렸다.
얼음처럼 보이는 물질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여성을 구속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후옹…. 후옹….
서글피 우는 아울맨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 만도 했지만, 강신의 표정은 단호했다.
‘교활한 U.M.A니까 속지 말자.’
저런 순진한 얼굴에 몇 명이나 속아 넘어갔을까.
강신은 측은함은커녕 오히려 이곳에서 아울맨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베일을 쓴 여성이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으로 공격 의사를 지워 강신이 아울맨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강신은 아울맨을 처리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베일을 쓴 여성과 마찬가지로 헥사곤 바인더로 아울맨을 구속하려고 했다.
그렇게 아울맨이 나타난 현장은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분위기였다.
강신이 탈진 상태에 빠져 다른 일행의 도움을 받기 전까진 말이다.
날개 효과 가루의 시간이 끝나자, 강신은 헥사곤 바인더를 사용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탈진에 빠졌다.
그러자, 당연히 베일을 쓴 여성과 아울맨을 후송하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던 3팀 요원들이 덮고 있던 위장막을 걷어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지금이다!’
여성은 헥사곤 바인더에 잡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퍽!
채챙!
모습을 드러낸 3팀 요원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들이야! 다들 멈춰!
범위 밖에서 관찰을 진행하던 이순자가 황급히 외쳤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으악!”
퍼벅! 퍽!
챙!
광신도 사제는 곧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고, 자신은 자신의 아이와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원하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 싸움을 원했지만, 3팀 요원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평소 사용하던 무기가 아닌 아울맨을 상대하기 위해 가져온 무기였다.
화기는 물론이고 날이 있는 무기도 없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 해봐야 내부 충격파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일반 둔기에 가까운 무기들뿐이었다.
물론 둔기도 위험한 무기이기는 하나, 현장 요원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뚫고 타격을 주기에는 썩 좋은 무기는 아니었다.
또한, 강신과 신하린이 이 난동에 휩쓸리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탈진에 빠진 강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고, 신하린은 계속 모습을 감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만약 둘이 이 난전에 참전했다면 콘월 지부가 그랬던 것처럼 대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현장에 쓰러지는 사람은 없었고, 계속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모습에 여성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질 뿐이었다.
‘이게 뭐지?’
어떤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여성은 질린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여성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헥사곤 바인더가 녹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라면 요원이 녹기 전에 불씨를 가져와 다시 굳혔을 테지만, 난장판이 된 이곳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헥사곤 바인더가 모두 녹자, 광신도 사제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요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구속되어 있던 곳에서 벗어나 아울맨이 잡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여성이 아울맨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초코는 뭔가 불안한 듯 낑낑대고 있었다.
헥사곤 바인더를 사용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긴 했지만, 그전에 탈진에 빠지는 바람에 강신과 초코는 현재 그림자가 이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리 초코가 제주도 여행 이후 강신과 독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오랜 시간 떨어지는 건 아직도 힘든 일이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었던 것일까.
거대한 발을 이루고 있는 그림자가 조금씩 대기 중으로 흩어졌고 점점 크기가 작아졌다.
-끼이잉….
초코는 강신이 내린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아 안간힘을 썼지만, 아주 조금의 시간밖에 벌지 못했다.
초코의 앞발은 이내, 아울맨을 구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후오옹!
초코의 구속이 약해진 걸 아는 것인지, 아울맨이 크게 울며 몸을 털어냈다.
결국 초코는 더는 버티지 못했다.
자유를 얻어서 기분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눈앞에 사냥감들이 가득해서 기분이 좋은 것일까.
아울맨이 눈웃음을 지었다.
후옹! 후옹!
“그래, 그래, 재촉하지 말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죽여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천천히 즐기렴.”
아울맨은 그동안 일반인들을 다치게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경각심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여성이 아울맨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만약 무차별적으로 이곳에서 사람을 죽였다면 공권력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입된 종교 쪽에서도 자신을 처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컸다.
서브 몬스터는 믿는 U.M.A가 모두 달라 개인주의가 심했다.
따라서 같은 종교 사람이 문제를 일으켜 서브 몬스터에 소속된 이들이 표적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가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신도들을 직접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들은 달랐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쪽 세계에 있는 사람들, 이들은 이곳에서 다치고 죽어도 오히려 서브 몬스터의 옹호를 받게 될 것이다.
그야 이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들을 감금하거나, 죽이는 이들이었으니까.
후옹! 후옹!
아울맨은 여성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매우 기뻐했다.
아울맨이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올라 3팀 요원들이 치고받는 장소의 중앙으로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 순간 3팀 요원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아울맨이 현장 요원들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후오옹!
아울맨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이 다가왔다.
아울맨은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이어질 일에 급격하게 흥분했다.
자신의 발톱에 찢어져 생길 상처와 거기서 흐르는 피, 울부짖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말마의 비명까지….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아울맨이 내지른 발차기는 누군가에 의해서 막혀버렸다.
아울맨이 당혹스러운 울음소리로 내며 자신의 발을 막은 게 무엇인지 확인했다.
후옹?
아울맨의 발을 막은 건 바로 강신이었다.
탈진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베일을 쓴 여인의 재능으로 공격 의사를 가지지 못할 텐데도 강신은 아울맨 발차기를 막고 있었다.
“크흐….”
가볍게 막은 것처럼 보였지만 강신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 비밀은 강신이 입고 있는 타이즈처럼 검게 변해버린 보호 장비에 있었다.
강신의 출장이 결정됐을 때, 권영식은 강신의 부탁으로 내부 충격파 기술이 담긴 무구를 만드는 일에 연구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동안 권영식도 놀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강신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사용한 이후에 오는 탈진 상태에서 강신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강신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사용하면서부터 거론되었던 문제였다.
다만 강신이 그동안 효과 시간을 적절하게 분배했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했기에 중요도를 낮게 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번 사건이 터지자, 권영식은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강신의 보호 장비에 추가 기능을 달아주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도움이 될 걸세.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는 걸 추천하지.
강신의 보호 장비는 의태 기능을 가진 장비였다.
이를 이용해 권영식은 강신의 보호 장비에 파워드 슈트 기능을 집어넣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은색 타이즈처럼 보일지는 몰랐으나, 타이즈 내부에는 인조 근육과 전기 자극 장치가 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었기에 원격 조종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 강신의 몸을 움직이는 건 당연히 프로네시스였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AI에게 몸을 맡기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었다.
그래서 권영식은 강신의 승인이 있어야지만 파워드 슈트가 작동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두었다.
“으으…. 죽겠다.”
아울맨의 발차기를 막은 강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프로네시스가 파워드 슈트를 조종해 움직이고 있기는 했지만, 강신의 몸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 부담이 됐다.
애초에 파워드 슈트의 기능을 집어넣은 건 전투를 이어가기 위한 게 아니었다.
강신이 전투에서 이탈할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기능으로 아울맨의 발차기를 막았으니, 강신의 입에서 죽어가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베일을 쓴 여성이 사용하는 사상 변화가 프로네시스에게 통하지 않았고, 아울맨이 사용하는 몸을 굳게 만드는 능력도 억지로 움직이는 파워드 슈트를 막을 수는 없었으니까.
-적 섬멸 모드 작동.
아울맨을 잡은 건틀릿이 강하게 쥐어졌다.
키에엑!
압축기로 쥐어짜는 듯한 손아귀 힘에 아울맨이 비명을 지르며 반대 발로 강신을 공격했다.
하지만 강신이 반대쪽 손을 들어 건틀릿으로 막자,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장!
공격을 막자마자, 강신은 아울맨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쾅!
그리고 바로 권투에서 사용하는 위빙으로 아울맨에게 접근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부 충격파 기술이 작동 중이었고, 건틀릿의 붉은빛이 궤적을 남기며 그대로 아울맨에게 꽂혔다.
퍼버버벅!
주먹에 적중된 아울맨의 몸에서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신의 주먹은 몸 곳곳에 큰 상처만 줬을 뿐, 아울맨을 완전히 끝장내지 못했다.
-타격 영점 오류, 수정에 들어갑니다.
평소 프로네시스와 다르게 딱딱한 말로 현재 상황을 강신에게 보고했다.
프로네시스가 잠깐 타점을 바꾸는 사이, 생명에 위협을 느낀 아울맨이 피를 토하며 거대한 날개로 도주를 시도했다.
후에엑!
아울맨이 무덤에서 벗어나 나무가 가득한 곳으로 모습을 감추자, 베일을 쓴 여성도 다급히 아울맨을 따라 도망쳤다.
강신이었다면 그걸 놓치지 않았겠지만, 현재 강신의 몸을 조종하는 것은 프로네시스였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파워드 슈트는 적과 싸우기 위해 개발된 게 아니었다.
위험한 순간을 벗어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프로네시스는 매뉴얼대로 적을 쫓지 않았고 강신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강신이 다급히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네시스, 지금 놓치면 다음은 없어! 쫓아!”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프로네시스가 대답하자, 강신은 곧바로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부장님, 3팀 요원분들 수습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린이 너는 백업을 부탁해!”
-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가요.
이순자와 신하린의 대답이 들려오자마자,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조종하는 파워드 슈트에 몸을 맡긴 채 아울맨과 베일을 쓴 여성을 쫓아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