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1
400화
신하린의 비판에 강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자신도 작명 센스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흠…. 지금은 현장 이야기에 집중해 주세요.”
강신은 괜히 민망한지 크게 한번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걸어 다니는 나무는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크게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거대한 나무가 걸어 다니는 모습은 겉보기에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따로 다른 생명체를 먼저 공격하거나 위협하지는 않았다.
걸어 다니는 나무는 적당한 물과 빛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으니, 다른 생명체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다른 생명체를 피하고자 평범한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나무인척하거나, 인기척이 드문 숲속에서 살아가는 개체였다.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 걸어 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힘든 개체입니다.”
이 개체는 한번 뿌리를 내리면 큰 문제가 없다면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광신도들이 찍힌 게 우연이 아닌 것 같네요.”
U.M.A가 있는 장소에 광신도가 찍힌 것부터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U.M.A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그들이 또 뭔가를 꾸미고 있는 듯했다.
“큰일이네요. 콘월 지부에는 감지기가 없어서 U.M.A를 찾으러 가는 것이 상당히 고될 텐데….”
처음 영상이 찍힌 장소에 그대로 있다면 괜찮았겠지만, 이미 걷기 시작한 U.M.A가 어디로 갔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걸어 다니는 나무가 뭔가 특별한 게 있나요?”
이순자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걸어 다닌다는 걸 제외한다면 닮은 품종의 나무와 비슷합니다.”
정말로 일반 나무와 다를 게 없었다.
예를 들어, 걸어 다니는 나무의 품종이 사과나무라면 그 나무가 맺는 열매도 평범한 사과나무에서 나오는 열매와 똑같았다.
‘물론 개체별로 당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 봐야 다른 나무들도 같은 거니까.’
“그럼, 광신도들은 왜 저기 있는 개체와 함께 있었던 걸까요?”
만약 저곳에서 발견된 광신도가 서브 몬스터였다면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광신도의 심볼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U.M.A에게 접근하진 않았을 것이다.
“재질은 평범한 나무와 같다고 했으니, 화를 돋우는 벌레처럼 병기로 사용할 생각인가?”
“그것도 아닐 겁니다.”
송기덕의 중얼거림을 들은 강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걸어 다니는 나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재능은 없어요.”
걸어 다니는 나무는 오래 사는 만큼 지성이 싹트는 개체였다.
특정 재능으로 조종하기에는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효율면을 생각해도 좋지 않았다.
“걸어 다니기는 하지만 영상에서 나왔다시피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개체가 아닙니다.”
애초에 지면에 박혀 있을 뿌리를 억지로 꺼내 걷는 존재가 빨라 봐야 얼마나 빠르겠는가.
심지어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리고 훤히 보이니 다른 이들을 기습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았다.
크기가 가진 질량이 있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U.M.A를 알고 있는 상대에게 그들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걸어 다니는 나무의 약점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약점?”
송기덕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강신이 대꾸했다.
“제가 방금 나무와 재질이 똑같다고 했잖습니까.”
나무와 재질이 똑같다.
“아…. 쉽게 불에 쉽게 타겠군요.”
“생나무라서 처음 불을 붙이는 건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그걸로 끝이죠.”
그런 개체를 병기를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건데…….”
이순자가 턱을 쓸며 말했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건 강신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짐작 가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죠.”
저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이나 납치까지 뭐든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나타났는데, 한가로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우선 최대한 장비를 꾸려 봐야겠군요.”
장웨이의 대답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바로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죠.”
“인원은 어떻게 할까요?”
“울프팀과 3팀, 그리고 백업으로 한 팀만 더 함께 가죠. 마을과 가까운 곳이니 콘월 지부 지원 요원들에게 일반인 단속을 제대로 해달라고 부탁드려주세요.”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강신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행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상이 찍혔던 롱다운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콘월 지부 연구원들이 그런 강신을 말렸다.
“죄송하지만, 현장으로 나가는 것을 며칠 미뤄주실 수 있을까요?”
롱다운은 근처 도시인 엑서터를 생각하면 큰 마을은 아니었다.
수십 채의 집과 몇 채의 상가가 전부일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곳의 이웃들은 꽤 끈끈한 우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소문이 쉽게, 그리고 빠르게 퍼지며 외지인의 말보다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더 신뢰한다는 소리였다.
한두 명 정도 입을 막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연구원들의 의견이었다.
콘월 지부의 의견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해외였고 자신이 모르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니 이쪽 지부에서 일하는 방식에 맞추어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하죠.”
그렇게 강신이 롱다운으로 향한 것은 3일이 지난 이후였다.
* * *
롱다운에 도착한 강신은 콘월 지부 지원 요원들이 일을 확실히 해두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와…. 여기 지원 요원 일 잘하네요. 3일 만에 마을을 유령 마을로 만들어 놓았네.”
송기덕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마을을 보며 감탄했다.
초저녁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집은 하나도 없었으며, 이동 수단인 차량 또한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콘월 지부 지원 요원 중에 이쪽 출신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롱다운 출신의 요원은 이 마을에서 큰손이라고 불리는 대지주를 찾아갔다.
그리고 마을 사람 전원을 대접한다는 명목하에 엑서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을 빌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동한 상태였다.
다른 이가 말했다면 뭔가 의심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요원인지라 그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모두 빠졌으니, 다음 스텝은 바로 이곳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었다.
-도로 통제 시작하겠습니다.
롱다운으로 향하는 길은 큰 도로가 아니라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통제가 어렵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다들 맡은 구역으로 이동하죠.”
강신이 말하자, 그의 뒤쪽으로 각자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울프팀과 3팀 요원들이 사전에 들었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자 맡은 구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흩어지는 사람들을 확인한 강신은 이순자, 송기덕, 신하린과 함께 움직였다.
카밀라는 전투 요원이 아니었기에 우선 차량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처음 영상이 촬영되었던 장소에 도착하자, 그들이 한 행동은 바로 따로 챙겨온 야전삽을 조립하는 일이었다.
“감지기가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야전삽을 조립하는 송기덕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죠. 모든 상황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심지어 항상 모습을 감추고 있던 신하린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야전삽을 조립했다.
그들은 야전삽을 조립하고 근처에 있는 3팀 요원들과 열을 맞추어 숲을 둘러싸듯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강신이 신호를 주자 일렬로 서 있던 사람들이 열을 맞춰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저 앞으로 전진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팍!, 팍!
조립해 두었던 야전삽으로 눈앞에 보이는 나무들을 한 번씩 내려찍었다.
그렇게 나무껍질을 깨부수고 하얀 속살이 얼핏 보일 정도로 상처를 냈다.
-이상 무.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야전삽으로 내리찍은 요원들은 통신 장비로 바로 보고했다.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 걸 상정한 작전이었다.
외형이 일반 나무와 똑같기에 뿌리를 내리면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찾을 방법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강신과 일행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었다.
‘껍질은 괜찮겠지만 껍질 내부까지 상처를 입으면 움직일 거야.’
그렇게 해서 걸어 다니는 나무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움직일지,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오랜 세월 살아온 개체라면 사람을 피해 도망을 칠 것이고 얼마 되지 않은 개체는 덤벼들겠지.’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숲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점점 숲 내부로 들어갔지만 들려오는 보고는 모두 일반 나무라는 보고뿐이었다.
시간이 지났다.
어느덧 강신과 일행들이 이동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흘렀다.
“후우…. 잠시 휴식.”
주변을 정찰하며 이동할 때마다 보이는 나무를 찍으면서 움직였다.
듣기에는 쉬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는 숲길에 조명조차 없이 어두운 밤이라면 엄청나게 고된 작업이었다.
성인 남성들의 체력으로는 겨우 몇십 분도 버티지 못할 만큼 힘든 강행군이었다.
물론 현장 요원들이 이것만으로 크게 지칠 리는 없었다.
다만,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적들을 대비해서 체력을 최대한 보존해 두는 편이 좋다고 강신은 판단했다.
“후우…. 아예 지역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송기덕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하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랬으면 그 U.M.A가 찍힌 영상은 하나가 아니었을 겁니다.”
애초에 강신이 많지 않은 인원들로 향하고 있는 장소는 숲의 중심부였다.
이 숲은 생각보다 넓었지만, 숲 주변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들이었다.
‘롱다운 옆에 있는 베이커스 힐과 아래쪽은 페인트볼 서바이벌장이니까.’
베이커스 힐은 롱다운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페인트볼 서바이벌장은 매우 넓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따라서 이 숲을 벗어났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들켰을 게 틀림없었다.
“아…. 하긴 그렇네요. 광신도들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이상 U.M.A를 대놓고 일반인에게 보여주지는 않았겠죠.”
아무리 광신도들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뭐 가끔은 눈 뒤집혀서 달려들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지.’
고작 걸어 다니는 나무를 빼돌리기 위해 주변 기업들과 영국 정부를 적으로 돌릴 정도로 바보들은 아니었다.
“자, 이제 다 쉬셨으면 다시 이동하죠.”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이동을 시작한 강신과 일행들은 숲의 중심에 도착해서야 자신들이 한 행동이 쓸데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중심부의 상황을 본 일행들이 그 참혹한 광경에 입을 열지 못했다.
상황 판단을 한 강신은 곧바로 일행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 요원 위장막 뒤집어쓰세요.”
강신은 명령을 내리며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해 보호 장비를 카모플라쥬 상태로 바꾸었다.
현장 요원들은 모두 품속에서 위장막을 꺼내 뒤집어쓰고 주변 모습과 동화했다.
신하린만 어둠 속에서 녹아내리듯이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