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2
401화
강신이 일행들에게 모습을 감추라고 한 것은 중심부의 상황 때문이었다.
숲의 중심부는 보고에 없었던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는 강신과 일행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광신도가 있었다.
‘이건 나도 생각 못 했던 건데….’
문제는 광신도뿐만 아니라 공터에는 나무 장작들로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그 나무 장작들이 무엇인지는 쉽게 추리할 수 있었다.
공터 한구석에서 쓰러진 나무를 향해 열심히 톱질하는 광신도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쓰러진 나무는 누가 봐도 걸어 다니는 나무의 잔해였다.
보통의 벌목이었다면 나무를 뿌리까지 뽑아서 벌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심지어 이곳에 있는 나무 장작은 한두 개체만으로 나올 양이 아니었다.
‘적어도 다섯 개체 이상…….’
어째서 이곳에 이렇게 많은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는지 강신도 알지 못했다.
‘우연일까, 아니면 광신도가 뭔가 실험을 한 것일까?’
U.M.A의 개체 수를 늘리는 실험은 여러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시도했다.
그러니, 광신도가 그런 실험을 한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단지 강신이 의문을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어째서 걸어 다니는 나무냐는 것이다.
‘개체 수를 늘리려고 연구하는 거면 저럴 필요가 없을 텐데?’
기껏 개체 수를 늘려놓고 저렇게 처리한다니.
의문이 생겼지만, 금방 알아낼 방법이 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자.’
지금은 생각이 아닌 행동을 할 때였다.
“공터를 포위하겠습니다.”
강신이 지시를 내리자, 일렬로 모여있던 현장 요원들이 공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어둡고 위장막을 걸치고 있어서인지, 광신도들은 자신들이 포위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포위가 완료되자, 강신은 방금보다 공터를 더 자세히 살폈다.
‘사제가 없다?’
자리를 비운 것일까, 사제로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광신도들이 뭔가를 벌일 때는 무조건 사제가 한 명 이상 포함되어 있던 것을 떠올리면 이상했다.
‘어딘가 숨어있거나, 이곳이 본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리군.’
거기까지 판단한 강신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통신 장비로 추가 지시를 내렸다.
“이 부장님, 인원을 반 정도 따로 빼서 숲을 수색해 주세요.”
-음? 괜찮나요?
“네, 사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은밀히 움직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딱히 인원을 구분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미 많은 전장에서 손발을 맞췄기 때문일까.
마치 정해진 것처럼 포위한 인원 중 정확히 절반이 자리를 이탈했다.
강신의 지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기 중인 백업팀은 바로 숲 주변을 탐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강신은 광신도들을 포위하고 있는 요원들에게 말했다.
“속도가 생명입니다. 사제는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았지만, 숨어있다고 가정하고 주의해서 움직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면 신호하겠습니다.”
강신이 길게 심호흡을 했다.
-준비됐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요원들이 준비가 끝났다고 말하자, 강신이 조용히 말했다.
“자, 움직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상황이면 지휘관이 크게 외치고 빠르게 움직여 적들을 제압하는 게 국룰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왜 야습의 이점을 버리는 걸까.’
쳐라, 공격해라 같은 말을 외쳐서 굳이 지휘관의 위치를 드러내는 이유를 강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야습의 묘미는 혼란 아니겠어?’
강신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광신도에게 천천히 다가가 왼손으로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 목을 졸라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게 만들어 기절시켰다.
그리고 기절한 광신도의 손과 발을 아라미드 로프로 묶어 숲속에 던져놨다.
그런 행동을 하는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강신과 현장에 나와 있는 이들은 모두 강신과 똑같이 하나씩 광신도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런 방법은 오래 갈 수 없었다.
생각보다 공터는 작았고 인원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따라서 제압된 광신도의 빈자리는 쉽게 티가 났다.
“뭐야, 토마스 어디 갔어?”
“제임스도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야?”
광신도들이 소란스러워졌다.
한두 명이면 잠시 쉬거나 농땡이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강신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숫자는 충분히 줄였어.’
저들이 이제 와서 이상함을 느낀다고 해도 너무 늦었다.
“마무리하죠.”
강신이 보호 장비의 의태 기능을 풀고는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나타난 강신의 모습을 보고는 광신도들이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
“저거 누구야. 일반인?”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가 없었다.
그들이 강신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다른 현장 요원들이 그들을 급습했기 때문이다.
퍼벅!
퍽!
“억!”
“악!”
둔탁한 소리와 짧은 비명과 함께 남아 있던 광신도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제압 완료했습니다.”
송기덕이 톤파를 가볍게 돌리며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신은 쓰러진 광신도들을 보며 턱을 쓸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쉬워도 너무 쉬웠다.
한국에서 만났던 광신도들과는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 봤던 광신도들은 무력은 떨어져도 여기 있는 광신도들처럼 일반인과 비슷할 정도는 아니었다.
“장비도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장비입니다.”
강신은 광신도들이 입고 있는 장비를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함정일까요?”
송기덕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강신이 표정을 굳혔다.
‘정말, 함정인가?’
지니즈 랜드처럼 성신 요원들을 꿰어내려는 광신도들의 작전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신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광신도들을 포박하던 3팀 요원 중 한 명이 급하게 다가왔다.
“강책임님, 이쪽으로 한번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급하게 강신을 찾는 현장 요원을 보며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송기덕에게 말했다.
“송 대리님, 혹시 모르니까 주변 경계를 강화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신은 그 길로 자신을 부른 현장 요원을 따라갔다.
현장 요원은 강신을 장작더미가 높게 쌓여 잘 보이지 않았던 D형 텐트로 안내했다.
“여기입니다.”
“내부는 확인했습니까?”
강신이 묻자 현장 요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혹시 몰라서 아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요원의 조치는 적절했다.
텐트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나, 임의로 확인하는 것보다 책임자를 데리고 오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잘하셨습니다.”
강신이 현장 요원을 칭찬하고 천막으로 다가서자, 현장 요원이 그런 강신을 말렸다.
“강책임님, 위험하니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현장 요원은 강신보다 자신이 위험 부담을 짊어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보호 장비 성능이 더 좋잖아요.”
강신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현장 요원은 더는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럼 조금 떨어져 계시죠.”
“……알겠습니다.”
강신은 현장 요원이 위험 범위 밖으로 보내고는 입구를 막고 있는 천을 들어 올렸다.
“허…. 이게 가능한 건가.”
강신은 텐트 내부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건이라 해봐야 수십 개의 화분뿐이었지만 문제는 그 화분 상태였다.
텐트 내부에 있는 화분은 비어있는 것 하나 없이 모조리 묘목이 심겨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화분에 심겨 있는 묘목은 분재처럼 굵은 철사로 화분과 고정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만 보면 놀랄 게 전혀 없었다.
강신이 정말 놀란 부분은 바로 그 묘목들이 하나 같이 화분 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걸어 다니는 묘목이라고?”
강신은 걸어 다니는 묘목으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미친놈들이군.”
이건 정말 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걸어 다니는 나무는 애초에 배양이 가능한 개체가 아니었다.
나무 중 극히 드물게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것이지, 걸어 다니는 나무의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다시 걸어 다니는 나무가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텐트 내부의 모습은 그런 강신의 상식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 배양할 수 없는 개체였어?
누군가가 강신에게 그렇게 묻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자신이 믿었던 상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제야 강신은 이제까지 자신이 쓴 소설을 너무 맹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충격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곳은 아직 현장이었고 자기반성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래, 아직 문제가 터진 것은 아니니까.’
강신은 빠르게 마음을 추스르고 텐트 내부를 다시 한번 살폈다.
그러자, 충격적인 화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지.’
광신도가 작성했을 것이라 판단되는 연구 일지로 추정되는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어떻게 배양했는지는 알 수 있겠네.’
그다음으로 강신이 눈여겨본 것은 텐트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지하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펌프였다.
그것도 전자식이 아닌 수동으로 옛날 사람들이 물 작두라고 불렀던 재래식 펌프였다.
‘묘목에게도 물을 줘야 하니까.’
물이 필요했으니 펌프가 있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 펌프가 어째서 텐트 내부에 있냐는 것이다.
‘펌프가 멀면 물을 가져다주기 힘드니까?’
그건 아닐 것이다.
강신은 광신도들이 일개미처럼 일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봐왔다.
그들이 단지 힘들다고 해서 펌프를 텐트 내부에 만들었을 리는 없었다.
강신은 의심하고 펌프에 손잡이를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올렸다.
그러자, 펌프에서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봐도 그냥 물이었다.
‘또 틀렸나? 오늘따라 맞는 것이 없네.’
강신은 가벼운 신세 한탄과 함께 품속에서 손바닥 크기의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펌프에서 나온 물을 빈 유리병에 담고는 다시 품속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그 동시에….
-거수자 발견!
외부에서 대기 중이었던 현장 요원의 보고와 함께 텐트에 불이 붙었다.
화르륵.
“응?”
텐트에 붙은 불은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삽시간에 텐트 전체로 퍼져나갔다.
당황한 강신과 다르게 어둠 속에 숨어서 강신을 지키고 있던 신하린이 바로 지원을 요청했다.
-팀장님 있는 곳으로 지원 보내줘요!
신하린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강신은 탈출보다는 펌프를 작동시켜 불이 난 곳에 뿌렸다.
하지만 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팀장님! 일반적인 불이 아닌 것 같아요.”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비정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쉽게 꺼지지 않았다.
일반 불이었다면 위험을 감수해도 보호 장비가 막아주었겠지만, 일반적인 불이 아니라면 말이 다르다.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접촉하는 걸 피하는 것이 옳았다.
“묘목을 챙기고 싶었는데.”
이미 강신이 한발 늦은 것인지, 텐트 내부에 있던 모든 묘목에는 불이 옮겨붙은 상태였다.
불길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묘목의 모습은 마치 지옥도를 연상케 했다.
“그럴 시간 없어요!, 늦기 전에 탈출해요!”
신하린은 강신을 보호하기 위해 탈출을 제안했고 강신도 그 제안을 수락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앞장설 테니, 조심히 따라와!”
“네!”
강신이 건틀릿에서 날카로운 손톱을 뽑아냈다.
슈킹!
그리고는 불이 붙은 입구가 아닌 불길이 옮겨붙지 않은 곳을 찾아 달렸다.
강신은 오른손으로는 아까 챙겼던 연구 일지를 품속에 꼭 안고, 왼손을 휘둘러 천을 찢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촤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