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4
403화
수습 사제 남성이 한국행을 택하자 강신은 일반 신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수습 사제와 다르게 이미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사상 교육이 끝나 있었다.
“저들은 그냥 이쪽 정부에 넘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이순자가 어느새 돌아와 강신에게 보고했다.
“네, 그렇게 하죠. 저희도 이제 철수합시다.”
이곳에 남아 사제를 습격해볼까 생각해봤지만, 그가 언제 이곳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저 사람에게 교구 위치를 듣고 그쪽을 습격하는 편이 이득이겠지.’
이곳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광신도들은 교구를 철수시킬지도 모른다.
언제 올 줄 모르는 사제를 기다리는 것보다 철수하기 전 교구를 치는 편이 더 이득이었다.
위험 부담도 그쪽이 덜했다.
‘교구를 공격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정부 쪽일 테니까.’
신도들을 이쪽 정부로 인계하면서 슬며시 정보만 넘겨줘도 교구는 정부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 강신은 믿었다.
‘광신도들을 대놓고 탄압할 수는 없겠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어 종교 그 자체를 탄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했고, 교구 인원 중 꽤 많은 사람이 ‘법’을 어긴 범죄자다.
그것만으로도 교구를 공격할 이유는 충분했다.
강신은 현장에서 챙길 수 있는 모든 걸 챙겨 콘월 지부로 복귀했다.
콘월 지부로 도착한 강신은 붙잡은 신도들을 모두 영국 정부로 넘겼고, 엑시터에 있는 교구의 정보를 흘렸다.
* * *
다음 날, 정부는 엑시터에 있는 극단주의 테러 단체를 찾아냈다고 언론을 퍼트렸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테러리스트를 놓치지 않고 모두 처단하겠다고 공표했다.
정부가 나섰으니, 하루 만에 이 사태가 끝나리라 생각한 강신의 예측과는 달리 의외로 광신도들은 잘 버텼고, 그들과 정부의 격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TV에서는 영국 정부가 도로를 통제하고 광신도 교구로 추정되는 장소를 타격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발포음과 폭발 소리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영국 정부도 광신도들을 작정하고 소탕할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피해자는 적었으면 좋겠네.’
강신은 보고 있던 TV를 끄고 현재 회사에서 협조 중인 수습 사제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그는 현재 회사 내부에 따로 격리된 상태였는데, 강신이 텐트에서 가지고 나왔던 암호로 적혀 있는 일지를 해석해서 옮겨 적고 있었다.
강신이 그가 격리된 방으로 들어섰지만,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일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하셨습니까?”
강신이 그가 놀라지 않게 인기척을 내며 묻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강신을 바라봤다.
“아…. 오셨군요. 이제 막 반 정도 끝냈습니다.”
꽤 두꺼운 일지를 벌써 반이나 해독했다는 말에 강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웃으며 부끄러워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종교 암호해독은 A등급을 받았거든요.”
공부와 먼 삶을 살아왔기에 그도 자신이 이런 특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만약 여건만 되었다면 그는 공부로 꽤 이름을 날리는 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괜찮은 인력이란 말이지….’
이제 막 약관이니, 전문 지식을 배우기에도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그걸로 한번 꼬셔봐도 나쁘지 않겠어.’
강신은 눈앞의 수습 사제를 성신으로 데리고 오는 걸 생각하며 그가 해독한 일지를 확인했다.
일지는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는 장소에서 무슨 연구를 진행했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트리 가드 연구 계획서.
본 연구는 걸어 다니는 나무를 이용해 중요 거점을 보호하는 방법을 구상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 문구를 보자마자 강신은 자신이 크게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공격이 아닌 방어.’
강신은 광신도가 걸어 다니는 나무로 거점 방어를 기획했을 줄은 몰랐다.
공격이 아닌 방어라면 걸어 다니는 나무는 꽤 좋은 효율을 발휘했다.
‘방어가 목적이라면 딱히 걸어 다니는 나무를 조종할 필요도 없어.’
-목적.
본 연구는 나이가 적은 걸어다니는 나무를 이용해 적에게 대응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중요 거점에 걸어 다니는 나무를 심는다.
침입자가 함정을 밟으면 침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걸어 다니는 나무에게 충격을 줘 스스로 일어나게 만들어 적에게 대응하도록 한다.
‘상당히 머리를 잘 썼네.’
나이가 적은 나무를 심는 것도 U.M.A를 깨우는 방식도 창의적이었다.
그 이후 일지의 내용은 본격적으로 광신도가 걸어 다니는 나무를 실험하는 내용이었다.
-XX년 8월 9일.
뉴포레스트 국립 공원에서 걸어 다니는 나무를 확인, 포획 지시.
-XX년 8월 11일.
걸어 다니는 나무의 극심한 저항으로 포획 불가능, 사살로 목적을 변경.
-XX년 8월 12일.
목표 사살 성공, 사체를 해체 지시, 보관.
-XX년 8월 20일.
본격적인 배양 시작.
-XX년 10월 1일.
연금술의 재능이 있는 사제가 배양액 연구 시작.
“연금술?”
연금술은 실제로 있었던 학문이긴 했지만, 사람들에게는 엉터리 학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리, 납 같은 물건으로 귀금속인 금을 만들어내거나, 늙지 않는 영약이나 더 나아가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걸 목적으로 한 학문이었다.
터무니없는 학문인 건 확실하지만, 현대 화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았다.
‘여기까지가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진 진실이지….’
하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연금술사가 전부 가짜였던 건 아니었다.
‘숨겨진 사실.’
사실 연금술은 현대까지 사용되는 학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터무니없는 것을 공부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연금술사의 본질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 즉 U.M.A를 다루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 사실을 밝힐 수 없었기에 국가는 연금술을 깎아내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필요없는 학문처럼 날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금술이 모두 사장된 건 아니었다.
각 국가, 기업들은 예로부터 내려온 연금술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강신 주위에는 연금술을 펼치는 사람이 있었다.
‘위치.’
대모가 U.M.A와 연관된 재료로 만드는 영약은 연금술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즉, 연금술이란 U.M.A로 사람의 이치를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그 재능을 가진 이들은 극소수였으며 위치의 수장인 대모 또한, 대대로 내려오는 책에 의존할 정도로 일반인이 익히기 난해한 학문이었다.
그런 고급 인력이 어째서 광신도들 사이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연금술사가 배양액을 개발했다는 내용을 보고 인상을 굳혔다.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작은 텐트였지만 그 속을 가득 채운 화분과 묘목.
불타버려서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못했지만, 그건 분명 걸어 다니는 나무의 묘목들이었다.
강신은 서둘러 일지를 촤라락하고 넘겼다.
그리고 중간 지점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XX년 12월 3일.
배양액 개발 성공.
“하하…. 진짜 어이가 없네.”
강신은 배양액 개발에 성공했다는 부분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아는 한 걸어 다니는 나무를 양산하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광신도들은 그런 강신을 비웃는 것처럼 그가 알지 못하는 걸 만들어냈다.
증거를 실제로 눈을 봤으니,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신은 일지를 조금 더 읽었다.
그곳에 적혀 있는 내용은 강신의 모든 의문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배양액의 원료에는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온 물이 꼭 필요하다.
어째서 광신도들이 롱다운 북쪽 지역에 있는 숲속에서 연구했으며 어째서 텐트 내부에 펌프가 있었는지, 이 문구 하나로 이해가 됐다.
‘물의 원천은 이동시키지 못하니까. 직접 물의 원천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거였구나.’
수원에 있는 성신 지부 내부에도 불어나는 물의 원천이 있었다.
그러니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오는 물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불어나는 물의 원천에서 나오는 물을 분석해봐야 결과는 일반 암반수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런 물이 배양액의 재료가 된다니,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헥사곤 바인더에도 들어갔지. 과학적으로 알 수 없는 힘이 그 액체에 담겨 있는 것일까?’
강신의 의문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여기까지 수습 사제가 해석한 내용의 끝이었다.
‘뒷 내용이 궁금하긴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현장에서 궁금했던 것들은 모두 해소됐네.’
강신은 자신이 읽던 일지를 다시 남성에게 돌려주었다.
“끝까지 수고해 주세요. 번역이 끝나면 새로운 신분으로 곧장 한국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남성의 표정이 밝아지며 의욕을 불태웠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네요.”
간단한 인사를 끝낸 강신이 그 남자가 있던 방을 나와, 첫날 현장 요원들이 현장을 분배하고 있던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장웨이가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는 강신을 발견하고는 바로 다가왔다.
“휴고에게 다녀오셨군요?”
“휴고?”
강신은 처음 듣는 이름에 의문을 표하자, 장웨이가 웃으며 대꾸했다.
“저희가 사로잡은 수습 사제 이름입니다. 아, 물론 한국으로 가면 이름이 바뀔 수도 있죠.”
“아…. 그 사람의 이름이 휴고였군요.”
강신은 이제야 그 사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지 번역은 잘되었습니까?”
“네, 궁금한 것들은 모두 번역되어 있더군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던 현장은 이걸로 종료인가요?”
“네, 이 이상 저희가 더 건들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네요.”
이미 걸어 다니는 나무들은 남은 개체가 없었으며 그 잔해는 회사로 옮겨졌다.
숨겨진 광신도의 교구는 정부의 손으로 곧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대답을 들은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광신도가 엮인 것 치고는 쉽게 끝났군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죠.”
만약 수습 사제를 담당하던 사제가 그곳에 남아있었다면 어떻게 일이 흘러갔을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금만 더 이곳의 상황을 보고 한국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현장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여서일까.
콘월 지부가 맡고 있던 현장들은 상당수가 수습됐다.
강신도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현장을 나가지 않으며 지원 나온 현장 요원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볼 예정이었다.
“그거 괜찮군요.”
복귀한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장웨이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장웨이는 이 기쁜 소식을 일행들에게 전달했다.
울프팀 인원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다들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수원 지부에서 임상무가 연락을 해왔다.
그 내용을 들은 장웨이와 울프팀 인원들은 언제 밝은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